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32)
의 대단한 가호ver.2>
등급 : 하급신
설명 : 최고위 신격에 도달하기 위해 ‘영겁의 구도자(求道者)’ 가 수행 중에 흘린 자신의 체액을 담은 것이다.
특이사항 : 남자는 힘! 이것을 마신 필멸자는 근육을 모두 발휘하리라. 많이 마실수록 더 좋으리라.
그놈의 찝찝한 체액 타령은 여전했다.
등급 : 하급신
설명 : 최고위 신격에 도달하기 위해 ‘영겁의 구도자(求道者)’ 가 수행 중에 흘린 자신의 피땀을 담은 것이다.
특이사항 : 피땀 눈물이다! 사나이가 흘리는 피땀은 반드시 그 대가를 받으리라! 역시 많이 마실수록 더 좋으리라.
단, 이것은 ‘영겁의 구도자’의 신력이 연결된 용사의 탑에서만 진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제는 심지어 피땀이란다.
수상해. 아주 수상해.
이걸 과연 일호의 생존과 스테이지 클리어에 도움이 되는 물건일까?
“에라!”
뭘 고민하고 있냐. 일단 한번 마셔보면 되지.
나는 성장신의 가호 ver2의 뚜껑을 뿅 타서 단숨에 들이켰다.
하얀 체액이라고 하니 심히 찝찝했지만, 일호를 위해 참았다.
꿀꺽! 꿀꺽!
“어?”
낯익은 맛이었다.
예전에 잠깐 운동 좀 해보겠다고 미친 마음을 먹고 일주일 정도 다녔던 헬스장에서 트레이너 놈에게서 얻어 먹어본 걸쭉하고 텁텁한 이 맛은.
프로틴이었다.
뿅!
자칭 피땀인 붉은 액체, Ver 3도 마셔보았다.
꿀꺽! 꿀꺽!
약간 톡 쏘는 맛에 타우린이 한층 더 농후하게 섞인 이 맛은 분명, 마감을 코앞에 둔 작가들이 최후의 보루로 찾는 각성제.
“시발! 이건 레드불이잖아!”
대체 이 아저씨 몸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 거지?
내게는 별 효과가 없어 보이지만, 몸에 해로울 거 같진 않았다.
나는 그것들을 몇 병 더 사서 일호에게 하사했다.
일호는 그것들을 보며 다시 ‘ㅠㅠ’ 거리며 질질 짜기 시작했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신이시여! 흐어엉!”
벌컥! 엉엉! 벌컥! 엉엉!
저기, 울든지 마시든가 둘 중 하나만 해라.
성장신의 수상한 가호를 마시는 일호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어때? 몸에 무슨 변화가 있느냐?”
일호가 네모난 눈을 반짝였다.
“오오, 신이시여! 확실히 제 근육에 엄청난 기운이 전달되는게 느껴집니다! 이 상태에서 훈련하면 좀 더 강해질 것 같습니다!”
“오? 그래? 그럼 빨리하거라.”
“옙!”
일호가 눈을 번뜩이더니 주변에 구르고 있는 커다란 바위를 양손에 쥐고 아령처럼 들었다.
“근육! 근육!”
찝찝한 색깔과 맛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산 성장신의 가호 ver2, ver3 프로틴과 레드불의 효과는 굉장했다.
처음에는 자기 몸만한 바위를 들던 일호가 점점 중량을 늘려가더니.
마침내 자신을 짓뭉갰던 집채만 한 바위를 밀어붙이며 통로를 오르기에 이르렀다.
“낑낑! 낑낑!”
드륵, 드륵.
개미가 기는 것처럼 느릿느릿한 속도였지만, 겨우 다섯 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란 걸 생각하면 기적 같은 일이었다.
나는 밥 먹는 것도 잊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내 손도 땀으로 촉촉이 젖어갔다.
도와줄 수는 없었다.
처음에 내가 검지로 바위를 밀어주는 꽁수를 쓰자.
경고!
[엄숙한 용사의 시련은 오직 도전자만이 행해야 한다!] [도전자 대기실로 이동한다!]무효 판정과 함께 다시 일호가 일층의 대기실로 이동해버렸으니까.
이 스테이지는 오직 일호만의 힘으로 클리어 해야했다.
“으아아아! 근유욱!”
덜컹!
쿵!
개미 기어가듯 느릿느릿 움직이던 집채만 한 바위가 마침내 정상에 이르렀다.
무려 열 시간이 흐른 후의 위업이었다.
츠츠츠!
2층에 도착한 바위가 녹아들 듯 사라지며 일호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이건?”
[축하한다. 용사의 탑 1층 ‘바위의 시련’을 클리어했다.] [보상으로 도전자에게 ‘영겁의 구도자’의 ‘바위의 축복’이 내린다.] [‘바위의 축복’ : 도전자여, 그대는 바위처럼 단단한 근육을 가지리라!]일호의 근육이 바위 빛으로 물들었다.
“성공이다!”
온몸이 땀으로 젖은 일호와 내 눈이 마주쳤다.
“유일신이여! 기뻐해 주소서! 제가 드디어 해냈습니다! ㅠㅠ”
“장하다! 일호!”
내가 코치가 되어 키운 선수가 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따면 이런 기분일까.
고양감과 성취감이 벅차오른다.
“일호야!”
“흐어엉! 신이시여! ㅠㅠ”
감격에 찬 일호의 손과 내 손가락이 하이파이브를 하려는 순간.
띠링!
[용사의 탑 2층 : ‘바람의 시련’클리어 조건 : 바람의 시련으로부터 살아남아 3층에 도달하라.
시련을 시작한다.]
쐐애액!
뭔가 날카로운 것이 공기를 가르더니.
푹!
일호의 이마에 화살이 박혔다.
찍!
털썩!
쓰러진 일호를 보며 난 비명을 질렀다.
“일호야아아아!!”
끝
ⓒ 크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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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결론을 말하자면 일호는 죽지 않았다.
바위의 시련 보상 덕분에 육체의 강도가 바위처럼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비록 머리에 화살촉이 반쯤 박히긴 했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진짜 죽은 줄 알고 뜨악했다.
2층 ‘바람의 시련’은 날아오는 화살을 피해 3층으로 오르는 시련이었다.
우리는 그 후, 심기일전하며 다시 시련에 도전했으나 결과는 처참했다.
“흐으윽! 신께 누를 끼치다니 송구스럽습니다!”
“야, 가만히 있어. 뒤통수에 아직 화살 하나 남았다.”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화살이 박힌 일호의 몸에서 화살을 뽑아내고, ‘치유하는 신의 약지’로 부상을 치유해주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문제는 일호가 너무 느려 터져서 화살을 전혀 피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꼼수를 한번 써봤다.
1층에 굴러다니는 바위를 방패 삼아 화살을 막고 전진하게 했는데.
도전자는 오직 자신의 육체만을 사용해서 시련을 돌파해야 한다!]
탑을 뒤흔들 것 같은 노성이 울려 퍼졌다.
슈슈슉! 슈슈슈슉!
동시에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기세로 화살비가 쏟아지며, 일호가 들고 있던 바위가 순식간에 박살났다.
“흐악!”
그럼에도 기세를 죽이지 않은 화살들이 일호를 덮치려고 하자, 나도 모르게 손으로 그것을 막았다.
퓩! 퓩퓩! 퓩퓩퓩!
“으갸갸갹!”
일호가 기겁하며 외쳤다.
“시, 신이시여! 괜찮으십니까?”
한의원에서 침을 한 번에 수백 번 손바닥에 맞은 것 같은 통증에 눈물이 찔끔 나왔지만,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물론이다.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으니라.”
“하, 하지만 피, 피가 흐르시온데.”
“어허, 기분 탓이다!”
쏟아지는 화살비를 피해 일단 일호와 1층의 대기실로 돌아갔다.
하아, 이게 무슨 개고생이람.
대충 열 시간이 넘게 이러고 있었는데, 담당이 알면 분명 날 죽이려고 할 거다.
일단 좀 쉬어야겠다.
“난 잠깐 눈 좀 붙여야겠다. 일호, 너도 오늘 힘들었을 테니 무리하지 말고 쉬거라.”
“넵, 유일신이시여. 편히 쉬소서.”
넙죽 엎드리며 절하는 일호를 뒤로하고 나는 이부자리에 누웠다
일단 좀 쉬고 일호를 어떻게 저 망할 탑에서 꺼낼지 방법을 고민해봐야겠다.
***
유일신이 사라지고 홀로 탑 안에 남은 일호는 짧은 팔로 팔짱을 낀 채 고심하고 있었다.
“신께서는 쉬라고 말씀하셨지만, 내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쏟아지던 화살비를 대신 막아주시며 피를 철철 흘리시던 유일신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신께서 다치신 것은 다 자신이 그분의 말씀을 듣지 않고 무모한 도전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자신이 어찌 가만히 쉴 수 있겠는가!
일호는 2층 ‘바람의 시련’ 에 대해 생각했다.
자신의 짧은 다리로는 무서운 기세로 쏟아지는 화살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니 발상을 바꿔서 화살을 맞아도 끄떡없을 정도로 단단한 근육을 단련하면 되지 않을까?
꿀꺽! 꿀꺽!
일호가 성장신의 가호들을 순식간에 비우더니, 일층에 산처럼 쌓여있는 바위들을 원수처럼 노려보았다.
“흐아압! 근육!”
기존에는 바위들을 역기나 아령처럼 사용했던 일호였지만, 지금은 그 사용법이 전혀 달랐다.
성난 황소처럼 바위를 향해 맨몸으로 돌진했다.
쾅! 쾅! 쾅!
수 백, 수 천 번의 돌진.
돌먼지가 안개처럼 피어오르며 바위의 산들이 자갈밭으로 변했다.
쾅! 쾅!
쩌적! 쩌저적!
심지어 처음 일호를 짓뭉갰던 거대한 바위마저 점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근유욱!!”
콰콰쾅!
띠링!
[‘영겁의 구도자’께서 사나이의 길을 걷는 도전자 ‘일호’를 내려다보며 흐뭇해하십니다.]성장신의 가호는 섭취한 필멸자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
성장신의 대단한 가호 ver.2는 섭취한 필멸자의 육체 능력을 훈련하기에 최적화시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일신이 레드불로 취급하는 ‘성장신의 특별한 가호 Ver.3’.
용사의 탑에 배여 있는 수많은 도전자의 피땀과 경험을 재료로 삼은 그것은 ‘시간’ 의 가호였다.
일호가 바위를 몸으로 박살 내는 수련을 시작한 것은 무려 일주일.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겨우 1시간도 흐르지 않았다.
그것이 ‘영겁의 구도자’ 가 최고의 걸작이라 자부하는 작품 ‘성장신의 특별한 가호 Ver 3.’ 의 진정한 효능.
쿵!
정확히 두 시간 후.
온몸에 고슴도치처럼 화살이 꽂혔음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일호가 2층 통로를 지나 3층에 도달했다.
화살은 극한으로 단련한 일호의 근육 갑옷을 뚫고 그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
[축하한다. ‘용사의 탑’ 2층 ‘바람의 시련’을 클리어했다.] [보상으로 도전자에게 ‘영겁의 구도자’의 ‘바람의 축복’이 내린다.] [도전자 ‘일호’가 3층 ‘강철의 시련에 도전한다.]띠링!
[축하한다! ‘용사의 탑’ 3층 ‘강철의 시련’을 클리어했다.] [보상으로 도전자에게 ‘영겁의 구도자’의 ‘강철의 축복’이 내린다.] [도전자 ‘일호’ 가 4층 ‘불의 시련’에 도전······.]***
꾸르륵! 꾸르르륵!
자고 일어났더니 지독한 허기와 함께 현기증이 밀려왔다.
으으, 앓고 난 후 얼마 되지도 않아서 철야하듯 일호와 시달렸으니 당연한 일인가.
“아무래도 안 되겠다. 몸보신 좀 해야지.”
나는 냉장고에 사놓았던 ‘그것’을 꺼냈다.
그것의 양은 보잘것없다.
하지만 내게는 갓메이커를 플레이하고 손에 넣은 권능이 있었다.
두근, 두근!
“후, 떨리는군.”
어쩌면 내가 이 힘을 얻은 것은 바로 이날을 위해서일지 모른다.
나는 내 눈앞에 있는 ‘그것’을 매우 진지하게 응시했다.
‘한다! 반드시 해내고야 만다!’
마치 필생의 적을 마주한 듯한 결의.
나는 엄숙한 의지와 간절함을 담아 엄지를 뻗었다.
“[증식하는 신의 엄지]!”
바로 내가 개미들과 함께 바퀴벌레 놈들을 박멸하고 얻은 권능.
효과는.
띠링!
[목표인 ‘한우 100g’의 증식에 성공했습니다.]번쩍!
눈 부신 빛과 함께 접시에 놓인 한우가 정확히 두 배로 늘어났다.
나는 양 주먹을 불끈 치켜들며 환호했다.
“야호! 해냈다!”
시발, 내 권능 짱이다.
이제부터 매끼 한우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처음 이 권능을 쓴 건 술김에 개미한테 쓴 거여서 내심 효능을 반신반의했다.
이것이 과연 현실에서도 통하는 권능일까?
하지만 결과는 대박.
정육점에서도 겨우 100g만 산다고 아줌마한테 눈치를 먹었지만, 그것을 참고 산 보람이 있었다.
“그런데 접시는 안 늘어나네.”
증식한 건 접시에 놓인 한우뿐이었다.
아무래도 내 권능은 유기물 한정 권능인거 같았다.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금 같은 걸 증식시켜서 순식간에 벼락부자가 됐겠지만.
뭐 이 정도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한우는 위대하니까.
“[증식하는 신의 엄지]! [증식하는 신의 엄지]!”
번쩍! 번쩍!
흐흐, 늘어난다. 늘어나.
마구 증식하는 한우에 군침을 흘리며 희희낙락하고 있을 때.
갓메이커가 울렸다.
띠링띠링!
혹시 탑에 남겨둔 일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지 싶어 황급히 핸드폰을 들었다.
하지만 나를 부른 건 일호가 아니었다.
“오오, 위대한 우리의 유일신님이시여! 강림하셨나이까!”
게임이 실행되자 내가 백호라 이름 붙여준 녀석이 넙죽 절을 했다.
백호는 사각사각한 일호와는 달리 얼굴도 몸도 오이처럼 길쭉했다.
“그래. 왜 불렀지?”
내 물음에 백호가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소인 백호, 위대하신 유일신님의 행적을 찬양하는 노래를 지어보았습니다.”
“노래?”
“네, 부디 들어주소서!”
“그, 그래. 해봐라.”
백호가 목소리를 흠흠 가다듬더니 덩실덩실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우효오! 우리의 유일신님! 적을 무찌른다. 적을 불태운다! 우효오! 유일신님이 나타났다! 제국 놈들아, 오줌을 지려라! 유일신님이 포효하신다! 우효오! 마물들아 도망쳐라! 유일신께서 엄지를 치켜드신다! 우효오! 황제 놈아 각오해라! 유일신께서 강림하신다!”
큭, 귀가 괴롭다.
개미만한 애가 무슨 목청이 이리도 좋단 말인가.
“그만······.”
하지만, 백호의 목소리에 반응했는지 다른 가야미족 애들도 몰려들기 시작했다.
“유일신님! 강림하셨나이까!”
“삼호! 인사 오지게 올립니다!”
“오오, 유일신님! 저 칠십이호가 숲에서 따온 열매를 공물로 바치옵니다!”
“어허, 어디 겨우 열매 따위를 유일신님께! 유일신님! 이것을 제물로 받아주소서! 저 이호가 창으로 도시 주변을 돌아다니던 이 사나운 맹수의 머리를 한방에 꿰뚫어 잡았사옵니다! 칭찬해주소서!”
“그래, 사나워 보이는 공벌레네······.”
“유일신님께 겨우 그런 공물을 바치다니! 신이여! 저 구호가 낚시로 잡은 이 물고기를 봐주소서! 제 일평생 처음 낚는 대어이옵니다!”
“그래. 큰 송사리구나······.”
“유일신님! 그보다 구십호인 제 공물을!”
내가 하사했던 ‘성장신의 가호’, 일명 박카스 백병을 나눠 마셨던 가야미족 애들이 변했다.
뭔가 하나하나마다 개성이 생겼달까.
확실히 좋은 일이긴 한데 쉬지도 않고 떠드는 걸 듣자니 심히 피곤했다. 마치 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둘러쌓인 마스코트 인형이 된 기분이랄까.
그런 내게 구원자가 나타났다.
“바쁘신 유일신님을 겨우 이런 일로 강신하게 하시다니! 이게 무슨 무례입니까! 빨리 작업이나 하세요!”
“······네, 성녀님.”
성녀 앤티가 잔소리를 쏟아붓자, 나타나자 가야미족들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물러났다.
영차, 영차!
곧이어 그들이 삼삼오오 짝을 맞춰서 공사를 재개했다.
그들이 짓고 있는 것은 바로 내 석상이었다.
그것은 여태까지의 규모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거대한 석상.
얼핏 봐도 평소보다 열배는 거대해 보이는데 저런 게 내 방에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오싹했다.
“앤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