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228)
찌직! 찌지직!
다시 내 등을 찢고 앞서 돋았던 백색의 날개와 대조되는 칠흑의 날개가 돋았다.
콰아아아!
상급 선신과 상급 악신의 힘.
거기에 귀여운 삼신을 섬기고 아끼는 잔 르망과 대우주제국의 팬들의 신앙이 모인 신력까지 더해졌다.
선신과 악신, 그리고 파괴신의 신력까지 합쳐진 궁극의 삼신일체(三神一體).
하지만.
주르륵!
황제와 대치하고 있는 내 입가에서 검게 죽은 핏물이 흘렀다.
상급 신이라 해도 감당하기 힘든 서로 다른 삼신의 신력은 인간 출신인 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스스로의 생명을 불태우며 한계 이상의 힘을 끌어내는 황제처럼, 내 육신도 이 힘을 이겨 내지 못하고 부서지고 있었다.
천마를 입에 문 내 눈에서 쉴 새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황제가 그런 나를 보며 혀를 찼다.
“쯧, 신 주제에 울다니 한심하군! 그러고도 네놈이 신이냐! 짐의 대적자인가!”
꾸드득!
일호를 휘감고 있는 황제의 꼬리에 힘이 들어갔다.
“커, 커헉! 유, 유일신 님! 으아악!”
“무릇 신이라 함은 공포와 절망의 상징이다! 겨우 육체의 고통 따위에 우는 나약한 네놈은 신의 자격이 없……!”
황제의 말이 멎었다.
번쩍! 서걱!
일호와 그를 뱀처럼 옭죄던 꼬리가 황제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 지상으로 추락했다.
나는 지상에서 나와 황제의 싸움을 지켜보는 신도들에게 잠시 시선을 던졌다.
“헉! 강검아! 받아!”
“강검이라 부르지 마라! 나는 검귀다!”
서둘러 몸을 날린 검귀와 신유가 추락하는 일호를 받아 냈다.
“이놈이! 감히 또 짐을 베다니!”
꼬리가 잘린 황제가 분노하며 불타는 검지를 내게 겨눴다.
“학살하는 신의 불꽃!”
화르륵! 콰아아아!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은 신의 불꽃이 하늘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아무리 내가 삼신일체를 이뤘다 해도 직격한다면 망가지고 있는 지금의 육신으로는 살아남지 못할 공격.
‘스킬 공유 성미리, 뇌신.’
파직! 파지직!
내 눈동자가 파괴신 삼신처럼 시뻘건 안광이 번뜩인다.
동시에 선신과 악신의 신력이 하나로 합쳐지며 공유한 뇌신의 기운이 수백 수천 배 증폭시켰다.
그 순간, 나는 한 줄기 붉은 뇌전이 된다.
번쩍!
노호한 황제의 불꽃을 머리카락 하나 차이로 피하며 입에 문 천마로 그의 몸을 쉴 새 없이 베었다.
번쩍! 번쩍! 서걱! 서걱!
붉은 뇌전이 사납게 번쩍일 때마다 능지처참당하는 고대의 사형수처럼 황제의 육신이 깎여 나갔다.
“끄아아악! 이놈이!”
장엄하고 아름답게 하늘을 수놓는 붉은 뇌전을 열망 어린 눈으로 올려다보던 성미리가 중얼거렸다.
“아아, 저것이야말로…… 진정한 뇌신……. 역시 우리 선생님…….”
그때 붉은 번개가 멈췄다.
치이익!
몸에서 붉은 증기 섞인 연기를 뿜으며 난 격하게 허리를 숙였다.
“쿨럭쿨럭! 커헉!”
천마를 물고 있는 입에서 검게 죽은 핏물이 다시 쏟아졌다.
“크크, 네놈도 다 죽어 가는군.”
양팔과 다리를 잃고 남은 몸통조차 검상으로 가득한 처참한 몰골의 황제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꼴이면서 왜 짐의 목숨을 끊지 않지……? 처음부터 단숨에 짐의 목을 베었으면 될 것을…….”
나는 비틀거리며 몸을 가누고 말없이 황제를 보았다.
그래, 나는 사실 황제를 죽이고 싶지는 않다.
나는 황제의 슬프고 처참한 과거를 보았다.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절망 속에서 수백 년 동안 발버둥 치며 살아온 황제.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을 그의 목숨까지는 차마 끊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는 나락이라는 공통의 적을 가지고 있다. 그런 우리가 이렇게 싸워야만 할까?
어쩌면 아직 황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 치유의 권능을 한계까지 사용한다면 어쩌면…….
“설마 네놈! 짐을 동정하는 게냐?”
순간, 황제의 얼굴이 상처받은 짐승처럼 일그러졌다.
“짐을 향한 공포도 분노도 모욕도 모두 참을 수 있다! 하지만, 감히 짐을 동정하는 것만은 참을 수 없도다!”
파스스스!
만신창이인 황제의 육신에서 뿌려지는 재가 하늘을 회색빛으로 물들였다.
“유일신! 짐을 얕보지 마라! 나약한 네놈 따위보다 짐이! 짐이 훨씬 더 강하다! 강해야 한단 말이다!”
울분 섞인 절규와 같은 외침과 함께 황제의 육신이 다시 변모했다.
콰득! 콰드드득!
콰아아아아!
하지만, 그것은 여태까지와의 변화와는 차원이 달랐다.
황제가 섭식한 상급 악신 ‘강식과 기만의 야수’, ‘심연 늪의 지배자’, 그리고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신과 제물들.
그가 500년의 세월 동안 삼킨 모든 신의 힘이 마지막 불꽃처럼 한 번에 해방되었다.
쿠쿠쿠쿠쿠쿵!
아프리카 대륙의 상공에 떠 있는 인공위성이 갑자기 나타난 이상 현상을 감지했다.
위성이 마치 악몽처럼 그 거대한 아프리카 대륙을 뒤덮기 시작한 정체 모를 거대한 생물, 대륙 레벨의 살덩어리로 변하고 있는 황제를 담았다.
-너도! 지구도! 그 씹어 먹을 나락도 모두 한꺼번에 죽여 주마!
쩌저저저저저적!
마치 세상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하늘을 시커멓게 뒤덮은 황제의 살덩어리가 쪼개지며, 그 안에서 지구를 통째로 태워 버리고도 남을 분노한 신의 화염이 타오른다.
살갗이 익을 듯한 그 불꽃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황제는 강하다.
나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옥 같은 시련을 견디고 불굴의 의지로 상급 신들마저 포식한 네가 나보다 약할 리 없다.
나는 나약한 인간이다.
하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내게 신앙을 바쳐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
내게 모두를 구할 기회를 준 당신에게 감사한다.
‘네 말이 맞아, 황제. 나는 신과는 어울리지 않아.’
츠츠츠츠!
악신과 선신, 파괴신의 신력이 혼연일체가 되어 입에 악문 천마에 모이기 시작했다.
나는 신이 아니다.
그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나약하고 평범한 인간이다.
하지만, 이런 나라도 구하고 싶은 이들이 있다.
번쩍!
콰르르 콰콰쾅!
내 신형이 한 줄기 붉은 뇌전이 되어 지구에 자신의 모든 악의와 분노를 토하려 하는 황제의 아가리 안으로 파고들었다.
화르륵!
내 몸이 황제의 불꽃에 타 버리기 직전.
입에 악문 천마를 휘둘렀다.
‘천마공겁!’
인간이 휘두르는 공(空)의 검이 신이 토해 내는 복수와 절망과 격돌했다.
***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미국의 수뇌부도 헌터 워에서 벌어지고 있는 초유의 재앙을 보고 있었다.
국방 장관이 시뻘게진 얼굴로 대통령을 향해 소리쳤다.
“각하!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결단을!”
부통령이 이를 부득부득 갈며 국방 장관을 노려보았다.
“제정신이오? 저곳에 있는 자국의 헌터들과 시민들은 어쩌고?”
“대를 위해서는 소를 희생할 수도 있어야 하오! 나사와 마도학자들의 리포트를 못 봤소?”
국방 장관이 대형 모니터에 비치고 있는 황제를 가리켰다.
“저 괴물은 나락용 이상의 재앙이 될 수 있소! 이미 MP 수치는 15년 전의 나락용을 아득히 초월했단 말이오!”
“하, 하지만 저곳에는 우방인 엘프들도 남아 있습니다. 진행 중인 ‘마이티 갓 프로젝트’는 또 어떻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오! 모닥불을 방치해서 산을 모두 태울 셈이오?”
“모두 그만.”
그들의 중심에 앉아 있는 미합중국 최초의 여대통령 이방카 로널드.
“왜 하필이면 내가 이시기에 대통령이 되었는지 신께 묻고 싶을 정도군요.”
자신의 이름은 역사에 남을 것이다.
일본에 원폭을 투하시킨 트루먼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악명으로.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녀가 파리하게 질린 얼굴로 식은땀을 비처럼 쏟으며 입을 열었다.
“……신살 전략 병기 라그나로크Ⅳ 레퀴엠의 사용을 허가합니다.”
신들의 황혼, 라그나로크 (2)
‘설마 황제가 이렇게 강해질 줄이야!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드드드드!
강우가 아연한 얼굴로 까마득한 창공에서 엄청난 기세로 증식하고 있는 황제를 올려다보았다.
전 회 차의 황제도 분명 위협적이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의 황제는 그 끔찍한 나락용조차 능가할지도 몰랐다.
회귀자인 강우에게 남은 마지막 회 차에 처음으로 나타난 변수 지구의 신, 유일신.
그가 황제를 막으려고 뛰어들었지만, 압도적인 신력과 대륙 같은 거체를 뽐내는 저 황제에 비한다면 그는 쓰나미에 뛰어든 빗방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미약하다 할지라도 유일신이란 희망에 걸 수밖에 없었다.
그때 S급 헌터인 강우의 눈에 그들이 있는 곳으로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고 있는 뭔가가 감지되었다.
그것은 하나가 아니다.
콰콰콰콰!
하늘을 찢어발기며 그들을 향해 몰려들고 있는 수백 발의 미사일.
그것이 뭔지 알아본 강우의 안색이 창백하게 젖었다.
“안……돼…….”
인류는 이 신들의 싸움을 방관하지 않았다.
종양이 더 커지기 전에 도려내듯, 희생을 감수한 잔인한 결단을 내린 것이다.
때론 역사는 반복된다.
전회 차에서 황제를 죽였던 신살 전략 병기 라그나로크, 그 업그레이드 버전 레퀴엠.
콰콰콰!
콰아아아!
아프리카 대륙을 통째로 지워 버리고도 남을, 엘프들이 전수해진 마도 문명과 인류의 핵 기술이 융합된 수백 발의 신들의 황혼이 그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
콰아아아!
파스스스…….
황제는 도무지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그가 500년 동안 쌓아 온 모든 것들이 파도에 부서지는 모래성처럼, 유일신이 악문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체불명의 신력에 덧없이 부서지고 있었다.
저것은 파괴신의 힘인가?
아니,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
상대를 파괴해서 자신의 먹이로 삼는 파괴신과는 달리 저것은 마치 존재 자체를 무로 만드는 것 같은…….
“으으으으!”
콰콰콰콰!
대륙처럼 비대해진 황제의 살점을 입에 문 천마로 노도 같은 기세로 꿰뚫은 유일신이 마침내 황제의 핵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것은 개미도, 황제가 집어삼킨 괴물들이 합쳐진 추악한 키메라도 아니다.
인간.
그것도 그가 처음 튜토리얼에 끌려왔을 때처럼, 어린아이의 모습인 황제가 겁에 질린 채 웅크리고 있었다.
“오, 오지 마라! 이 괴물!”
휘릭! 휘리릭!
황제, 어린아이가 비명을 지르자 마치 그를 보호하려는 듯 아라크네의 거미줄들이 사방에서 뿜어지며 쇄도하는 유일신을 고치처럼 휘감았다.
하지만, 그 발악은 찰나조차 유일신을 막지 못했다.
차아악!
갈가리 찢기며 사라지는 거미줄과 함께 늑대의 송곳니처럼 유일신이 악문 천마가 아이의 목을 향해 뻗어 왔다.
쐐애액!
자신도 사라진다.
저 검에 맺힌 정체 모를 괴물 같은 신력에 존재조차 사라지며 무(無)로 변해 버릴 것이다.
평소 아이는 죽음 따위 전혀 두렵지 않다 여겼다.
그러나 이것이 마지막이라 직감해서일까.
아이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으며 본능적으로 외쳤다.
“살려…… 줘……!”
피에 굶주린 천마의 검은 칼날이 섬뜩하게 번뜩였다.
그러나 아이가 기다리고 있던 죽음은 찾아오지 않았다.
“……..”
아이가 주저하며 눈을 떴다.
그리고 보았다.
유일신이 악물고 있는 천마가 바로 자신의 목 앞에서 멈춰 있는 것을.
아이와 유일신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유일신의 모습은 처참하기 짝이 없다.
양팔을 잃은 데다 자신에게 이르기 위해 강제로 신의 불꽃을 뚫어 머리칼은 물론 전신의 피부가 새카맣게 타 버린 유일신의 모습은 언제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처참한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향한 눈에는 깊은 회안과 동정심이 배어 있었다.
어린아이, 황제는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