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77)
먼치킨 길들이기 77화
그는 성인도 되기 전에 상급 마법사가 된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다.
제 아들이 천재라는 것을 안 부모님이 얼마나 그를 자랑스러워했던가.
“우리 아들, 탑주님의 보좌를 하는 건 힘든 일이지? 그래도 엄마는 우리 아들이 너무 자랑스러워! 파이팅!”
지금쯤 정원을 가꾸면서 제 아들이 마탑주의 수족이라며 자랑스러워하고 계실 부모님은, 그 자랑스러운 아들이 짝사랑의 슬픔에 빠진 18살짜리의 뒤처리나 해 주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할 것이다.
– 벤자민, 내 자리를 걸고 네가 죽게 놔두지는 않겠다.
“예?!”
목숨만은 달려 있게 해 준다는 건가? 대체 그게 무슨 도움이란 말인가!
항의하려 해 봤지만 그 말만 남겨 둔 채 종달새는 자취를 감췄다.
“탑주! 탑주님!”
벤자민이 허공을 응시하며 눈을 떨었다.
“으아아아아아아!”
그는 곧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결계를 쾅쾅 내리쳤다.
* * *
키네미아는 마탑의 정원을 거닐었다. 울프만이 잠시 마쳐야 할 일이 있다기에 그동안 마탑 안을 구경하겠다고 양해를 구한 차였다.
분명 마탑 안인데도, 정원은 마치 풍광이 좋은 산 한 자락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았다.
각종 과일이 달린 나무나 하늘이 바로 보이는 유리 돔을 휘 둘러보며 키네미아는 싱그러운 풀냄새를 맡았다.
자신 외에도 마탑이 신기한 것처럼 두리번거리는 앳된 마법사들이 속속들이 보였다.
그때, 옆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입?”
“……?”
키네미아를 향해 말을 걸어온 이는 주근깨가 매력적인 젊은 여자였다. 하얀 망토를 두르고 왼손에는 동그란 구 모양의 기계를 든 그녀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안녕! 난 기술 개발부의 부장! 쥬디스라고 해!”
발랄하게 인사한 쥬디스가 키네미아의 손을 악수하듯 잡고 흔들었다.
“아, 안녕.”
쥬디스는 곧장 절친한 친구라도 된 양 키네미아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신입. 요즘 고민이 많지? 내가 그 마음 다 알아.”
……갑자기?!
설마 사이비 전도사? 마탑에도 이런 게 있단 말이야? 키네미아가 눈을 굴렸다.
“괜찮아, 괜찮아. 네 얼굴에 다 쓰여 있어.”
뭐가?!
“그래서 우리 기술 개발부가 신입을 위해 준비한, 적성에 맞는 부서를 알려 주는 신 마력 기계! 이것만 있으면 고민 끝, 행복 시작! 미래는 탄탄대로!”
쥬디스가 동그란 마력 기계를 키네미아의 눈앞으로 들이밀었다.
“마력만 주입하면 네 능력을 분석해서 네가 기술 개발부…… 아니, 어느 부서의 최적 인재인지 가늠해 주지!”
호오오오오! 마탑의 신문물에 놀란 키네미아가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어때! 놀랍지? 기술 개발부가 이런 곳이야. 구미가 당기지? 와, 감 온다. 죽인다. 그치?”
“응응.”
“요요, 귀여운 것.”
키네미아가 눈을 빛내자 쥬디스가 귀엽다는 양 키네미아를 끌어안았다.
“해 보자. 넌 내 감이 말하는데 딱 기술 개발부지만, 일단 해 보자.”
그녀가 치근덕거리면서 재차 마력 기계를 들이밀었다.
“근데 난 마력이 없어.”
키네미아가 눈을 말똥히 뜬 채 대답하니 쥬디스가 큰소리로 웃어 젖혔다.
“마력이 왜 없어. 이번에도 특이한 신참이 잔뜩 왔네.”
마탑은 개성 강한 미친놈들이 모이기도 하는 곳이었다. 특히 신참이면 더더욱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과대망상에 빠져 있기도 했다.
제 마력을 숨기고서는, 마력은 없지만 강력한 마법을 쓰는 유일무이한 존재처럼 군다거나…….
‘얘도 그런 부류구나. 예쁘게 생겨서는…….’
키네미아는 중2병이 온 애를 보는 듯한 시선에 조금 찝찝해졌다.
“그래도 해 봐. 혹시 알아? 대단한 능력이 잠재돼 있을지! 그 미친 악마를 제치고 리카샤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녀가 찡긋 윙크하며 말했다. 중2병 걸린 애한테는 이 정도 바람만 넣어 주면 해결이라는 투였다.
날 중2병 환자로 보는 건 그렇다 치고.
‘미친 악마……?’
에이얀? 키네미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쥬디스가 막무가내로 마력 기계 위에 키네미아의 손을 올렸다.
“자자- 먼저 눈을 감고, 긴장 풀고, 힘을 모아서 쏟아붓듯이.”
그 쏟아부을 만한 게 정말 없다니까…….
“대단한 힘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니까?”
이내 체념한 키네미아가 그녀의 말에 따라 눈을 감고 긴장을 풀었다.
그러고는 뭔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아니, 없는 게 분명한 힘을 불어넣는 시늉을 했다.
그때였다.
“오래 기다렸겠구나. 미안하다.”
“탑주님!”
벤자민을 지옥에 밀어 넣고 돌아온 울프만이 어느새 키네미아 옆으로 와 있었다.
“오, 쥬디스. 간만이로구나. 올해도 신입 모집하느라 혈안인 모양이지?”
“힘내고 있습니다! 저의 이런 열정을 내년 예산 배정에 반영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그게 어디 내 소관인가.”
허허, 웃으며 책임을 피하는 울프만의 스킬에 쥬디스가 눈을 홉떴다.
“그런데 올해도 마력 적성이니, 뭐니 하고 있는 것이냐?”
“예.”
쥬디스가 마탑주의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울어 볼까 고민하는 차였다. 울프만이 마력 기계를 넘겨받고는 구 안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말했다.
“이거, 코어가 깨졌는데?”
“……예?”
그녀가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정말 깨졌네……?”
“한두 번 실패할 수도 있지. 개의치 말거라.”
울프만이 자상하게 쥬디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
코어가 깨져? 실패? 나 같은 천재가 그럴 리가 없는데?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분명히 작동하는 걸 방금까지 확인했는데.’
코어는 마력을 마력 기계를 구동할 에너지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었다.
특히 이건 신입의 혈기를 감당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으로, 웬만한 마력으로는 깨트릴 수 없게 설계돼 있었다.
게다가 자신은 신입이 끌어 올린 마력의 ‘마’조차 느끼지 못했는데, 코어가 깨졌다고?
쥬디스는 그사이 울프만과 함께 정원을 떠나는 키네미아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혹시 내가 모르는 과부하라면……?’
마탑주가 직접 맞이할 정도면 정말 어마어마한 신입일 수도 있다.
‘난 특별해’ 병에 걸린 게 아니라, 정말 특별한 인물일 수도 있다는 뜻.
‘게다가 예뻐! 엄청나게!’
어마어마하게 강하고 예쁜 신입? 얼굴마담으로는 아주 딱이었다.
쟤가 치맛자락 살랑이면서 우리 부서로 들어오라고 홍보만 해도, 홀린 듯 들어올 멍청이가 두 다스는 될 것이다.
사실 기술 개발부는 마탑 제일의 기피 부서였다.
마법은 화려한 이펙트와 눈뽕이 최고라는 허영심.
기술 개발은 마력이 낮은 자들도 할 수 있는 분야라는 홀시.
그리고 무엇보다도 폐쇄적으로 이어져 왔던 마탑의 기조 탓에 개발한 기술을 마탑 내에서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이었다.
마탑의 마법사라고 하면 다들 ‘오, 굉장한 사람이군!’이라고 생각하지만, 마탑의 기술 개발부라고 하면 다들 ‘주술사인가?’ 이런 얼굴이 되곤 했으니까.
그러니 신입 모집은 매년 기술 개발부의 최우선 과제였다.
‘스카우트한다! 어떻게든……!’
그녀가 마력을 끌어 올려 곧장 기술 개발부로 이동했다.
* * *
울프만은 키네미아를 응접실로 안내했다.
“마탑은 오랜만이지? 언제든 괜찮으니 자주 놀러 오렴.”
“공사다망하실 텐데 기별도 없이 찾아와서 죄송해요.”
“바쁘지 않으니 괜찮다. 나도 마침 적적하니 말동무가 필요한 참이었어.”
키네미아가 화려한 소파에 앉아 응접실을 구경할 동안 울프만은 찻잔과 다기를 소환해 차를 우렸다.
“그래, 마탑에는 무슨 일이니? 보아하니 할아비와 놀아 주러 온 건 아닌 것 같은데.”
“아…….”
키네미아가 찻잔을 건네받으면서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말했다.
“혹시 여의치 않은 이야기라면 듣고 웃어넘겨 주세요.”
네 얘기라면 뭐든 괜찮다고 말하려던 울프만은 키네미아의 진지한 눈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마탑과 마력 기계 교역을 하고 싶어요.”
“마력 기계를? 흠…….”
울프만이 찻잔에 설탕을 넣고 수저로 휘휘 저으면서 말을 줄였다. 그는 키네미아에게 주술사들이 가진 독점권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이를 알아차렸는지 키네미아가 덧붙였다.
“주술사들이 가진 마력 기계 생산 독점권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교역을 하고 싶다고? 아, 개인적으로 구매하고 싶다는 뜻이라면…….”
“그게 아니라…… 제가 그 독점권을 뚫을 방법을 하나 알고 있거든요.”
찻잔을 젓던 울프만의 손이 뚝,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