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479)
EP.480)가장 행복한 # 3
외전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 3
와글와글.
궁정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그들 중 절반은 아이라가 붙여둔 벽보를 보고 온 사람들이었고. 또 절반은 그런 사람들을 구경하기 위해 온 구경꾼들이다.
━궁정 안으로 들어 보내주쇼.
━금화 오십 만은 내 것이라니까!
내가 생각하기에 이 사람들 중 대부분은 벽보에 붙어 있던 보상 금화를 탐내는 사람들이었다.
그 돈이면 몇 세대가 아무런 소득활동도 하지 않고 사치를 부리며 살 수 있을 만큼의 금액이었으니까.
━그래서 이게 무슨 대회라고 했지?
━나도 몰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뽑는 기묘한 콘테스트라는 것도 모르고 일단 줄을 서본 사람들도 잔뜩 있다. 이래서야 사람들 통제하기가 쉽지 않겠네.
다만 이 광경을 높은 성벽 아래로 바라 보고 있던 아이라는 몹시도 만족스러운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자부심 넘치게 말했다.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잔뜩 있구나. 하긴, 완벽한 여왕인 나 아이라 폰 타란테라의 백성들이니 당연한 일이지.”
아이라는 자신에게 다스림 받는 백성들이 그 어떠한 나라의 사람들보다 행복지수가 높을 것이라는 것에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그런 믿음과 굳건한 자신감은 조금 부럽기까지 했다. 나도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 넘쳤더라면 많은 문제를 더욱 의욕 넘치게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아이라가 말했다.
“그럼 차례차례 들어오도록 하거라.”
“알겠습니다. 경비들.”
슥슥.
멋진 벨벳 망토를 펄럭이며 궁정의 왕좌를 향해 돌아가는 아이라의 뒤를 따르며 나는 병사들과 엘가에게 손짓을 했다.
잘 알아서 질서정연하게 순서를 매겨서 한 명씩 안으로 들여보내라는 사인이었다.
엘가와 왕궁 병사들은 매우 유능하고 순발력 좋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내가 정말 아이라 때문에 못살겠다.”라고 툴툴거리면서도 금방 질서 있게 왕궁 앞을 정돈할 수 있었다.
착착착.
왕궁 왕좌의 홀에는 어느덧 긴 테이블이 놓였다.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들이 일자로 주르륵 앉아 평가를 할 법한 테이블이었다.
거기에 앉는 것은 나와 미르나와 나르미 그리고 스텔라와 라인하르트였다. 나의 아내들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라인하르트는 이 난데 없는 상황에 많은 궁금증을 품고 있는 듯했다.
“기묘한 경연 대회일세. 그래, 사람들이 곧 저 문으로 한 명씩 들어와,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늘어놓는다고 치고. 평가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라인하르트의 물음에 나는 그저 “글쎄요. 여왕님께서 생각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라고 어깨를 으쓱이게 될 뿐이다.
그때 나르미가 와락 손을 들며 소리쳤다.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오, 무슨 생각인가요?”
“사실 없어! 그냥 말 해본 거야!”
히히-하고 웃는 나르미였다. 어머니인 나루를 찾아 동쪽 산맥들을 샅샅이 뒤졌다가 돌아온 뒤로 나르미의 장난기는 예전보다 더 커져 있었다.
애들이랑 놀아주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기도 하고. 나르미가 혼자 히히-웃고 있는 사이에 미르나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약간 한탄했다.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은데. 여기서 이렇게 시간을 보낸다니. 일이 잔뜩 밀리겠어요. 저도 이제 몰라요.”
한탄을 넘어선 해탈인가?
그나마 태연하게 행동하고 있는 건 스텔라였다. 스텔라는 표정의 변화조차 없이 그저 허공을 바라만 보고 있었으니까. 역시 연륜인가.
“…쿨.”
아니, 저건 그냥 눈뜨고 자고 있는 것 같은데. 스텔라가 모험가였을 시절에 배운 능력 중 하나가 눈뜨고 자기라고 했었지 않나.
“그럼, 어서 첫 번째 참가자부터 들어오라 하렴.”
슥슥.
아이라의 손짓이 이어지자 궁정 홀 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엘가가 바깥에 대고 “야, 첫 번째부터 안으로 들여보내!”라고 제법 씩씩하게 외쳤다.
고오오오.
제법 웅장하고 장엄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붉은 융단을 사브작사브작 밟고 안으로 들어섰다.
작은 아이였다. 빨간 드레스를 입고, 머리에는 작은 다이아몬드와 백금으로 장식된 티아라를 쓴 소녀. 나이는 이제 다섯 살에서 일곱 살 그쯤 됐을까.
무척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녀였다.
녀석이 등장하자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궁정의 시녀들이나 병사들이 “너무 예쁜 아이야.”라고 귀여워죽겠다는 표정을 지었을 정도였으니까.
다만 엘가는 제법 엄숙한 목소리로 물었다.
“레오노이, 왜 네가 첫 번째야? 너는 엄마가 이 이상한 대회 참가하지 말라고 말했잖아.”
“이 레오노이는 항상 무엇이든 첫 번째가 되어야만 하는 거야…! 그리고, 이 레오노이는 상금 오십 만으로 꼭 쓰고 싶은 게 있는 거야…!”
레오노이는 상금 오십 만 골드가 탐나서,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가장 맨 첫 번째 순서를 차지한 것 같았다. 어떤 의미로는 굉장하구만.
다만 내 얼굴은 뭐라고 해야 하나, 운동회에서 넘어진 딸아이가 왕왕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한 걸 목도한 학부형처럼 화끈거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레오노이의 팔을 잡아당겼다.
“레오노이, 노는 건 좋지만. 어른들 일 하는데 끼어들면 안 돼.”
그러나 레오노이는 확고하다.
“이 레오노이는 몹시도 불행한 겁니닷…! 아빠는, 이 레오노이에게 몰루몰루 인형을 선물로 준다고 해놓고 주지 않은 것니닷…!”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나는 얼굴을 쓸어내리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내가 잘못했다. 이번 주 주말에 같이 장난감 상점 가자. 거기서 사줄게.”
“벌꿀 감자 과자도 한 박스 사달라는 것입니닷…!”
“알았어, 알았어. 일단 가자.”
“벌꿀 아이스크림도 달라는 것입니닷…! 또, 뿔 달리고 날개 달린 리틀 포니 한 마리랑, 마법공주 변신 세트랑….”
다섯 살 레오노이의 소원은 끝이 없었다.
이렇게 오냐오냐 해주는 것을 전부 들어주다간, 언젠가 이기적으로 자라난 레오노이와 그 동생 공주들이 공주들의 대전쟁-왕좌의 게임을 벌여 왕국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
그것을 잘 아는 엘가가 레오노이를 번쩍 안아들고는 그 볼을 팟-하고 꼬집는다.
“레오노이, 또 맴매 맞아야 정신 차리지?”
“히애액…!”
레오노이가 버둥버둥 거리며 찔끔 눈물을 흘릴 때였다. 아이라가 자리에서 슥 일어나더니 손에 기묘한 플라스크를 하나 쥐고 그 눈물을 받아 마개로 꽉 막는다.
그 눈물 한 방울을 좌우로 빙글빙글 돌려보던 아이라는 마침내 “아무래도, 레오노이는 가장 행복한 아이가 아닌 것 같구나.”라고 제법 냉정한 판단을 내렸다.
그야 떼쓰다가 엄마한테 볼살이 꼬집혀 눈물을 흘렸는데 가장 행복할 수는 없겠지.
그래도 여기서 한 가지 느낀 점은 아이라가 무언가 기묘한 검사방법을 통해 대회의 우승자를 가려내고자 한다는 사실이었다.
* * *
“저 펀치노이가 가장 행복한 님프인 이유는, 어제 한정판 벌꿀 아이스크림을 두 개나 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닷…! 하나는 오늘 저녁에 먹고, 하나는 내일 먹을 것입니닷…!”
속닥속닥.
“아앗-! 저 펀치노이의 냉장고에 있는 벌꿀 아이스크림을 유지노이가 하나 먹었다는 것입니까…? 이 압도적 불행, 용납할 수 없습니닷…! 이번에야 말로 결판을 내는 것입니닷…!”
딸랑, 딸랑.
“다음 사람.”
아이라가 종을 흔들자 대기실에 앉아있던 사람 중 한 명이 들어선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구구절절 읊었다.
“제 아들은 박사학위를 받았고. 제 딸은 어제 시집을 가 아이들이 모두 장성해 앞가림을 하니, 저보다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요.”
흐흐-하고 웃는 중소 상단의 주인. 나는 그의 뾰족한 수염을 바라보던 도중 간단하게 물었다.
“만약, 오십 만 골드를 받으면 어디다 사용하실 겁니까?”
“그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음, 글쎄요….”
상단주인이 무어라 이야기를 하려다가 뜸을 들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라가 흐응-하고 긴 콧소리를 내더니 딸랑딸랑 종을 울린다.
패스라는 말이었다.
기존 참가자가 퇴장하고 다음 참가자가 들어서려는 그 잠깐의 여유에 미르나가 말했다.
“벌써 몇 백 명을 확인했는데. 잠깐 쉬는 건 어떨까요?”
미르나는 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경연대회에서 잠깐 휴식을 갖고 싶은 듯했다. 무척 옳은 이야기였기 때문에 우리는 그 의견을 받아들여 잠깐 쉬기로 했다.
나르미가 말했다.
“그래도 재미있었어! 자기가 행복하다는 사람이 왕왕 많네! 이유도 다양한 것 같고!”
나르미의 말대로였다. 자신이 행복하다 주장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았고, 그 이유도 정말 제각각 다양해서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질 정도였다.
불행한 사람은 대체로 비슷한 이유로 불행하지만.
행복한 사람은 다양한 이유로 행복했다.
그러나 아이라가 바라는 ‘가장 행복한 사람’에는 부합되지 않는 건지 시간만 흘러가고 있을 뿐.
또, 상금 50만 골드를 노리고 온 사기꾼들도 잔뜩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으니 피로가 쌓이고 말았다.
“뭐야, 벌써 끝났어?”
그때 눈뜨고 자고 있던 스텔라가 입가에 흐르는 침을 슥 닦아내며 일어났다. 여러모로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다들 그냥 참기로 한 건지 입을 다문다.
그에 스텔라가 말했다.
“보나마나 잘 안 됐구나. 애초에 가장 행복한 사람이 돈을 받기 위해 이런 곳에 올 리가 없잖아?”
라인하르트가 묻는다.
“그게 무슨 말이지?”
“생각해 봐. 가장 행복한 사람은, 돈 같은 거 필요 없을 거 아냐. 나는 벨호크 가문이라 잘 알아. 이미 필요한 걸 다 갖고 있는 사람은, 아무리 돈을 올려줘도 거래에 응하지 않거든.”
스텔라의 의견은 옳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이미 스스로 부족한 것 없이 풍요롭기 때문에 돈에 혹하지 않을 확률이 있고, 경연대회에 참가하지 않았을 확률이 있었다.
슥.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스텔라.
“이렇게 돈을 미끼로 불러 모으는 것보다, 직접 찾아가는 게 빠를 수도 있어. 깊은 산의 현자들이나. 교단의 성녀 같은 사람을 만나보는 것도 좋고.”
역시 스텔라는 살아온 세월이 있어서 그런가 현명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에 대해서 라인하르트는 자신의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감탄했다.
“나이를 헛으로 먹은 건 아니었구나, 스텔라. 새삼스럽게 네가 나보다 나이가 두 배 이상 많다는 것을─.”
“씁, 거기까지만 해.”
라인하르트를 향해 스텔라가 무어라 티격태격하는 사이에 아이라는 생각에 잠긴 것처럼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방금 우리들의 의견에 대해 골똘히 고려해보려는 것이겠지.
마침내 결론을 내린 건지 아이라가 말했다.
“그럼, 일단 오늘 모여 있는 사람들까지만 확인해보도록 하자꾸나.”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지만, 상금 50만 골드를 노리고 온 사람들 중에 아이라가 원하는 종류의 행복한 사람은 없었다.
이제 우리는 어딘가에 은둔해 있을 현자들이나 성녀와 같은 종교지도자들을 찾아 나서야만 했다.
미르나와 스텔라의 경우는 아이를 돌봐야 했기 때문에 궁정을 비울 수 없어서, 길을 나서기로 한 것은 나와 아이라와 나르미 정도.
“미르나야, 며칠 없는 동안 잘 지내야 해.”
“아-빠.”
작은 미르나는 내 바지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미르나가 펑펑 울기 시작하자, 미르나의 자매이자 단짝친구인 스타노이도 펑펑 운다.
나는 나를 영영 보지 못할 것처럼 우는 아이들을 달래주기 위해 애써야했다. 아이들이 슬슬 진정되었을 때, 커다란 미르나 쪽이 내게 말한다.
“저도 미르나인데, 제 쪽도 달래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럼, 머리를 쓰다듬어 드릴까요?”
“저는, 다녀와서 생각하죠.”
“그렇군요. 그럼, 스텔라 님. 잠깐 궁정을 비우도록 하겠습니다. 스타노이도, 엄마 말 잘 듣고 있어야 해.”
나는 스텔라의 가느다란 허리를 힘껏 껴안아준 후에 바닥을 아장거리는 딸아이의 머리도 마구 쓰다듬어주었다. 이런 느낌으로 우리는 화창한 봄날에 나들이를 나섰다.
꽃이 활짝 핀 정원을 걷고 있을 때 나르미가 묻는다.
“그래서, 누구부터 찾아가지? 태오야, 좋은 생각 없어?”
“음.”
좋은 생각이라. 있다면 있다. 그곳에 가면 행복한 녀석들이 잔뜩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앙그마르 도시를 지나 익숙한 회사의 정문을 박차고 들어섰다.
그러자 피어난 꽃들의 꽃잎을 따서, 그것을 마구 밟아 염료로 만들고 있던 임프들이 하나 둘 우리를 쳐다본다.
“동지! 이 시간에 컴퍼니에는 무슨 일이야?”
다이아 꼬리의 으뜸 임프 마르마르가 날 보자 무척 반가운 것처럼 꼬리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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