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115)
EP.116) 말랑말랑한 포로 # 2
116 – 말랑말랑한 포로 # 2
건강한 여성의 몸은 대체로 곡선이 많다.
그것은 리오네스 가문의 영애인 엘가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장에서 실전을 겪어오며 자라온 여성답지 않게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가슴과 잘록한 골반, 탐스러운 엉덩이가 그 증거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이를테면 탄탄하게 단련된 배나 팔뚝 같이.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어디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지금부터 엘가의 몸을 구석구석 살펴볼 생각이다.
“일단 여기 누워보세요.”
“뭐, 뭘 하려는 거야…!”
나는 우선 손수건의 수갑에 두 팔이 묶인 엘가를 그녀의 침대 위에 눕혔다. 엘가는 쭈뼛거리긴 했어도 크게 저항해오지 않았다.
내 말을 듣지 않게 되었을 때 자신이 받게 될 ‘벌’이라는 것이 두렵긴 한 모양이다.
나는 그런 엘가의 두 손을 녀석의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덕분에 잘 조여진 팔에 감춰져 있었던 겨드랑이가 드러났다.
스륵.
나는 검지를 하나 들어서 엘가의 왼쪽 팔꿈치부터 상완근 그리고 겨드랑이를 향해 천천히 그어내렸다. 엘가의 몸은 따뜻하고 매끈매끈하고 부드러웠다.
“으으, 간지러워…!”
“이렇게 해도 간지럽나요?”
나는 겨드랑이를 쿡 찔러봤다. 그 속살은 마치 안으로 깊숙이 들어갈 것 같은 말랑말랑함이 있었다.
“소, 손 저리 치워…!”
다만 엘가가 자신의 겨드랑이를 만지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녀 말대로 손을 치워주기로 했다.
스르륵-.
덕분에 내 손이 이제는 엘가의 옆구리로 향했다. 탄탄한 옆구리를 스친 나의 손은 이내 그녀의 단련된 배를 매만졌다.
“으으으….”
엘가는 파르르 떨며 조금씩 몸을 움찔움찔 거렸다.
가슴이나 보지처럼 직접적인 성감대를 만지지 않고도, 그저 달아오른 몸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적인 자극이 가해지는 모양이다.
미르나의 귀와 목덜미를 자극해주며 어렴풋이 느꼈던 바지만 대체로 성기에 감각이 치중된 남자와는 달리, 흥분한 여자의 몸은 정말 어느 곳이든 성감대가 될 수 있는 듯하다.
「침착한 상황 판단!
재능 《침착한 사고》에 의해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모든 직업 경험치 + 5」
그렇구만.
나는 부드러운 손길로 엘가의 배와 옆구리를 계속해서 쓰다듬었다. 양 손으로 마사지하듯 배를 빙글빙글 문지르며 동시에 아래쪽 가슴을 슬쩍슬쩍 건드려본다.
“흐으, 흐으그….”
내 손이 움직일 때마다 엘가의 입에서는 뜨거운 숨결이 숨길 것 없이 세어 나왔다.
체온도 점점 높아지는 걸 보면 그녀의 몸이 점진적으로 흥분도를 높이고 있다는 걸 확연히 느낄 수가 있었다.
물론 구태여 언급할 필요 없이, 엘가의 허벅지 사이에서는 이미 방울진 애액이 주르륵 흘러내려 침대를 적시고 있는 상태였다.
주르륵.
사실 이대로 두 다리를 활짝 벌리고 물건을 삽입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나는 엘가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많았다.
어딜 어떻게 만져주면 좋아하는 지 또 무엇을 해야 엘가를 느끼게 할 수 있는지.
그래서 내가 느낀 점은 그냥 엘가는 내가 어딜 만져주든 쾌감을 느끼고 좋아한다는 점이다. 원래 밝히는 체질인가? 아니면 내가 만져주는 것이라서?
스륵.
나는 그녀의 허벅지를 살짝 벌려봤다. 덕분에 좌우로 벌어진 음순들 사이에서 농염한 애액들이 방울방울 흘러내리는 게 보였다.
손가락을 움직여 그 말랑하고 도톰한 보짓살을 좌우로 넓혀봤다.
“…앙…!”
당연하게도 엘가는 그 간단한 움직임에조차 몸을 파르르 떤다.
질척.
덕분에 내 손가락은 질척한 애액으로 아주 쉽게 젖었다. 그걸 엘가의 얼굴 가까이 보여주며 말했다.
“엘가님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변태 같네요. 이렇게 포로취급을 받으면서 느끼신다니.”
“…포로?”
엘가는 포로라는 단어에 반응했다.
아마 전장에서 포로와 노예들을 잔뜩 사로잡았던 경험이 있는 그녀로서는 나보다 포로의 처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탓이 아닐까?
잘하면 이 상황에서 좋게 이용할 수 있을까 싶어서 나는 얼른 말했다.
“엘가님은, 지금 제게 붙잡힌 포로인 것입니다.”
“크윽….”
물론 엘가는 분한 것처럼 얼굴을 붉히고는 토라진 듯 반대쪽으로 고개를 휙 돌려버릴 뿐이다.
“그렇지만, 포로로 잡혀놓고 이렇게 보지를 음란하게 적신다니, 엘가님은 변태에요.”
“보…뭐? 닥쳐! 그건, 네가…괴롭히니까 그런 거 아냐…!”
엘가는 자신이 음란하고 야릇하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듯했다. 평생 리오네스라는 대가문의 장녀로서 살아온 프라이드 때문일까?
귀족답게 ‘음란한 여자=옳지 못한 것’이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박혀있는 것 같기도 했다. 보지라는 단어를 따라 말하지 못하는 것도 엘가 나름대로의 정조관념 덕분일 테지.
“그럼, 전장에서 붙잡힌 포로들은 뭘 하나요?”
“…….”
“엘가님처럼 예쁜 포로들은 어떻게 되죠? 대가문의 영애를 사로잡은 적장은, 엘가님을 어떻게 하려고 할까요?”
“…….”
엘가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눈에는 바다같이 푸른 그 눈동자에 두려움이 섞이는 게 보였다.
* * *
엘가는 어린 나이부터 전장에 나섰다.
피와 살이 튀는 전장 말이다.
전쟁터에서 사람의 목숨이라는 것은 바람 앞의 촛불만도 못한 경우가 잔뜩 있었다. 다양한 이유로 죽고 쓰러진다.
당연한 일이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고 칼과 창, 방패를 들고 육박전을 벌이는 것이다. 거기에는 귀족들의 대결처럼 고상한 심판도 없고 룰도 없었다.
오직 상대를 죽여야 한다는 살의와 증오 그리고 생존본능이 가득할 뿐.
그런 상황에서 적들에게 생포당한 포로는 그 모든 원망과 증오를 받아내기에 아주 훌륭한 허수아비들이었다.
━마녀를 생포했다-! 마법사를 붙잡았다-!
━나쁜 년-! 너 때문에 내 동료들이 얼마나 죽었는데-!
특히 전장에서 붙잡힌 여성 포로들의 처우는 죽는 것만큼이나 끔찍한 경우가 많았다. 혈기 어린 병사들의 욕설과 여러 욕망들을 원색적으로 받아내야만 했으니까.
━죽인 만큼 낳게 해 주마…!!!
━싫엇, 싫어엇…!!!
죽인 만큼 낳게 한다─.
오랜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온 앙그마르의 여성 포로 대우법으로 인해 붙잡힌 여성들에게 기다리는 것은 끔찍한 나날 뿐.
━헤헤, 이 녀석 봐. 전장에서는 그렇게 날뛰더니. 이제 완전 순한 양이잖아?
━큿…! 죽여라…! 으읏….
━말은 그렇게 하면서, 너도 즐기고 있잖아.
엘가와 일기토를 벌였던 긍지 높은 여기사도, 야만의 대전사들도 여성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상 그 굴욕들을 견디지 못하고 망가졌다.
━헤으응…! 더 해줘…!
━그만해! 그만, 이제 더는 안 나와…! 누가 나랑 교체 해줘…. 이 마녀년…. 게엑….
문득 엘가는 두려움을 느끼고 마는 것이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패배하였을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 거지?
엘가는 대륙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유서 깊은 대가문의 영애. 그렇기에 몸값을 위해 건드리지 않고 고분고분히 가둬두고 잘 대접하는 경우도 있겠지.
하지만 전장에서 활약해온 리오네스 가문을 향해 이를 가는 사람들은 언제나 많았고, 그들의 증오가 엘가 자신을 덮쳐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래서 엘가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게, 더욱 포악하게 성정을 닦아 전장에 군림했다. 패배하면 그야말로 모든 걸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정말 철저하게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
누구보다 높은 곳에 올라가 모든 것을 도도하게 내려다보고 짓밟았던 엘가이니, 바닥으로 떨어지는 높이 또한 누구보다 높겠지.
그야말로 오싹한 소름이 끼친다.
실제로 엘가는 딱 한 번. 포로로 붙잡혔던 경험이 있었다. 대략 열두 살 정도였을 때 아직 가문의 무구조차 들지 못했던 풋내기 시절.
엘가를 붙잡았던 남쪽의 자작은 엘가를 포로로 삼다 못해 자신의 아내로 삼으려고까지 했다.
━내가 준비한 드레스가 무척 잘 어울리는구나.
━나를 놓아줘! 몸값이라면, 우리 아버지가 지급해줄 테니까!
━몸값? 필요 없어.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니까. 리오네스의 피가 섞이면, 우리 볼디모어 자작가도 이제 승승장구겠지. 흐흐흐-. 그보다 정말 열 두 살 맞아? 무슨 가슴이-. 켁-!
━저리 꺼져!
━흐엑, 엑! 흐-. 무슨 계집애 주먹이 이리…. 어린 계집애라도 리오네스 가문이라 이건가? 일단 기력이 떨어질 때까지 방에 가둬 놔! 먹을 것도 주지 말고!
━이거 놔! 죽여버리겠어!
물론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리오네스 가문의 병력이 볼디모어의 성을 점령해 돌멩이 하나 남기지 않고 불사질렀으니까.
그 이후로 엘가는 절대 포로로 붙잡히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었다.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문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일이기도 했으니….
“엘가님, 엘가님은 제 포로입니다. 아시겠어요?”
그런데 지금 엘가 자신이 포로로 붙잡혀 있는 것은 어째서일까. 엘가는 머릿속이 그만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그런 엘가를 향해 얼굴에 어둠을 드리운 남자가 계속해서 말했다.
“엘가님과 리오네스 가문은 제 가문을 몰락시킨 원수. 그 원수를 붙잡아 포로로 삼은 것입니다.”
가문을 몰락시킨 원수?
그때서야 엘가는 남자가 누군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자신의 가문이 무너뜨린 수많은 적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복수의 불꽃이 피어오르지 않게, 가문을 멸문시킬 때는 어린 아이 하나 남기지 않고 없애는 것이 리오네스 가문의 모토일 텐데.
사자들은 상대의 새끼마저 철저하게 물어죽이니까.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자라나 언젠가 자신의 목덜미를 물러올지도 모르니까.
“이제 정말 가문의 원수를 갚을 시간이 온 것입니다.”
실제로 남겨두었던 씨앗이 자라나 자신을 포박했다. 내가 언제 패배한 것이지? 전쟁이 있었나? 엘가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
달아나고 싶었으나 어째선지 머리 위로 치켜 올라간 손은 강렬한 쇠사슬 같은 것에 묶인 것처럼 떨어지질 않았다. 목에도 목줄이 걸려 있다.
대체 뭐지!?
그때 남자의 손이 엘가의 허벅지를 천천히 훑기 시작했다. 그 손길은 마치 독니를 날카롭게 세운 뱀이 기어 올라오는 것만 같아서 무척 끔찍한 것이다.
엘가는 저항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만….”
다만 어째서인지 전장을 호령하던 때의 그 우렁찬 목소리는 온데간데없고, 갓 태어난 새끼양 같이 볼품없이 떨리는 소리만 입술 바깥으로 새어나올 뿐.
팔 다리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만, 그만해…!”
“말로는 싫다 하지만, 보지는 잔뜩 젖었잖아요. 사실은 강제로 해주는 게 좋죠?”
“뭐? 무슨 멍청이 같은 소리야-! 그만하라고-! 내가 누군 줄 알아?”
“알죠, 엘가 아가씨 아니신가요. 위대한 가문의 장녀. 전장의 꽃.”
“나, 날 건드리면 몸값은 못 받을 텐데! 내 아버지가, 널 죽일 걸!”
“몸값…? 아, 저는 몸값 같은 거 필요 없어요. 저는 엘가님의 몸 그 자체가 목적이었으니까.”
“히으으…!”
엘가는 몸을 버둥거리며 저항하려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자신의 손은 꽁꽁 묶여서 고정되어 있고, 자신을 짓누르는 남자의 완력은 생각보다 강했다.
“저항하면 귀찮아지니까, 후배위로 하죠. 이편이 더 진짜 포로같고 좋죠?”
남자는 엘가를 뒤로 뒤집은 후에, 엉덩이를 하늘로 높이 솟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엉덩이 사이를 향해 무언가 두껍고 뜨거운 것을 질꺽질꺽 문지르는 것이다.
“으읏, 응…! 그으읏.”
“이미 잔뜩 젖어서, 더 애무할 필요도 없겠어요.”
그것은 파멸이었다. 성문을 밀고 들이 닥쳐오는 멸망이란 말이다.
“자, 이제 아기를 잔뜩 낳는 겁니다. 몰락한 가문을 부흥시키려면, 엘가님이 분발해주셔야 해요.”
“싫어…! 싫어어…!”
엘가의 몸이 오싹오싹 떨렸다. 그렇게 저항도 못하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엘가를 향해 남자가 천천히 자신의 몸을 겹쳤다.
곧 무언가가 자신의 내부를 꿰뚫고 들어오는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질꺽.
“으, 역시 체온이 높네요.”
“으으읏…!”
엘가의 머릿속은 그야말로 하얗게 변했다. 뒤통수가 저릿저릿하고, 온몸의 핏기가 끓어오르는 것처럼 허리가 휘어진다.
그러나 그런 엘가의 상태야 아무래도 좋다는 것처럼 남자는 자신의 허리를 열심히 튕기기 시작했다.
쯔북, 쯔북, 찰팍찰팍, 찌걱찌걱, 쯔북-.
마치 포로를 다루는 것처럼, 암캐가 수캐에게 덮쳐지듯이 원색적으로 허리를 움직이는 것.
“엘가 님, 좋은 것만 먹고, 좋은 것을 입고 살아오셨을 텐데. 결국 저와 같이 노예였던 남자에게 포로로 붙잡혀 덮쳐지는 기분이 어떠신가요?”
남자가 헐떡이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찌걱, 찌걱, 찌걱.
뒤에서 덮쳐오는 남자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자신의 몸에 꽂혀서 안을 후벼내고 있는 남성기 또한 점점 더 크기가 커져가는 것만 같다.
엘가는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라인하르트 경이 이 모습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열심히 키운 딸이, 비천한 노예출신에게 덮쳐지고 있다니….”
“흐읏, 으응, 으읏, 흐으…! 그만, 그만해…! 죽여, 차라리 죽여 줘…!”
“동생인 리차드 군이 누나의 진실을 알면 슬퍼하겠어요. 누나가, 몰락한 가문의 아이를 임신해서 낳아 기른다면-.”
“으으, 흐으윽….”
엘가의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눈물이 펑펑 나와서 얼굴에 주륵주륵 흘러내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팡팡팡팡-.
자신의 엉덩이를 때려 박는 듯한 감각에 아랫배는 움찔움찔. 그야말로 격렬한 행위의 연속에 엘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수욱.
그때 남자의 손이 엘가의 배 쪽에서 올라왔다. 남자는 엘가의 가슴을 양손으로 각각 움켜잡고 멋대로 젖꼭지를 잡아당기거나 했다.
말랑말랑 주물주물.
“완전 아기를 낳기 위한 몸이네요.”
이렇게나 난폭한 취급이라니.
엘가는 몹시도 굴욕을 느껴서 그만 죽고 싶어졌다. 그러나 몸은 어째선지 오싹오싹할 정도의 쾌감을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뜨리는 것이다.
“이렇게 야한 몸으로 전장을 누비셨다니. 엘가 님을 상상하며 자위한 병사들도 많겠죠? 그야, 다들 혈기왕성한 남자들이니까.”
“흐으, 윽, 흐응, 으응, 으읏.”
남자는 엘가를 무너뜨리고 겁탈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엘가의 마음을 집요하게 공격하여 절망으로 이끌려고 했다.
그 혀는 마치 빈틈을 파고드는 뱀 같아서 엘가의 마음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공격하고 있었다.
그 어떠한 기사도, 야만인도, 군인도 엘가에게 이렇게 날카로운 공격을 해온 적은 없는데 말이다.
“엘가님은 아이를 임신하게 될 거에요. 리오네스 가문의 장녀가 원수의 아이를 낳는다니. 그것만큼 통쾌한 일도 없겠죠.”
기묘한 마력을 담은 남자의 목소리에 엘가의 머릿속에는 원수의 아이를 갖게 된 자신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너는 리오네스 가문의 수치다. 너는 이제 내 딸이 아니야.
━제 누이라고도 할 수 없겠네요. 차라리 자결을 하지 왜 그렇게 굴욕적이게 살고 있나요?
패배자에게 가차 없는 리오네스 가문은 자신을 버릴 것이다.
“싫어…! 안에, 안에 싸지 마…! 변태 새끼야…!”
“싫어요. 안에 쌀 거에요.”
“개새끼, 죽여 버릴 거야…! 그만, 그만 해…!”
엘가는 저항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남자의 허리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고 그 숨결 또한 더욱 거칠어지고 있었다.
포로로 잡힌 여자의 저항이 남자를 더욱 기쁘게 만든다는 것쯤이야 이미 많이 봐서 알고 있었다.
‘차라리 자결하지. 아니면 즐기든가.’
엘가는 포로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지만, 막상 자신이 겪어보니 그게 얼마나 무책임한 생각이었는지 알게 되는 것이다.
역시 죽는 건 무섭다.
그리고 이런 굴욕적인 것을 즐길 수 있을리 없다.
“흐, 곧 나올 거 같아요. 안에 쌉니다. 안에 쌀 거에요.”
“으윽, 윽, 윽, 으윽, 흐응, 으윽.”
스륵, 스륵.
그때 엘가는 자신의 손에 묶여 있는 무언가가 풀리는 감각을 느낄 수가 있었다. 손에 묶여 있었던 수갑이 계속되는 흔들림에 느슨해졌던 것.
“으윽…!”
마침내 엘가의 뒤에 달라붙어서 헉헉대던 남자가 화살이라도 맞은 것처럼 단말마를 지르며 움직임을 멈췄을 때.
엘가는 자신의 손에 묶인 구속을 풀고 남자의 목을 힘껏 붙잡았다. 그의 목은 생각보다 굵지도 않았고 가느다랬다.
“죽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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