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266)
그 크기는 무려 100미터에 육박하고, 등에는 악마 같은 형상의 날개를 달고 있다. 강철의 강도를 아득히 넘어서는 피부는 기갑 병단이 쏟아 내는 빔 광선을 맞고도 티끌만 한 상처도 나지 않았다.
-크르르!
놈이 자신을 공격한 기갑 병단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용을 닮은 놈의 아가리에서 붉은 섬광이 피어났다.
-캬아아아아!
찢어질 듯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놈이 에너지 브레스를 토했다.
-저, 저건 에어리언 최상위종 드래곤이다! 증원을 요청…… 아아아악!
핏빛 같은 에너지 브레스가 휩쓸고 지나간 수백 대의 기갑이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크르르!
흉흉한 안광을 번뜩이며 드래곤이 다음 희생자를 물색했다.
나는 직감했다.
이대로라면 인류연합은 멸망한다.
‘아아악! 죽고 싶지 않아! 살려 줘!’
‘히이익! 이 빌어먹을 괴수 놈들아! 저리 꺼져!’
‘흐으윽! 전능 AI님! 제너드 대총통님! 제발 인류를 구원해 주소서!’
미약하지만, 나는 신이다.
지금도 전장에서 스러져 가는 병사들의 처참한 죽음과 간절한 외침이 보이고, 들린다.
‘내가 어떻게든 해야 해.’
내가 이를 악물며 나서려 할 때였다.
갑자기 정체불명의 메시지가 내 눈앞에 떠올랐다.
띠링!
허를 찌른 에일리언 군단과 드래곤의 기습에 인류연합의 운명은 지금 풍전등화에 이르렀다!
소년이여, 각성해라!
지금에야말로 인류의 구세주라 불리었던 제너드 대총통의 유전자를 계승한 소영웅, 그대 No. 100101이 나설 때이다!
아버지의 유산, 영혼기갑 NT2512R-1004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스테이지 난이도 : 하드코어
클리어 조건 : 지원군이 올 때까지 영혼기갑을 이용해 적을 저지하라.
Boss : 에일리언 드래곤(반신半神급)×1
두둥! 두두둥!
동시에 사이렌 소리와 뒤섞인, 마치 출정을 알리는 듯한 웅장한 음악이 BGM처럼 내 귀에 파고들었다.
‘이건 마치…….’
기분 탓이 아니다.
마치 게임의 퀘스트 같은 메시지와 함께 따라오라는 듯 붉은 화살표가 내 앞에서 깜박이고 있었다.
그것이 가리키는 방향은 바로 영혼기갑 라젠카가 있던 격납고였다.
“앗! 일신아! 어디 가는 거야!”
애타게 부르는 팔이를 뿌리치며 나는 본능적으로 격납고를 향해 달렸다.
철컹! 철컹!
“서둘러!”
“고르곤N6821 기체 정비 완료!”
“좋아! 기갑 파일럿들은 어서 합신해라!”
격납고는 벌집을 건드린 것처럼 시끄럽고 부산스러웠다.
슈우웅! 슈웅!
최강의 괴수라 불리는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한 상위 랭크의 기갑들이 속속들이 파일럿을 태우고 출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조적으로 내 주변은 소름 끼치도록 고요했다.
마치 세계가 일순 정지한 것처럼.
흑백의 무성영화처럼 빛을 잃은 풍경 속에서.
두근! 두근!
내 심장 소리만이 미친 듯 뛰고 있었다.
나를 인도한 화살표는 바로 주인을 잃은 영혼기갑의 머리 위에서 멈춰 있었다.
-묻겠다. 어린 파일럿이여. 그대가 나의 마스터 제너드 대총통의 유전자를 계승한 자인가?
머릿속으로 직접 울려 퍼지는 무미건조한 기계음.
나, 아니 극비리에 제너드의 유전자를 계승시켜 탄생한 No. 100101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계음이 다시 울려 퍼졌다.
-그렇다면 날 사용해 인류연합을 구원하라!
스윽.
나는 홀린 듯 인류의 영웅이 남긴 유산, 영혼기갑을 향해 손을 뻗었다.
동시에 내 입술이 움직였다.
“기갑합신(機甲合神).”
영웅의 사후, 단 한 번도 기동하지 않았던 인류 최강의 기갑.
그것의 해치가 열리며 나와 하나가 되었다.
-NT2512R-1004 파일럿 No. 100101 인식 완료.
-현재 차지된 영혼 에너지 1%.
-기동 예상 시간 180초입니다.
-파일럿 No. 100101, 출격하시겠습니까?
“출격.”
-에너지 부스터 On! 목표는 에일리언의 말살!
번쩍!
콰아아아!
영혼기갑에게서 쏟아지는 눈부신 황금 광휘가 나를 감싸던 무채색의 세계를 부수며 폭발했다.
***
거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전장(全長)이 무려 30미터에 이르는 거대 기갑 고르곤N6821.
상위 괴수를 상대하기 위해 그 형태를 모방해 만든 인류연합의 비장의 무기였다.
콰직! 콰드득! 끼기긱!
하지만, 지금 그것은 그저 고철 덩어리에 불과했다.
푸슉!
시뻘겋게 기체를 뒤덮은 스캐빈저 떼의 칼날이 어느새 조종석에까지 파고들었다.
그것을 간신히 피한 파일럿이 비명을 지르듯 무전을 보냈다.
“히이익! 지원 요청! 제발! 지원 요청!”
하지만, 아무런 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 또한 알았다, 그 누구도 자신을 도와줄 여력은 없다는 것을.
“주, 죽고 싶지 않아……. 난 아직 유전자도 남기지 못했는데…….”
파일럿이 공포에 질린 눈으로 긴급 탈출 버튼을 보았다.
하지만, 기체에서 빠져나간다 해도 우주 공간에 득실거리는 에일리언들에게 순식간에 육편이 되어 버릴 뿐일 것이다.
모니터에 비치고 있는 에일리언 스캐빈저 중 하나가 아가리를 오물거리며 씹고 있는 동료의 머리통처럼.
까가가가강!
그때 마치 해달이 조개껍질을 부수듯 기갑의 해치를 양팔의 대낫으로 가르며, 에일리언 스캐빈저가 조종석에 흉악하게 생긴 머리를 들이밀었다.
-키에에엑!
드디어 메인 디시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일까?
철퍽! 철퍽!
여섯 갈래로 쩍 벌어진 괴수의 흉측한 아가리에서 쏟아지는 녹색의 침이 파일럿의 헬멧을 흠뻑 적셨다.
“히이익!”
파일럿은 직감했다.
자신도 지금 저 모니터에 비치는 동료처럼 이 괴수에게 잡아먹히고야 말 것이라는 것을.
“으아아악! 살려 줘!”
애원에도 불구하고 괴수는 멈추지 않는다.
괴수의 아가리가 그의 상반신을 덮치는 절망의 순간.
번쩍!
성스럽기까지 느껴지는 황금 섬광이 번뜩였다.
동시에 막 고르곤의 파일럿을 씹어 먹으려던 스캐빈저의 상반신이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소멸해 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고르곤의 파일럿에게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었다.
번쩍! 번쩍!
황금 광휘가 전장을 종횡무진하며 죽음의 위기에 처한 인류연합의 병사들을 흉측한 괴수의 마수에서 구하고 있었다.
고르곤에 비한다면 기갑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겨우 2m 크기 남짓한 소형 기체.
하지만, 그의 손에 쥐인 단분자 커터가 움직일 때마다 그 무시무시한 괴수들이 추풍낙엽처럼 소멸하고 있었다.
“아…….”
고르곤의 파일럿은 번뜩이는 황금 광휘를 두르며 괴수를 도륙하는 아름다운 기갑에게서, 과거 인류연합의 구세주라 불린 한 남자를 떠올렸다.
“대총통 각하.”
한편, 막강한 적의 등장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일까?
한참 인류연합의 군대를 처참히 유린하던 최강의 에일리언이라 불리는 드래곤의 타깃이 수하들을 도륙하고 있는 영혼기갑에게로 향했다.
저것은 심상치 않다.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크르르르!
드래곤이 아가리를 벌린다.
츠츠츠!
그러자 행성 하나를 소멸시키고도 남을 강력한 에너지가 드래곤의 아가리에 맺히기 시작했다.
***
쐐애액!
-끼에엑!
단분자 커터를 휘두르며 10여 기의 스캐빈저의 머리를 한 번에 베던 영혼기갑이 자신을 타기팅한 이상 에너지를 감지했다.
-경고! 경고! 본 기체를 향한 에일리언 최상위종 드래곤의 에너지 브레스 감지!
나 또한 보았다.
검은 캔버스 같은 우주의 한편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있는, 마치 태양을 연상케 하는 강력한 에너지 구체를.
츠츠츠!
고오오오!
-끼에에에엑!
이미 드래곤의 몸보다 수십 배는 거대해진 에너지 구체는 비명을 지르며 저항하는 동족들과 거대한 심장을 연상케 하던 에일리언 함대마저 삼키며 그 크기를 계속 불려 가고 있었다.
그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저것에게서는 심지어 파괴신의 권능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날 향한 드래곤의 눈동자가 희번덕거리며 빛났다.
-캬아아아아!
마치 천지가 개벽하는 광음과 함께 드래곤이 에너지 브레스를 해방했다.
쿠르릉! 쿠릉!
수백 킬로미터에 육박하는 파멸의 태양이 나는 물론, 인류연합의 전함마저 한 번에 집어삼킬 기세로 쏟아졌다.
그것을 목도한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절망과 공포가 번져 갔다.
한 남자를 제외하고는.
-영혼기갑의 남은 활동 시간 : 10초.
어느덧 10초밖에 남지 않은 영혼기갑의 기동 시간을 체크하며 나는 눈을 감았다.
‘할 수 있어.’
내가 학살한 에일리언들이 제물로 화하며 이번 생에서는 미약했던 내 악신의 권능을 빠르게 늘려 주고 있다.
동시에 내게 구원받은 사람들이 제너드 대총통을 떠올리며 내게 보내는 감정은 신앙으로 화하며 내 선신의 신력을 늘려 주었다.
-영혼기갑의 남은 활동 시간 : 9, 8, 7, 6, 5…….
번쩍!
나는 눈을 떴다.
내가 탑승한 영혼기갑에 동화되듯 내 눈동자도 어느새 눈부신 황금색 광휘로 물들어 있었다.
“전력 개방!”
나는 내 신력을 영혼기갑에게 모두 쏟아부었다.
띠링!
-초월 신격 에너지 카르마(Karma : 악업)와 수바티(Subhūti : 선업), 율(Vinaya : 소멸) 3종 감지! 링크 확인!
-파일럿 랭크 G랭크에서 SSS랭크 초월!
-영혼 싱크로 On······ 싱크로율 999%!
-영혼기갑 NT2512R-1004가 순간적으로 궁극의 기갑신(機甲神)의 격에 이릅니다!
나는 쏟아지는 파멸의 태양을 향해 양손을 끌어모았다.
철컹! 철컹!
그것이 마치 드래곤의 머리처럼 변해 갔다.
이것은 전생에서 한번 써 보았던 영혼기갑의 필살기.
하지만, 전생에서는 영혼기갑의 성능이 봉인이라도 됐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성장한 것일까?
지금 내 양손에 어린 기운은 족히 그때의 10배는 되었다.
웅!
나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흑염룡 같은 기운을 방출했다.
“큭! 영혼기갑포 갓 피스트(God Fist) 발사!”
-라저!
콰아아아아아!
용의 아가리처럼 변한 내 양손이 마치 묵시의 용처럼 포효한다.
콰르르 콰콰쾅!
선신과 악신, 파괴신의 신력이 하나가 된 갓 피스트가 파멸의 태양을 소멸시키며, 그 너머에 있던 드래곤마저 먼지처럼 바스러뜨렸다.
그날, 인류는 보았다.
제너드 대총통을 이어 인류연합을 구원할 영웅의 탄생을.
…………
……
…
띠링!
-기신(機神) 탄생 ‘STAGE 1 : 에일리언 군단의 기습’ 퍼펙트 클리어!
-이어서 ‘NEXT STAGE 2 : 에일리언 여왕의 부활’을 진행합니다.
궁극의 기신 탄생 (2)
차랑, 차르릉.
여인이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수정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드레스에서 꿈결 같은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드레스뿐만 아니라 그녀의 몸과 피부는 마치 수정을 깎아 내 만든 것처럼 투명하고 반짝거렸다.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는 이를 수 없는, 극상의 조형미.
인류연합의 모든 시스템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전능 AI 마더의 의식이 임시로 깃들어 있는 의체(衣體)의 입술이 열렸다.
-고개를 드세요, No. 10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