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108)
EP.109) 밀실 # (막간)
109 – 밀실 # (막간)
“미르나 아가씨, 그럼 옷이 더러워질 수 있으니까 벗기도록 하겠습니다.”
스륵, 스르륵.
혹시라도 미르나가 안 된다고 거절하면 어쩌지 싶어서 가슴이 정말 몹시도 쿵쾅거린다.
하지만 다행히 미르나의 블라우스가 벗겨지고, 하얀 속살이 다 드러날 때까지도 그녀는 나를 멈추게 하거나 제지를 해오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얼굴 앞에서 교차시킨 두 팔로 눈을 가리고 있을 뿐.
부끄러운 모양이다.
신기하구만.
확실히 특수한 상황이라는 게 있긴 한 가 봐.
흔들다리 효과 같은 것 말이야.
나와 같은 고아 평민이 귀하게 자란 귀족 아가씨와 결혼을 약속하게 될 줄이야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그것도 다 이 밀실 덕분에 가능한 것일 테지.
밀실에 갇혀버린 남녀.
그런 철없는 망상이 지금 실존하여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으으-.”
내가 그녀의 속옷을 막 벗기고 있는 그때 미르나 드레이코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교복의 치마 아래로 젖은 팬티가 끌어내려지는 감각이 꽤 불쾌했던 모양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의 몸을 오랫동안 애무하고 관찰하고 싶었지만, 사실 미르나가 지금 내린 판단과 행동의 결과는 모두 ‘불안정한 멘탈’이라는 것에 의한 일.
미르나가 언제 정신을 차려 말을 바꿀지 모르기 때문에 나는 흡사 조급한 동정처럼 그녀의 다리를 좌우로 살짝 벌리고 그 사이에 허겁지겁 내린 내 바지 사이의 물건을 밀어 넣기 바빴다.
“여, 역시 그만-.”
질걱.
“으아으읏-!”
미르나가 황급히 말리려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이미 30분 넘게 그녀의 가슴과 목덜미를 핥고 쓰다듬었던 게 도움이 됐는지.
그녀의 비좁은 질구사이로 내 물건이 머리부터 기둥 중간 부분까지 수월하게 진입했다.
쑤거억.
“으윽…!”
물론 처녀답게 비좁은 느낌이 상당히 컸지만 이미 찐득하게 젖은 점막이 나의 물건을 꽉 무는 감촉은 상당히 기분 좋은 것이다.
조금 더 느긋하게 감상할 여유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윽, 하아, 지금, 멈추라고-. 멈추라고 말했는데….”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는 것처럼 말을 바꾸는 미르나 드레이코. 하지만 나는 그녀의 몸 위에 내 몸을 포개며 물건을 뿌리 끝까지 더욱 힘차게 밀어 넣었다.
“윽!”
“이제 무를 수 없어요, 미르나 아가씨. 아가씨의 순결은 이미 더럽혀진 것입니다.”
종교인에게 있어서 순결이란 상당히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
과장된 표현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때때로 ‘목숨’이라는 것과 동일 시 될 정도다. 그러나 그것을 잃은 이상은 의미가 없다.
포기해라.
나는 그런 느낌으로 미르나 드레이코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주었다.
“이로서, 저와 미르나 아가씨는 정말 부부가 되었네요.”
“…….”
미르나 드레이코는 아무런 말도 안했다.
그저 어딘가 망연자실한 느낌으로 축 늘어져서 생기를 잃을 뿐. 자신이 순결을 잃은 여자가 되었다는 것이 그리도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나 같이 족보도 모를 평민에게 더럽혀진 것에 현자타임이라도 느끼고 있는 것일지도.
문득 나는 지금 내 정체를 밝히면 미르나의 태도가 어떻게 변할지 무척 궁금해졌다.
물론 아직은 밝힐 때가 아니겠지.
수걱, 수걱, 지걱.
나는 미르나의 질내에 깊숙이 박아 넣었던 물건을 천천히 움직였다.
출렁, 출렁.
흔들거리는 가슴을 보고 싶었던 나는 그녀의 속옷을 걷어 올리고 예쁜 가슴을 드러냈다.
크기는 엘가보다 작지만 모양도 균형도 물방울처럼 예쁘게 잡혀 있는 가슴이었다. 유륜은 작은 편이고 그 색깔은 옅은 분홍빛이다. 순결한 느낌.
기왕이면 보지도 어떻게 생겼나 보고 싶었는데. 그랬다간 가드가 급작스럽게 올라간 미르나가 관계 자체를 거절할 것만 같아서 그러지 못했다는 게 아쉬웠다.
찰팍, 찰팍.
미르나의 허벅지 사이에 내 물건을 찔러 넣으며 나는 그녀의 가슴을 양 손으로 주물럭거렸다.
“미르나 님의 몸, 너무 기분이 좋아요.”
내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미르나의 몸은 눅진눅진하게 내 물건을 물어와서 금방이라도 사정해버리고 말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미르나는 그저 옆으로 시선을 흐린 채 어딘가 허탈하고 처량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다.
“…빨리 끝내기나 하세요.”
별로 감흥이 없나?
기왕이면 서로 같이 기분 좋아지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그래서 나는 미르나의 기분이 좋아지도록 하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는 그녀의 허벅지 사이, 내 물건을 물고 있는 질구의 위쪽 도드라진 무언가를 슬쩍슬쩍 검지로 튕기듯 쓰다듬었다.
“윽, 흐읏-.”
그러자 방금까지 아무런 내색도 안하고 있던 미르나의 몸에도 조금은 움찔거리는 반응이 일어났다.
질내도 움찔움찔 더 조여 오는 걸 보면 그녀 또한 성적인 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명확해 보인다. 단지 파과의 충격으로 외면하고 있었던 것뿐이겠지.
질걱, 찌걱. 찌걱. 쑤걱, 쑤걱. 찌걱.
나는 얼른 미르나의 안에 내 정액을 뿌리고 싶었다. 그녀의 안에 빨리 질내사정을 해서 임신을 시키고 싶어진 것이다.
“미르나 아가씨, 이제 저희는 부부가 된 거 맞습니까?”
“…….”
이번에도 미르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 아이를 낳기 싫은 건가?
이 결혼을 무효로 돌리고 싶은 모양이겠지.
싫어하는 사람한테 억지로 아이를 낳게 만들고 싶지는 않은데. 나는 자신이 원해서 내 아이를 갖고 키우도록 만들고 싶으니까.
내 계획에 있어서는 그녀들 스스로 내 아이를 낳고 싶어 한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미르나의 얼굴을 향해 몸을 포갰다.
그리고는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겹치고 혀를 내밀어 그녀의 입 안을 찌른다.
츄릅, 츕.
어서 나를 허락해.
다만 미르나는 내 입맞춤에 그리 호응하질 않았다.
“…….”
입을 꾹 다물고 저항하듯 행동할 뿐.
어떻게 미르나를 범하기 이전보다 그녀와 내 사이가 더 멀어진 기분도 든다.
미르나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는 이제 미르나의 신랑이 되었는데. 이렇게 뾰루퉁해 있어봤자 이미 일어난 일을 돌릴 수는 없다는 걸 모르는 걸까?
나는 미르나에게 그것을 각인시켜주기 위해, 누가 자신의 위에 올라타 있는 것인지 확실히 깨닫도록 만들어주기로 했다.
“고아로 살아온 제가, 고귀한 드레이코 가문의 아가씨와 맺어질 수 있다니. 그야말로 꿈만 같네요. 이 가슴도, 입술도, 이제 전부 제 것이라는 소리겠죠?”
“…….”
* * *
남자가 자신의 몸 위에서 헐떡이고 있다.
“고아로 살아온 제가-. 고귀한-. 아가씨-. 입술도-. 전부 제것-.”
무어라 말을 걸어오기는 하는데, 그저 헐떡이는 숨소리에 뭉뚱그려질 뿐이다.
솔직히 말해서 미르나는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순결을 잃고, 끝없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충격. 하면 안 되는 짓을 얼결에 허락해버리고 말았다는 죄책감.
그리고 자신의 배 위에서 헐떡이고 있는 남자가, 자신이 알던 어리숙한 반요정과는 다른 무언가로 변모한 것만 같은 공포감마저 느꼈다.
남자로부터 일종의 ‘악의’와도 같은 무언가를 느꼈다고 해야 할까.
잘은 모르겠지만, 명백히 이 남자는 자신을 파괴하는 것에 희열과 쾌감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방금 전까지의 허술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져버렸다니.
그때서야 미르나는 이 남자가 사람들에게 있어서 무엇으로 불리고 있는지 새삼스럽게 깨닫게 됐다.
요승(妖僧).
그런 별명이었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이상했다. 남성을 멀리했던 자신이 어째서 이 남자에게 만큼은 가까운 거리의 접근을 허락한 것인지-.
이 남자의 이야기가 어째서 자신의 귀와 머리에 선명히 들려왔던 것인지.
밀실.
남자의 애원.
그렇게 생각하니, 마치 자신이 누군가 정교하게 짜놓은 함정에 걸린 것만 같아서 지금 이 상황에서 달아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이미 미르나 그녀 자신의 순결은 더럽혀졌다. 자신의 여동생인 나르미와는 상의하지도 않고, 멋대로 몸을 허락하고 말다니.
평소의 그녀라면 하지 않았을 일이 분명했다.
무언가 잘못된 것 같아-.
그렇지만 이제 와서는 어찌할 방도가 없어서, 그저 이 기묘한 타락의 현장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뿐.
앞으로 이 정체 모를 남자와 영원히 부부로서 살아갈 수 있을까-. 아니, 미르나에게는 그럴 자신이 없어졌다.
읏-.
그때 남자가 파르르 몸을 떨었다. 나르미의 책을 훔쳐봤던 경험이 머릿속에 슬며시 떠오른다.
사정을 한 것이구나.
이제 끝인가.
다만 미르나의 생각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남자가 물건을 꺼내서 바깥에 사정을 했다는 것이었다.
“…….”
“…….”
남자도 미르나도 더는 말이 없었다. 그저 말없이, 벽에 등을 기대고 웅크려 앉을 뿐. 미르나는 새하얀 로브에 얼룩진 핏방울을 슬며시 내려봤다.
그때서야 비로소, 약간의 싸르르한 아픔들이 미르나의 아랫배를 욱신욱신 공격하기 시작한다.
일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자 비로소 멈춰 있었던 감각과 감정들이 휘몰아치듯 몰려온 것.
“읏-.”
생각보다 아팠다. 하지만 그것 이상의 감상은 없었다. 자신이 평생토록 지켜보고 있었던 순결이라는 건, 의외로 아픔 외에 별 거 없었구나.
그런 감정이 듬과 동시에 문득 하나의 궁금증이 생겨났다.
“어째서 바깥에…?”
스륵.
그에 남자가 벽에 등을 기댔다.
“그야-.”
그리고는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문다. 그럼 기이하게도 미르나로서는 남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어지고 만다.
“그야, 원치 않는 아이가 태어나는 건 불행한 일이니까요.”
“…….”
“제가 잘 알아요. 저는 버려졌던 사람이니까. 분명 원치 않게 태어난 아이겠죠.”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싶다가, 그의 이름에 ‘가스펠’이라는 성씨가 붙어 있다는 걸 떠올렸다.
교단이 맡아 기르는 고아들에게 붙는 성씨. 그러한 이름을 가진 이들은, 대부분 불행한 삶을 살아간다. 이 남자도 그랬겠지.
남자가 말했다.
“미르나 아가씨, 아가씨가 저를 좋아하지 않으신다는 것 정도는 압니다. 저는 부모로부터도 버려진 몸이니까요. 누구도 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은 없겠죠.”
“그건….”
“어쩌면, 제가 세상에 태어나지 않길 바랬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버렸겠죠. 만약 여기서 미르나님과 제 아이가 생긴다면, 그 아이도 저와 똑같은 기분을 느끼겠죠.”
“…….”
미르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물론 남자는 미르나의 대답을 바라지 않은 것처럼 그저 덤덤하게 말을 끝맺을 뿐.
“결혼에 대한 것도 없었던 이야기로 하죠. 그렇지만, 오늘 있었던 일은 평생의 은혜로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미르나는 자신의 속마음이 전부 읽힌 것 같아서, 발가벗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미 반쯤 발가벗고 있긴 했지만, 그것보다 더, 마음의 모든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몹시도 부끄러운 기분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벗고 있는 것은 자신만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기분 나쁜 거짓말과 변명만을 일삼고 있었던 남자가 처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보여준 것만 같은 느낌.
단단한 껍질 안에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남자의 내면에는 상처받기 쉬운 토끼 같은 영혼이 웅크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영과 혼에 예민한 드레이코 가문의 영애인 자신이 하는 말이니 틀림없다. 하얗고 무구한 무언가가, 이 남자의 안에 있는 것이다.
다만 그것은 어딘가 덧없어서, 마치 이 세상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온 무언가처럼 금방이라도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미르나는 자신도 모르게 남자를 끌어안고 말았다. 그가 사라지지 않도록. 이 비좁은 밀실에 자신 혼자만을 남겨두지 않도록 말이다.
“태어나지 않아도 좋을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저희 모두, 위대한 뜻에 의해서 이 자리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니까. 분명, 당신에 대한 계획도….”
미르나는 그렇게 말하며 무언가 번뜩이는 것 같았다.
어쩌면 미르나와 이 남자의 만남은 정말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가족의 사랑을 모르는 이 남자. 그리고 가족을 모두 잃은 자신.
어쩌면 둘의 만남은 우주의 시작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고, 그것이 이 자리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분명 그럴 것이다.
모두에게 악인(惡人)이라고 불리우며 손가락질 받던 이 남자가 자신의 앞에 나타났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교화, 감화하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자 아까까지의 불쾌함은 사라지고 남자의 자그마한 등이나 떨리고 있는 어깨 같은 것이 무척이나 가엾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미르나는 자신도 모르게 남자에게 입을 맞추고 말았다. 그것으로 서늘하게 식었던 온기는 다시금 따뜻하게 달아오르기 시작해서-.
어느덧 미르나는 남자의 뒷목에 손을 얹고 자신의 몸에 포개지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슬쩍 다리를 벌려, 남성이 자신의 안으로 들어올 수 있게끔 마음을 열었다.
“미르나 님-.”
“괜찮아요. 부부니까.”
머뭇거리는 남자를 향해 미르나는 용기를 주기로 했다. 진심으로 그의 가족이 되어주고 싶었던 것. 마침내 남자의 팽창한 물건이 아랫배를 비집어 들어왔을 때-.
“흐윽.”
미르나는 정신없었던 첫 경험과는 격이 다른 감각에 몸을 떨게 됐다. 새삼스러운 통증이 머리를 뒤흔든 것이다.
그 감각을 잊기 위해 남자의 어깨를 꽉 붙들고, 다리로는 허리를 휘감아 남자의 몸에 아주 달라붙듯이 자신을 겹쳤다.
지걱.
“흐으, 으읏-.”
무언가 자신의 몸을 때려 박는 것 같은 통증에 새어나오는 신음.
그러자 남자는 무언가에 더 탄력이라도 받은 것처럼 힘을 내 미르나의 모든 것을 탐했다.
찌걱, 찌걱, 쭈븃 쯔븃, 찌걱 찌걱.
그의 굵은 무언가가 미르나의 안을 휘저을 때마다, 어느덧 통증은 희미해지고 아랫배로부터 온 몸을 간질이는 듯한 무언가가 몸을 적시기 시작한다.
“응, 흐읏, 항, 흐윽, 읏. 흐으읏-.”
온몸이 저릿저릿한 기분.
그야말로 구름 위로 붕 떠올라, 끝도 없이 솟아오르는 기분이었다.
이것이 성적인 쾌락?
기분 좋았지만, 한 편으로는 이런 건가…라는 약간의 실망감도 있었다.
오히려 성적이고 육체적인 쾌락보다 가장 좋은 점을 꼽아보라면 자신의 품에 안겨서 떨고 있는 영혼과 하나가 된 것만 같은 일체감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마음을 확인하고, 서로의 부족한 면이 서로 닿아 하나가 되는 그 일체감에서는 일종의 평온함마저 느껴졌다.
“미르나 님-. 금방, 금방 나올 것 같아요. 슬슬 손과 다리를 치워주셔야….”
“응, 흐으, 으읏. 괜찮아요. 안에 해도. 아기가 생겨도.”
즈뷱. 즈북, 찌걱.
자신의 몸에서 들리는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을 만큼 음란한 소리와 함께 몸 위에 안겨 있는 남자의 숨결이 크게 헐떡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잠시.
“읏-.”
남자는 등에 칼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무언가 뜨겁고 꿀렁거리는 마력이 자신의 아랫배로부터 넘쳐오는 감각, 동시에 힘을 잃은 것처럼 남자는 축 늘어져서 미르나의 몸 위로 엎어졌다.
이게 사정-?
미르나가 생각했던 것과는 어딘가 좀 달랐다.
남자의 절정은 마구 화가 나서 날뛰는 야생마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정적이고 고요한 것이구나-라는 감상 정도.
그러나 사정을 통해 미르나의 몸으로 넘쳐들어오는 마력은 꽤 순도가 높고 강력한 것이었다. 반요정의 정액이라 그런 걸까?
“…….”
한 바탕 사정한 남자는 미르나의 품에 안겨 새근새근 고른 숨소리를 냈다.
“자나요?”
그걸 보며 미르나는 약간 어이가 없어졌다.
뭐야, 진짜 자는 거야?
어쩐지 얄미워져서 볼을 꼬집어 봤는데, 마치 시체처럼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생각 이상으로 볼살이 죽죽 늘어나는 게 신기했다.
뭐 이렇게 볼이 늘어나지? 피부가 마치 아기 피부 같다. 늘어나는 느낌도 묘하게 중독성이 있어서 한참 잡아당기고 있기를 몇 분.
“아니, 이럴 때가 아니죠.”
미르나는 정신을 차리고는 남자의 볼을 놔줬다.
하긴, 이토록 마력을 내뿜은 것이니 정신을 잃는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았다.
이제 그만 깨워볼까 하다가, 문득 이 남자의 정체와 꿍꿍이가 궁금해진 미르나 드레이코는 양 손에 마력을 모아 남자의 머리를 양 손으로 붙잡았다.
암흑사제 9레벨에 달한 미르나이기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
마인드 스캔(Mind Scan).
그것을 사용하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평소 정신이 온전한 상대에게라면 사용할 수 없지만, 마력을 잔뜩 쏟아낸 남자가 잠에 빠진 지금이라면 깊은 심층까지 파고들어가는 것이 가능할 터.
그리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남자의 정신을 건드리는 것도 가능할지 모르는 일.
그래서 미르나는 남자의 자그마한 머리통을 붙잡고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그 순간, 놀라울 정도로 강력한 무언가가 미르나의 정신을 튕겨냈다. 그것은 일종의 정신방호였다.
“……?”
생각지도 못하게 튕겨 나온 미르나는 남자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기 위해 여러 번 반복했지만, 모조리 실패하고 말았다.
미르나는 곧 누군가가 남자의 머릿속에 강력하고 복잡한 정신방호의 주문을 심어두었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남자의 머릿속은 그야말로 이 비좁은 방보다 더욱 캄캄하고 어두운 밀실(密室) 그 자체였던 것이다.
대체 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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