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57)
갑자기 뭔가 싶어 ‘눈먼 신의 눈’으로 감정해 보았다.
[New! 검보 천마신검天魔神劍(하급 신)]카테고리 : 공용 소모 아이템
설명 : ‘모든 것을 베는 천검’의 비장의 컬렉션으로, 평생 패배를 갈구한 강자가 남긴 검법을 담은 책이다.
특이 사항 : 지금 구매하면 수련용 중검(重劍)이 서비스!
구매 금액 : 20,000,000Gcoin.
무려 2천만 갓코인이라니.
엄청난 가격에 조금 망설여졌지만, 무협 소설 좀 본 남자라면 설레지 않을 수 없는 천마라는 단어와 1+1으로 수련용 검까지 준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충동 구매를 하고 말았다.
하지만 충동 구매가 그렇듯, 시간이 지나고 이성이 돌아오자 영 사기당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수련용 검이라고 준 검은 100kg는 나갈 것 같은 쇳덩어리였고, 《천마신검》은 나도 한번 훑어보긴 했지만 뭔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잔뜩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실보다는 허를 베어라.
궁극의 검은, 검을 버리는 것이다.
인간을 넘어, 바다를, 하늘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마저 베어라.
거기에 더해 마지막 말이 더 결정적이었는데.
사실 본 좌는 주먹이 더 세다!
……역시 사기 같다.
나는 조용히 허공을 향해 말했다.
“만약 효과 없으면 환불할 겁니다.”
-‘모든 것을 베는 천검’이 움찔하면서 낙장불입이라고 뻔뻔하게 오리발을 내미십니다.
아놔, 이 인간. 아니, 이 신 자식이?
머리가 아파 온다.
그래, 저런 천마신검에 의지하지 말고 차라리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약물에 의지하도록 하자.
“이거 마시면서 수련하세요.”
나는 성장신의 가호 세트, 일명 박카스, 프로틴, 레드불 등을 차례로 검귀 앞에 내려놓았다.
개미였던 일호조차 효과를 톡톡히 본 물건들이니 틀림없이 검귀에게도 분명 효능이 있을 것이다.
검귀가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보았다.
“검신 님! 성은이 망극합니다!”
역시 이 아저씨, 사극을 너무 봤어.
“그럼 전 아침 준비할 테니까 계속하세요.”
“아, 아닙니다! 그런 일은 제가……!”
“당신이 강해지는 게 내게 더 도움이 됩니다.”
하나라도 S급 신도를 확보해야 하급 신으로 승급을 할 게 아닌가.
성미나와 미리 자매에게 제물의 낙인을 찍은 그 나락용부터, 나와 내 신도를 노리는 갓메이커의 망할 제국 벌레 놈들까지.
현실이든 갓메이커든, 내게는 아주 골치 아픈 일이 많다.
조금이라도 힘이 필요했다.
“반드시 검신 님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감격하며 부복하는 검귀를 뒤로한 채 나는 아침을 준비했다.
준비는 간단하다.
오두막에서 좀 떨어진 취식장.
가스버너로 보글보글 물이 끓고 있는 냄비에 즉석 밥과 3분 카레를 퐁퐁 넣었다.
거기에 편의점용 볶은 김치를 준비한다.
이것이야말로 현대를 사는 자연인의 식단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이런 건 어디서 구했냐고 궁금할 수 있겠지만, 이 오두막은 이런 즉석식품들이 제법 많았다.
아, 이곳이 요한이 우리나라 곳곳에 만들어 둔 은신처 중 하나라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긴 하다.
검귀는 이곳의 정보를 듣고, 혹시 내게 바칠 만한 S급 아이템이 없나 이곳에 왔다고 했다.
뭐, 그러다 성미나의 습격을 받고 죽을 뻔했지만.
그러고 보니 이 모든 사달이 다 검귀, 그 자식 때문이잖아!
슈우욱!
그때 하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자 평소보다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이 보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왜 태양이 2개지?
그 태양이 내가 있던 취식장에 낙하했다.
“검신 님! 위험합니다!”
검귀가 기겁하며 내게 몸을 날렸다.
콰콰쾅!
내가 준비하던 아침이 취식장과 함께 증발하듯 사라졌다.
부글부글!
태양, 아니 온몸에 불꽃을 휘감은 남자의 발아래서 그의 열기에 녹아내린 땅이 용암처럼 들끓었다.
그런데 남자의 얼굴이 낯이 익었다.
불타는 듯한 적발에, 남자인 내가 봐도 잘생긴 조각 같은 얼굴.
그리고 등에 메고 있는 용 문양이 새겨진 거대한 검까지.
내 눈이 그를 감정했다.
[백유현]수컷 인간이다. 사용한 지 26년 되었다.
특이 사항 : 초월의 가능성이 있는 불꽃의 소유자다.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헌터이자, 화염을 다루는 이능계 각성자.
그리고 최근에는 재앙급인 암흑룡의 던전을 단신으로 토벌해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이명을 얻은 S급 헌터 백유현.
“야.”
챙!
그가 거대한 용살검을 우리에게 겨눴다.
“우리 미나는 어디 있냐?”
신도 요즘 같은 불경기엔 투잡 합니다
“우리 미나는 어디 있냐?”
백유현 씨. 당신이 찾는 미나는 저 오두막 안에서 지금 쿨쿨 자고 있는데요.
하지만, 난 잠시 고민했다.
백유현은 성미나와 팀을 이루어 던전 토벌을 하는 파트너이자, 단순한 사업상 관계를 넘어 연인 관계라는 가십도 있었다.
그런 그에게 과연 아이로 퇴행한 성미나를 보여 준다면?
음, 십중팔구 사달이 날 것 같다.
평화를 사랑하는 내가 원만한 해결을 위해 머리를 쥐어짜 내고 있을 때였다.
“무엄하구나! 이분이 누구신 줄 아느냐?”
“누군데?”
갑자기 검귀가 앞으로 나서더니 나를 손으로 가리키며 우렁차게 외쳤다.
“바로 위대한 검신 님이시다!”
잠깐 정적이 일었다.
“검신? 그게 뭐야?”
백유현도 어이가 없었는지 무심코 물었다.
“크큭, 어리석은 것! 드래곤 슬레이어의 명성이 아깝구나. 두 눈 크게 뜨고 보아라! 이분의 위대함을 정녕 알아보지 못하느냐!”
“그냥 일반인처럼 보이는데?”
검귀가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실망이다. 명성 높은 드래곤 슬레이어 백유현이 상대의 힘도 알아보지 못하는 애송이였다니.”
저기 검귀 씨, 낯부끄러우니까 그만 좀 닥쳐 줬으면 좋겠는데.
“흐흐, 네가 찾는 미나라는 계집도 이미 검신 님께 패하여 이분이 없으면 살 수 없는 몸이 되었지.”
어?
검귀 이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야?
“야, 그게 무슨 소리냐? 저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몸이 되었다고?”
당연히 백유현의 얼굴이 돌처럼 굳더니 엄청난 살기가 뿜어졌다.
고오오오!
“만약 내가 생각하는 그거라면 너희들은 죽는다.”
전부터 생각했는데 검귀 이 자식은 불난 집에 기름을 퍼붓는 재능이 있는 것 같다.
“하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검신 님은 쉬고 계십시오! 저자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아니, 상대는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는 S급 헌터인데 이건 무슨 자신감이지?
“보이십니까? 제 애검 용아(龍牙)가 흥분하며 떨고 있는 것이. 분명 피를 보고 싶은 모양이지요.”
덜덜덜!
과연 그의 말처럼 손에 든 검이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그런데 용아, 용이빨이라니.
언제 이름까지 붙인 거냐?
“아니. 그건 그냥 무거워서 떨리는 것 같은데.”
100kg는 나갈 것 같은 무거운 검을 아침 내내 휘둘렀으니 아무리 강철 체력이라고 해도 그러는 게 당연하다.
“훗, 기분 탓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검신 님께 제 수련의 성과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검귀가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검을 백유현에게 겨누며 돌진했다.
“하압! 검신 님께서 전수해 주신 나의 천마신검을 받아 보아라! 백유현!”
그리고.
콰콰콰쾅!
백유현의 용살검에서 쏟아지는 화염을 정면으로 맞고 나가떨어졌다.
“으아악!”
“거, 검귀! 괜찮아요?”
온몸이 시커멓게 그을린 검귀가 분하다는 듯 이를 바득 갈았다.
“큭, 검사의 대결에…… 이능을 쓰다니 비겁한…….”
풀썩.
그리고 기절했다.
백유현이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검귀를 보았다.
“뭐야, 저 병신은?”
그 의견에 동감한다.
하아, 저 양반. 분명 첫인상은 이렇지 않았는데 왜 저리됐지?
순간, 백유현이 사라졌다.
그가 서 있던 자리에 불꽃의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휙!
눈 한 번 깜짝할 시간보다 빠르게, 백유현이 어느새 내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미나는 어디 있어! 아까 저놈이 말한 건 무슨 의미야?”
콰아아!
섬뜩한 불꽃이 서린 용살검이 내 머리를 겨눴다.
순간, 난 그 검의 본질을 보았다.
-크르르!
빌딩만 한 크기의 레드 드래곤이 나를 향해 성난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과연 최강의 몬스터라 불리는 용종다운 오만함과 힘이 느껴진다.
그것이 뿜는 열기에 살갗이 벌겋게 익어 갔다.
스토커 중 하나가 말했다.
-‘모든 것을 베는 천검’이 왜 신인 주제에 벌레들이 설치는 걸 용납하느냐고 합니다.
그래, 천검 네 말이 맞다.
나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 차였다.
“악신 타이틀, 잔혹한 학살자.”
고오오!
악업을 힘으로 삼는 악신의 힘이 내 전신에 퍼지기 시작했다.
-크르?
그러자 처음에는 날 하찮게 내려다보며 위협하던 레드 드래곤의 눈동자가, 아래에서 위로 점점 올라갔다.
그의 눈동자가 하늘에 못 박힌 듯 멈췄다.
오만하던 녀석의 눈동자가 공포로 물들었다.
차르륵!
레드 드래곤의 몸을 덮고 있던 붉은 비늘이 일제히 곤두섰다.
-끼이잉!
나는 겁에 질린 강아지처럼 덜덜 떨며 오줌을 지리는 레드 드래곤의 머리에 검지를 겨눴다.
그리고 그대로 놈을 짓눌렀다.
콰직!
“뭐, 뭐야?”
백유현이 갑자기 불꽃이 꺼져 버린 자신의 용살검을 보았다.
하지만, 놀라긴 이르다.
쩍! 쩌저적!
용살검에 검면에 거미줄 같은 실금이 이는 것을 보자, 그가 경악하며 나를 보았다.
“너, 너? 설마 네가?”
악신의 카르마에 취한 내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자, 그럼 이쪽 벌레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감히 내 목을 움켜쥐고 있는, 일호에 비하면 부지깽이 같은 이런 가는 팔 따위.
단숨에 으스러뜨려 버릴까?
아니면, 지옥의 업화로 태워 버릴까?
“큭, 스킬! 아그니(Agni)의…….”
백유현이 내 살기를 감지했는지 부득 이를 갈며 뭔가를 하려 했다.
그의 몸 안에서 사납게 꿈틀거리는 초월적인 불꽃의 씨앗이 내 눈에 비쳤다.
하지만, 내가 더 빠르다.
나는 백유현을 향해 검지를 겨눴다.
그때.
“우웅. 시끄러…….”
덜컹!
오두막 문이 열리며 성미나가 눈을 부비며 밖으로 나왔다.
한순간, 나와 백유현의 동작이 멈췄다.
“야, 성미나! 무사했냐?”
그런데 반색하는 백유현과는 달리 성미나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나쁜 사람!”
성미나가 살기등등한 눈으로 내 목을 움켜잡고 있는 백유현을 노려보았다.
제삼자의 시점에서는 몸에 불꽃을 두른 위압적인 남자가 나를 핍박하는 모습으로 보이기는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