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14)
“아.”
그러고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붉은 개미떼의 습격을 받고 화마에 휩싸여 죽어가고 있을 때, 받았던 정체불명의 메시지.
띠링!
고위 악신 [소리없이 기어오는 악몽]께서 ‘유일신’님께 선물을 보냈습니다.
고위 악신의 호의나 선물은 ‘유일신’님의 성향을 악(惡) 성향으로 치우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선물을 받으시겠습니까? (Y/N)
그래. 그때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듯한 심정으로 수락을 했던 것은 기억난다.
결국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만약 그날 뇌제님이 날 구해주지 않았다면 이미 죽었을 거다.
“그래도 뭘 줬는지 좀 궁금하긴 하네.”
표시에 시선을 집중해보았다.
혹시 감정이 되지 않을까?
띠링!
감정에 실패했습니다!
대상을 감정하기엔 아직 ‘눈먼 신의 눈’ 랭크가 부족합니다.
“아윽!”
갓메이커의 감정 실패 메시지와 함께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이 밀려왔다.
“허억! 허억!”
거울 안에 비추는 내 얼굴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아무래도 이건 안되겠다.
이 정체 모를 선물이란 것은 감정 랭크가 좀 더 올라간 후에 살펴봐야겠다.
“이게······ 마지막이지?”
잠시 정신을 추스른 후, 마지막이자 내게 가장 필요할지 모르는 항목을 살폈다.
[획득 가능 권능]‘단죄하는 신의 중지’
-유일신이 10만 마리의 제국병을 화마로 학살하고 얻은 권능이다.
갓메이커의 신의 상점에서 화염 속성의 하급신 이상의 권능 획득시, ‘단죄하는 신의 중지’를 활성화 할 수 있다.
앞서 읽은 정보에 의하면 고유권능은 재능과 경험, 그리고 신의 성향으로 활성화된다고 했다.
‘짓뭉개는 신의 검지’ 는 갓 메이커를 플레이하면서 개미들을 짓눌러 죽이는데서 기인했을 것이다.
아마 ‘눈 먼 신의 눈’도 개미들을 관찰하고 호기심을 품는데서 생겼을 거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번에 획득 가능한 ‘단죄하는 신의 중지’ 는 화염 계열의 권능이 아닐까?
활성화 조건도 신의 상점에서 화염 속성의 권능을 획득하는 것이고 말이다.
“단죄하는 신의 중지라.”
이름부터 뭔가 간지나는 게 앞으로 닥칠 재난에 대비할 훌륭한 무기가 될 것 같았다.
“좋아. 잔혹한 학살자 타이틀 보상으로 구매할 권능은 화염계열로 하자.”
난 신의 상점의 품목을 꼼꼼히 살폈다.
그렇게 두 시간의 고심 끝에.
“결정했다.”
[게헨나의 불꽃(하급신)카테고리 : 악신 전용 권능
구매금액 : 2,000,000 Gcoin ]
***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집근처의 공원이었다.
새벽이라 다행히 나외에 다른 사람은 없었다.
아주 좋다.
새로 얻을 힘을 시험해 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내가 신의 상점에서 선택한 권능은 [게헨나의 불꽃]이었다.
일단 불꽃이라는 말이 그것이 화염에 연관된 권능이란 것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기도 했고, 게헨나라는 단어가 익숙했기 때문이다.
게헨나는 본래 예루살렘에서 악인이나 쓰레기를 불태우는 언덕에서 유래한 것으로, 바로 지옥을 상징한다.
크, 지옥불이라.
척 들어봐도 뭔가 엄청 세보이지 않는가?
콰아아!
그것을 선택하자 한순간 내 몸이 검은 불꽃에 휘감겼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하나도 뜨겁지 않았다.
동시에 기름이 불꽃에 지글거리는 것 같은 음성이 머릿속으로 울려 퍼졌다.
[킬킬킬, 연옥을 지배하는 내 권능을 선택한 탁월한 안목을 높게 평가하노라!내 권능을 얻었으니 너는 만악(萬惡)위에서 군림하는 절대자가 되리라!]
“오오오!”
이건 확실하다.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대박의 느낌이 났다.
그리고 화염 권능을 구매하자마자 기다리던 메시지가 떴다.
띠링!
[고유권능 생성 조건을 충족했습니다.100코인을 소모해 고유권능 ‘단죄하는 신의 중지’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권능을 획득하시겠습니까? (Yes/No) ]
“Yes!”
난 힘차게 외쳤다.
파스스!
그러자 손에 든 100짜리 검은 갓코인이 먼지처럼 바스러졌다.
띠링!
[고유 권능을 획득했습니다.‘단죄하는 신의 중지’
카테고리 : 고유권능
설명 : 지옥의 불꽃과 10만의 제물을 바쳐 활성화한 유일신의 고유권능이다.
위대한 유일신이 말씀하셨다.
‘나는 만악(萬惡)을 지배하고 심판하리라. 내게 거역하는 자 지옥불에 타죽으리라!’]
거참 언제봐도 중2스럽다.
아무튼 그렇게 난 새로운 고유 권능을 얻었다.
“후우, 그럼 시험해볼까?”
난 정신을 집중했다.
쿵! 쿵!
흥분과 기대로 심장이 기분 좋게 약동했다.
갓 메이커를 플레이한 이후, 좋은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지만 이번에야말로 좋은 예감이 강하게 든다.
척.
나는 중지를 텅 빈 공터를 향해 치켜들고 엄숙히 외쳤다.
“[단죄하는 신의 중지]!”
끝
ⓒ 크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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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나는 덜덜 떨리는 몸을 가누며 공원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습관처럼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하지만 주머니를 뒤져봐도 라이터가 나오지 않았다.
깜박했나?
하지만 괜찮다.
나는 중지를 들었다.
“[단죄하는 신의 중지].”
화르륵!
내 중지에서 손톱만한 크기의 검은 불꽃이 피어나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치이익.
스읍!
나는 필터까지 빨아들일 기세로 깊게 숨을 들이쉬며 새하얀 연기를 세상에 내뿜었다.
“휘우우.”
오늘따라 담배가 쓰구나.
보아라.
나 유일신은 이제 리모컨이 필요없으며, 심지어 라이터조차 필요없는 완전무결한 존재가 되었다.
“하하하!”
나는 미친 듯이 웃으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띠발! 여태껏 그렇게 속았는데 혹시나 기대한 내가 멍청이지!”
나는 갓 메이커를 노려보며 이를 바득 갈았다.
“그래. 한강에 던져버리자.”
오늘에야말로 너와 바이바이다.
이걸 손에 넣은 이후 뭐 되는 일이 하나 없었다.
개미한테 죽을 뻔 하지 않나, 몬스터한테 습격당하지 않나!
적어도 한강에 처넣어버리면 날 습격하려는 그 개미 군대 놈들도 익사해 뒈져버리겠지.
그렇게 마음먹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깨톡깨톡!
“누구야? 아침부터.”
정상적인 작가라면 밤샘을 하고 이제 막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이런 시간에 깨톡질이라니 무례한 사람 같으니라고.
: 작가님. 마지막 원고 주신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는데요. 물론 사정이 있으신 건 알지만, 그래도 회사 사정이 있어서 더 이상 딜레이하시면 곤란합니다. 선인세도 많이 당기셨잖아요 ㅠㅠ
사람이 아니었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담당이었다.
덜덜덜.
나도 모르게 담배를 쥔 손끝이 떨려왔다.
작가에게 가장 두려운 것 중 하나는 바로 담당으로부터의 원고 독촉인데, 그 강도는 출판사한테 땡긴 선인세가 높을수록 커진다.
난 떨리는 손을 진정하며 메시지를 보냈다.
: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좀 사건사고가 많아서……
(비실비실한 곰 이모티콘 삽입)
사실 퇴원한지도 얼마 안됐거든요…… 하지만 구상은 다 끝내뒀으니 시간을 조금만 주시면 곧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눈물을 줄줄 흘리며 엎드린 곰 이모티콘 삽입)
일부러 점을 많이 찍어서 보냈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비실곰 이모티콘까지 보냈다.
조금이라도 불쌍해보이려고.
: 아이고, 제가 열심히 하시는 작가님 마음을 모르겠습니까……
(손수건으로 눈을 훔치는 토끼 이모티콘)
하지만 회사 사정이라는게 있는지라……. 오늘까지 최소 반권이상 원고가 확보되지 않으면 사장님께서 계약해지를 고려하시겠다는 말에 저도 어쩔 수가 없네요……. ㅠㅠ
(토끼가 번뜩이는 식칼을 움켜쥐고 있는 이모티콘)
이, 이거 안통한다.
큭, 역시 이바닥에서 십년 이상 구른 베테랑답군!
: 그럼 작가님. 제가 퇴근하기 전까지 원고 보내주실거라고 믿겠습니다. 화이팅!
“뭐? 야 임마!!”
부랴부랴 다시 메시지를 보냈지만 읽씹당했다.
으아아! 이 피도 눈물도 없는 담당놈 같으니!
으,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썼더라?
대략 마지막으로 보낸 원고가 2만자 정도 되니까, 반권이면 대략 5만자를 추가로 써야 되는구나.
원고지로 따지면 500장.
그걸 오늘까지 써야 된다고?
절대로 불가능하다.
대체 뭐 떠오르는 게 있어야 쓰지!
띠링!
[성녀와 101명의 신도가 자신들을 버리지 말라고 유일신님께 눈물로 호소합니다.]그 와중에 갓 메이커가 실행되며 나를 향해 엎드리며 기도하고 있는 개미들이 보였다.
이런 모습을 보니 좀 짠하긴 했다. 하지만 일단 나부터 살고 봐야지 않겠는가.
물론 제일 급한 것은 원고 마감이었지만.
으, 이를 어쩐다.
“아!”
그때 내가 마지막으로 원고를 보냈던 때가 떠올랐다.
분명 그날 나는 나도 모르는 잠재력을 발휘했었다.
나는 제국의 개미군단이 날 습격할 시간을 확인했다.
: 66시간 22분 12초.
좋아. 아직 시간은 충분히 남아있다. 핸드폰, 아니 갓 메이커를 처분하는 것은 일단 원고 마감부터 하고 나서다.
난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신의 상점을 활성화시키고 그것을 잔뜩 구입했다.
등급 : 최하급신
설명 : 최고위 신격에 도달하기 위해 ‘영겁의 구도자(求道者)’ 가 수행중에 흘린 자신의 체액을 담은 것이다.
특이사항 : 이것을 마신 필멸자는 자신의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리라. 많이 마실수록 더 좋으리라.
‘그러니 많이 사시라!’
여전히 강매를 권하는 것 같은 문구가 거슬리지만.
뿅.
난 포션병의 뚜껑을 따고 영롱하게 빛나는 황금 액체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크, 여전한 박카스 맛이다.
난 한병을 비우고 내 앞 노트북 의 텅빈 화면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하긴 저번에는 여섯병 정도 마시고 깨어났더니 원고가 되어있었으니 이번에도 최소 그 정도는 마셔야겠지.
꼴깍꼴깍!
그렇게 다시 다섯 병을 순식간에 비웠다.
“꺼억!”
속이 더부룩했지만, 마감만 할 수 있다면 이 정도는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뭐야? 왜 아무 일도 일어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설마 내가 착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이 박카스 맛이 나는 포션도 진짜 박카스처럼 많이 마실수록 내성이 쌓여서 효과가 떨어지는 것일까?
“좋아. 누가 이기나 해보자.”
어차피 개미군대가 습격하기 전에 처분할 갓 메이커다.
난 코인을 아끼지 않고 ‘성장신의 가호’를 구매했다.
띠링! 띠링!
[영겁의 구도자(求道者)가 호구를 보며 흐뭇해합니다.]뭔가 거슬리는 메시지를 본 것 같지만 무시했다.
“헉! 헉!”
그렇게 열 병을 넘어 스무 병쯤 마시다보니 배가 개구리처럼 볼록 튀어나왔다.
“우욱!”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가는 입에서 신물 섞인 박카스가 쏟아질 것 같았다.
뒤늦은 후회가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내가 지금 무슨 뻘짓을 하고 있는 걸까. 이럴거면 그냥 머리 쥐어뜯으면서 쓰는 게 낫지 않을까?
큭, 역시 작가가 요행을 바라면 안되는 건데.
띠링!
5% –> 10%
유일신의 고유권능이 동화율이 상승한만큼 강화되었습니다.]
오, 떴다!
띠링!
타이틀이 활성화됩니다.
‘소소한 기적’이 일어납니다.
소소한 기적!
그래 바로 이거다.
그때도 이 메시지와 함께 원고가 완성되어 있었다.
“좋아! 빨리 마감을!”
딩동딩동.
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이 시간에 나한테 찾아올 사람은 없는데?
“누구세······.”
현관으로 가려고 몸을 일으켰을때였다.
갑자기 핑 현기증이 일며 졸음이 밀려왔다.
그날과 같은 현상이다.
그때도 현기증과 함께 정신을 잃고 깨어나보니 원고가 완성되어 있었다.
분명 이번에도 눈을 뜨고 나면 원고가 완성되어 있겠지?
털썩!
나는 만족하며 의식을 잃었다.
***
존나 짜릿한 여고생.
아니 뇌제라 불리는 헌터 성미리는 반쯤 그을린 허름한 집 문 앞에서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강남의 유명한 케잌부띠끄에서 무려 두시간이나 줄을 서 산 최고급 케이크가 들려 있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턱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그동안 헌터 활동을 하며 번돈을 저금해둔 통장까지 가지고 왔다.
주로 구호활동 위주로 활동한 그녀였기에 액수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열심히 활동해 갚을 생각이었다.
평생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유일신은 그녀에게 다시 복수의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만들어준 은인이었으니까.
겉보기에는 평범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그는 사실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성미리는 유일신이 사기 아이템을 간파한 것을 직접 보기도 했으니까. 게다가 엄청난 마도구를 무상으로 자신에게 주었다.
그는 세상에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지 않은 숨은 기인이었던 것이다.
‘혹시 집을 알고 있다고 이상하게 생각하시지 않을까?’
쿵! 쿵!
심장이 부서질 듯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