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143)
천마의 미완의 절초에 이름 모를 검신의 초식이 더해져 지금 하나로 합쳐진다.
“천마······공겁(天魔空劫)”
해피버스데이 H
나는 유일신이다.
들으면 막 뭔가 기도하고 싶거나 혹은 비꼬고 싶은 이름이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그저 인기 없는 삼류 소설가일 뿐이다.
그런 내게 대체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끼아아아아아아악!
섬뜩한 괴성을 지르며 잿빛으로 물들며 꺼져 가던 태양 속에서 불사조가 튀어나왔다.
-나는 태양신이다! 온 우주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란 말이다!
저것이야말로 태양신 ‘가장 높은 창공에서 빛나는 불’의 본체.
그 크기는 무려 수백 킬로미터에 이른다.
3개의 세계를 한꺼번에 불태우려던 태양신이 이제는 오직 나와 지구만을 노리고 강림하고 있었다.
츠츠츠츠!
하늘에 걸린 구름이 순식간에 증발하고, 그 푸른빛마저 달아오른 쇠처럼 시뻘겋게 물들었다.
불사조가 찢어질 듯 부리를 열며 외쳤다.
-내 모든 신력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네놈! 너와 네놈의 세계만은 반드시 태워 죽이리라!
분노와 악의로 가득한 불사조가 나와 우리의 세계를 향해 낙하했다.
천마를 쥔 손이 덜덜거렸다.
몇 번이나 회귀했던 강우의 기억 속에서도 저런 것이 나타난 적은 없었다.
저것은······ 내가 불러온 재앙이다.
“크윽, 멍하니 있지 말고 무슨 수를 써 봐라! 머저리야!”
내 분신이 지구로 낙하하는 불사조의 등에 초승달의 신검을 박으며 소리쳤다.
치이익!
“죽어! 죽어라! 이 망할 새대가리 새끼야!”
불꽃에 온몸이 타들어 가면서도 분신은 불사조의 등에 칼질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나는 모든 신력을 소모해서 저항할 기력도 없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을 간신히 가누며 서 있는 게 전부다.
분신 또한 사정은 나와 다를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끝까지 저항을 멈추지 않는다.
대체 어떻게 나란 녀석에게서 저런 녀석이 나온 걸까?
어쩌면 저 녀석이 나 대신 본체가 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뭐, 뭐라도 해야 돼!’
이대로 가만히 타 죽을 수는 없다. 뭔가 발악이라도 해야 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그러나 이미 바닥이 난 신력으로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기껏 스킬 공유를 통한 신도들의 스킬을 빌려 오거나, 천마를 이용해 천마신검을 펼치는 것 정도다.
아니면 이제는 한 번밖에 남지 않은 천검의 보고를?
하지만, 지금 분신이 빌려 온 신검도 태양신에게는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의미가 있을까?
‘하다못해 놈의 약점이라도 볼 수 있다면!’
나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눈먼 신의 눈’의 고유 권능으로 불사조를 바라보았다.
띠링!
-감정에 실패했습니다! 상대와 격의 차이가 너무 큽니다!
바드득!
나는 이를 악물었다.
‘되든 안 되는 해 보는 수밖에.’
발악하듯 천마를 들어 천마신검을 펼치려고 했다.
겨우 그것만으로는 저 불사조를 막을 수 없겠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죽을 수는 없었으니까.
-어린 신이여, 정의를 위해 죽을 각오가 되었다면.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으로 직접 들려왔다.
고요한 밤하늘에 걸린 초승달처럼 은은하고 깊이 있는 여신의 음성.
-내가 그대를 돕겠다.
천검의 보고에서 빌렸던 ‘밤의 어둠 속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자들을 비추는 달빛의 검’.
-비록 영락하였지만 한때는 최고위신이었던 나 정의의 달빛이 그대에게 신앙을 바친다.
띠링!
-‘밤의 어둠 속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자들을 비추는 달빛의 검’이 당신의 임시 신도가 되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고 있을 때.
내 심장에서 태산처럼 웅혼한 거인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크르르! 미약하지만 나도······ 돕겠다! 내 신녀의 원수를 갚아 다오!
-‘산을 씹는 거신의 검’이 당신의 임시 신도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악돌이의 각성과 린샤오밍의 포교, 검귀의 성장 등으로 늘어났던 S급 이상의 신도의 숫자에 한때 신이었던 신검들의 신앙이 더해졌다.
초월의 가능성이 있는 S급 이상의 지적 생명체 신도 : 100(↑30)/100
띠링!
-축하합니다. 중급 선신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유일신’이 중급 선신으로 승급합니다!
-‘유일신’은 또한 중급 악신이기도 합니다.
-선과 악의 신력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달의 여신이 말했다.
-보라, 어린 신아. 태초 이래 최강의 검신을.
츠츠츠!
동시에 내 눈동자에 마치 초승달 문양 같은 황금빛이 서렸다.
-‘눈먼 신의 눈’이 A랭크로 진화합니다.
-‘눈먼 신의 눈’이 태양신의 공포를 봅니다.
그러자 나와 지구를 덮치는 불사조 대신.
고오오오!
끝없이 장엄한 우주가 펼쳐졌다.
-키아아아아악!
아니, 그것은 우주가 아니다.
우주만큼 거대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별들을 품고 있었지만, 그 실체는 세계를 먹어 치우는 괴물.
만악의 근원 파괴신이었다.
그런 우주적 존재인 파괴신과 맞서 싸우는 자가 있었다.
달의 여신의 기억에서 보았던 그녀의 사도 백기사.
그는 자신의 주위에 수많은 검들을 두르고 있었다.
검이라기보다는 쇠기둥이 어울릴 거대한 검부터 실처럼 가는 검신을 가진 세검, 뱀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편검, 검신 대신 빛만이 존재하는 광검과 그와 대조적으로 칠흑 같은 어둠이 치솟은 암검······.
전형적인 검부터 차마 검이라 부르기 힘든 검까지.
그 숫자가 무려 천.
-천검(千劍)이여, 저 벌레를 찢어발겨라!
차라라라라락!
서걱! 서걱!
하지만 서로 다른 천개의 검이 백기사의 손에 의해 처음부터 하나의 검이였던 것처럼 움직이며 파괴신을 도륙했다.
백기사는 우주적 존재인 파괴신에 비하면 티끌만도 못했지만, 그가 휘두르는 천검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모든 기예를 아득히 초월한, 신의 검이 그곳에 있었다.
-부끄럽구나.
나와 공명하며 그 광경을 보던 천마가 탄식했다.
-저자야말로 진정한 검신이로다.
천마가 경탄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끼며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백기사가 휘두르는 검의 묘리를 빨아들였다.
그리고 그런 천마의 무의식이 살아생전, 완성하지 못했던 하나의 초식을 떠올렸다.
그것은 천마신검의 마지막 절초.
파괴신을 죽이려 만든 초식이었지만, 목숨을 잃는 마지막 순간까지 완성하지 못했던 미완의 초식.
인간의 손으로는 결코 닿을 수 없었던 허상과도 같은 그 검초.
-키아아아아악!
하지만, 결국 백기사에게도 최후가 찾아왔다.
-빌어······먹을······ 벌레야. 기다려라. 내가 비록 오늘은 졌지만 반드시 다시 돌아······ 끄아악!
백기사와 그가 휘두르던 천 개의 검이 파괴신이 토하는 흑염에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아!
검신인 저자도 결국 파괴신에게는 닿지 못하였던가!
천마는 회한을 담아 백기사가 소멸한 텅 빈 공간을 보았다.
-저자가 만약 내 천마신검의 마지막 절초······ 천마공겁을 접했더라면!
자신에게는 허상이었지만, 저 검신이라면 분명 허상을 넘어 그 실체에까지 분명 닿았을 것이다.
-안타깝구나!
슈우우우욱!
슈슈슈슉!
천검에 100개로 쪼개진 파괴신의 육체가 전 우주로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보며 천마가 울분을 토했다.
-저때 놈이 죽었더라면!
훗날, 저 분신 중 하나에게 천마의 세계는 멸망하게 되니까.
파괴신과 백기사가 사라진 곳에 공허가 찾아왔다.
그 공허 속에 홀로 남은 나는 ‘보았다’.
본다. 본다. 본다.
내가 보았던 백기사의 움직임을 수만 개의 프레임으로 쪼개서 보고 또 보았다.
그리고 천검을 휘두르던 백기사의 움직임을 내게 재현하려 시도했다.
하지만, 완벽한 카피는 불가능했다.
백기사의 검은 신의 검, 그것도 최고위에 이른 검신의 것이었으니.
하지만, 나는 그것에 내가 아는 또 다른 검신의 검을 이었다.
“······불가에서 말하는 세계의 시간 사겁(四劫)을 이루는 것은 성겁, 주겁, 괴겁,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것이 멸한 공(空)의 시간, 즉 공겁이니.”
그것은 천마가 완성하지 못했던 천마신검의 마지막 절초.
파멸을 집어삼키는 텅 빈 공(空)의 묘리.
나와 공명한 천마가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보았듯, 나 또한 천마가 본 것을 보고 있었다.
검신합일(劍身合一).
검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경지처럼 지금 이 순간 그와 나는 하나였다.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네 세계와 함께 불타 죽어라! 잡신아!
콰르르르르!
파멸의 화염의 토하며 울부짖는 불사조, 내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태양신을 향해 천마를 겨눴다.
츠츠츠!
선신도, 악신도 아닌 기운이 천마의 검 끝에 살짝 어렸다.
나는 천마의 미완의 절초에 이름 모를 검신의 검을 덧씌우며.
“천마······공겁(天魔空劫)”
불사조를 향해 공의 검을 그었다.
스윽.
인간의 검이라기에는 지나치게 광대하고, 신의 검이라기엔 아직 미숙한 검이었지만.
서걱!
-끼에에에에엑!
그래도 파멸의 불꽃을 토하는 불사조의 몸을 반으로 쪼개기엔 충분했다.
띠링!
-유일신께서 앤트리니아, 워터니아, 지구 3개의 세계를 구하셨습니다.
-퀘스트 ‘하루에 100개씩 착한 일을 하면 온 우주가 아름다워질 거야.’의 선업을 초과 달성하셨습니다!
-999,999,999(↑)/10,000,000.
-‘한없이 베푸는 풍요’가 양손으로 감동으로 벅차오르는 가슴을 꼬옥 움켜쥔 채 당신에게 퀘스트 보상과 축복을 내립니다.
-선업으로 선신 타이틀 ‘자애로운 구원자’의 랭크가 A로 오릅니다.
-선신 타이틀의 랭크 업으로 중립을 이루었던 유일신의 성향이 선신에 조금 가까워지셨습니다.
-몇몇 고위 악신이 그런 당신을 고깝게 여깁니다.
띠링!
-선신과 악신의 중급 신위를 모두 달성한 보상으로 ‘신의 제전(祭戰)’의 참가 자격을 얻었습니다!
* * *
나는 유일신이다.
앤트리니아의 신이며, 미친 불사조에게서 세계를 지킨 영웅이기도 하다.
그리고 동시에.
“하아, 자까님. 그러니까 이게 이번 챕터 엔딩이라고요?”
마감을 못해 결국 출판사에 잡혀 통조림행에 처해진 작가였다.
통조림은 이쪽 업계의 은어로, 작가를 출판사 사무실에 가두고 마감을 끝낼 때까지 참기름처럼 원고를 쥐어짜 내는 무시무시하고 비인도적인 행위를 말한다.
“······네. 이, 이상한가요?”
“하아······.”
담당이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무튼 일단 마감부터 하고 봅시다!”
“네에.”
나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다시 노트북을 두드렸다.
내 책상에는 사흘 밤샘의 부속물인 박카스 병들과 짜장면 그릇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흑흑, 집에 가고 싶다.’
하지만, 이 미친 담당 놈은 나와 일심동체라도 된 것처럼 이 사무실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흠.”
내 앞에서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원고를 살피던, 피도 눈물도 없는 담당 놈이 문득 물었다.
“그런데 풍요 신에게 받은 보상은 어떻게 됐습니까?”
* * *
한때 삼협회의 본단이 있었던 중국 태산. 그 심처에 은밀히 숨겨진 산골 마을.
“헉! 저게 뭐지?”
주민들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는 정체불명의 물체를 보고 대경실색하며 그곳에 몰려들었다.
“처, 천사?”
파닥파닥!
그렇다.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는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작고 귀여운 천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