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478)
EP.479)가장 행복한 # 2
외전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 2
부부사이의 밤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렘의 남편인 나와 하렘의 아내인 아가씨들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평범한 부부와는 다르게 나와 아내들의 밤일에는 특정한 시간이라는 제약이 있었다.
그랬기에 나는 모든 아내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며칠은 밤일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성심성의껏 내 능력의 한계까지 쥐어짜내 아내들을 안았다.
아내들이 각자 좋아하는 분위기나 상황, 역할이나 자세 등등을 신경 쓰는 것도 당연히 밤일에 있어서 나의 주된 일 중 하나.
덜컥, 기이익.
“저,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이라의 방문을 열며 동시에 아이라가 어떤 플레이를 좋아했는지 파바바바밧 떠올렸다.
여왕과 신하? 정석적이지. 하지만 저번 주에도, 저저번 주에도 여왕과 신하 놀이는 이미 잔뜩 했었다.
그럼 「교미하지 않으면 못나가는 방에 갇히고 만 귀족 아가씨와 집사」로 할까? 아니아니, 반대로 내가 귀족이고 아이라에게 하녀 역할을 맡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저번에 아이라에게 「원치 않는 정략결혼으로 부유한 평민 가문에게 시집가고 말게 된 귀족 아가씨와 폭군 같은 남편」이라는 느낌의 로맨틱 소설에 나올 것 같은 역할극을 해본 적 있었는데.
당연히 아이라는 “여왕인 내가 다른 누군가에게 지배받는다니.”라고 투덜거렸지만 그 몸은 생각보다 솔직했던 걸 내가 분명히 느꼈었다.
단순히 미신일 수도 있겠지만, 기분 좋고 행복한 밤일에 아이가 생길 확률이 높을 수도 있는 법.
좋아, 그럼 이번에는 「이웃나라의 왕족에게 포로로 잡히고 만 공주」라는 느낌으로 가자.
기이이익.
짧은 시간에 많은 사고를 삽시간에 정리한 나는 아이라가 있을 방문을 아주 활짝 열고 그 안으로 들어섰다.
가장 먼저 활짝 열린 창문과 그 너머에서 빛나고 있는 봄의 달이 보이고, 휘이이-불어오는 따스한 봄날의 밤바람이 내 얼굴을 스친다.
아이라는 그 창가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까만 커튼 같은 머리칼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거나, 까만 흑요석 눈동자에 달빛이 눈부시게 반사되는 그 모습이 그림의 한 폭처럼 무척 아름다웠다.
마치 공주님과 왕자님이 흔히 등장하는 옛날이야기의 한 장면 같다고 해야 할까.
왕의 보물창고에 놓여있다는 왕관을 훔치기 위해 궁정에 숨어든 도둑이, 무심코 들여다 본 공주의 방에서 걸음을 멈추게 된다면 지금의 나와 딱 비슷한 기분이겠지.
아이라는 나이를 먹어도 영원한 공주 같구나.
그런 생각에 이르자 방금까지 방문 앞에서 했던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사르르 불타듯 지워지는 것 같았다.
도둑과 공주.
오늘은 그걸로 하자.
그런 느낌으로 아이라의 팔을 붙잡자 아이라는 살짝 놀란 것처럼 파르르 몸을 떨었다.
“뭐야, 태오구나.”
“제가 온 것도 모를 정도로 하늘 보는 것에 열중하셨나보네요. 대체 바깥에 뭐가 있는데 그렇게 집중하고 계셨던 건가요?”
슥슥.
나도 아이라의 옆에 고개를 내밀고 열린 창문 너머의 하늘을 쳐다봤다. 별들이 무수히 반짝반짝 거려서 예쁜 밤이었다.
별들이 정말 어찌나 많은지 밤하늘이 내가 있는 궁정의 높은 창문과 가깝게 느껴져서 아찔한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궁정에서 생활한 지 몇 년. 이제 이 무수한 별무리에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이렇게 보면 새삼스럽게 하늘이라는 것이 얼마나 멋진 것인지 깨닫고 만다.
휘우우우-.
그때 다시 바람이 불어왔다.
“엣취!”
봄이라고는 하지만 밤은 제법 기온이 낮았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재채기가 나왔다. 그러자 아이라는 스르르 손을 뻗어 창문을 닫았다.
“님프들은 추위에 약하다던데. 태오 너도 비슷하구나. 아직 밤이 춥긴 하지.”
기이익.
나와 아이라는 이제 여왕의 침실, 그 넓고도 밀폐되어 있는 밀실에 둘만이 남았다.
이렇게 둘만이 된다면 언제나 그렇듯이 자연스럽게 알몸이 되고 따뜻한 온기를 나누고 하는 것이 우리의 일과.
그래서 내가 아이라의 가운, 그 허리춤에 매듭지어진 띠를 향해 손을 뻗었을 때였다. 평소 한 번도 내 손길을 거절한 적 없던 아이라가 나의 손등을 슬쩍 밀쳤다.
“……?”
거절당해 슬프다기보다는 오히려 궁금했다. 아이라가 내 손길을 무를 정도라면 무언가의 이유가 있을 터.
아이라가 말한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야. 애초에 오늘은 나의 요일이 아니지 않니? 엘가의 요일을 내가 함부로 침범할 순 없는 거야.”
예전에는 미르나의 요일에 정실 점수를 잔뜩 소모해서 차례를 빼앗아 버린 적도 있건만. 시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아이라는 그 때의 아이라와 태도가 무척 달랐다.
아이라가 계속해서 말했다.
“또 오늘은 음기가 강한 그믐달이야. 음력 29일. 달이 가장 작은 날이지. 이런 날에 올바르지 못한 관계를 가진다면, 아이가 생기지 않을 확률이 높아.”
“저는 아이라 님이 그런 미신적인 이야기까지 잔뜩 신경 쓰고 계시는 줄 몰랐네요.”
“나는 여왕이야. 모든 걸 고려할 필요가 있어. 자그마한 미신도 놓칠 수 없지.”
어쩐지 도도하게 말하는 아이라의 방에는 미르나가 그려준 다산의 부적이나 스텔라가 먼 이국땅에서 가져왔다는 토템이 장식되어 있었다.
아이를 갖기 위해 아이라가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다가, 마침내 이런저런 미신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어쩌지?
나는 멋쩍게 서있기도 뭐 해서 아이라에게 말했다.
“그럼,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서로 손만 잡고 자는 건 어떨까요?”
“흐응….”
그건 딱히 싫지 않은 모양이다.
* * *
엘가는 체온이 높다. 그래서 겨울에 엘가를 안고 있으면 난로를 안은 것처럼 따뜻하다. 반대로 미르나와 나르미는 제법 체온이 낮은 편이었다. 여름에 안고 있으면 서늘해서 좋다.
스텔라의 경우에는 엘프답게 특유의 꽃 같은 향기가 있었다.
나는 자연의 요정인 하프 님프이기에 스텔라의 냄새도 좋아했다. 피톤치드 같은 건가.
끌어안고 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이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이라의 몸은 부드러운 피부 아래 마력이 웅웅거리고 있어서, 마법사로서의 피로를 회복시켜주는 충전의 죽부인 같았다. 무선으로 블루투스 충전되는 핸드폰이 이런 기분일까.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자는 건 결혼한 이후 처음이네요.”
우리는 얇은 이불 아래 서로 온기를 나누었다.
방금 내가 말했다시피 아무것도 안하고 손만 잡고 자는 건 결혼한 이후 처음이었기 때문에 의외로 낯설고 색다른 경험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
하지만 아이라는 말이 없었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무언가 생각에 잠긴 것처럼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가 보였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시나요?”
“별.”
“별요?”
“내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별들에 답이 있는 것 같아.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으면, 단약의 마지막 재료가 무엇인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
단약인가. 단약의 마지막 재료가 무엇인지 상담해주기보다는 그냥 아이라의 말에 공감해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 나는 그냥 긍정했다.
“하긴, 옛날 목동들도 별자리를 보고 이것저것 궁금한 해답들을 알아냈다고 하니까요. 앙그마르의 시초자인 다비드도 별을 보는 목동이었다죠.”
“그래, 옛날이야기들을 보면. 별을 보는 목동이나 동방의 박사들에게 찾아가 질문하는 현자들이 잔뜩 있었어. 별이 내게 답을 알려줄 게 분명해.”
아이라가 별을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다가 무언가 내 머릿속에 별빛으로 번뜩였다.
“그럼, 내일 밤에는 다 같이 높은 산에 별을 보러 갈까요? 오늘은 그믐달이고, 내일은 달이 없는 날이니까 별이 더 잘 보일 테죠.”
내 말에 아이라는 잠깐 말을 멈췄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것 같더니 이윽고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태오구나. 좋은 생각이야. 그럼 내일은 다 같이 별을 보러 가는─.”
하으음-하고 하품을 하며 말을 흐리는 아이라였다. 슬슬 잘 시간이기는 하지. 아이라는 잠을 많이 자니까. 그러나 아이라는 곧바로 잠드는 것 대신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저, 아이라 님?”
“이대로 잠들면, 작은 태오가 불쌍하겠지. 나의 입으로….”
“오.”
그리하여 다음 날.
─님프비기, 칼기상!
전에 없을 정도로 푹 잠을 잔 나는 개운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는 아이라를 깨우기 위해 손을 뻗는데. 내 손길이 닿기도 전에 아이라는 스르르 눈을 떴다.
“별이 떨어졌어. 가장 크고 빛나는 별이 떨어져서 그것을 주워드니까. 내 안으로 사르르 파고 들어갔어.”
뭐라는 거지 갑자기?
“별이 뭐가 어쨌다구요?”
“별이 떨어졌다고.”
뭐라는 걸까? 지난밤에 궁정에 누군가 메테오라도 떨어트렸나? 아니 그런 낌새는 없었다. 왕궁은 나와 아이라가 쳐둔 결계에 겹겹이 감싸여 있으니까.
아마 아이라가 그런 꿈을 꿨다는 거 아닐까?
다만 아이라는 고개를 저었다.
“꿈이라기엔 지나치게 생생했어. 그리고 별이 내게 속삭인 거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의 눈물을 냄비에 넣으라고 했어.”
“확실히, 그냥 꿈이라기엔 지나치게 상세하네요.”
“가장 행복한 사람의 눈물은 마치 보석이나 별빛처럼 빛난다고 그랬던 것 같아.”
“그걸 별이 알려줬다구요?”
“그래.”
“흐으응….”
꿈이라는 것은 무의식의 표출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단약을 만들고 싶어 하는 아이라의 무의식이 꿈에서까지 그러한 모습을 보여준 게 아닐까-.
진위 여부를 떠나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라는 무언가 확신에 찬 것처럼 침대에서 스르르 일어나 스스로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아이라가 혼자 옷을 입는다니, 이 놀라운 일에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아이라 님, 어딜 가시려구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찾아야 해. 칙령을 내릴 거야.”
그리하여 모나크 시티, 아니 앙그마르의 왕국을 넘어서서 세상 전역에는 기묘한 포스터가 주점이나 사람들 모이는 공터, 벽마다 착착착 붙여졌다.
“호외에, 호애애애-! 앙그마르의 여왕이 사람을 찾는 것이에요! 호외에에에-!”
벽보의 내용은 이랬다.
「앙그마르의 여왕으로부터 공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자. 왕궁으로 오라. 그대의 눈물을 후한 값으로 사마.」
간단하면서도 동시에 난해한 벽보였다. 다만 그 아래 적혀 있는 포상금은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오십 만 골드라고? 땅값 비싼 모나크 시티에 큰 저택 세 채는 지을 수 있는 돈이잖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그, 아이라 여왕이잖아. 이런 기묘한 일을 벌여도 이상하지가 않지. 그래도 이번에는 꽤 재미있는 일일세.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자라니….
━분명 오늘 한정판 벌꿀 아이스크림을 두 개나 사는 것에 성공한 저 펀치노이를 말하는 것이 분명합니닷…! 어서 궁정으로 가 포상금을 받는 것입니닷…!
사람들은 떠들썩한 가십거리를 좋아했다. 벽보를 통해 퍼져나간 이야기는, 불과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모나크 시티의 모든 사람에게, 또 왕국의 모든 사람에게 퍼져나갔다.
당연히 가까이 지내는 영애들의 귀에도 들어갔다.
“금화 오십 만이라니. 그런 돈이 어디 있다고 그러는 거죠? 안 그래도 올해의 예산은 빠듯해요.”
미르나는 내게 예산서를 보여주며 인상을 확 찌푸렸다. 그에 대해서 나는 “제 개인 재산으로 하는 거니까, 걱정 마세요.”라고 다독여줄 뿐이다.
그에 미르나가 이해했다는 것처럼 후-하고 한숨을 내쉰다.
“보나마나 여왕의 장단에 맞춰주는 것이겠죠. 태오 경은 이상하게도 여왕에게 약하다니까요. 저희 모두 공평하게 사랑해준다고 했으면서.”
“걱정하지 말아요. 상대가 미르나 님이었어도 똑같이 했을 겁니다.”
“흐으응-.”
미르나는 기분은 좋지만 속아 넘어가준다는 느낌으로 콧소리를 냈다. 그러다가 마침내 일이 이렇게 된 경위에 대해서 내게 묻는다.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이죠?”
“그게-.”
─님프비기 마구 조잘거리기!
조잘조잘.
“과연, 그렇게 된 것이로군요. 별이 떨어져서, 그것을 주워들었더니 품에 들어오는 꿈이라…. 혹시 그거, 그냥 꿈이 아니라 태─.”
내 설명을 들은 미르나가 무어라 말하려던 때였다. 누군가가 나의 집무실을 향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금발이 눈부신 엘가다.
“야! 궁정 앞에 사람들이 잔뜩 줄 서 있다! 뭔 일인지 모르겠지만 나가봐야겠어! 지금 온갖 곳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