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144)
수백 마리는 될 것 같은 천사들은 뭔가를 짊어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천사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관이었다.
천사들의 선두에 선 릴리스가 주민들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반짝 눈을 빛내며 중년의 미부 앞에 내려섰다.
그러자 천사들이 그녀의 앞으로 짊어진 관을 내려놓았다.
갑작스레 벌어진 이 사태에 여인과 주민들이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끼이익!
관 뚜껑이 덜컹 열리더니 그 안에서 장대한 체구의 소녀가 머리를 움켜쥐며 몸을 일으켰다.
“으으······ 머리야. 여긴 대체 어디? 앗, 엄마?”
여인을 본 소녀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녀가 눈물을 펑펑 쏟으며 허저를 덥석 품에 안았다.
“허, 허저야! 내 딸! 마침내 돌아왔구나! 흐으윽! 유일신 선생님 말이 맞았어!”
허저는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 엄마가 어떻게 유일신 선생님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분명 그날 죽었을 자신이 어떻게 살아 있는지.
하지만, 그녀가 간신히 입을 열었을 때 튀어나온 건.
“엄마······ 보고 싶······. 무사해서 다행······ 흐아앙!”
그저 울음뿐이었다.
그런데, 기분 탓일까?
오열하는 허저의 귓가에 누군가의 낯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해피 버스데이, 허저야.
세계가 그녀를 축복하며 속삭였다.
후일담
사락, 사락.
뱀처럼 냉혹하고 날카로운 눈동자의 남자가 책상 앞에 놓인 종이 뭉치를 돈을 세는 듯한 손놀림으로 한 장 한 장 넘겼다.
“훗, 조판으로 300p. 틀림없군요.”
남자가 음흉하게 웃으며 종이 뭉치와 USB 파일을 철제 책상 안에 밀어 넣었다.
드르륵! 쾅!
그 모습이 마치 빚쟁이를 갈취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업자 못지않다.
“축하합니다. 열흘 치 연재 원고가 드디어 확보됐군요. 역시 자까님은 맘만 먹으면 하실 수 있는 분이라니까요! 하하하!”
“으어어······.”
피골이 상접해 좀비처럼 변한 내가 책상에 엎드린 채 신음을 흘렸다.
“하하하, 저한테 그렇게 고마워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다 자까님의 부족한 점을 메워 드리는 게 담당의 직무 아니겠습니까?”
“주······ 주길 거야······.”
담당 놈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배는 볼록 나온 주제에 담당은 날렵한 몸놀림으로 내 손을 휙 피했다.
“우리가 아무리 친해도 사적인 스킨십은 좀, 앗!”
그가 텅 빈 손목을 바라보며 화들짝 외쳤다.
“이크, 벌써 시간이 이렇게! 저는 외부 미팅이 있어서 이만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자까님, 그럼 오늘은 집에 가셔서 푹 쉬시고 내일부터 다시 작업 시작하시는 겁니다~!”
“거, 거기 서······.”
좀비처럼 손을 허우적거리는 날 남겨 두고 담당 놈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렇게 나는 무려 일주일 만에 통조림에서 벗어나 집에 돌아가게 되었다.
* * *
“으으······ 죽겠다······.”
내 골방의 방구석으로 돌아온 나는 사흘 정도 씹다 뱉은 껌처럼 방바닥에 눌어붙어 있었다.
나는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그때를 떠올렸다.
기연과 우연이 얽혀 발악하듯 펼친 천마와 백기사의 절초 천마공겁, 텅 빈 공(空)의 검.
-분하다······. 모든 신위에 군림할 위대한 태양인 내가······ 겨우 이런 땅버러지 따위에게······.
서걱.
파스스스.
그것에 베인 불사조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더니, 처음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흩어져 버렸다.
“허억! 허억!”
모든 힘을 쏟아 낸 내가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기분으로 주저앉아 있을 때, 두 명의 인영이 내 앞에 섰다.
한 명은 온몸이 화상으로 시커멓게 그을린 내 분신이고, 다른 한 명은 머리에 뾰족한 가시관을 쓰고 있는 몸이 푸른빛의 물로 이루어진 여인이었다.
여인이 내 앞에 공손히 무릎을 꿇었다.
-우리의 세계를 구해 주셔서 감사하와요. 용사님이 섬기는 위대한 신이시여. 저 ‘만물에 순환하는 자’도 앞으로 당신의 신실한 신도가 될 것을 맹세드리와요.
-삐약! 삐약!
물의 여신의 손에는 불꽃으로 이루어진 작은 병아리 같은 게 들려 있었다.
본능적으로 나는 그것이 방금 내가 베어 버린 태양신의 편린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 아이는 소멸한 태양신 대신 앤트리니아의 새로운 태양이 될 것이와요. 제가 잘 훈육해서 전대 태양신처럼 타락하지 않게 할 터이니 걱정 마시와요. 그럼 신이시여, 다음에 또.
스르륵.
물빛 미소와 함께 불병아리를 움켜쥔 물의 여신이 사라졌다.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분신 놈이 입을 열었다.
“······나도 시간이 됐군.”
스스스.
분신의 몸이 흐릿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놈이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으로 날 노려보며 말했다.
“명심해라. 내가 너보다 못한 게 아니다. 네가 할 수 있는 건 나도 할 수 있어. 내가 네 놈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보다 더 완벽하게 태양신 놈을 벴을 거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렇겠지. 너도 고생 많았어. 네가 아니었으면 막을 수 없었을 거야.”
그건 진심이다. 나 자신한테 하는 말이라 좀 머쓱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쯧! 빈말은 됐다!”
투덜거리던 녀석이 검은 아지랑이처럼 변하더니 내 안으로 스며들었다.
띠링!
-퀘스트 ‘하루에 100개씩 착한 일을 하면 온 우주가 아름다워질 거야.’의 선업을 초과 달성하셨습니다!
-999,999,999(↑)/10,000,000.
-‘한없이 베푸는 풍요’가 양손으로 감동으로 벅차오르는 가슴을 꼬옥 움켜쥔 채 당신에게 퀘스트 보상과 축복을 내립니다.
쩌적, 쩌저적!
번쩍!
그때 내 눈앞의 공간이 갈라지더니 그 곳에 눈부신 황금빛을 뿜는 포션 병이 나타났다.
크기는 겨우 한 뼘도 되지 않았지만, 포션 병에서 느껴지는 신력이 범상치 않았다.
이것이 ‘부활의 비약’인가?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았지만, 나는 갓메이커를 실행했다.
“릴리스 님, 나와 주세요.”
뾰롱!
그러자 갓메이커에서 검은 머리칼의 귀여운 천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그녀에게 부활의 비약을 건넸다.
“이것을 허저에게······.”
허저의 시체는 썩지 않게 그 방면의 전문가인 네크로멘서 고사득에게 맡겨 두었다.
릴리스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더니 내가 건네준 부활의 비약을 움켜쥐고 고사득을 향해 파닥파닥 날아갔다.
-‘모든 것을 베는 천검’이 저런 엄청난 신력과 인과율이 담긴 비약을 겨우 인간에게 쓰려고 하다니 미쳤냐고 소리칩니다. 둘 다 좀 모자란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로 빡대가리들일 줄은 몰랐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젓습니다.
-‘한없이 베푸는 풍요’가 그녀답지 않게 도끼눈을 뜨며 ‘모든 것을 베는 천검’을 쏘아봅니다.
-‘모든 것을 베는 천검’이 그녀를 무시하며 지금이라도 저걸 자기에게 넘기면 좋은 데에 써 줄 테니 어서 저 천사를 불러오라고 합니다.
-‘모든 것을 베는 천검’이 당신에게 은밀히 거래를 제의합니다. 자신에게 저 부활의 비약을 넘기면 무려 1,000Gcoin을 주겠다고 합니다.
-‘한없이 베푸는 풍요’가 터무니없는 액수에 얼굴을 구기더니 조용히 뭔가를 듭니다.
-‘모든 것을 베는 천검’이 ‘한없이 베푸는 풍요’가 든 것을 보더니 소스라치게 놀라 뒷걸음칩니다. 선을 추구하는 고위 선신이 그딴 것을 들면 안 된다고 기겁합니다.
-‘소리 없이 기어 오는 악몽’이 깔깔 웃으며 ‘한없이 베푸는 풍요’를 응원합니다.
-천검의 보고로 돌아간 ‘밤의 어둠 속에서 악행을 저지르는 자들을 비추는 달빛의 검’이 ‘모든 것을 베는 천검’을 보며 한숨을 내쉽니다.
스토커들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천 개의 검을 휘두르며 파괴신과 맞서던 백기사가 혹시 ‘모든 것을 베는 천검’이 아닐까 의심해 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저런 수전노 좀팽이가 그 검신일 리 없다. 백기사는 그때 파괴신에게 소멸되기도 했었고 말이다.
그런데 요즘 내 스토커 중 1명인 ‘영겁의 구도자’가 안보이네?
근육 벌크업하느라 바쁜가?
핑!
현기증이 일었다.
‘아.’
이제 한계다.
띠링! 띠링!
후에 갓메이커로 몇 개의 메시지가 더 들린 것 같았지만,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모든 힘을 쏟아부은 내 의식이 점점 사라져 간다.
“후후, 여기에 숨어 계셨습니까? 자까님?”
사실 마지막에 들려온 담당의 목소리의 임팩트가 너무 컸다.
그리고 그 후, 난 통조림이 된다.
왜 내가 담당에게 쪽도 못 쓰고 당하냐고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본래 마감을 치지 못한 작가란 그런 것이다.
계약서에는 비록 갑이지만 현실은 을은커녕 병정인 것이다.
게다가 이 양반은 내가 어릴 때부터 봤던 사람이라 약간 삼촌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기도 해서 함부로 대하기가 힘들다.
아무튼 내가 갇혀 일주일 동안 글 노예가 되는 동안, 갓메이커의 세계에서 있었던 일들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후욱! 후욱!”
야성적으로 상체를 벗어 던진 일호가 선인장 소녀와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여기를 파면 되겠소?”
“넵. 이곳에서 수기가 느껴지고 있사와요! 아주 깊게 파 주시와요!”
“맡겨만 주시오! 흐아압! 근유욱 삽질!”
“파바박! 파바박!
삽질 한 번에 마치 포크레인을 사용한 것처럼 흙더미가 치솟았다.
“꺄아악! 너무 멋지시와요! 용사님!”
“우리 세계의 태양을 부활시키기 위해 노력하시는 물의 여신님을 위해서라도 이 정도는 당연한 것이오! 근유우우욱!”
용사의 탑 42층의 시련을 통과했지만, 일호는 바로 다음 시련에 도전하지 않고 그곳에 남아 사막화된 워터니아를 재건하는 데 힘쓰고 있었다.
한편 태양신이 소멸한 직후, 앤트리니아는 잠시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지만.
-삐야악!
며칠 후 머리에 푸른 물 핀을 꽂은 불병아리가 창공을 날자······.
화르륵!
새로운 태양이 부활했다.
어둠이 걷히고 다시 빛이 돌아온 하늘의 모습에 여황 앤티가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쳤다.
“모두 하늘을 보십시오! 여러분! 유일신 님께서 우리에게 다시 빛을 돌려주셨습니다!”
“오오, 위대하고 자비로운 유일신 님 만세!”
“유일신 님 시바시바!”
신성 가야미국에서 나에 대한 찬양과 기도가 끊이질 않았다.
“꺄꺄~.”
뿌우우우!
닭그락, 닭그락!
천사병들은 하늘을 날며 흥겹게 나팔을 불었고, 스컬 치킨들은 자신들의 뼈를 캐스터네츠처럼 부딪쳤다.
그날 악어 괴물들에게 파괴되었던 스컬 치킨과 천사병들은 대부분 부활했다.
몰래 전화를 걸어 고사득에게 물어보니 본래 언데드들은 술사의 마력만 있다면 잿더미가 되지 않는 한 부활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행히도 본래 언데드 야차병이었던 천사병들도 해당되었다.
단, 영혼이 파괴된 경우에는 부활이 불가능하다고 하니 앞으로는 유념하라는 조언을 들었지만.
“실로 아름다운 음색이로다! 나 백호도 빠질 수 없지! 모두 들으시오! 세계를 구한 위대한 유일신 님과 신수 악돌이 님의 찬가를!”
천사병과 스컬 치킨들의 연주를 보던 백호가 자신도 빠질 수 없다는 듯 거미줄로 만든 류트를 뜯으며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질렀다.
띠리링!
“사악한 태양신과 그의 사주를 받은 악어 괴물이 신성 가야미국의 성벽을 넘었도다! 호이짜! 호이짜! 온 세상이 불꽃에 휘감기고 절망에 삼켜진 그때, 신수 악돌이 눈을 떴으니! 그분께서 전설의 용이 되어 희망의 날개를 펼치셨다! 호이짜 호이짜~.”
-꾸엑!
앤티의 옆에서 허겁지겁 송사리를 입에 처넣고 있던 악돌이가 귀를 틀어막으며, 송사리 대신 저 시끄러운 놈을 잡아먹어 버릴까 하는 눈으로 백호를 노려보았다.
아, 항상 앤티의 곁에서 그녀를 수호했던 근위대장 이호는 용사의 탑에 도전했다.
용사의 탑 1층 ‘바위의 시련’.
드드드드!
집채만 한 바위가 이호를 짓뭉갤 기세로 쏟아졌다. 하지만, 이호는 그것을 무표정한 눈으로 보더니 등에 맨 창을 섬광처럼 찔렀다.
콰콰콰쾅!
“생각보단 별게 아니군.”
산산조각 난 바위의 파편을 밟으며 이호가 바위의 시련을 통과했다.
이호가 용사의 탑에 도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조금 걱정했었다.
하지만, 그동안 앤티를 지키기 위해 흘려 온 땀이 헛되지 않았는지 이호의 진행 속도는 일호를 넘어서고 있었다.
어쩌면 용사의 탑에서 둘이 재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호와 이호가 태그를 맺어 같이 용사의 시련을 돌파할 날이 기대된다.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지구와 갓메이커 안의 세계는 평화를 되찾았다.
* * *
‘······음?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됐지?’
눈을 뜨니 창밖은 밤의 어둠에 잠겨 있었다.
잠깐 쉰다는 게 깜박 잠이 든 모양이다.
하긴 일주일 가까이 밤낮 없이 원고를 썼으니 아무리 내가 신이 됐다고 하더라도 피곤할 만은 하지.
흠칫!
그런데 방에 있는 건 나 혼자가 아니었다.
“깨어나셨습니까, 검신 님?”
어둠 속에서 붉은 안광을 빛내며 무릎을 꿇고 있는 나신의 여인이 있었다.
밥 먹고 갈래요?
“우아악!”
처음에는 귀신인 줄 알고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천천히 살펴보니 낯이 익은 얼굴이 아닌가?
변태 여자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린매를 이렇게 반겨 주시다니 감개무량하옵니다.”
비명을 지른 걸 어떻게 반긴다고 생각하는 거지? 전부터 미친 여자라고는 생각했지만, 사고방식이 남다르다.
세상에! 두 번 반겨 주었다가는 오줌 지리겠네!
“리, 린샤오밍! 당신이 여긴 무슨 일이에요?”
그렇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변태 여자는 바로 중국 최고의 헌터이자, 삼협회 소속이었던 SS급 헌터 린샤오밍이었다.
“저 린매, 검신 님께서 내리신 임무를 모두 마치고 돌아왔나이다.”
임무? 어, 내가 그녀에게 무슨 임무를 내렸던가?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때 린샤오밍이 핏빛처럼 붉은 입술을 다시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