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알현실에는 세 명의 남성과 한 명의 여성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 어서 오시게. 기다리고 있었소…….”
알현실 중앙에 있는 두 개의 옥좌(玉座).
그 옥좌에 각각 앉아 있던 한 쌍의 남녀 중 남자 쪽에서 입을 열었다.
지극히 평범한 인상의 남자였다.
다크 서클이 진하고 깡말라서 병약해 보이긴 했지만,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다만 불안하다는 듯이 자꾸 이리저리 눈치를 보는 게, 썩 신뢰가 가는 타입은 아니었다.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
반면 여성 쪽은 아주 아름다웠다.
20대 중반이나 30대 초반쯤 되어 보였는데 눈매가 날카로워 조금 차갑게 느껴지는 인상의 미녀였다. 그녀는 남자 쪽과 달리 아주 침착해 보였다.
아주 조금의 눈치만 있더라도 그들이 누구인지는 쉽게 눈치 챌 수 있으리라.
‘현 국왕과 왕비인가 보네요. 생각보다 평범하네.’
-……흐음.
그리고 국왕 부부의 양 옆으로 두 명의 남자가 시립해 있었다.
왕비의 왼쪽에 서 있는 남자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검을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왕의 친위대장으로 보였고.
국왕의 오른쪽에 서 있는 남자는…….
“세르가일. 그대가 왜 이 곳에 있지?”
길리안은 그 남자를 보며 인상을 팍 구겼다.
세르가일이라 불린 남자는 20대로밖에 보이지 않는 아주 젊은 청년이었다.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구분하기 힘든 실눈에 푸른 머리가 인상적인 남자.
그는 생글생글 웃으며 길리안의 물음에 대답했다.
“길리안 장군. 제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당연히 있지. 지금부터 나눌 대화는 왕실 내부와 관련된 극비 사항일세. 외부인인 그대가 들어도 될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야.”
“흐음. 그렇습니까? 장군께서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요. 허나, 폐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실지 의문입니다.”
세르가일이 그렇게 말하며 국왕을 쳐다보자, 국왕은 흠칫! 놀라면서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맞소. 공작. 짐이 허락하였소. 세르가일은 라마르크의 재상(宰相). 중요한 자리에 빠질 수 없는 위치요.”
“폐하. 아무리 그가 재상이라고는 하나 외부인 출신이옵니다. 이 일에 참석하기에는 자격이…….”
“드, 듣기 싫소! 공작! 짐이 괜찮다고 하질 않소. 짐이 이 나라의 왕이오! 헉.”
국왕은 자기가 외쳐놓고도 깜짝 놀랐는지 허겁지겁 길리안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실례했습니다. 전하. 소신의 무례를 용서하소서.”
길리안은 허리를 숙이며 물러났다.
허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하는 것이, 조금만 더 건드려도 폭발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럼 다시 이야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국왕 부부와 카르페, 그리고 인형들이 간략하게 소개를 마쳤다.
“지금부터 짐의 의견은 재상이 대신 설명하도록 하라.”
“명을 따르겠습니다. 폐하.”
세르가일은 국왕을 향해 고개를 한 번 숙인 후, 카르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
“카르페 님이라고 하셨지요?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만, 저희 왕국이 보관하고 있는 세 번째 유물을 돌려받기 위해 오셨다고요?”
“정확한 요약이네요.”
인형 상태로 보관되어 있을 게 분명한 ‘암군의 린드오르’를 회수하는 것.
카르페의 목적은 오로지 그것이었다.
국왕이 넘겨주기만 하면 그 후로는 영혼석에 담을 영혼을 찾아 나설 생각이었으나.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마도왕의 유물은 그 자체로도 마력의 정수입니다. 그런 귀한 물건을 아무런 대가 없이 내어드릴 순 없지요.”
“……네?”
“세르가일! 네놈이 정녕!”
“장군. 저는 폐하께 전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입니다. 그 이상의 무례는 폐하에 대한 반역 행위로 간주하고 처리할 수밖에 없습니다만.”
“이…… 이!”
왕의 대리인이라는 말에 길리안은 결국 분을 삭이며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자, 말을 이어 가도록 하지요. 드리지 않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맞는 대가를 받겠다는 것뿐이지요.”
“……어이가 없긴 한데. 뭐, 좋아요. 계속 말해 보세요. 대가라는 건 뭘 말하는 겁니까?”
“이야기가 통해서 다행입니다. 듣자 하니 암군의 린드오르는 일곱 인형 중에서도 최강의 전력이라는 모양인데…… 그와 균형추가 맞으려면 역시 같은 유물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세르가일은 정확하게 티나를 가리켰다.
“광휘의 기사와 교환하도록 하지요. 아, 마침 그녀는 적통의 피를 이었으니 왕가의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폐하의 후궁으로…….”
쿵!
그 말에 길리안이 참지 못하고 기어코 발을 굴렀다.
알현실이 진동하며 국왕이 ‘히익!’ 새된 비명을 내질렀고, 왕비의 옆에 있던 기사의 손이 검 위로 올라갔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순간.
“…….”
-하. 그냥 노골적으로 멕이는데. 고민할 필요도 없는…….
‘고민이긴 하네요.’
-뭐? 설마 교환하려고?!
‘아뇨. 저놈 면상에 윈드 커터를 날릴지 말지 고민 중이라고요. 흐음. 아마 라마르크랑 영구 적대가 될 거 같긴 한데.’
그래도 해야겠지?
아마 길리안에게 죽게 될 테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 언제부터 자신이 그런 걸 따져가면서 게임했단 말인가.
깔끔하게 저지른 다음 자리를 뜨자고 결심한 그 순간이었다.
“거부하겠습니다.”
티나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마도왕의 유물은 아크람의 소유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모든 유물은 마도왕 드렛슈의 개인 소유이며, 따라서 모든 권리는 그분의 후예이신 주군에게 있습니다. 라마르크 왕국이 유물을 보관해 왔다는 이유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티나는 아주 조금, 집중하지 않으면 눈치챌 수 없을 만큼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저도 눈 있습니다.”
“…….”
“…….”
“싫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의 부군 되실 분은 당연히 저와 함께 전장을 누빌 수 있는 분이어야 합니다.”
“……흐, 흐홧홧!”
길리안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알현실에 울려 퍼졌다.
* * *
그렇게 알현이 난장판이 된 이후.
얼굴이 벌겋게 변한 국왕이 퇴청을 명했고, 카르페는 다른 홀의 응접실에 머물게 되었다.
“쓰읍. 역시 그렇게 쉽게는 안 되나? 왠지 이럴 것 같더라니.”
그래도 티나의 사이다는 아주 청량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군.
“뭐가요?”
-전에도 말했었지? 난 지난 회차 중에 아크람에도 꽤 오랜 머문 경험이 있다고 말이야.
“그랬었죠.”
-아마 라세가 오픈하고 1년쯤 지났을 시점이었을 거다.
당시 천마는 고레벨이었고, 하위 지역 진입 페널티를 감수하면서까지 히든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히든 퀘스트를 따라가다가 아크람 국왕을 만난 적이 있거든?
“헐. 그래요?”
-그래. 먼발치에서 본 거지만 확실히 보긴 했지. 근데…… 저 남자가 아녔어. 조금 닮긴 했지만 내가 본 국왕은 다른 사람이었다.
“……엥?”
무슨 말이지?
그러니까 천마의 말에 따르면, 다른 누군가가 지금 국왕을 사칭하고 있다는…….
-그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길리안이나 드렉이 그렇게 반응할 리가 없잖아.
“뭐야? 그럼 어떻게 된 거죠?”
-너 때문이지.
“……저요?”
-그래. 네가 마도왕이라는 히든 직업을 얻으면서 ‘아크람’과 관련된 시나리오가 바뀌게 된 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제일 타당하겠지.
“아.”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마도왕의 퀘스트를 따라가다가 ‘엘프’가 조기 등장하게 되었듯이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천마가 경험하지 못했던 시나리오가 오픈된 것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또 다른 시나리오가 준비되어 있겠…….
그때였다.
똑똑.
“드렉이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아, 네.”
응접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드렉은 카르페를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송구합니다. 아무래도 세 번째 유물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아까 상황을 보면 그럴 것 같네요. 아, 길리안 님은?”
“그분은 폐하께 더 따져야겠다면서 다시 알현실을 찾아가셨습니다. 후우. 사실 이럴 것이라 예상은 했습니다만…… 재상이 생각보다 더 노골적이군요.”
“그러고 보니 그 재상이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길리안님도 엄청 싫어하시는 것 같은데.”
“현재 폐하께서 가장 신뢰하는 인물입니다.”
드렉의 설명에 따르면 세르가일은 그 출신이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인물이라는 모양이었다.
과거 현 국왕이 1왕자와 비교당하며 등한시될 때, 어느 순간 나타나 2왕자의 신임을 얻은 인물.
왕국의 모든 사람들이 1왕자만을 아낄 때 유일하게 2왕자를 믿고 지지해 줬던 사람이라는 모양이었다.
“때문에 현 국왕 폐하께서 가장 총애하는 자입니다. 사실, 쿠데타도 그자가 주도했지요.”
“거기까지만 들어도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겠네요.”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였다.
판타지 만화나 소설, 그리고 실제 역사에서도 아주 닳고 닳은 클리셰였다.
우유부단하고 열등감에 찌든 제2 왕위 계승자에게 접근해서 신뢰를 쌓는다.
그 뒤 쿠데타를 일으켜 왕을 옹립하고, 허수아비 왕 대신 국정을 주무르는 흑막 간신 스토리!
‘삼국지 촉나라 유선이랑 황호. 딱 그 느낌이네.’
-뭐, 이 경우는 황호처럼 그저 무능한 게 아니라 유능한 간신이란 정도가 차이점이겠군.
‘젠장. 역시 실눈캐치고 흑막 아닌 놈이 없다니까.’
그 간신의 손으로부터 세 번째 유물을 회수해야 하는 카르페로서는 투덜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제 어찌 해야 하지?
유물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로 잠입해서 몰래 훔쳐내기라도 해야 하나?
“저, 후예시여.”
“네?”
“방법이 있긴 합니다만…….”
띠링.
[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마도왕의 세 번째 유물 (3)] [당신은 세 번째 유물을 얻기 위해 왕을 알현했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드렉의 조언을 따라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십시오.] [퀘스트 승낙 시 : 다음 퀘스트로 연계] [퀘스트 거부 시 : 세 번째 유물 획득 실패]“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해야죠.”
[퀘스트를 승낙하셨습니다.]“그럼 저를 따라 오시지요. 단, 조심스럽게 이동해 주십시오.”
드렉은 카르페를 이끌고 왕성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동하는 내내 주변을 살피며 극도로 주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대체 뭘까요? 드렉은 재무대신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러면 엄청 높은 사람 아닌가?’
-왕궁 내 서열로 따지면 열 손가락 안에는 쉽게 들겠지.
‘……그런 권력의 정점이 이토록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으음. 뭐 대충 짐작이 가긴 하는데…….
‘엥? 진짜요? 뭐길래?’
-미리 말해 주면 재미없지. 일단 따라가 보자고.
카르페가 순간적으로 멈칫하자 그 행동을 오해한 드렉이 민망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죄송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워프 스크롤로 이동하고 싶습니다만, 왕궁 내부와 근처에서 이루어지는 워프 행위는 전부 왕궁 내 마법부에 기록이 되는지라……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해해 주십시오.”
“아. 괜찮습니다. 딱히 불편해서 그런 건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자, 이쪽으로 오시지요.”
워프 기록조차 남겨서는 안 되는 극비의 일.
카르페의 호기심은 한층 더해지기만 했다.
“지금부터는 소리 없이 걷도록 하겠습니다. 혹여 다른 이들이 저희의 대화를 들을 수도 있기에…….”
카르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후 드렉의 뒤를 쫓아 하염없이 걸었다.
두 사람은 내궁을 벗어난 후 정원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외궁의 쪽문을 통해 완전히 궁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궁 밖으로 나왔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었다. 드렉은 여전히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나갔다.
왕성 주변의 상가를 지나고.
상인들이 거주하는 주택가를 지나서 더욱 깊은 곳으로.
찍찍.
어느새 카르페는 쥐가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는 빈민가에 도착해 있었다.
그 빈민가에서도 좀 더 깊숙하게.
마치, 미로를 탐험하는 것처럼 돌고 돌아서 마침내 커다랗지만 허름한 3층 집 앞에서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입니다. 지루하셨을 텐데 따라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뇨. 모험하는 것 같아서 재밌었습니다.”
“허허. 역시 후예께서는 성정이 너그러우시군요. 기꺼운 일입니다.”
거기까지 말한 드렉은 갑자기 인상을 굳히며 진중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보시는 일은 비밀로 부탁드리겠습니다. 특히, 길리안 장군께도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이자 드렉은 인자하게 웃은 후 문을 두드렸다.
똑똑. 똑똑. 똑똑.
세 번에 나눠서 두 번씩 노크를 하자 문 안쪽에서 반응이 나왔다.
“아크람의 태양이 드높게 빛나니.”
“진실은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다.”
끼이익.
그렇게 한 번의 문답이 오가자 삐걱거리는 경첩 소리와 함께 낡은 문이 열렸다.
그 광경에 카르페는 살짝 흥분해서 속삭였다.
“와. 쩐다. 판타지의 로망 137번째. 암호문 대화! 크으. 이거지. 이게 판타지지!”
-……근데 암호문이 좀 유치하지 않냐? 뭔 태양이니 진실이니…….
“아닌데요? 느낌 있는데?”
“맞아. 나도 멋있다고 생각해. 마스터. 이번에는 군사님이 틀렸어.”
“으음. 저도 미라쥬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주군. 조금 두근거리는군요.”
-……그래. 내가 죽일 놈이다. 애꾸눈 나라에서는 두 눈 달린 놈이 병신이라더니…….
천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판타지에 미친 즐겜러와 실제 판타지 주민 두 명을 상대로는 이야기가 통하질 않았다.
“자, 후예시여. 이쪽으로.”
카르페는 드렉이 이끄는 대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쪽에는 험상궂은 남자가 있었다. 아마도 그가 드렉과 암호문을 주고받은 인물이리라.
“어서 오십시오. 드렉. 이분이 그?”
“그렇다네. 로이 님은 어디 계시지?”
“3층에 계십니다.”
“그래. 수고하게. 자, 이쪽입니다.”
드렉은 그렇게 말하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카르페 역시 따라 올라가려는 그 순간.
“……오오. 오오오!”
험상궂은 남자가 심상치 않은 눈빛을 보내왔다.
선망, 동경, 경악 등등의 감정이 섞인 반짝이는 눈빛.
실제로 입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그 눈빛은 ‘어서 내게 말을 걸어줘!’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 이쪽인가?”
“……아.”
솔직히 말해 조금 무서웠기에 카르페는 얼른 계단을 올라갔다.
뒤에서 들려오는 안타까운 탄식을 뒤로한 채 카르페는 3층에 도착했다.
3층에는 단 하나의 문만 있었는데, 남성 한 명과 여성 한 명이 그 문을 지키고 있었다.
똑똑.
“로이 님. 드렉이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아, 들어오세요.”
드디어.
한 왕국의 재무대신이 꽁꽁 숨겨 둔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40살쯤 되었을까?
방 안에는 붉은 머리의 남자가 책상에 앉아 서류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많은 고생을 겪었는지 안색이 초췌하긴 했지만 아주 잘생긴 중년인이었다.
-아, 역시. 예상대로구만.
남자를 보고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천마였다.
-저 사람이다.
‘밑도 끝도 없이 뭐가요? 앞뒤 다 잘라먹지 말고 제대로 좀 말해 봐요.’
-내가 아까 했던 말 기억나지? 국왕의 얼굴이 내가 기억하던 거랑 다르다고.
‘그랬었죠.’
-그래. 지금 눈앞에 저 남자가 내가 기억하는 국왕이야. 확실해.
‘어…… 잠깐만. 그렇다는 건 설마?’
카르페가 상황 파악을 막 끝낸 찰나, 붉은 머리의 남성이 입을 열었다.
“어서 오십시오. 마도왕의 후예시여. 먼저 제 소개를 드려야겠군요.”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로이슈텐 라마르크라고 합니다. 현 라마르크 국왕의 형 되는 사람이지요.”
드렉이 극비의 극비로 숨겨 둔 존재.
바로 현 국왕인 2왕자의 쿠데타 당시 행방불명되었던 1왕자였다.
“비밀결사 단체 ‘아크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후예시여.”
그리고 1왕자가 소개를 마친 그 순간 카르페의 눈앞에 알림창이 등장했다.
띠링.
[아크람 시나리오 퀘스트 ‘혁명’의 조건을 만족하셨습니다.] [퀘스트가 활성화됩니다.]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