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51)
EP.52)태오 # 1
052 – 실버루키 태오 # 1
“오거와 용사의 싸움이라니. 시시하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태오. 언제나 너는 내게 재미있는 볼거리를 안겨주는 구나.”
결투가 끝나 이것저것 결투의 결과가 이행되고 있을 때 아이라가 나의 머리에 손바닥을 얹고 슥슥 쓰다듬어주었다.
「매우 요정 친화적인 행동.
‘반요정’의 직업 경험치를 획득합니닷…! + 50」
머리를 쓰다듬어지는 것으로 경험치가 올라간다니.
요정이란 뭘까 싶다가, 어린 요정에게 손을 댄 앙그마르가 떠올라서 몹시도 기분이 기묘해져버렸다.
그때 아이라가 말했다.
“그렇지만 언젠가 태오 네가 직접 싸우는 모습도 보고 싶구나. 앞으로는 매일 단련하도록 해.”
“…….”
딱히 할 말이 없구만.
엘가 역시 나를 향해 으르릉거렸다.
“갑자기 새들이 튀어나오기 전까지는 형편없이 얻어맞았다며? 몸이 허약하니까 그런 거야. 그리고 대체 저 오거는 언제 길들여놨던 거냐?”
맞는 말이었다. 나는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없다는 게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일인지 이번에 잘 깨달았다.
이번 결투에서도 때마침 내가 교직원으로 잠입시켜두었던 고르고르가 있어서 다행이지. 하나라도 어긋났다간 들것에 실려가는 것은 에프사이드가 아니라 무조건 나였을 터.
그런 의미에서 아까 갑작스럽게 날아온 새들이 상당히 신경 쓰였다.
갑자기 새들이 날아와 에프사이드를 공격한 것이 우연이었을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사람과 상황을 당신의 사악한 술수대로 상대를 조종했습니다!
직업 : 조교사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조교사 Lv. 4 → Lv. 5
이제 당신의 언변은 많은 설득력을 지니게 됩니다!」
「세상의 신비에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직업 : 마법사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마법사 Lv. 2 → Lv. 3
이제 당신도 어엿한 견습 마법사입니다.」
무엇보다 마법사의 레벨이 오른 것이 마음에 걸린다.
내가 궁여지책으로 내뱉었던 할파스는 앙그마르의 유산이라고 불리는 단어 중에 하나. 그것이 혹시 어떤 모종의 힘을 발휘한 게 아닐까?
당장 그것 외에는 설명할 방도가 없었다.
그때 엘가가 나의 어깨를 팡-후려갈긴다.
“그래도 어떻게 잘 이기긴 했네. 겁쟁이처럼 오거의 뒤에 숨어있을 뿐이었지만.”
엘가 나름대로 내가 결투에서 승리한 것에 축하해주는 것이겠지. 그런 나에게 누군가가 저벅, 저벅하고 발소리를 내며 다가왔으니.
그것은 바로 어깨에 푸른빛의 매 한 마리를 올려두고 있는 여성이었다. 여성의 호박빛 눈동자가 나와 엘가 그리고 아이라를 향했다.
“오랜만입니다, 여왕 님. 그리고 리오네스 영애.”
그에 아이라가 살포시 턱을 들어 올리며 흐응-하고 콧소리를 낸다.
“벨호크의 딸. 저번에 보냈던 초대장을 감히 무시 했겠다?”
“여러모로 바쁜 게 있어서 말이에요. 그럼 저는 이만 자리를 비켜보겠습니다.”
그것으로 스텔라 벨호크는 자리를 휙 떠버렸다. 그 뒷모습이 멀어져 가는 것을 보면서 엘가가 쯧-혀를 찬다.
“벨호크 놈들은 아무리 봐도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르겠다니까. 이상하게 돈만 많은 엘프놈들. 장수종 눈에는 뭐든지 다 시시하게 보이겠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벨호크의 영애가 이 학교의 교수로 있었다니.
나 역시 처음 알았던 사실이니까.
* * *
기숙사로 돌아오자 그곳에는 이미 견습사제 베냐민과 촌구석 준남작의 차남 한스가 있었다.
그들은 방금까지 신나게 떠들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돌아오니까 딱 입을 멈춰버린다.
뭐야, 나 지금 따돌림 당하는 건가?
그래도 딱히 상관은 없지만 이 녀석들이 아크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아직 도움 될 만한 정보를 지니고 있다는 것도 당연한 사실.
또 내 편을 만드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대전사의 문제로 겪게 된 나는 적어도 한 방을 쓰고 있는 이들과 호감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먼저 말을 걸기로 했다.
“다들 수강신청은 잘 끝냈나? 어때?”
“…….”
“…….”
그에 베냐민과 한스가 서로의 눈치를 보는 것이 내 예민한 반요정의 감각에 여실히 느껴졌다. 마치 서로에게 공을 넘기는 것처럼 움찔거리다가 마침내 한스가 말했다.
“저기, 태오 님. 저희가 혹시 너무 무례하게 굴었다면….”
“아-.”
알겠다.
갑자기 이제 와서 내가 무서워지기 시작한 것이구나. 그야 오거를 이용해 사람을 파리처럼 납작하게 만들었으니까.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나도 저렇게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는 법.
이대로 이들이 나를 섬기며 두려워해도 나쁠 건 없어 보이지만 그래서야 상하관계가 생기고 피곤해진다.
“왜들 그렇게 겁먹었어? 내가 잡아먹기라도 할 것 같아? 그러지 않아도 돼. 내 적이 아니라면 말이지.”
그래도 이 어색함을 풀어나가려면 며칠 걸리겠구나-그런 느낌으로 살짝 피곤함을 관망하고 있을 즈음.
“역시 그렇지? 친구, 대단하긴 하더구만. 그 에프사이드 놈을 그렇게 한 방에 쓰러트리고!”
한스가 방금까지 쫄아 있던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얼굴을 펴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주 다 통쾌하더라니까! 나도 작년에 그 놈한테 A급 강의를 빼앗겼었거든. 여기 베냐민도 그렇고.”
“덕분에 저도 이번에 수강신청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습니다. 아직 며칠 더 남았지만. 기숙사에 얌전히 있으면 강의를 빼앗기진 않을 거거든요.”
“다행이구만.”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들의 눈은 이제 내 가슴팍에 빛나고 있는 은색 브로치로 향했다.
“실버 티어. 대단해. 실버 티어들은 매 학기 천 만 코인을 발전 격려금으로 받는다던데. 브론즈랑 10배차이거든!”
“네 자리 수에서 갑자기 450등의 은색 구간으로 간 사람은 태오 씨 밖에 없을 거에요.”
“그런가?” 내가 적당히 얼버무리려고 하자 한스가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네가 싸우는 걸 봤어. 태오. 대단하더라!”
“오거 고르고르가 대단하긴 하지. 혼자서 성채를 점령하고 있었던 녀석이거든.”
“아니, 그 갑자기 튀어나왔던 끝말잇기도 다 결투로 이끌려는 도발이었지? 난 전혀 몰랐다니까!”
“….”
그냥 그런 거라고 쳐야겠다.
“그렇지만-.”
다만 안경잡이 견습사제 소년 베냐민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입술을 열었다.
“그렇지만 실버즈가 그 싸움을 봤어요. 그 녀석들, 에프사이드 놈의 횡포를 묵인하던 놈들이니까. 그놈들이 태오 씨를 탐탁지 않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실버즈? 그게 뭔데?”
내 물음에 베냐민이 안경을 고쳐 썼다.
“100등부터 500등까지. 여기가 은색 브로치의 구간이거든요. 은색 브로치 용사들은 이 아크에서나 바깥에서나 용사들의 주축으로 활동되어지는데. 그런 놈들이 만든 연합이 실버즈에요.”
중간계층 전우회. 뭐 그런 것이라고 보면 될까?
베냐민의 설명에 따르면 실버즈는 이 아크가 서열과 석차 순으로 굴러가게 만드는 원흉이라고 그랬다.
그들이 군기와 기강을 잡고 있기 때문에 하위의 브론즈 티어들은 벌벌 떨 수밖에 없다고.
에프사이드와 같은 강의 사냥꾼들의 브론즈 티어 괴롭히기도 그 서열다지기의 일환이었다는 모양이다.
“그럼 지금 그걸 내가 깨부순 게 되잖아.”
“그래서 아마 태오 씨를 주의 깊게 보고 있을 겁니다. 태오 씨야 워낙 뒷배가 좋으니 직접적인 행동은 하지 않을 테지만….”
그렇구만.
아무튼 이건 나를 생각해서 해주는 말인 것 같았다.
“알려줘서 고맙다.”
“별 말씀을요. 그보다, 앙그마르에서 소문이 사실이었던 모양이네요.”
“소문?”
“태오 씨는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위해 싸우신다고 들었거든요. 노예나, 어린이, 노인 같은 사람들 말이에요.”
“아.”
“노예 인권법도 태오 씨의 아이디어라고 들었습니다. 저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앙그마르에서 그런 법이 나올 수 있나 싶었거든요.”
“그래?”
“일부러 브론즈 티어로, 낙제점을 받아 겨우 입학하신 것처럼 보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뭔 소리야.
내가 이해하지 못해서 침착한 사고를 가동시키고 있을 때 베냐민이 말했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그런 메시지를 던져주는 거 아닌가요? 이제 와서 밝히지만, 저도 사실 고아에 노예 출신이에요.”
그에 옆에 있던 한스가 놀란다.
“그게 진짜냐? 전혀 몰랐는데.”
“이를 악물고 열심히 공부하고 수련했거든요. 그래서 교단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여기 입학한 거에요.”
베냐민은 그 뒤로 나를 노예 출신의 희망이라든가 빈자들의 영웅이라는 이야기를 해댔다.
빈자들의 영웅이라니.
가난한 사람들이나 노예들을 위해 정책을 펼치긴 했지만 딱히 그들을 위해서 한 건 아니었다.
반란의 주축이 될 수 있는 그들이 불만을 터뜨리지 못하게 급한 불을 꺼트리려고 했던 것뿐이지.
그래서 나는 초대받지 않은 파티에 잘못 들어온 사람처럼 찜찜해졌다.
아무튼.
들어보면 나는 노예와 가난한 자들에게 꽤 인기 있다는 모양이다.
고르고르와 같은 마물이나 노예 혹은 배척받는 아웃사이더들에게 지지를 받는다니.
악당과 마왕으로서는 어떨까 싶다.
* * *
결투로부터 이틀.
그러니까 48시간이 지났을 때.
강의를 신청하는 기간이 무사히 끝났다.
이제 더 이상 원한다고 강의를 바꿀 수가 없이 시간표 자체가 확정이 난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은 수요일.
이 아크라는 곳에서 내 첫 강의를 듣는 때가 되었다.
첫 강의는 발란이라는 교수가 진행하는 ‘고대 사어의 이해’라는 과목이다.
이 죽음의 언어라는 것을 배우게 되면 내가 읽을 수 있었던 할파스 혹은 아가레스 등의 단어를 이해하여 마법의 신비를 밝힐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럼 고위 마법사인 아이라의 정신증 같은 것도 치료할 수 있게 될지 모르는 일.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내게 마왕의 후예로서 알맞은 마법적 신비의 힘이 깃들어있는 걸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르니 아무튼 내게 있어서는 이점 많고 좋은 강의다.
“근데 대체 어디냐.”
아침 9시부터 시작되는 강의였기 때문에 나는 늦지 않게 문과 강의실 건물을 찾아 이리저리 해매다 겨우 강의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드르르륵.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미 몇몇의 사람들이 강의실 안에 들어가 있었는데, 그들의 가슴팍에는 은색 브로치와 금색 브로치들이 잔뜩 달려 있었다.
━저 녀석이 태오 가스펠?
━며칠 전에 결투 봤어? 그 에프사이드 놈이랑 쟤가-.
━보니까 정말 못 싸우던데. 마법 소양도 없어 보이고. 그런 놈이 사어는 왜 배우려는 거지?
━오거를 조종 했다잖아. 마물술사 아냐?
쑥덕쑥덕.
자기들끼리 수군덕거리려고 하는 것 같은데. 내 예민한 요정 귀에는 다 들려온다. 다 들린다고 새끼들아. 그만 수군거려.
아무래도 이틀 전에 있었던 결투 때문에 나에 대한 소문이 벌써 쫙 퍼진 모양이다.
나는 적당히 구석 자리에 앉아 노트와 볼펜을 꺼냈다. 그리고는 슬금슬금 주변을 살펴봤는데 하나 둘, 비어있는 강의실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의 옆 자리에는 아무도 앉으려고 하질 않았다.
좀 슬프다.
이미 보니까 자기들끼리는 다들 삼삼오오 친한 사이 같은데.
어차피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긴 하지만 혹시라도 조별과제 같은 게 있으면 꽤 낭패를 볼 기분이 들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모든 자리가 꽉차고 나의 옆자리만 기가 막히게 비어있을 때였다.
드르륵.
누군가 문을 열고 강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것은 가느다란 은발을 어깨너머로 휘날리는 여자애로 빨간 눈동자가 인상적인 여자애였다.
미르나 드레이코.
미르나 드레이코구나.
미르나 드레이코가 슥-주변을 둘러보더니 자리가 없는 걸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너무 늦게 왔나-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겠지.
그러다 녀석은 빈자리를 발견했는지 또각또각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는데.
곧 그 빈자리의 옆에 앉은 사람이 나라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눈을 커다랗게 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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