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107)
EP.108) 밀실 # 4
108 – 밀실 # 4
미르나가 자신의 가슴을 만져도 좋다고 내게 허락했다.
내가 말했지만 솔직히 “와, 이걸 허락해주네.”라는 놀라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놀라고 있기 보다는 미르나가 마음을 바꾸기 전에 얼른 기회를 물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나는 미르나의 등 뒤로 가서 그녀의 몸을 내게 살짝 기대어 앉게 한 후에 천천히 손을 뻗었다.
“조물의 창조주님, 그분의 의로서 저를 정결케 하시고….”
내가 미르나의 가슴을 향해 손을 움직이는 동안, 미르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기도문을 읊었다.
자신이 하는 행위에 대한 회개라도 하려는 걸까?
나야 아무래도 좋아서, 그녀의 블라우스 위로 그 동그랗게 부풀어 올라 있는 가슴을 마침내 움켜쥐듯 붙잡았다.
스르륵.
주물, 주물.
말랑한 것이 옷에 감싸여 있는 감각이 꽤 좋다. 맨 살로 만졌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는데 그건 지금의 내게 있어서 욕심이지 않을까?
“제가 음침한 골짜기에 뉘여도 두려워하지 않는 까닭은 오직 불꽃같은 눈초리로 지켜주시는 조물자의 위광과 영광의….”
미르나의 입에서는 높낮이 없이 평탄한 기도문이 계속해서 읊어지는 상태. 마치 주문을 외워 마음의 결계라도 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이 행위에 있어서 결코 음란한 마음이 없으니 나 혼자서 알아서 잘 만져봐라-같은 느낌도 있다.
주물주물.
나는 그런 미르나의 가슴에 원을 그리듯 빙글빙글 주물러봤다.
단순히 손을 쥐락펴락하는 것보다 가슴을 전체적으로 마사지하듯 주물러주는 것이 더 야릇한 느낌으로 다가왔으니까.
“읏-.”
그때 미르나의 입에서 기도문이 끊겼다.
이제 보니 그녀의 목은 손바닥으로 찰싹 얻어맞은 것처럼 뜨겁게 달궈져 있고, 은빛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귀도 토마토처럼 발갛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나는 입술로 그녀의 귀를 살짝 물어봤다.
“아으읏….”
그것으로 내게 안겨 있는 미르나의 몸이 바르르 떨리며 경련하는 것이 느껴졌다. 미르나는 귀가 성감대인가?
나는 그녀의 귀를 입술로 앙 물거나 혀로 슬금슬금 핥으며 손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그녀의 가슴을 매만졌다.
그럴수록 내게 안겨 있는 미르나의 몸은 따끈따끈한 찐빵처럼 체온을 높이고, 입에서는 기도문 대신 뜨거운 숨결들을 내뿜었다.
“하늘의, 왕좌와…, 읏, 상급…, 흐으….”
나는 내친 김에 미르나의 목덜미와 그 어깨의 능선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그녀의 얇은 도자기 같은 몸을 내 부드러운 입술로 만지자 미르나는 가슴을 만지고 있던 내 손등을 꽉 붙잡는 지경에 이른다.
“으으으….”
내가 지닌 직업 호색한 덕분에, 나는 그녀의 몸 뒤쪽 목덜미와 귀 등이 그녀의 성감대라는 걸 빠르게 파악할 수가 있었다.
이곳을 이대로 만져주며 자극하는 것도 좋겠지만, 미르나를 공략하려면 그녀의 몸보다 더욱 집중하여 공략할 곳이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바로 마음이다.
나는 그래서 미르나를 향해 물었다.
“혹시 미르나 님께서도 욕정을 느끼고 계시나요? 몸이 무척 뜨거워지셨는데요.”
“누, 누가 욕정을 느낀다는 거죠? 제 마음은 언제나 물결처럼 고요하고 경건한 신앙으로 평온한 상태입니다. 태오 가스펠, 당신같이 허울뿐인 종교인과는 달라요.”
비록 옷 위라고 하더라도 내게 가슴을 주물러지며 몸을 떨고 있는 주제에,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어지간한 성녀 못지않았다.
이런 미르나를 점령해서 그 위에 내 깃발을 꽂게 된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몰락해버린 앙그마르의 원혼들도 기뻐하리라.
다만 나는 짐짓 그런 감정들을 숨기고 태연히 말했다.
“과연 경건하신 미르나님이십니다. 그럼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미르나 님의 마음에 음욕을 일으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소리겠군요.”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미르나의 목덜미와 귀 그리고 가슴을 만지는 것에 더욱 열중했다.
미르나가 말은 담담하게 했지만 그녀가 사람인 이상 나의 손길에 아무런 감각도 느끼지 못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후끈.
그런 나의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처럼 미르나의 목덜미에서는 어느덧 땀방울이 조금씩 스며 나오고 있었다.
나도 미르나도 흥분으로 체온이 오르고 있는 것인지 이 서늘했던 앙그마르의 던전 안쪽의 공기도 조금은 미적지근하게 달아오르는 기분이다.
“으읏….”
* * *
미르나 드레이코.
그녀는 신 앞에서 자신의 경건함을 자랑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신앙심을 가진 여성이었다.
그렇기에 남성을 모르고, 뭇 남성들 또한 그녀의 몸을 알지 못하게 만들었다.
성(性)적인 것은 곧 성(聖)적이어야 하는 것.
숭고한 언약으로 맺어진 혼례의 첫날밤에 정결 예식을 끝마친 신랑신부들로 하여금 비밀스럽고 조심하게 행해지되, 결코 흥분하거나 음란하게 행해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적어도 미르나 드레이코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의 삶은 언제나 성(性)적인 것과 거리를 두고 있었고 일절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동생인 나르미는 달랐던 모양이다.
밝고 쾌활하고 호기심 많았던 나르미는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런 나르미가 숨겨둔 책을 발견한 어느 날, 미르나는 머리칼이 곤두서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어째서 이렇게나 불경스러운 책이 있는 거죠…?
책 제목은 ‘프레이의 50가지 기도법.’
그 내용은 견습 수녀 프레이가 남성들만이 존재하는 수도원에 임시 청소부로 고용되어 벌어졌던 아주 경거망동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었다.
남자와 여자의 연애관계에 금욕적이고 보수적이었던 미르나는 거기에 적혀 있는 것들을 보며 자신의 눈을 믿지 못했다.
여성의 가슴이 아름다운 모양으로 부풀기 시작하는 것은 언젠가 자신의 아이를 먹이기 위함일 텐데. 어째서 그것을 아기가 아닌 다 큰 남성이 만지는 것일까?
문득 그때의 생각이 지금 떠올랐다.
왜냐하면 미르나는 그때 그날, 프레이의 일을 자신이 겪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스륵, 주물주물주물.
미르나의 등 뒤에 달라붙어 있는 남자는 어느덧 자신의 옷 사이를 파고들어, 맨 가슴을 손으로 주물거리고 있었다.
남성에게 가슴이 주물러지는 행위에 미르나는 자신의 순결과 신앙심이 흙손으로 더럽혀지고 있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으흣….”
하지만 쉽사리 저항할 수 없었던 것은, 그녀로서는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기이한 감각들이 매서울 정도로 미르나의 머리를 뒤흔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힘이 들어가지 않아.’
남자의 입술이 귀에 닿을 때마다, 그 뜨거운 입김이 귓바퀴를 적실 때마다 미르나는 자신의 허리부터 머리까지 무수한 빛 무리가 깜빡이며 내달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귀나 목으로부터 이런 감각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는 그녀의 스무 살 남짓한 삶에 있어서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다.
그러다 남자의 손길이 미르나의 가슴 그 예민하게 서 있는 무언가를 슬쩍 건드렸을 때였다.
“아흐응….”
미르나는 자신의 입에서 뜻하지도 않은 소리가 튀어나온 것에 스스로 깜짝 놀라 입을 막을 뻔했다.
자신이 냈다고는 생각되지도 않을 만큼 이상야릇하고, 불경한…, 마치 나르미가 몰래 숨겨놓았던 서적들에서나 흘러나올 법한 소리였다.
그러한 소리들이 신의 경건함을 더럽히기 위해 과장된 묘사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제로 미르나 자신이 그런 소리를 내보니 그것이 전부 거짓말이 아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으읏, 흐응, 흐으읏….”
다만 그런 음탕한 소리를 내는 걸 누군가 듣는 것은 미르나의 고고한 자존심과 신앙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다행히 바보 같은 반요정은 자신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신음을 듣지 못하고 있는 상황.
미르나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기도문을 읊기 위해 머리를 쥐어 짜봤다. 하지만 평소에는 그렇게 떠오르는 구절도, 말씀도, 진언도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몸을 훑는 남자의 손길과 입술만이 머릿속에 생생한 감각으로 더욱 커져갈 뿐.
그때서야 미르나는 이해할 수가 있었다.
이것은 정말 위험한 것이다.
스르륵.
그때 남자의 손이 자신의 허벅지 사이로 파고드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것만으로 미르나는 번개가 내리친 것처럼 짜릿짜릿한 전류에 감싸여 몸을 떨었다.
“응하으앗…!”
파르르, 파르르.
미르나 드레이코는 자신의 몸이 마치 공중으로 붕 떠오른 것만 같은 감각을 느껴야만 했다.
다리와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리고, 허리위의 모든 것이 높은 곳을 향해 두둥실 떠오르는 것만 같은 기이한 감각.
‘머, 멈춰야 해-.’
미르나는 그때서야 자신이 발을 들이면 안 되는 곳으로 너무 와버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신앙심과 지금까지 지켜왔던 모든 것들이 송두리째 뒤바뀌어버릴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쉬이 입이 벌려지질 않았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미르나도 이 밀실에 갇혀서 죽는 것은 아닐까 두려웠다. 내일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평생 결혼도 못하고, 가정을 이루지도 못하고, 아이를 낳지 못하고, 남자를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생겼다.
그런 마지막에 이런 기분을 알게 된다니.
미르나로서는 도무지 쉽게 멈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 이제 그만-. 그 이상부터는, 저희가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오직 결혼한 사람들에게만 허락 되는, 숭고한 의식같은 것이에요.”
미르나는 당당히 말했다.
그러자 남자가 가볍게 말했다.
“그럼, 여기서 결혼하죠.”
* * *
미르나는 내가 슬쩍 옷 속을 파고 들어가 맨 살의 가슴을 주물주물거려도 거부하질 않았다. 계속되는 애무에 정신이 없었던 탓이겠지.
그래서 나는 혹시 이것도 가능한가-싶은 마음으로 그녀의 하반신으로 손을 뻗었다. 젖은 속옷의 질감 아래로 살짝 도드라지게 느껴지는 무언가를 스쳤다고 생각된 그 순간.
파르르, 파르르르.
심각하게 몸을 떨면서 “앗, 아앙, 아읏.”하고 신음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나는 덜컥 겁을 집어먹게 됐다. 내가 분위기에 타올라서 큰 실수를 해버렸구나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미르나가 곧 정신을 차리고는 무어라 중얼중얼 거렸다.
“이, 이제 그만-. 그 이상-, 해서는-. 결혼한 사람-, 것이에요.”
뭐라는 거지.
헐떡이는 소리 때문에 내 예민한 요정의 귀로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대략 유추해 보자면 앞으로의 일은 결혼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뭐 그런 것이겠지?
그래서 나는 미르나에게 말했다.
“그럼, 여기서 결혼하죠.”
“힝, 흣, 핫…!”
내 말에 미르나는 감기 앓는 강아지처럼 괴상한 소리를 냈다. 내가 알아듣지 못한 소리인가 싶었는데, 그냥 이상한 소릴 낸 게 맞는 것 같다.
스르륵.
나는 미르나 드레이코의 어깨를 돌려 그녀와 마주했다.
어쩐지 촉촉한 우수에 젖은 그 붉은 눈동자. 얼굴은 붉고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울상이다.
나는 그런 미르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미르나 아가씨, 제 아내가 되어주세요. 이건 진심입니다. 같이 가문을 부흥시켜요. 저는 그걸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자신이 있습니다.”
“…….”
미르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주변을 슥슥 둘러봤다. 그러다가 마치 변명거리라도 찾은 것처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게 아닌가?
“나르미에게 허락을….”
“나르미 아가씨가 아니라, 저는 미르나 님께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제게…?”
“그래요. 지금 제 앞에 있는 건 나르미 아가씨가 아니라, 미르나 님이시니까.”
멋진 코끼리도 보물 상자도 없는, 초라한 프로포즈였다.
하지만 미르나는 이리저리 불안하게 눈을 움직이다가, 스르륵 눈을 감고 마치 각오라도 한 것처럼 내게 물었다.
“정말, 가문의 부흥을 위해. 저와 함께 무슨 일이든 힘써주실 수 있나요?”
“네.”
그 가문은 앙그마르 가문이지만 말이지.
물론 그런 이야기는 입 밖으로 내질 않았다.
“…….”
미르나는 내 각오에 감동한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스르륵.
나는 천천히 미르나의 어깨를 밀어 그녀를 바닥에 깔아둔 나의 앙그마르 로브 위에 눕혔다.
횃불들의 아래로 비춰지는 미르나의 몸은 떨리고 있었고.
나도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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