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456)
EP.457)언제나 벌꿀 빛깔 # 6
외전 – 일상은 언제나 벌꿀 빛깔 # 6
「버섯 황제 머시칸
먼 옛날 태고의 비밀을 품은 채 거대하게 자라난 버섯.
고대 요정제국의 황제 진시노이가 그 비밀을 탐냈으나 머시칸의 거대한 박력에는 이겨내지 못하고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매우 흉폭 하지만 맛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진미라 전해진다.」
글자들을 빠르게 읽었을 때였다.
━쥬이이이이잉.
작은 산처럼 커다란 버섯이 울부짖었다. 성대도 없는 버섯이 어떻게 소리를 내는 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녀석이 울부짖는다.
콰오오오오오-.
그 울음이 불러낸 여파는 대단해서 마치 작은 돌풍이 불어 닥친 것처럼 우리 모두 얼굴을 감추고 자세를 낮춰야만 했다.
“아앗-! 이 모르모르가 날아가 버리는 것이야…!”
미처 자세를 잡지 못한 임프 모르모르는 불쌍하게도 돌풍에 휘날려 휙 날아가 버렸다.
“잡았습니닷…!”
펀치노이가 대지를 박차 모르모르의 목덜미를 붙잡지 않았다면 그대로 휩쓸려 강에 빠지거나 바닥에 쳐 박혔겠지.
내가 물었다.
“다들 괜찮아!?”
단순한 포효에 이렇게 혼비백산하게 될 줄이야.
그도 그럴 것이 높이가 족히 수 십 미터는 되어 보이는 버섯이다. 그 둘레는 어느 정도일지 감도 안 온다. 내 시야가 온통 거대한 버섯 몸통으로 찰 정도니까 말 다했지.
광염 신의 거신상과 싸우던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동지! 나는 괜찮은 것 같아! 다른 임프들도!”
마르마르가 소리친다. 갑작스러운 등장과 포효에 반쯤 넋이 나갔다는 것 정도만 빼면 다들 크게 다친 곳은 없는 듯했다.
“━━──!”
그때 까만 머리의 님프 시프노이가 나를 향해 무어라 외쳤다.
말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손가락으로 거대한 버섯을 가리킨 채 악을 쓰는 걸 보면 아마 대강 “저 녀석이 괴물이올시닷…! 쓰려 트려야 하는 것이외닷…!”이라 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좋아, 해 본다!”
짝. 나는 박수를 쳐서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몸의 마력 회로를 깨웠다. 마법사로서 전투에 돌입하는 건 광염의 신 이후 근 1년 만인가?
━크르릉…!
바엘, 너도 녹슬지 않았겠지?
━히오옹…!
바엘의 자신만만한 울음소리를 들으니 심장부터 팔 끝과 손끝까지 뻗어가는 마력의 파도에 고양감이 몸을 뒤덮는다.
부글부글.
내 몸의 피가 뜨겁게 끓어 정신도 삽시간에 뜨거워진다.
느슨해졌던 내 삶에 긴장을 주는 전투의 열기. 그 오랜만의 감각에 슬슬 익숙해져가고 있을 즈음.
━쥬이이이이잉.
거대한 버섯이 다시금 광포한 울음소리를 냈다.
풀쩍.
녀석이 가볍게 몸을 뛰어오르자 그 여파로 녀석의 몸이 반쯤 잠겨 있던 강물이 크게 범람하며 때 아닌 헤일이 일어났다.
파아아아아아앗-!!!
족히 십 수 미터는 되어 보이는 강물의 파도가 우리를 향해 덮쳐오는 것이다…! 덩치가 저렇게 커지면 단순히 제 자리에서 뛰어오르는 것만으로도 강렬한 공격이 된다니.
━히오옹!
“좋아!”
영창이 끝남을 알린 바엘의 울음소리에 나는 손바닥을 바닥으로 힘껏 내리쳤다.
팟.
“절대 영도!”
내 몸에서 순식간에 대량으로 빠져나가는 마력의 뭉텅이. 곧 우리를 향해 덮쳐오고 있던 강물의 파도가 쩌적 빠르게 얼어붙는다.
쩌저저저적.
아니, 강물의 파도를 얼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아 나의 마법이 만들어낸 여파는 강물에 몸을 반쯤 담구고 있는 거대한 버섯 괴물을 향해 치달았다.
━쥬이이이잉!?
버섯은 자신의 몸통을 하반신부터 얼리고 있는 대마법의 여파에 당황한 듯이 울었다. 좋아, 이대로 녀석의 몸을 전부 냉동으로 만드는 거야!
━쥬이이이잉.
하지만 역시 거대한 몸을 한 번에 얼리는 건 지금의 내게 있어서는 버거운 일이었다. 내가 혼자 낼 수 있는 마력의 출력은 7위계까지가 전부다.
쨍그랑.
그 사실을 증명하듯 버섯이 가볍게 몸을 털어내는 것으로 자신의 하반신에 달라붙어 있던 얼음을 모조리 떨어트려버린다.
“에라이.”
저 녀석에게 효과적인 다른 공격 마법은 뭐가 있지? 바엘과 함께 빠르게 연산을 하던 도중이었다. 근처 바닥을 도약한 무언가가 대포알처럼 날아가 버섯의 몸을 향해 치닫는다.
“님프비기─!”
그것은 강력한 경호원, 꿀 주먹의 펀치노이였다! 펀치노이가 발사된 미사일처럼 날아가서 거대한 버섯의 몸통을 향해 주먹을 내딛는 것이다!
“꿀 주먹(蜜券)!”
7위계의 마나 쉴드를 박살낼 정도의 강렬한 주먹이 거대한 버섯을 향해 덤벼든다. 아무리 크고 커다란 버섯이라도 녀석의 주먹에 맞으면 성치 못할 터!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였다.
보이이이잉.
펀치노이의 작고 동그란 주먹이 버섯의 탄력적인 몸체에 적중하던 순간, 기묘한 소리와 함께 펀치노이는 자신이 날아왔던 방향 그대로 튕겨져 나갔다.
그에 마르마르가 소리친다.
“튀, 튕겨졌어! 버섯의 몸이 너무 탄력적이라서 주먹이 통하지 않는 거야!”
이게 정녕 실화인가?
나 또한 공격 마법을 빠르게 사출해봤다. 불덩이를 쏘거나 손에서 번개를 사출해보는 등 노력했지만. 탱탱하고 윤기 나는 버섯의 피부에는 쉽게 튕겨져 나올 뿐이다.
“아니….”
비록 내가 1년 간 전투를 쉬었다지만. 이렇게까지 내 마법을 무효화하는 녀석이 세상에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솔직히 웃기게 생긴 버섯이라 방심하고 있었는데 태고의 괴수, 황제 머시칸이라는 이름에 전혀 부족할 게 없는 괴물 그 자체다.
━━─!!!
녀석은 이윽고 커다랗게 포효했다. 우리가 자신을 공격했기 때문에 화가 난 것이겠지. 까만 머리의 님프 시프노이가 “━━─!”라고 소리치는데.
확실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분노한 머시칸이 머시럽 마을로 향하려는 모양인 것 같소이닷…!”이라 허둥지둥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거대한 몸이 비적비적 움직이는 장소는 머시럽 마을이 있는 곳이었다.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땅을 짓이기고 지형을 바꿀 정도의 괴물이다. 놈이 마을에 도착했을 때 어떤 참사가 벌어질지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마을은 가루가 되겠지!
하지만 저 괴물의 행진이 거기서 끝날까? 결계를 부수고 바깥세상을 향해 뛰어들지도 모른다. 그럼 내가 겨우 이룩한 평화가 저 큰 버섯에 의해 짓밟히고 말 거야!
참을 수 없어진 내가 소리쳤다.
“마르마르, 그걸 하자!”
“아앗-! 동지! 그거구나!”
내 말을 단박에 알아들은 마르마르가 와락 손을 들어올렸다. 동시에 공포에 축 늘어져 있던 임프들의 꼬리가 전파를 수신하는 안테나처럼 하나 둘 높이 솟아오른다.
“모두들, 으뜸 동지 태오노이를 향해 힘을 보내주는 거야!”
마르마르의 외침에 임프들이 두 주먹을 꽉 쥐고 “으으-!” 소리친다.
그들의 몸에 감돌고 있던 잉여 마력이 삐쭉 솟은 꼬리를 통해 내게로 향하는 게 느껴진다.
파직. 파지지지직.
“힘이, 넘쳐흐른다!”
내 몸은 그야말로 과충전 상태다. 이 정도면 7위계를 넘어 8위계, 아니 광염의 신과의 전투에서 보였던 10위계의 대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넘쳤다.
여기서 내가 사용할 마법은─.
“거대화!”
10위계. 가히 신과 같다는 마력이 내 몸에서 용솟음치더니 소행성을 부수는 바오밥 나무처럼 팽창하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오오-.
정신을 차렸을 때. 나의 눈은 먼 산과 강을 굽어볼 만큼 거대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임프 마르마르나 다른 친구들이 정말 개미처럼 보일 정도로.
“와아아, 내가아 엄청 커졌네에에.”
목소리도 자연스레 메아리쳐 울린다.
그런 내 앞에는 나와 비슷한 크기의 버섯이 있었다. 나는 녀석의 몸을 힘껏 잡아당긴 후에 놈이 어디로 가지 못하도록 힘껏 끌어안았다.
“히히, 못가!”
━쥬이이잉!
거대한 버섯이 버둥버둥 거렸다. 하지만 녀석은 손도 발도 없는 버섯일 뿐. 이빨도 없고, 눈코입도 없다. 신체불만족한 머시칸과 자유로운 나의 상하관계가 명확하다는 소리다.
나는 녀석의 몸을 그대로 꽉 붙잡은 후에 그대로 놈의 몸통을 콱 물었다!
콱!
그렇다! 내가 거대한 버섯을 물어뜯은 것이다!
콰직.
펀치노이의 주먹과 내 마법을 튕겨냈던 놈의 몸통은 거대한 내 이에 생각보다 쉽게 뜯겨졌다. 동시에 놈으로부터 생각지도 못할 만큼의 달콤한 향기가 뿜어진다.
이 식감은 버섯이라기보다는 달달한 젤리 같다.
“맛있는데?”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녀석을 마구 물어뜯고 있었다. 엄청나게 컸던 버섯의 몸통도 절반 이상 또 그 절반 이상 줄어들더니 내 뱃속으로 아주 없어졌다.
* * *
거대화 마법의 지속시간은 대략 10분 정도였다.
더 지속하기엔 임프들이 임시로 보내준 마력의 양이 부족했다. 그래서 내 몸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줄어들더니 원래의 크기로 돌아왔다.
임프들이 내 주변을 감쌌다.
“동지가 버섯 괴물을 이겼어!”
“으뜸 동지 태오가 또 세상을 구해낸 것이다…! 모두 위대한 마법사 태오노이를 연호하며 만세 삼창을 하는 것이다…!”
타르타르의 외침에 주변 임프들이 손을 와락 들어올리고는 내 이름을 연호했다. 하지만 어딘가 부끄러워진 나는 콧등을 손가락으로 긁을 뿐이다.
“내가 혼자 한 게 아니고. 우리가 같이 한 거지. 너희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큰 버섯은 물리치지 못했을 거야.”
겸손한 발언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과장이라 할 것도 없는 말이었다. 임프들이 내게 마력을 보내주지 않았다면 버섯 황제를 상대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겠지.
그런 내 마음을 알아준 것인지 마르마르가 와락 손을 든다.
“우리가 해낸 거야!”
“아앗, 그보다 태오 동지의 상태가…!?”
타르타르의 외침에 모두 나를 바라봤다. 내 상태가 어떻다는 거지? 나 역시 알 수 없는 의아함을 느끼며 내 몸을 바라봤을 때였다.
파아아아앗-!
내 몸이 기묘한 느낌으로 빛을 뿜어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이게 뭐지!?”
나는 전에 없을 정도로 크게 당황했다. 광염의 신과 싸웠을 때도 이 정도로 당황한 적이 없었는데. 내 몸이 마치 형광등처럼 빛나다니! 나는 이런 마법 쓴 적이 없다!
어떻게 끄는 거지!?
내가 당황해 허둥지둥하고 있을 때 펀치노이가 말한다.
“아앗-! 이것은 진화의 빛입니닷…! 작고 어린 도랑물의 님프들이 특정한 조건을 달성해서, 저 펀치노이와 같은 꿀물의 님프나 다른 님프들로 진화할 때 이런 빛이 나는 것입니닷…!”
“진화…!?”
“그렇습니닷…! 저 펀치노이는 이미 꿀물의 님프로 진화를 겪은 몸…! 태오노이도 이제 도랑물의 님프를 벗어나, 어엿한 상위 님프로 진화하는 것입니닷…!”
님프가 진화를 한다고?
그러고 보면 들어본 적이 있다.
님프들은 모두 ‘도랑물의 님프’라는 것으로 시작해서 일정한 나이가 되거나 특정한 물건 등을 습득하면 ‘꿀물’이나 ‘개울물’ 혹은 ‘보물’이나 ‘음란물’등등 ‘OO물’의 님프로 진화한다는 말.
반요정인 나 역시 그 기묘한 진화체계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걸까?
이렇게나 갑작스러운 진화를 맞이하게 될 줄이야. 커다란 버섯을 먹은 것으로 조건을 달성하게 된 건가.
지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건 그 정도.
“모두들 꽉 붙잡아! 동지가 진화 한다…!”
파아아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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