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219)
사사키가 신주쿠 거리에서 묻지 마 살인을 벌이는 살인마를 제압한 사건은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것은 그가 겨우 열 살 때 이루어 낸 위업이었다.
그 이후로도 그의 행보는 눈이 부실 정도였다.
신에게서 전수받았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일본 고류 검술 가토리신토류(香取神道流)의 달인이었으며, 겨우 스무 살의 나이에 S급 헌터가 된 천재 사사키 로키.
전 세계가 로이스와 잔 르망을 이을 유망주로 차세대 헌터로 그를 주목했다.
최근에는 뇌제라 불리는 고교생 성미리가 등장해서 조금 퇴색되긴 했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감히 자신의 화제성을 가로챈 성미리의 등장에 분노하기도 했지만, 이제 와서는 그런 사소한 문제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렇지, 카미마루(神まる)?’
사사키가 사랑스럽다는 듯 자신의 애검을 바라보았다.
한참 사사키가 헌터워에 대비하기 위해 본가의 신사에서 수련을 하고 있을 때, 이 신검 카미마루가 공간을 가르며 사사키의 앞에 나타났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사키는 그 신검이 가진 압도적인 힘에 매혹당했다.
‘그래, 나는 신께 선택받은 것이다!’
과거 사사키의 검술인 카토리신토류의 사조 이에나오도 천일 동안 기도를 올려 신에게 검술을 사사받았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지 않은가?
사사키가 신사에서 수행한 것은 겨우 사흘도 되지 않았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자신은 사조를 뛰어넘는 불세출의 천재였으니까.
카미마루를 손에 넣은 사사키는 엄청난 속도로 강해졌다.
그야말로 토르가 묠니르를 얻은 격이었다.
헌터워 대회에 출장하기 전에 비공식적으로 일본 헌터 협회에서 측정한 그의 MP 수치는 세계 최강 헌터라 불리는 로이스의 43,150MP의 배가 넘는 99,000MP를 기록했다.
하지만, 사실 그조차 전력을 다한 것은 아니었다.
헌터워에서의 강렬한 임팩트를 위해 진심을 아껴 둔 것이다.
로이스와 잭 화이트, 잔 르망, 홈리스, 길리언 등 전 세대의 전설을 가볍게 뛰어넘은 신세대의 새로운 전설! 진정한 SSS급의 탄생! 인류의 구원자 사사키 로키!
이 얼마나 짜릿한 말인가!
위이잉! 위이잉!
괴물의 출몰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콜로세움에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대, 대괴수종에게서나 나타나는 에너지 반응입니다!
-맙소사! 드, 등급은?
-배, 백만 MP이상! 더, 더 이상은 측정이 안 됩니다! 이건 마치 과거 SSS급 재앙인 나락용 때와 같은……!
헌터워 운영 측도 난리가 났다.
콜로세움에 상주한 헌터 부대들이 경기장 주위를 빼곡히 에워쌌다.
이 사태의 원인은 바로 지금 경기장 한가운데에 있는 기이한 형체의 괴물 때문이었다.
확실히 분위기는 있긴 했다.
하지만, 위협을 느끼기에는 괴물은 너무 작았다.
사사키가 피식 웃었다.
‘나락용이라고? 저런 벌레만 한 괴물이? 호들갑도 심하군.’
슥.
괴물이 경기장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헌터들을 보더니 입을 다시 열었다.
-짐이 마지막으로 묻는다. 유일신은 어디 있느냐?
“히이익!”
“아아악!”
다시 콜로세움 전역에 괴물의 음성이 울려 퍼지며 관객들과 경기장을 에워싼 헌터 부대들이 신음을 흘렸다.
‘유일신이라.’
저 괴물이 말하고 있는 유일신이 누구를 말하는지는 기억이 난다.
바로 그리스전을 홀로 재패하고, 프랑스의 잔 르망과의 대결에서 본 드래곤으로 변하는 퍼포먼스를 보여 준 한국의 헌터의 이름이 아마 유일신이었다.
하지만, 경계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런 쓰레기들을 쓰러뜨리는 건 자신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유일신이 잘나 봐야 조센징일 뿐, 자신의 상대는 아니다.
우우웅! 우우우웅!
그때 갑자기 카미마루가 사나운 기세로 울기 시작했다.
검과 심령이 연결된 사사키는 카미마루의 의지를 느꼈다.
베어라! 베어라! 베어라! 황제를 베어라! 계약자여!
검이 사사키의 앞에 나타난 저 괴물을 베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래, 뭐 이런 것도 나쁘지 않겠지.”
사사키가 카미마루를 황제에게 겨눴다.
원래는 로이스를 쓰러뜨리는 것으로 전설의 서막을 올리려고 했지만, 콜로세움에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SSS급 괴물을 베는 스타트도 나름 드라마틱하지 않은가.
“사사키…… 허튼짓 하지 마라.”
로이스가 파리한 얼굴로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사사키를 제지했다. 그 모습에서 방금 전 자신을 베겠다는 살기등등한 모습은 없었다.
땀에 젖은 엘프 미인의 얼굴은 제법 운치가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훗, 저딴 게 세계 최강의 헌터라니, 한심하군.’
슥.
황제가 사사키를 응시했다.
“강식과 기만의 야수의 힘을 빌린 인간, 네가 짐에게 답할 것이냐?”
“하하핫! 그래!”
말이 아니라, 검으로 답하겠지만!
“비검 카미카제(神風).”
황제와의 거리는 꽤 있었지만, 사사키는 개의치 않고 검을 휘둘렀다.
그에게 거리는 의미가 없었다.
슈욱! 슈우욱!
단 한 번의 검격이었지만, 황제 주변의 공간이 사방으로 갈라지더니 신성을 머금은 수백 개의 검날이 폭우처럼 황제를 덮쳤다.
로이스도 그 광경에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사사키가 비소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그녀에게 쓴 것은 겨우 일 검에 불과했으니까.
콰콰콰콰쾅!
“하핫! 어떠…….”
황제의 조그마한 몸이 갈가리 찢기는 광경을 보려던 사사키의 시선이 갑자기 풍차처럼 빙글빙글 돌았다.
휘리릭!
쿵!
갑자기 뺨에 닿는 차가운 바닥의 감촉에 의아함을 느끼며 사사키가 고개를 힘겹게 들었다.
방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까득! 까가강!
양팔에 10미터는 될 것 같은 사마귀의 낫 같은 것이 돋아난 황제가 태연한 얼굴로 부러진 카미마루를 씹어 먹고 있었다.
-끼에에에엑!
카미카루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울부짖었지만, 황제는 포식을 멈추지 않았다.
‘아…….’
그리고 그것이 사사키가 세상에서 본 마지막 광경이었다.
상체와 하체가 토막 난 사사키가 절명했다.
“응?”
여전히 비명을 지르는 카미카루의 손잡이를 씹어 먹던 황제가 살기를 느끼고 고개를 위로 들었다.
쉬익! 쉬이익!
머리칼이 온통 뱀으로 변한 이지스가 눈을 가린 붕대를 벗어젖히고 황제를 향해 마안을 겨누고 있었다.
‘시, 싫어! 내, 내 몸이 갑자기 왜!’
이지스의 눈에 눈물이 한가득 고였다. 이것은 그녀의 의지가 아니었다.
이지스에게 힘을 줬던 ‘심연 늪의 지배자’의 사념이 이지스의 몸을 움직여 원한을 갚으려 한 것이다.
“메두사의 마안!”
이지스가 발한 신력은 전의 두 번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가는 참혹했다.
파스스스.
이지스의 몸이 고목처럼 순식간에 말라 가며 그녀의 얼굴이 노파의 것으로 변해 갔다.
쩌저적! 쩌저저적!
그녀의 생명을 대가로 쏟아 낸 마안이 발동하자 황제의 몸이 무서운 속도로 돌로 변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황제는 당황하지 않고 돌로 변한 검지를 이지스에게 겨눴다.
“학살하는 신의 불꽃.”
콰아아아아!
벌레처럼 작은 황제의 검지에서 고대의 악몽인 폼페이 화산의 분화를 연상케 하는 불꽃이 폭발했다.
“맙소사…….”
“오, 신이시여…….”
한순간, 하늘마저 붉게 물들여 버린 그 압도적인 힘에 그 광경을 생방송으로 지켜보고 있는 전 세계의 인간들이 공포에 사로잡혔다.
과거 세계를 재앙으로 삼킨 나락용의 악몽이 떠오른 것이다.
슥.
황제가 검지를 아래로 내렸다. 재도 남기지 못하고 증발해 버린 이지스의 흔적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드드득! 드득!
황제가 돌로 변한 피부를 맨손으로 긁어내며 중얼거렸다.
“겨우 분신 따위로 짐을 죽이려 하다니. 어리석음은 죽어서도 낫지 않는구나. 고작 짐승이 기원인 신들이니 당연한가?”
석화의 마안이 노린 것은 황제 하나뿐이었지만, 콜로세움에 있는 백만 관객과 헌터들 모두가 돌처럼 굳어 있었다.
황제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악신의 힘의 기원은 바로 학살을 통한 제물 포식이다.
“이상하군. 왜 저것들을 학살했음에도 짐의 신력이 늘지 않는 걸까.”
굶주린 맹수 같은 황제의 시선이 콜로세움을 샅샅이 뒤지다 곳곳에 설치된 기이한 마법진을 발견했다.
그것이 이어진 곳은 바로 콜로세움의 지하.
황제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그러자 곧 그의 눈에 지하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알과 그 안에서 웅크리고 있는 소녀가 비쳤다.
콜로세움에 설치된 정교한 마법진을 매개로 이곳은 물론 전 세계에 흩어진 인간들의 신앙과 열망을 흡수하고 있는 존재.
바로 신의 씨앗, 아브라삭스의 알이다.
“호오, 이것이 감히 짐의 힘을 강탈한 도둑이구나.”
황제의 시선을 느꼈는지 알 속에 웅크리고 있던 소녀가 파르르 몸을 떨었다.
“신을 만드는 것인가? 발상은 재밌다만, 이런 간접적인 방식으로는 강한 신격은 만들 수 없겠군.”
황제의 입가에 조소가 어렸다.
“숨어 있지 말고 이리 나와라.”
드드드드!
황제가 손을 뻗자 대지가 요동치며 지하에 위치한 아브라삭스의 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멈춰라! 사악한 악신아! 그분께 손대지 마!”
새끼를 빼앗긴 어미 새처럼 로이스가 황제에게 쌍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황제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뱀처럼 생긴 꼬리를 휘둘렀다.
콰아아!
“으으윽!”
채 닿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황제의 꼬리가 만든 풍압에 로이스가 줄 끊어진 연처럼 날아가 버렸다.
우드득!
경기장 주변의 보호막에 요란하게 부딪친 로이스가 시커멓게 죽은피를 울컥 토했다.
“자, 그럼 어디 낯짝을 보자.”
황제가 값진 보물을 파헤치듯 지하에 숨어 있는 아브라삭스의 알을 꺼내려 신력을 집중했지만.
휘이잉!
콰아아아!
북극에서 부는 블리자드보다 10배는 더 지독한 냉기를 머금은 혹한의 마력이 황제에게 쏟아졌다.
순식간에 얼음에 갇힌 황제의 눈에 자신에게 냉기의 마력을 쏟아 내고 있는 백발의 엘프, 잭 화이트가 비쳤다.
로이스도 그랬지만 잭 화이트도 평범한 존재는 아니었다.
신격을 지닌 신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 봐야 자신에 비하면 벌레처럼 미천한 신격일 뿐이지만.
쩌저적!
쨍그랑!
황제가 몸에 가볍게 힘을 주자 그를 가둔 얼음이 떨어뜨린 유리처럼 산산조각 났다.
“Tueuse de Dragon(용살자)!”
차르륵! 차라라락!
하지만, 이번에는 새하얀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뱀이 쓰나미처럼 황제를 덮쳤다.
프랑스의 SS급 헌터 잔 르망이 사태의 급박함을 느끼고 난입한 것이다.
황제는 슬슬 짜증이 났다.
위협을 느낀 것은 아니다.
그것은 마치 하루살이가 계속 주변을 얼쩡거리는 종류와 비슷한 감정.
“귀찮게 구…… 응?”
하지만, 자신을 덮치고 있는 드래곤 슬레이어에 희미하게 숨겨져 있는 신력을 느낀 순간.
“이노오옴!”
황제의 감정이 짜증에서 분노로 급변했다.
분노한 황제의 신력을 머금은 신권이 뼈로 이루어진 뱀의 머리를 후려쳤다.
콰르르 콰콰쾅!
그러자 그 거대했던 뼈의 뱀이 검지만 한 크기의 황제의 일격에 가루로 변하며 눈처럼 경기장에 쏟아졌다.
“쿨럭! 쿨럭!”
황제가 뿜은 신력의 여파에 피투성이로 변한 잔 르망이 피를 토했다. 부러진 그녀의 손에는 이제 자루만 겨우 남은 드래곤 슬레이어가 힘없이 쥐여 있었다.
으득! 으드득!
뼈와 근육이 재배열되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려 퍼지더니, 검지만 한 크기의 황제의 몸이 2m에 이르는 육체로 거대화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변이를 끝마친 황제가 잔 르망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머리를 발로 짓밟았다.
쾅!
“아아아악!”
“너, 나락의 기운을 품고 있군! 말해라! 나락 그놈은 어딨냐!”
황제가 분노하며 외쳤지만, 잔 르망은 대체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나락의 기운을 품고 있다니?
“교묘하게 감추긴 했지만, 짐의 눈은 속일 수 없다! 가급적 인간 여자는 죽이고 싶지 않지만, 그놈의 힘을 받은 년은 예외다!”
콰득! 콰드득!
“말하기 싫다면 벌레처럼 밟아 죽여 주마!”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잔 르망의 머리가 경기장 바닥으로 점점 파묻혀 갔다.
“아악! 아아아악!”
그 모습을 본 관객석에 패닉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