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13)
장막 안에서 마치 녹슨 쇠가 부딪치는 것 같은 불길하고 음산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대장군 카미키리, 짐의 칙명을 받아라.]그러자 그에게 엎드려 있는 곤충떼의 선두에 있던 곤충 하나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온몸을 새하얀 천으로 휘감고 있어 그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소매에 팔 대신 시뻘건 빛을 뿌리는 칼날이 튀어나와 있었다.
그가 칼날을 교차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황제 폐하의 십검(十劍) 중 사검(四劍) 대장군 카미키리 대령했나이다. 어떤 명령이든 내려주소서.”
[짐은 그 하찮은 검은 부족들에게 얻을 거라고는 세계수의 열매와 성녀 밖에는 없다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성녀보다 놈들이 섬긴다는 괴신(怪神)이 더 궁금하구나.]장막 안의 황제가 손가락을 까닥였다.
[카미키리. 너에게 오백만의 군사를 내리겠다. 그들을 이끌고 그 괴물이 정녕 신에 어울리는 존재인지 시험해보라.만약 섬길 가치가 있는 신이라면, 제국의 신좌(神座) 중 말석 정도는 넘겨도 좋겠지.]
“그 괴물이 시험을 넘지 못하면 어찌하오리까?”
[당연한 걸 묻는구나. 카미키리.]콰아아아!
장막 안의 황제에게서 광폭한 살기가 뿜어지며 사방으로 번졌다.
살기를 이기지 못한 몇몇 곤충들이 똥오줌을 지리며 게거품을 물었다.
[갈가리 찢어 위대한 제국의 신들께 제물로 바치거라!]***
“커헉!”
난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은 채 잠에서 깼다.
여태까지의 패턴으로 볼 때 이게 단순한 개꿈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이건 예지몽이다.
하지만 너무나 현실성 없는 숫자에 정신이 멍해졌다.
“오, 오백만이라고.”
고작 십만 마리한테도 죽을 뻔 했는데 그 오십 배라니.
시발, X됐다.
대체 어떻게 해야하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깨톡깨톡!
이 시간에 누가 깨톡을 보낸 거지?
혹시 담당인가?
하지만 깨톡에 뜬 것은 내 연락처에 없는 사람이었다.
: 힘이······ 필요한가······?
거기에 사골을 끓이다 못해 이제는 맹물밖에 안나오는 클리세스런 대사를 때려주신다.
그런데 어째······.
닉이 좀 낯이 익다?
핸드폰 자판을 바쁘게 두드렸다.
: 누구세요??
: 나는 만악이자, 만물을 삼키는 자······. 모든 악몽의 근원······.
거참, 대사가 하나하나 아주 중2스러우시다.
작가 선배 중 하나가 장난치는 건가?
: 장난하지 말고요. 누구세요? 혹시 크래커형?
: 힘이 필요하면 내가 주겠다······. 갓 태어난 미숙하고 나약한 신이여······.
누군지 몰라도 그 컨셉 계속 유지할 생각인가보다.
네, 네. 힘이 필요합니다.
그 빌어먹을 개미 오백만 마리를 한 번에 휩쓸 수 있을 정도면 좋겠네요. 이거 진지하게 세스코에라도 문의를 해봐야하려나?
깨톡깨톡!
: 그렇다면 제물을 바쳐라······.
: 네? 제물요?
: 그렇다······. 미숙하고 나약한 신이여······. 일단 그대별의 인간을 백 마리 바치거라······. 특히 그대와 피가 이어진 인간이라면 더욱 좋다······. 그리하면 위대한 대악신인 나의 권능을 나눠주겠노라······.
하? 이 미친 놈이. 아무리 장난이라고 해도 할 말이 있지.
사람을 백 명 바치라고? 게다가 뭐? 피가 이어진 인간?
지금 내 목숨보다도 소중한 가족을 건드리는건가.
머리가 피가 확 쏠렸다.
: 야, 누군지 모르겠지만 개소리 작작해라. 계속 헛소리 지껄이면 차단한다.
: 감히······ 지금 나 악몽의 주인에게 감히 그리 말한것이냐······. 이 하찮은 것이 주제도 모르고······!
난 검지를 들었다.
: 앗! 아니 잠깐 기다려! 야 이 나쁜 놈아! 내가 선물도 줬는데 매정하게 이러기······!
여태까지 느릿느릿하게 올라오던 것과는 다르게 갑자기 다급하게 채팅이 올라왔지만 이미 늦었다.
꾸욱.
차단완료.
흥, 컨셉질도 적당히 잡아야 어울려주지 어딜 가족으로 패드립이냐.
대체 내 깨톡 아이디는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런 또라이들 한두 번 상대해본 게 아니다.
쿠르르릉!
그때 하늘에서 갑자기 천둥성이 울려 퍼졌다.
이상하다. 일기예보에 비 온다는 이야기는 없었는데?
하지만 지금 나한테 중요한 것은 컨셉질 하는 깨톡도, 마른 하늘의 날벼락도 아니다.
“아, 시바 어쩌지.”
무려 500만 마리의 개미들이 날 노리고 있다.
이 상황이 어이 없다 못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만 일단 살고 봐야한다.
적어도 그 빌어먹을 개미 놈들이 언제 들이닥칠지만 알 수 있어도······.
[눈먼 신의 눈] 권능이 발동합니다.내 불안과 호응하듯 저절로 능력이 발현했다.
벽으로 가로막혔던 내 방 풍경 대신 광활하게 펼쳐진 평야가 내 시야에 펼쳐졌다.
붉은 강줄기가 사나운 기세로 그 평원을 가로지른다.
척! 척! 척!
아니, 그것은 강이 아니다.
수백만 마리의 붉은 개미들이다.
그것들이 일사분란하게 열과 오를 맞추며 행군하고 있었다.
게다가 단순히 개미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드르륵! 드르륵!
조잡하지만 바퀴가 달린 전차와 마치 투석기처럼 생긴 공성병기들도 보였다.
그 위용은 한낱 개미들이라기 보단, 잘 조련된 중세의 군대 같았다.
그 중 유독 눈에 띠는 존재가 있었다.
개미 군대의 선두 전차에 온몸을 검은 천으로 가리고, 보통 개미들보다 덩치가 스무 배는 될 듯한 존재.
척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기세를 뿜었다.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려 하자 검은 천으로 가려진 어둠에서 붉은 안광이 섬뜩하게 빛났다.
-어딜 감히 나를 재려하느냐! 사악한 괴물아!
뭐, 뭐야? 설마 들켰어?!
-각오해라! 괴물아. 곧 제국의 진정한 힘을 보여줄테니! 나 대장군 카미키리가 네 눈을 뽑고 머리를 베어 황제폐하께 진상하리라!
그것은 분명 나를 겨냥하는 말이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 71시간 32분 21초.
순간 다시 시야가 전환되며 위와 같은 메시지가 떴다.
이런 것도 되다니, 거참 편리한 능력이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나는 상황을 냉정하게 보았다.
대략 남은 시간은 사흘 정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일단 개미 놈들이 습격할 시간을 안 것은 뜻밖에 큰 수확이다.
저번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탈출하지도 못하고 싸운다면 별 반격도 못하고 골로 갈 공산이 컸으니까.
몇 가지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 중 하나는 대략 놈들이 튀어나올 시간에 맞춰서 핸드폰을 강이나 바다 같은 곳에 던져버리는 것이다.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개미인 이상 그대로 수몰되어버리지 않을까?
이 경우에는 더 이상 갓 메이커를 플레이할 수 없겠지만, 죽는 것보단 낫다.
하지만 이건 최후의 수단이다.
우선 내가 할 대책은.
난 갓 메이커를 터치했다.
띠링!
[갓 메이커를 실행합니다.]곧 게임이 활성화되며 토굴 안에서 벌벌 떨고 있는 흰개미와 검은 개미 무리들이 보였다.
[성녀와 101명의 신도들이 제국군의 습격 소식에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너희들 떨고 있니?
그래, 사실 나도 졸라 떨린다.
난 개미들과 동질감을 느끼며 다른 메뉴를 실행시켰다.
[신의 상점]이 활성화됩니다.곧 신의 상점의 품목들이 좌르륵 펼쳐졌다.
New! [번개를 휘두르는 망치 (상급신)
카테고리 : 선신 전용 무구
구매금액 : 21,000,000 Gcoin ]
[신을 가두는 항아리(중급신)카테고리 : 악신 전용 신기 아이템
구매금액 : 9,000,000 Gcoin] [자애로운 숲의 수호자 소환 (상급신)
카테고리 : 선신 전용 소환술
구매금액 : 100,000,000 Gcoin]
………
….
하, 언제 봐도 어이없는 가격이다.
나는 현재 약 200,000의 갓코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신의 상점에서 박카스, 아니 성장신의 가호 정도 밖에는 살 수 없었다.
웬만한 하급 권능도 백만 단위를 가볍게 넘어섰으니까.
그러나 내게는 나도 까먹고 있던 특전이 있었으니.
E)>
-위대한 악의 길을 걷는 자여. 그대를 덮치는 시련마저 잡아먹고 진정한 악신으로 성장할 지어다!
시련을 극복했습니다!
특전 보상으로 [신의 상점]에서 코인의 소모 없이 하급신의 권능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단 악신 전용 권능에 한정합니다.]
가시뿔소에게 죽을 뻔 했던 그날 내게 떴던 이 메시지.
비록 악신 전용 한정이지만, 최하등급의 권능을 코인 소모 없이 구할 수 있었다.
이건 몇백만 코인을 한번에 벌어들인 것과 같았다.
난 신의 상점 품목을 꼼꼼히 살폈다.
“큭, 역시 너무 많아.”
언제봐도 기가 질릴 정도로 그 목록이 너무 광대했다.
조언을 해줄 사람도, 가이드도 없는 게임이니만큼 의지할 건 내 판단뿐. 선택할 수 있는 건 단 한번 뿐이니 심사숙고해야한다.
제길, 뭔가 참고할만한게 있다면.
“아!”
그때 번개처럼 좋은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번뜩였다.
***
만성 피로에 찌든 누리끼리한 낯빛에 다크써클이 판다처럼 눈가를 뒤덮은 남자가 나를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나다.
정확히는 거울 속의 나.
벌써 오분째 이 짓을 하고 있는 것은 내가 나르시스트기 때문이 아니다.
그동안 ‘눈 먼 신의 눈’ 권능으로 사람이나 물건을 감정한 것처럼, 어쩌면 나를 감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집중했다.
또 집중했다.
그렇게 다시 십분 정도가 흘렀다.
눈이 빠질 것처럼 아프고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내가 잘못 생각했나?
혹시 나 자신을 감정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그렇게 그만 포기해야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띠링!
끝
ⓒ 크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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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밤의 어둠과 미세먼지로 뒤덮인 서울의 하늘.
번쩍!
쿠르르 콰콰쾅!
밤하늘을 관통하는 번개가 80층 높이를 자랑하는 헌터협회의 빌딩에서 치솟았다.
그 위력이 얼마나 엄청났는지, 미세먼지로 가려졌던 달과 별들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 기적은 놀랍게도 단 한명의 인간이 행한 일이었다.
“하아! 하아!”
온몸을 절연재질의 라텍스로 감싼 소녀, 흑단처럼 길게 늘어진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스파크가 파직거렸다.
소녀는 B급 헌터로 뇌제란 별명으로 불리는 성미리였다.
뇌제의 수치를 재던 연구원이 흥분하며 소리쳤다.
“7000MP! A랭크 중에서도 상위 수준입니다!”
“대단하군!”
헌터협회장이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단순히 수치만 본다면 지금 이 광경을 참관하는 다른 S랭크의 헌터들에 미치진 못한다.
하지만 성미리처럼 B랭크에서 랭크업한 경우는 전세계에서도 극히 드물었다.
게다가 그녀는 본래의 랭크보다 한단계 높게 쳐주는 뇌전계열의 희귀능력자다.
한국에서 열 명도 되지 않는 S랭크 헌터에 준하는 헌터가 탄생했다고 과언이 아닌 일이었다.
얼마 전 헌터상점을 각성한 강우 헌터와 더불어 한국 헌터계의 호재였다.
“기고만장하지 마. 성미리. 그래봐야 겨우 A급 주제에.”
모두가 축제 분위기일 때 찬물을 끼얹는 소리를 내뱉는 자가 있었다.
바로 성미리의 친언니이자 S급 헌터인 성미나.
“괜히 복수니 뭐니 해서 쓸데없이 나대면 내 손에 반죽을 줄 알아. 명심해!”
그녀가 싸늘하게 내뱉고는 휙 그곳을 떠났다.
성미나의 파트너인 S급 헌터 백유현이 쯧쯧 혀를 찼다.
“하여간 성깔하고는. 아무튼 앞으로 잘 부탁해 동생. 이제 종종 같이 레이드 갈일도 있겠는걸~.”
헌터 관계자들과 S급 헌터들이 성미리에게 축하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성미리가 한계를 초월한 건 그녀 자신의 힘이 아니었다.
그녀가 새끼 손가락에 끼고 있는 작은 반지.
그것을 낀 이후로 무서운 속도로 사용할 수 있는 뇌전의 기운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S급의 아이템이라고 해도 이런 것은 불가능했다.
부르는 게 값일 이런 보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다니.
‘그 아저씨. 대체 정체가 뭐지?’
성미리는 드루이드의 반지를 매만지며 유일신을 떠올렸다.
***
띠링!
오, 됐다!
곧 나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앤트리니아 행성의 최하급신이다. 본래 이름 없는 신이었지만, 세계수를 관리하는 검은 부족의 섬김으로 신위를 얻었다.
특이사항 : 비리비리하고 찌질하다.
······특이사항의 팩폭에 마상을 입었다.
그나저나 나 최하급신이었나?
하긴 뭐 개미나 짓눌러 죽이는 신이 높은 등급이면 그게 더 이상하긴 하다.
그런데.
‘왜 이리 길어?’
그동안 내가 감정했던 사람이나 물건들은 길어야 서너줄이었는데,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텍스트가 이어졌다.
: 신의 행적으로 부여되는 타이틀이다.
현재 2개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신의 성장에 따라 파멸의 힘과 불운을 얻는다.
현재 랭크업 특전보상으로 [신의 상점]에서 갓코인의 소모 없이 하급신의 권능을 구매할 수 있다. 단 악신 권능 한정.
신의 성장에 따라 소소한 기적을 일으킨다.
[현재 악 성향에 좀 더 치우쳐 있다. 악신들에게는 호의를, 선신들에게는 약간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고유 권능]: 신이 자신의 재능과 경험으로 획득할 수 있는 권능으로 신의 성향과 관계가 깊다.
현재 유일신은 2개의 고유 권능과 ???을 가지고 있다.
1.
-신앙을 받거나 위업을 달성할수록 랭크가 오른다.
2.
-고유권능이 최하급신의 감정 성공으로 인해 F에서 E로 업그레이드 됐다. 감정하기 어려운 것을 감정할수록 랭크가 오른다.
그래도 생각보다 더 유익한 정보들이 많았다.
일단 타이틀 부분.
지금 내 성향이 악에 치우쳐 있어 선신들에게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걸렸다.
악신 타이틀이 D급이니 적어도 선신 타이틀도 그 정도 수준까지는 올려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내 고유권능도 랭크를 올릴 수 있다는 말을 기억해두자.
난 다음 항목으로 시선을 돌렸다.
3.
최상급 악신 [소리 없이 기어오는 악몽] 에게서 선물 받은 권능이다.
소리없이 기어오는 악몽?
방금 내 깨톡으로 헛소리 지껄이던 사람 아닌가?
컨셉이 아니라 진짜 신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