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151)
왁자지껄!
그곳에 무려 665마리나 되는 신수들이 모여 있었다.
그 중심에는 화려한 고깔모자를 쓴 우람한 체구의 호랑이 신수, 호린이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오늘 연회의 주인공이었다.
토순이가 깡충깡충 뛰며 호린이에게 자신이 밭에서 애지중지 키운 당근을 건넸다.
“호린아, 생일 축하해!”
호린이가 사나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호쾌하게 당근을 씹었다.
“고맙다! 당근 맛있다, 어흥!”
“호린아, 들어 줘. 널 위해 연주할게~.”
붉은 여우 미호가 매혹적으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바이올린을 멋들어지게 켜기 시작했다.
찐짠 찌가찌가 찐짠~♬
“어흥! 너무 아름다운 연주야흥!”
호린이가 감동하며 육구가 볼록 나온 발로 열심히 박수를 보냈다.
“얘들아, 춤추자!”
“나두! 나두!”
미호의 연주에 감탄한 다른 신수들도 우르르 앞으로 몰려들더니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야호~!”
“신난다냥!”
“나도 출거야멍!”
순식간에 무도회장으로 바뀐 호린이의 생일 파티!
일호는 감탄 어린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쥐와 고양이, 양과 늑대, 토끼와 여우 등등.
본래 자연에서라면 먹이와 포식자의 관계일 초식동물들과 맹수들이 화목하게 웃고 떠들며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비현실적으로까지 느껴지는 그 광경은 에덴이라는 이 섬의 이름처럼 정말 이곳을 천국처럼 느끼게 해 주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들과 동참하지 못하는 이가 있었다.
“왜 혼자만 가만히 있소?”
고슴도치 데구리가 축 어깨를 늘어뜨렸다.
“얘들이 내 가시가 뾰족하다고 춤을 안 춰져!”
동글동글한 데구리의 눈동자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일호가 그런 데구리를 향해 씩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럼 나와 추겠소?”
“저, 정말?”
데구리가 잠시 반색했지만 곧 우물쭈물하며 일호의 손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 가시에 찔리면 무지 아픈데······ 괜찮아?”
“껄껄껄! 걱정 마시오! 내 근육은 겨우 그 정도 가시에 아프지 않소! 근유욱!”
일호가 불끈거리는 강철 근육을 뽐내며 포징했다.
“어떻소, 데구리. 나와 춤을 춰 주시겠소?”
“응! 응응!”
데구리와 일호도 한창 무도회가 벌어지는 공터에 참전했다.
본래 개미보다 조금 큰 일호는 데구리와 몸짓 차이가 많이 나서 같이 춤을 추기에 적합하지 않았지만, 그 문제는 아부의 거대화 스킬로 해결했다.
일호의 호언장담대로 데구리의 가시는 그의 근육에 아무런 해도 입히지 못했지만······.
“앗! 따갑다냥!”
“꾸엑! 내 소중한 삼겹살에 구멍이!”
“꼬끼오~!”
“핫! 벌써 아침인가부엉?”
대신 주변 신수 친구들이 데구리의 바늘에 찔리며 비명을 지르긴 했다.
“후, 가끔은 춤도 출 만하구려.”
일호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씩 웃었다.
데구리도 상기된 얼굴로 숨을 헐떡거리며 외쳤다.
“응! 데구르르 구르는 것만큼 좋아!”
무도회는 인상적이고 재밌었다.
특히 부엉이의 다리가 예상외로 길었다는 게 놀라웠다.
그가 긴다리로 밟는 현란한 스텝에 모든 신수들이 입을 쩍 벌리며 감탄했으니까.
그때 일호의 눈에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작은 체구의 동물이 호린이에게 뭔가를 건네는 것이 보였다.
“드디어 내게도! 너무나 기쁘다어흥!”
번쩍이는 황금 사과였는데 그것을 받은 호린이가 뛸 듯이 기뻐하고 있었다.
“아차!”
“왜 그래, 일호야?”
“호린이에게 줄 생일 선물을 깜박했구려!”
일호가 다급히 인벤토리를 뒤적거렸다.
친우의 생일인데 노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서 선물을 주는 것을 깜박하다니 근육의 불찰!
일호가 인벤토리 구석에 숨겨 두었던 꿀병을 꺼냈다.
페어리들에게 받은, 아끼고 아끼던 보물이었지만 친구의 생일을 위해서라면!
“좋아! 호린이 기다리시오! 내가 당신에게 세상에서 제일 달콤한 꿀을 먹여 주겠소!”
그때 데구리가 일호의 몸을 쿡쿡 찔렀다.
“일호야, 일호야.”
“왜 그러시오?”
“아까부터 호린이를 찾는뎅 대체 호린이가 누구야?”
일호는 데구리가 농담을 하는 거라 생각했다.
“껄껄! 재미없는 농담이구려. 모두가 호린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거잖소?”
“무슨 소리야, 오늘은 일호의 환영식 파티였는뎅?”
“뭐라고?”
“다들 일호 때문에 모인 거잖아? 기억 안 나?”
일호가 황급히 호린이를 찾았다.
하지만 수많은 짐승들 중에서도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호, 호린이를 보지 못했소?”
“그게 누구야멍?”
“첨 듣는 이름이다냥.”
혹시나 해서 다른 신수들에게 호린이의 행방을 물어보았지만 그 누구도 그를 알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 웃고 떠들며 춤추던 친구를 말이다.
일호를 졸졸 따라다니던 데구리가 군침을 주륵 흘리며 그에게 매달렸다.
“일호야, 그 꿀 나 주라! 너무너무 맛있어 보이는뎅!”
하지만, 일호는 석상처럼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
오싹!
그 순간 일호는 여태껏 그 어떤 강적을 마주한 것보다도 더 공포를 느꼈다.
* * *
일호는 연회가 끝난 후에도 밤새 섬을 뒤지며 호린이를 찾아보았지만, 털끝 하나 발견할 수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져 버린 것이다.
심지어 호린이에 대한 기억조차도.
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너무 안이하였다!’
일호는 뼈저리게 후회했다.
이것은 신이 내리신 용사의 시련인 것이다.
그것이 이리 녹록할 리 없었던 것인데!
일호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자신 앞에 서있는 웅장한 황금 사과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섬에서 찾아볼 곳은 다 찾아보았다.
남은 거라고는 이제 이 나무뿐!
일호가 손에 침을 퉤퉤 뱉으며 나무에 올라가려 했다.
“앗! 일호야! 신성한 나무에 올라가면 안 돼!”
그때 열심히 주변을 구르던 데구리가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일호의 다리에 매달렸다.
“이거 놓으시오! 난 이곳을 조사해 봐야 한단 말이오!”
“안 돼! 신성한 나무에 함부로 손대면 신벌이 내릴거양!”
“신벌······ 말이오?”
“응! 예전에 원숭이 숭이가 여길 올라가서 몰래 황금 사과를 따 먹으려다 번개를 맞고 죽었댕!”
데구리의 말에 일호가 멈칫했다.
번개를 맞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이것을 건드리면 신벌이 내린다는 말이 신경 쓰였다.
설마 이번 시련에도 신이 관여하고 있는 것일까?
“역시 올라가 봐야겠소!”
“안 댕! 그러지마!”
둘이 아웅다웅하고 있을 때, 그곳을 지나던 개와 고양이 신수가 공손한 태도로 황금 사과나무에 기도를 했다.
“우리를 구해 주신 ‘강식과 기만의 야수’ 님께 압도적 감사멍!”
“미냥이를 천국으로 데려와 주신 ‘강식과 기만의 야수’ 님 사랑한다냥. 오늘도 열심히 일할 테니 언젠가 저희에게도 황금 사과를 내려 주세냥!”
일호의 귀가 쫑긋 움직였다.
‘강식과 기만의 야수?’
낯익은 이름이었다.
일호가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탁탁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분명 들어 본 듯한 이름인데 어디서 들었었더라?
“앗! 그놈!”
떠올랐다, 바로 가야미국을 침공했던 세 마리의 사도 중 하나!
일호가 뱃속으로 직접 들어가 죽였던 하늘을 나는 거대한 짐승 사도의 주인인 악신이 그런 이름이었다.
그런데 그 악신이 저들을 구해 주고 이곳으로 데려와 줬다고?
“이보시오, 미냥이 그리고 아지. 그 이야기 좀 자세히 들려줄 수 있겠소?”
일호는 개와 고양이 신수에게서 그들의 사연을 들었다.
본래 그들은 고향에서 백성들에게 추앙받던 신성한 짐승이었다.
전성기에는 거의 하급신에 가까울 정도로 대단한 신위를 가졌다.
하지만 어느날, 그들의 세계에 그 끔찍한 파괴신의 분신이 나타났다.
이들이 신에 가까운 능력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고위 신마저 두려워하는 그 괴물을 상대할 수는 없었다.
그들이 덜덜 떨며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스스로를 신의 사도라 칭하는 존재가 나타났다.
-나는 모든 짐승들을 보살피는 위대한 신 ‘강식과 기만의 야수’ 님의 사도다구리. 그분의 명을 받아 너희들을 안식의 땅 에덴으로 인도해 주겠다구리.
미냥이가 그날을 떠올리며 꼬리를 부르르 떨었다.
“그때는 너무 무서웠다냥! 하늘이 쩌억 갈라지며 이따만한 아가리가 우리 세계를 통째로 집어삼키려 할 때는 정말······!”
“하지만 사도님이 데려와 주신 이 섬 에덴은 너무 살기 좋다냥! 미냥이는 너무 행복하다냥!”
“맞다멍! 게다가 열심히 일하면 신께서 황금 사과를 주신다고 했다멍!”
“황금 사과? 저것 말이오?”
일호가 산처럼 거대한 사과나무에 달린 반짝이는 황금 사과를 가리켰다.
그러자 미냥이가 선망에 찬 눈으로 그 황금 사과를 올려다보았다.
“응! 사도께서는 저걸 얻으면 멸망한 우리 세계를 다시 살릴 수 있다고 했다냥! 나는 꼭 황금 사과를 받아서 우리 세계를 다시 살릴거다냥!”
“나도다멍!”
일호는 자신이 마지막으로 호린이를 보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호린이는 로브로 몸을 가린 누군가에게 저 황금 사과를 받은 후 사라졌다.
일호가 곰곰이 생각하다 조심스레 물었다.
“혹 그 사도가 이 섬에 계시오?”
미냥이와 아지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분은 안 계신다냥. 소문으로는 황금 사과를 줄 때만 나타나신다고 했다냥. 아차, 이럴 때가 아니다냥! 밭에 물 주러 가야 된다냥!”
“나중에 보자멍!”
미냥이와 아지가 사이좋게 손을 꼭 잡고 밭일을 하러 갔다.
일호가 지루했는지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데구리를 향해 물었다.
“데구리, 혹시 데구리도 저들과 같은 일을 겪고 이곳에 온 것이오?”
“······아, 응! 데구리도 사도님이 데려왔엉.”
일호가 의심 가득한 눈으로 황금 사과를 올려다보았다.
아무래도 수상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일호가 나무에 매달린 사과를 새 보았다.
오싹!
황금 사과의 숫자는 정확히 664개였다.
이제는 사라진 호린이를 제외하면······ 그것은 정확히 이 섬에 있는 신수들의 숫자와 똑같았다.
데구리가 우물쭈물하며 일호에게 말했다.
“일호야, 내일이 사실 내 생일인뎅, 선물로 어제 봤던 그 맛있어 보이는 꿀을 주면 안 댕? 저기 일호야, 내 말 듣고 있엉?”
일호는 생각했다.
이것은 우연일까? 아니면······.
* * *
그날 밤.
모두가 잠든 시간,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일호가 은밀히 황금 사과나무 앞에 섰다.
깊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탐스럽게 열린 저 황금 사과들은 별처럼 신비롭게 반짝이고 있었다.
분명 저것에 이 섬의 비밀이 있을 것이다.
“퉤퉤!”
일호가 손에 침을 뱉고는 잽싸게 나무 위로 올라섰다.
나무라기에는 마치 절벽을 등반하는 기분이었지만, 용사의 시련을 거치며 강인한 체력을 손에 넣은 일호에게는 이 정도는 평지를 걷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대로같이 펼쳐진 나뭇가지를 밟으며 일호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황금 사과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게 좋겠군.’
일호의 손이 사과를 따려 하는 순간.
“왜 신께서 선택하지 않은 짐승이 이 섬에 있는구리?”
일호가 놀라 등을 돌렸다.
분명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건만 검은 로브로 전신을 가린 작은 체구의 이방인이 그의 배후에 있었다.
일호가 코를 벌름거렸다.
몸을 가리고 있었지만 짐승 특유의 노린내는 감출 수 없었다.
“네가 악신의 사도냐?”
대답 대신 짐승이 나무 지팡이를 일호에게 겨눴다.
“신성한 신의 사과를 노리는 자, 신벌을 받으라구리!”
번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