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246)
나는 온몸에서 들끓는 원초적인 공포를 느끼며 굳게 닫힌 철문을 두드렸다.
쾅쾅쾅!
“아, 안 되겠어! 열어 줘! 난 여기서 나가겠어!”
철컹!
그러자 철문에 뚫려 있는 작은 구멍이 열리며 누더기를 뒤집어쓴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마수사가 머리를 내밀었다.
그 와중에도 전신에 검은 광택을 뿜는 갑각으로 뒤덮인 무시무시한 마수가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샤샤샥!
“으아악! 오, 온다! 살려 줘!”
황제의 십검 중 일인, 마검 마수사 코크로치가 말했다.
“위대하신 황제 폐하께서는 귀인께서 권능을 되찾기 전까지는 절대 내보내지 말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이건 귀인께서 요청하신 게 아닙니까?”
“사랑! 아니 사람은 변하는 거야! 그리고 화, 황제가 자신을 대하듯 나를 대하라 했잖아! 빨리 문 열어! 열라고! 히이익! 온다! 놈들이 와!”
그러자 코크로치가 잠시 고민하듯 더듬이를 흔들더니 매정하게 구멍을 틀어막았다.
“역시 안 되겠습니다! 그럼 힘내십시오! 귀인!”
철컹!
“히이익!”
문을 손톱으로 북북 긁었지만 굳게 닫힌 철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샤샥! 샤샤샥!
바닥, 벽, 심지어는 천장까지.
온 사방에서 쏜살같이 기어 오는 바…… 아니 흉악한 마수의 그림자들이 나를 뒤덮었다.
놈들의 머리 위에서 정보창이 깜박였다.
마수사 코크로치가 마계에서 소환한 어둠의 마수들이다.
특이 사항 : 1시간에 한 번씩 2배로 증식한다.
남은 시간 : 3초.
맙소사! 바퀴, 아니 저 지옥의 마수들이 또, 또 늘어난다!
난 허리춤에 매단 나뭇가지, 천마에게 간절하게 외쳤다.
“도, 도와주세요! 영감님!”
-갈(喝)! 보, 본좌는 저런 더러운 것을 베고 싶지 않다!
제자의 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매정한 스승이었다!
띠링!
-어둠의 마수가 증식합니다!
키릭! 키릭!
꾸득! 꾸드득!
바퀴벌…… 아니 마수의 몸이 플라나리아처럼 반으로 갈라지더니 증식하기 시작했다.
우리 가야미 애들아, 너희들이 존경스럽다. 전생에서 이런 끔찍한 괴물과 싸웠단 말이냐!
“히이익!”
샤샥! 샤샤샥!
이미 100마리가 넘게 증식한 놈들이 순식간에 2배로 늘어나며 사방에서 나를 향해 검은 폭우처럼 쏟아졌다.
“으아아악! 오지 마아! 단죄하는 신의 중지이이이!”
-끼에에엑!
그리고 나 유일신의 고독하고 더럽고 끔찍하고 역겨운 싸움이 시작됐다.
철컹!
끼이이익!
영겁 같은 시간이 흐르고 굳게 닫힌 철문이 열렸다.
“오오, 훌륭하십니다. 귀인! 확실히 신력이 늘어나신 게 느껴집니다! 여봐라, 어서 귀인을 모셔라.”
척! 척!
“바, 바퀴…… 시러어…….”
코크로치와 제국병들이 타 버린 마수들의 사체에 파묻힌 채 게거품을 물고 있는 나를 질질 끌어냈다.
“귀인, 그럼 다음 일정을 진행하겠습니다.”
띠링!
-유일신이 본래 소유하고 있는 고유 권능 ‘증식하는 신의 엄지’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금부터 ‘증식하는 신의 엄지’를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근유욱! 고민이 있는 자여! 시름이 있는 자여! 몸이 아픈 자여! 모두 이리로 오시오!”
“날이면 날마다 오는 날이 아니에요! 유일신 님 가라사대, 대바겐세일인 것이어요! 위대하고 자비로운 유일신 님께서 베푸는 은총을 받으러 오셔요!”
일호와 앤티를 비롯한 우리 이등신의 귀여운 가야미 애들이 열심히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럼 날 무엇을 하고 있느냐?
휘황찬란한 신전의 최상층에서 온갖 화려한 장식이 달린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반짝거리는 보석이 박혀 있는 신좌에 앉아 있었다.
희번덕!
그런 내 옆에는 사마귀 충인, 십검 중 제사검 카미키리가 소름 끼치도록 날카로운 양팔의 낫을 늘어뜨린 채 나를 호위하고 있었다.
“저기, 굳이 호위까지는 필요 없는데.”
사실 솔직히 이 녀석은 조금 껄끄럽다. 그 무시무시한 외관은 둘째 치고, 카미키리는 전생에서 내가 직접 태워 죽인 녀석이었으니까 말이다.
“위대하신 황제 폐하의 귀인을 호위도 없이 두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황제 폐하께서 직접 제게 귀인의 편의를 봐주라 명령하셨습니다! 지금 저 카미키리가 황제 폐하의 명을 어기길 바라시는 겁니까!”
끼기긱!
카미키리가 머리를 360도로 핑그르르 돌리며 살벌하게 외쳤다.
“아, 아냐. 너 좋을 대로 해…….”
왜 사마귀가 곤충의 왕인지 알겠다. 개미가 된 상태라서 그런지 더 심장이 벌렁거리네.
그때 앤티가 짧은 다리로 쪼르르 내게 달려왔다.
“유일신 님! 다음 손님을 잡아 왔어요!”
621번째 손님인가.
“응, 데려와.”
내가 손짓하자 곧 일호가 허름한 차림의 노인 개미를 부축해서 내 앞으로 데려왔다.
그가 나와 카미키리를 보더니 파르르 몸을 떨며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미, 미천한 자가 위, 위대하신 황제 폐하의 친우시자 제국의 신좌에 새로이 오르신 유일신 님을 배알합니다.”
나는 차마 고개도 들지 못하는 개미 충인을 향해 신답게 근엄하게 물었다.
“그래. 너는 어떤 근심이 있느냐. 기탄없이 말해 보아라. 힘들고 어려운 고민일수록 좋다.”
그러자 노인 개미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구구절절하게 자신의 사연을 말했다.
요약하자면, 노인이 사채업자에게 곡식 한 톨을 빌렸는데 그놈이 곡식 백 톨로 이자를 불렸다. 그렇게 엄청난 이자에 빚을 갚지 못하자 노인의 금지옥엽인 손녀딸을 납치해 갔다고 한다.
노인은 황급히 관청에 신고했지만, 사채업자의 배후에는 귀족이 있어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났다.
나는 분개했다.
“세상에! 그렇게 나쁜 놈이 있다니!”
역시 사람 사는 것은 지구나 앤트리니아나 비슷했단 말인가!
콰쾅!
이크, 깜짝이야!
갑작스레 울려 퍼진 굉음에 옆을 돌아보자 카미키리가 휘두른 낫이 신전의 바닥을 관통하고 있는 게 보였다.
“감히 황제 폐하가 계시는 철혈 제국의 수도에서 그런 짓을 하다니! 여봐라! 당장 그 사채업자와 배후인 귀족 놈을 잡아 사지를 베어라!”
“존명!”
우르르르!
카미키리의 명령에 제국병들이 우르르 사채업자를 처단하러 움직였다.
살벌하다.
카미키리 이 녀석, 결단력과 과감함이 판관 포청천이 따로 없다.
그렇게 얼마 시간이 흘렀을까?
띠링!
-청낭경의 비의로 만든 부원화의 단약 퀘스트 ‘살고 싶으면 남을 살려라’를 진행 중입니다.
-2명을 추가로 구했습니다.
-퀘스트 완료까지 구해야 할 인간 : 66/100
“오, 늘었다.”
아무래도 카미키리의 부하들이 일을 잘 처리한 모양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전생에서 십검 모스토에게 당했던 병마를 치유하기 위해 했던 부원화, 일명 의술의 신인 화타 퀘스트였다.
그때 퀘스트를 완수한 이후, 나는 ‘치유하는 신의 약지’의 권능을 얻었다.
지금 난 능력을 되찾기 위해 그때 했던 일을 이렇게 되풀이하는 중이다.
“그럼 다음 손님.”
“흑흑, 저희 아버지께서 공사 일을 하시다 낙상하시어 쓰러지신 지 벌써 나흘째인데 제물이 없어서 변변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계십니다…….”
“저런. 가엾은지고. 자, 이것을 아버님께 먹이도록 해라.”
나는 마법의 백색 가루를 조금 덜어 울고 있는 소녀 개미에게 건넸다.
이것은 내가 신녀 아라크네에게 밀수(?)한 지구산 설탕이다.
가야미 애들이 충인으로 진화한 이후에는 약발이 잘 먹히지 않았지만, 그 전에는 떨어져 나간 사지가 재생할 정도로 만병통치약이었다, 이게.
“유일신 님, 그것이 무엇이옵니까?”
“근육이 전율할 정도로 달콤한 냄새가!
꼴깍!
순간 군침을 줄줄 흘리며 나를 바라보는 가야미 애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하긴, 애들도 설탕이라면 죽고 못 살았었지.
“옜다, 너희들도 먹어라.”
나는 가야미 애들을 향해 설탕을 화끈하게 뿌렸다.
“아앗! 너무나 달콤하옵니다!”
“이것이야말로 천상의 맛!”
“오오! 유일신 님을 찬양하라! 시바시바!”
앤티와 갸아미 애들이 날 찬양하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허허, 이러니까 전생의 일이 생각나네. 역시 우리 애들은 귀엽단 말이야.
하지만 다 좋은데 시바시바가 에러다.
그래, 뭐 내 업보지.
애들 앞에서는 항상 입조심을 해야 한다.
“그래, 무슨 고민이 있느냐?”
그렇게 다음 손님을 맞고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대략 만 마리쯤 했다.
츠츠츠츠!
그러던 어느 순간, 내 몸에서 눈부신 백색 광채가 빛나기 시작했다.
띠링!
-축하합니다! ‘살고 싶으면 남을 살려라’ 퀘스트를 달성하셨습니다!
-‘부원화의 단약’과 그분의 신력이 당신에게 스며듭니다.
-유일신이 본래 소유하고 있는 고유 권능 ‘치유하는 신의 약지’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금부터 ‘치유하는 신의 약지’를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 드디어 됐다!”
나는 양손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앤티야, 아픈 사람들더러 다 한꺼번에 들어오라고 해!”
“넵!”
앤티가 쪼르르 달려 나가며 신전 앞에 우르르 몰려 있는 개미들을 데려왔다.
“으으, 아픕니다! 너무나 아픕니다! 신이시여!”
“제발, 저희에게도 은총을…….”
“살려 주세요!”
그 숫자는 무려 1만 마리가 넘었다. 나는 그들을 향해 양 발을 뻗었다.
“조금만 기다려라. 하압! 치유하는 신의 약지!”
번쩍!
콰아아아!
눈부신 백색의 신력이 파도처럼 병든 개미들을 휩쓸었다.
그러자 앉은뱅이가 자리에서 일어서고 장님이 눈을 뜨고, 온몸에 종기와 고름이 가득한 천형의 병이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기, 기적이다!”
“아아,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흐으윽!”
순식간에 치유된 제국의 신민들을 본 카미키리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괴, 굉장한 기적이다! 과연 위대하신 황제 폐하의 친우님답구나!”
흐뭇하다. 역시 착한 일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단 말이야.
자, 이제 세 번째 고유 권능을 되찾았다.
이제 남은 건 둘!
그때였다.
띠링!
-경험치가 종족의 한계치에 달했습니다!
-종족 진화 조건을 모두 충족했습니다!
‘어? 종족 진화?’
띠링!
-지금부터 유일신의 진화를 시작합니다.
우득! 우드득!
번쩍!
엄청난 광휘가 날 휘감으며 내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
제국 황성의 귀빈 방.
나는 거울을 보았다.
그곳에는 하반신이 뭉개진 처참한 몰골의 개미 대신, 우리 가야미 애들처럼 이등신의 몸에 이마에 더듬이가 돋은 충인이 있었다.
그 귀여운 외모는 자연스레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는데.
“파……괴!”
무심코 녀석의 흉내를 내 보았다.
그러자 거울 속에 있는 삼신이 녀석이 똑같이 입을 벌렸다.
“역시 닮았네.”
갑자기 마음 깊숙한 곳에서 그리움이 밀려왔다.
전생에서 처참하게 살해당한 내 분신들.
항상 싸가지 없게 툴툴거리던 이신도, 먹보 대장인 삼신 놈도 모두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내 신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최소한 중급 신의 신력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신도를 늘리는 선신이 아니라, 제물을 학살함으로써 신력을 얻는 악신의 신위를 높여야 했다.
하지만, 전생과 다르게 제국과 척지고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수십억 단위의 제물을 얻는 것은 요원하기만 했다.
그때 문 밖에서 시종의 우렁찬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귀인이시여! 철혈 제국의 주인, 만인지상의 위대하신 황제 폐하께서 납십니다!”
누구나 계획은 있다. 아마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