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68)
검귀, 강산 형님, 미리 씨에 양호 샘까지.
모두 놀란 얼굴로 양호실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나는 고민했다.
벽을 뚫고 내 앞에 놓여 있는 20m는 될 것 같은, 고전 영화의 만 한 백상아리를 보면 누구라도 고민이 될 것이다.
하아, 일호 녀석.
대체 뭐 하고 다니는지 나중에 진지하게 이야기 좀 해 봐야겠다.
하지만 일단은 모처럼 받은 거고, 마침 시간도 적당하니까…….
“여러분, 점심은 샥스핀 어때요? 콜?”
***
갓메이커의 세계 앤트리니아.
“드디어 황제 폐하와 우리가 모시는 신의 위엄을 저 간악한 악신과 야만인들에게 보여 줄 때가 되었다!”
눈부신 황금 갑주로 전신을 감싼 제국의 신녀이자 십검의 수장 아라크네가 명령했다.
“전군, 출정하라!”
“존명!”
“와아아아! 황제 폐하와 위대한 신들을 위해 싸우자!”
성난 함성과 함께 도열한 제국의 군대가 일제히 움직였다.
쾅!
쾅!
단지 발걸음만으로도 천둥성을 연상케 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들의 숫자는 무려 1천억.
제국의 총전력을 모은 압도적인 대군세가 붉은 쓰나미처럼 밀려들며, 앤티가 여황으로 등극한 신생 가야미국으로 진군했다.
유일신은 하급 신에 도전합니다!
사도 구스타프의 습격 이후, 헌터 아카데미는 잠시 휴교에 들어갔다.
사상자와 부상자가 많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미래의 헌터들을 양성하는 아카데미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이 파장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잠들어 있을 동안 어떻게 상황이 잘 정리된 모양이다.
혹시 트라우마라도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내가 임시 담임을 맡은 고등부 3-A반의 분위기는…….
“전체 차렷! 선생님께 인사!”
다람쥐를 닮은 귀여운 소녀가 그 체구와는 어울리지 않게 쩌렁쩌렁 외쳤다.
“안녕하세요, 유일신 선생님!”
몰랐는데 명지가 반장이었다.
인사는 처음 받아 보는 것 같은데.
아무튼, 그런 일을 겪었는데도 아이들의 표정은 생각 외로 밝았다.
뭐, 우리 반 학생들은 큰 피해가 없기도 했고.
학생들 중 몇몇이 수군거렸다.
“저 선생님이 협회의 비밀 병기란 소문이 사실이야?”
“그렇다니까. 심지어 S급 성미나도 껌 딱지처럼 붙어 다닌다던데?”
“와, 쩐다.”
다 들린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들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는 걸 보자니 심히 부담스러웠다.
“흐흐, 이제야 검신 님의 위대함을 아는 표정이군요.”
검귀가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음, 이러면 좀 부담스러운데.
강산 형님에게 내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아무래도 사건이 사건이었던 만큼 완전히 막지는 못한 것 같다.
학생들 앞에서 명지의 소환수를 S급으로 진화시킨 것도 있었고.
“흠흠.”
난 멋쩍음을 감추기 위해 헛기침을 하며 학생들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이네요. 간만의 등교이니 오늘은 각자 자습을…….”
학생들의 눈빛에 실망감이 깃들었다.
자습시켜 놓고 밀린 원고를 작업하려고 노트북까지 가져왔는데 뻘쭘해졌다.
스윽. 나는 슬그머니 노트북을 책상 구석에 내려놓았다.
난 고민했다.
그나마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건 웹소설 쓰는 법 정도인데.
에이,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예 없진 않지.
“……자습보다는 개별 상담을 해 드리겠습니다.”
아이들의 눈빛이 다시 반짝거렸다.
그렇게 기대하니 부담감에 위장이 쿡쿡 쑤셔 왔다.
***
최은비 양호 샘의 허락을 받고 보건실을 잠깐 빌렸다.
문 앞에는 마치 허준에게 진맥 받는 환자들처럼 3-A반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섰다.
개별 상담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고 내 고유 권능인 ‘눈먼 신의 눈’으로 학생들의 상태를 살핀 후 적당히 조언해 주는 정도였다.
예를 들어…….
“다음은, 허저 학생?”
쿵!
삼국지의 유명한 무장과 동명이인답게 기골이 장대한 학생이 내 앞에 섰다.
“네, 샘.”
덩치와는 다르게 가냘픈 목소리와 함께 허저 학생이 얼굴을 살짝 붉혔다.
[허저]암컷 인간이다. 사용한 지 19년 되었다.
특이 사항 : 무식하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뭐, 학생이 씩씩하고 건강하면 된 거지.
허저 학생을 감정했지만, 사실 이것만으로는 별로 해 줄 말이 없고.
-‘눈먼 신의 눈’의 고유 권능이 다시 발동합니다.
나는 ‘무식’이라고 써진 글자에 의식을 집중해 보았다.
스륵스륵!
그러자 무식이라고 쓰인 단어가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더니, 그것이 몇 번의 변형을 거치며 변해 갔다.
-기혈이 뒤틀렸음에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마치 한의원에서나 볼 것 같은 인체의 혈과 혈맥의 조형도처럼, 허저 학생의 몸 안이 보이기 시작했다.
목과 등 사이.
대추혈과 신주혈 사이의 혈맥이 심하게 뒤틀려 있었다.
혈이름을 아는 건 내가 한때 무협 소설을 써 보려는 원대한 포부를 품기도 했기 때문이다.
남자라면 점혈에 대한 로망이 있지 않은가?
뭐, 결국 준비하던 무협 소설은 완전히 망했지만.
“혹시 등이 아프지 않나요?”
“네? 아, 뭔가 간질거리는 기분은 어릴 때부터 종종 있었는데요. 세 살 때 뒷산에서 나무를 타다 떨어졌다는 소리는 얼핏 듣긴 했는데, 헤헤.”
보기에도 심하게 혈맥이 뒤틀려 있는데 겨우 간질거린다니, 터프한 여고생이다.
“잠깐만 가만히 서 볼래요?”
“네?”
나는 약지를 허저 학생에게 겨눴다.
“치유하는 신의 약지.”
그러자 백광이 허저 학생의 전신을 휘감더니.
띠링!
-1Gcoin이 치유의 대가로 소모됩니다.
으드득!
뒤틀린 그녀의 혈맥이 바로잡혔다.
“와! 선생님, 어떻게 하신 거예요? 뭔가 막힌 게 뻥 뚫린 것처럼 몸이 엄청 개운해요! 이런 기분 처음이야!”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보던 허저 학생이 양 주먹을 쥐더니 기세를 개방했다.
츠츠츠!
그러자 그녀의 주먹에 눈부신 백광이 일기 시작했다.
허저 학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와와! 평소보다 기 감도가 2배는 높아요!”
허저 학생은 기공 계열의 각성자였나 보다.
몸 안의 에너지를 무기나 신체에 깃들게 해 강화하는 방식의 각성자인데, 판타지나 무협의 검기를 떠올리게 해서 일부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많다.
뭐, 나도 그렇고.
그러고 보니 검귀도 기공 계열의 각성자였지.
띠링!
-‘허저’의 호감도와 믿음이 상승했습니다.
-좀 더 호감도와 믿음을 높이면 ‘허저’를 신도로 삼을 수 있습니다.
곧이어, 갓메이커의 메시지가 울렸다.
허저 학생 말고도 몇 명이 이런 메시지가 뜨긴 했다.
하지만, 내게 사심은 없다.
이건 그동안 내가 수업을 대충 때우고 잠만 잔 게 미안해서 하는 봉사활동 같은 거니까.
그리고 애들이 벌써 사이비에 빠지면 안 되지, 암.
“그럼 다음 학생?”
“네! 일신 샘!”
해골 목걸이, 새로 내 신도가 된 하데스의 신물을 목에 건 명지 학생이 들어왔다.
적개심 넘치던 처음의 모습은 오간 데 없고, 호두를 볼에 가득 문 다람쥐처럼 싱글벙글한 표정이다.
하긴 나라도 S급 소환수가 생기면 그럴 만하기도 하겠다.
“명지 학생은…….”
그렇게 학생들을 감정해서 조언도 좀 해 주고, 몸이 안 좋으면 치유도 좀 해 주며 얼추 진맥(?)이 끝나 가고 있을 때.
“그럼 다음 분?”
“넵!”
“네!”
씩씩하게 외치며 2명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사이좋게 같이 들어온 둘을 보았다.
“두 사람은…… 왜요?”
“저도 검신 님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저두요!”
검귀와 미리 씨였다.
아니, 같이 합숙(?)하면서 개인 트레이닝도 하는 사람들이 뭘 새삼 이런담.
“에휴, 뭐 그냥 하죠. 누구부터 할래요?”
“그럼 저부터 부탁드립니다!”
“아뇨! 저부터죠!”
“어허, 아무리 제자님이라도 그건 아니죠! 제가 먼저 오지 않았습니까?”
“아니, 검귀 아저씨는 우리 학생도 아니면서 왜 그래요!”
“배움에는 나이가 상관없는 법입니다!”
서로 으르렁거리는 둘을 보니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다투지 말아요. 그냥 같이 봐줄게요.”
나는 권능을 써서 설레는 표정을 하는 내 신도들을 감정하려 했다.
지이이잉!
‘어?’
순간, 이명과 함께 ‘눈먼 신의 눈’ 권능을 쓰고 있던 내 시야가 변했다.
나는 ‘보았다’.
콰콰콰콰!
그것은 마치 끝없이 펼쳐진 붉은 바다와도 같았다.
까득! 까드득!
키리리리!
하지만 그 바다를 이루는 것은 액체가 아니라, 세는 것조차 불가능할 것 같은 아득한 숫자의 벌레 떼였다.
벌레들의 바다는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것을 모조리 파괴했다.
울창한 숲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광활한 산이 모래처럼 무너져 내린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를 질리게 한 것은 그들의 후미에서 느긋하게 따라오고 있는 3마리의 괴물이었다.
쿵! 쿵!
7개의 머리를 가진 거대한 뱀과 검치 호랑이를 닮은 외양에 등에 박쥐 같은 날개가 달린 기괴한 짐승, 거기에 사람의 머리가 박혀 있는 불꽃을 휘감은 마차.
내 눈이 그들을 감정했다.
[‘심연 늪의 지배자’의 사도]양성구유의 뱀이다. 사용한 지 2,000년 되었다.
특이 사항 : 신녀 아라크네가 소환한 사도로 끝없이 재생한다.
[‘강식과 기만의 야수’의 사도]수컷 짐승이다. 사용한 지 666년 되었다.
특이 사항 : 신녀 아라크네가 소환한 사도로 ‘강식과 기만의 야수’가 지배하는 숲에서 제일 포악한 맹수이다.
[‘가장 높은 창공에서 빛나는 불’의 사도]무성이다. 사용한 지 2,200년 되었다.
특이 사항 : 신녀 아라크네가 소환한 사도로 끔찍한 불꽃을 쓴다.
신의 사도들.
연령을 나타내는 숫자가 나를 질리게 했다.
만약 저 괴물들이 SS랭크였던 그 악어 구스타프와 맞먹는 괴물이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갓메이커가 반응했다.
띠링!
제국의 신녀 아라크네가 이끄는 제국군 본대 100,000,000,000과 사도들이 가야미국에 도달하는 시간 : 78시간 12분 5초.
1천억의 벌레 군대에 신의 사도들이 셋.
저건 이미 살충제 같은 것으로 막을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다.
설령 살충제를 트럭으로 들이붓는다 해도 바다에 먹물 한 컵을 붓는 정도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놈들이 향하는 곳은 바로 앤티들이 있는 가야미국.
내가 저들로부터 앤티들을 지킬 수 있을까?
“검신 님?”
“선생님, 왜 그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