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orarily Closed for Work Reasons RAW novel - Chapter (85)
채채챙!
하지만, 무려 반톤이나 되는 검귀의 흑검을 신유는 검기를 두른 한 손으로 가볍게 막아냈다.
도저히 저 가는 체구로서는 믿기 힘들 정도의 괴력이었다.
신유는 암습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화내기는커녕 환하게 웃었다.
“강검아, 드디어 날 보러 왔구나.”
“개소리하지 마라! 날 쫓아다니다 못해 이제는 감히 내 주인까지 귀찮게 굴다니!”
신유가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그야 네가 자꾸 날 피하니까 그렇지. 그런데 주인이라니? 이 사람이?”
“갈! 무례하구나! 이분이 누구신지 아느냐?”
“···누군데?”
검귀가 기다렸다는 듯 내 앞에 공손히 부복했다.
“이분께서는 나의 주인이시자, 검의 극의에 달한 위대한 검신님이시다! 네 놈도 검사라면 이분을 경배하며 무릎을 꿇어라!”
나도 모르게 얼굴을 가렸다.
아, 쪽팔린다. 이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다.
“···검신(檢神)이라니. 삼협회가 사이비 단체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강검. 넌 아직도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 아니, 오히려 그때보다 더······.”
아니 그러니까 그 삼협회란게 뭐냐고요.
이름처럼 무슨 세 명의 협객이 있는 단체 같은 건 아니겠지?
“유일신 선생님.”
신유가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내게 시선을 돌렸다.
“검신이라 자칭할 정도라면 이 정도 초식은 받아낼 수 있겠죠?”
마치 뱀처럼 섬뜩한 눈빛으로 날 노려보며 신유가 양손의 수도를 교차했다.
“사검(蛇檢)류 [독아(毒牙:독이빨)]!”
검귀가 자세를 취하는 신유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검신님. 주제도 모르는 저 무지렁이에게 검신님의 위대함을 보여주시지요. 전부터 저놈은 처맞아야 말을 듣곤 했습니다.”
과연 S급 헌터 신유가 처맞을 일이 있었을 것 같진 않은데······.
파직! 파지직!
게다가 그 기세가 심상치 않다.
교차한 수도에서 푸른 스파크가 사납게 일며 점점 독니를 드러낸 독사 같은 형태로 변해가고 있었다.
“하아.”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뭐. 마침 잘됐네.’
본의 아닌 상황이지만 한 번쯤 시험해보고 싶긴 했다.
하급 선신이 되자 치유 능력은 크게 증가했다.
그럼 하급신이 된 악신의 전투력은 어떨까?
내 악신 타이틀은 ‘잔혹한 학살자’는 제국군과의 사투 이후, C랭크에서 B랭크로 업그레이드된 상태다.
전에는 A급 헌터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과연?
“악신 타이틀 [잔혹한 학살자]”
타이틀을 장착하자 잔혹한 학살자에 깃든 ‘학살의 가호’가 발동했다.
-파괴하라, 죽이고 또 죽여라! 그렇게 쌓은 악업이 그대의 힘이 되리라!
내가 학살한 제물이 늘수록 강해지는 악신의 축복.
고오오오!
무려 천억 제국군과 그들이 부른 사도들과 싸운 내 학살의 가호는 전과는 사뭇 달랐다.
츠츠츠츠!
내 전신을 시커먼 오러가 휘감는다.
변화는 그뿐이 아니다.
스륵스륵.
어느새 길어진 머리칼이 어깨를 뒤덮고, 검게 물든 손톱이 짐승처럼 길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기분 탓인지 머리에도 뭔가 돋아나는 기분이 들었다.
[‘소리 없이 기어 오는 악몽’께서 변화한 당신의 모습을 보며 거친 숨을 헐떡거립니다.]···중간에 이상한 스토커의 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하자.
“하아아.”
전신에 폭발하려는 화산처럼 힘이 들끓었다.
전에 썼을 때는 잘해야 A급 각성자의 힘이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진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이 알 수 없는 고양감과 전능감이란.
마치 고산의 정상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듯, 세상 그 모든 것이 내 발아래에 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위협적인 검기를 두르고 있는 S급 헌터 신유조차 어른에게 투정 부리는 코흘리개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신유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더니, 식은땀이 비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녀석에게 검지를 까닥였다.
자신 있으면 들어와 보라는 듯.
“재밌군요. 설마 이정도 일 줄은. 하지만 내 독아는 모든 것을 꿰뚫습니다.”
신우가 무릎을 굽히며 몸을 웅크리더니, 먹이를 노리는 뱀처럼 날 향해 도약했다.
쐐애액!
신유의 수도에 날카로운 송곳니처럼 맺힌 검기가 내 목과 심장을 동시에 노리고 날아왔다.
내 입술이 나도 모르게 차갑게 올라갔다.
가소롭다.
인간치고는 빠르지만 그래도 내게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느리다.
독아가 내 몸에 닿기 전에 적어도 열 번은 죽일 자신이 있었다.
악신 타이틀을 단 후, 전과는 다르게 사고방식마저 악신이 되어버린 것 같았지만 온몸을 휘감는 이 전능감은 중독될 것처럼 짜릿했다.
‘처음에는 팔부터 할까.’
나는 감히 내게 송곳니를 드러내는 신유의 저 연약한 양팔을 부숴버리기로 결심하고 하고 손을 쓰려했다.
“우으. 시끄러.”
그 순간 낯익은 여자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아, 그러고 보니 깜박했다.
양호실에 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이 소란에 깼는지 커튼이 쳐진 침대에서 자고 있던 성미나가 빠끔히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졸린 눈을 끔벅이던 성미나가 내게 덤비는 신유를 발견하더니 도끼눈을 떴다.
“너 나빠!”
막 내게 덤비려던 신유의 눈동자가 찢어질 듯 커졌다. 그녀의 손가락이 어느새 그를 겨누고 있었다.
“자, 잠깐! 미나씨!”
“[죽어]!”
“윽!”
신유가 뒤늦게 손에 두른 검기를 몸에 두르며 성미나의 언령을 막으려 했지만, 한발 늦었다.
“쿨럭!”
신유가 붉은 피를 폭포처럼 토하며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그가 흐릿한 눈으로 검귀를 바라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가, 강검아······.”
철퍽!
그 말을 마지막으로 신유가 자신이 토한 피 웅덩이에 얼굴을 박았다.
그리고는 움직이지 않았다.
“헉!”
나도 모르게 그 광경에 놀라 악신 타이틀을 해제했다.
“주, 죽었어?!”
검귀가 그런 신유의 맥을 짚더니 쯧 혀를 찼다.
“쯧, 아쉽군요. 아직 숨이 붙어 있습니다. 하긴 예전부터 거머리처럼 끈질긴 놈이었죠.”
신유는 검귀를 친구라고 여기는 거 같은데 저 모습을 보면 울겠다.
검귀가 신유를 어깨에 짊어졌다.
“검신님을 귀찮게 한 이놈은 제가 적당한 곳에 버리고 오겠습니다.”
“자, 잠!”
스슥.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검귀가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졸지에 살인(?)현장에 남겨진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래도 지인인거 같으니 죽이지는 않겠지? 착하게 살기로 맹세한 검귀를 믿어보자.
그나저나 대체 신유와 검귀는 무슨 사이인지 모르겠네?
한편 신유를 제압한 성미나가 내게 조르르 다가왔다.
그녀가 걱정스러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괜찮아?”
“아, 네.”
“걱정마, 신님은 언니가 지켜줄게!”
저기, 하다못해 누나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도 남자인데 언니는 좀.
성미나가 졸린 듯 눈을 비볐다.
“우응, 그럼 나 다시 잘래.”
“네, 주무세요.”
성미나가 내게 양손을 뻗으며 칭얼거렸다.
“재워줘.”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죄책감이 들었다.
소녀와 여인의 미가 공존하는 매력으로 이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성미나가 이 꼴이 된 것을 보면 사람들이 날 죽이려 들 것이다.
“······네, 오늘은 어떤 자장가를 틀어드릴까요?”
너튜브를 검색하며 자장가 모음을 검색하고 있는데.
번쩍! 쿠르릉!
뇌광과 함께 미리 씨가 나타났다.
“선생님! 괜찮으세요? 갑자기 엄청난 기운이 느껴져서 와봤는데! 꺅! 이 피 좀 봐! 이게 다 뭐예요?”
“와, 미리다!”
성미나가 밝게 웃으며 미리 씨의 손을 꼭 붙잡더니 자신의 침대로 질질 끌고 갔다.
“어, 언니?”
“미리도 같이 자자~.”
미리 씨가 당황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별일 아니니까 언니가 하라는 대로 하라고 조심스레 사인을 보냈다.
“헤헤.”
양호실 침대에 누운 그리고 두 자매를 위해 너튜브의 음악을 틀었다.
선곡은 브람스의 자장가.
성미나는 금세 잠들었고 미리 씨도 최근 S급으로 승급한 후에 활동이 늘어서 피곤이 쌓였는지 오래지 않아 잠들었다.
“보기 좋네.”
두 자매가 사이좋게 잠들어 있는 모습은 바라보기만 해도 뿌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나는 침대 커튼을 쳐주고는 신유가 쏟은 피를 대충 치운 후에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그럼 오늘 업데이트 할 연재분 작업을 슬슬 해볼까.
이번 화는 제국군과의 결전을 소재로 글을 써볼 참이었다.
타닥! 타다닥!
내가 막 천마신검 2초 천마대초열을 지상을 통째로 불태우려는 사도를 향해 펼치려던 장면을 쓰고 있을 때.
똑똑!
“유일신 선생님 계세요?”
드르륵.
그때 노크와 함께 누군가 양호실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따라 손님이 많네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는데 다람쥐처럼 작은 소녀가 보였다.
우리 반 반장 고명지였다.
다쳐서 온 것 같지는 않고 무슨 일이지?
“명지 학생, 혹시 교실에 무슨 일 있어요?”
“아,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동시에 명지가 목에 걸고 있는 해골 목걸이에서 우렁찬 기사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충! 주군을 뵙습니다!
내가 권속으로 거둔 데스나이트 하데스였다.
“응, 안녕 하데스. 별 문제 없지?”
-그, 그것이······.
하데스의 음성이 잘게 떨렸다.
우물쭈물하던 명지가 해골 목걸이를 꼭 쥐더니 결심한 듯 말했다.
“저, 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저희 할아버지께서 꼭 선생님을 뵈러 오시겠다고 하셔서······.”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할아버지께서 나는 왜?”
“그, 그게 진화한 하데스를 보시더니 아무래도 광증이 도지신 거 같······. 꺅! 버, 벌써 오셨어! 선생님 그럼 힘내세요! 전 이만!”
창밖을 본 명지가 기겁하며 도망치듯 사라져버렸다.
대체 뭘 보고 저러지?
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끼이익!
검은색의 리무진 한대가 양호실 건물 앞에 멈춰 섰다.
하지만 평범한 리무진은 아니었다.
마치 장례식 때 시체를 운구할 때 쓸 것 같은 음산한 리무진이다.
철컥.
리무진 안에서 저승사자처럼 검은 도포를 걸친 날카로운 눈매의 노인이 내려섰다.
그 뒤로 마찬가지로 검은 소복을 입은 여인이 따랐는데, 길게 기른 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마치 처녀 귀신처럼 보였다.
‘어? 저 노인은?’
얼마 전, 헌터 협회에서 보았던 불사 길드의 길드장인 S급 헌터 고사득이 아닌가?
고사득이 명지의 할아버지였어?
슈우욱!
마치 운석이 떨어지듯 하늘에서 육중한 체구의 노인이 그들의 앞에 뛰어들었다.
쿠콰쾅!
“이 해골 놈아! 네 놈이 신성한 아카데미에는 무슨 일이냐!”
최강산이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고사득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저 노친네 혹시 자기 집무실에서 뛰어내린 거 아냐?
쯧쯧, 저러다 다리 나가지. 나이도 있으니 몸을 생각하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