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후우. 오늘 진짜 많이 마시네.”
카르페는 다시 한 병의 포션을 비워 냈고 덕분에 바닥까지 떨어졌던 HP가 모두 회복되었다.
그리고 다음 스테이지로 통하는 문 앞에 섰다.
황금색 문. ‘화염 정령의 쉼터’의 보스룸으로 통하는 마지막 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케이트가 로그아웃됐잖아. 이제 권속도 두 명까지 소환 가능하겠네.
“어, 그러네요?”
화염 정령의 쉼터는 총인원 4인으로 제한된 특수 에어리어.
하지만 방금 전투로 케이트가 없어졌으니 카르페가 권속을 한 명 더 소환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마침. 딱 두 명 남았네.”
현재 묵향과 티나는 역소환으로 인해 재소환 쿨타임에 걸린 상태.
남아 있는 소환 가능 권속은 미라쥬와 길리안뿐이었으니 누구를 소환할지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지금 당장은 소환 안 하는 쪽이 좋을 것 같아요. 굳이 이쪽 패를 먼저 보여 줄 필요는 없지.”
-좋은 판단이군. PvP는 많이 숨기고 있는 쪽이 결국 이기는 법이니까.
“혼자라고 방심해 주면 좋겠는데.”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랭킹 1위의 플레이어라면 그런 요소는 다 고려해 둘 테니까. 오히려 속으면 실망할 일이었다.
“후우.”
아직 문을 열지도 않았지만 케이트와 싸울 때보다 훨씬 긴장되었다.
과연 이길 수 있을까?
5억 라세 유저의 정점에게 자신의 실력이 통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승산은 거의 없다고 봐야지. 케이트와 달리 군터 놈은 전쟁, PvP 특화 캐릭이니까. 아, 그렇다고 사냥이 모자란다는 소리는 아냐. 레전더리 등급의 히든 클래스라서 모든 분야에 만능이지.
“뭐, 그딴 개사기 직업이 다 있어!”
-……네가 할 말이냐? 그놈 직업이 아무리 사기라 해도 너랑 비교하면 그냥 귀여운 수준이야 인마!
“끄응. 뭐 이기기 힘들 거라는 생각은 했어요. 아까 공식 랭킹 확인해 보니까 레벨 150이더라고.”
랭킹 6위 케이트가 136인데 군터는 그보다 14가 더 높았다.
그리고 랭킹 2위가 144였으니 군터는 그야말로 독보적인 페이스였다.
-현재 3차 전직 퀘스트를 수행 중이겠군. 아마 여기에 온 것도 그것과 관련되어 있을 거야.
“아, 참. 3차 전직을 레벨 150에 한다고 했죠.”
-그래. 만약 군터가 여기서 3차 전직을 마쳤으면 승산은 그냥 0이다. 소수점 몇 퍼 이런 게 아니라 그냥 0. 죽어도 못 이겨.
“……만약 3차 전직 퀘스트 수행하는 도중이면?”
-흠. 그러면 한 자릿수 정도는 되지 않을까?
“괴물이네. 진짜.”
-권속도 두 명을 못 쓰는 상태인데 세계수의 가호도 이미 사용해 버렸잖냐. 아무리 네가 개사기라도 이건 힘들지. 네가 100레벨쯤 찍었다면…… 아마 반반 싸움은 가져갈 수 있었을 거다.
천마는 자기가 다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뭐, 그래도 어차피 싸울 거잖아. 네 성격에 질 것 같다고 물러날 리도 없으니까.
“흐흐. 이제 제 성격 파악 끝내셨네요.”
카르페가 씨익 웃으며 주먹을 쥐었다 펴는 것을 반복했다.
긴장감과 흥분감에 심장이 거세게 박동했다.
-혹시 또 모르지. 안쪽에서 보스랑 군터가 아직 전투 중일 수도 있잖아? 그럼 바로 기습으로 등을 쑤시면…… 캬. 랭킹 1위 슬레이어 달성!
“……아무리 생각해도 형 닉네임은 잘못 지은 거 같아요.”
천마 지존이 아니라 악마 지존으로 지었어야 했는데.
-그게 아니면 이런 시나리오는 어때? 군터가 보스 솔로잉을 성공하긴 했는데 모든 힘을 다 쏟아부어서 그로기 상태인 거지. 마침 포션도 다 떨어져서 회복도 안 되고…… 그런 상황에 등장한 네가 막타를!
“소설을 너무 읽다 지겨워서 직접 집필하시기로 하셨습니까? 그런 편의주의적 전개로 가면 독자님들에게 욕먹어요. 작가님.”
-가능성의 이야기지. 가능성의. 적어도 0은 아니잖아.
“그럼 지금부터 확인하면 되겠네요.”
카르페는 마지막으로 호흡을 한번 가다듬은 후.
벌컥!
힘차게 보스룸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젖혔다.
“윽. 뭐 이리 더워?”
케이트와 싸웠던 스테이지와 달리 보스룸은 무지막지한 열기로 가득한 곳이었다.
순간적으로 시야에 ‘열기로 인한 신체 페널티’ 알림이 떠올랐으나 이번에도 해금이 아무렇지도 않게 해제해 버렸다.
“아.”
열기로 가득 찬 거대한 공터.
그 공터의 가운데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거대한 대검을 장비한 장신의 사내였다.
그리고 그 사내 앞에는 가디언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화염 골렘이 부서져서 널브러져 있었다.
-솔로잉 성공했군. 하여간 저놈도 난 놈이라니까.
남자는 카르페 쪽을 한번 쳐다보고는 이내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남자가 몸에 걸친 장비 중에 성한 것이 없었다.
하나같이 어딘가 망가져 있거나 그을려 있었다. 심지어 어떤 장비는 녹아서 본래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지경이었다.
얼마나 격렬한 전투가 있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밖에서 웬 싸우는 소리가 들리나 했더니…….”
남자의 음성은 굉장히 낮고 굵었다. 마초의 냄새가 물씬 풍겨오는 그런 음성이었다.
“초면에 실례다만, 뭐 하나만 확인해 봐도 괜찮겠나?”
“…….”
카르페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남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이지. 혹시 이 문밖에 있던 여성은 어떻게 되었지?”
“이제는 없어.”
“그런가. 훌륭하군.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거구의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곤란하다는 듯 턱을 긁적였다.
“흐음. 그녀에게 계획이 조금 틀어졌다는 걸 말해 주려고 했는데. 아쉽군.”
“계획?”
“아. 원래대로라면 보스를 잡고 그녀와 함께 이곳을 조사할 생각이었다. 이제는 할 수 없게 되었지만.”
분명 처음 보는 사이임이 틀림없었지만, 군터의 어조는 마치 친한 이에게 말하는 듯 편안했다.
“인사가 늦었군. 군터 라우헬이라고 한다.”
“권마라고 부르면 돼.”
“오호. 이거 유명인사였군. 케이트가 지는 것도 납득이 돼. 아쉽군. 아쉬워. 최근 들어서 이렇게 아쉬웠던 적이 없는데.”
군터는 연신 아쉽다는 말만 중얼거렸다.
“뭐가 그리 아쉬운데?”
“여러 가지가 있지. 일단 케이트와 권마가 싸우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것. 분명 장관이었을 테지. 그녀는 권마에게 꽤 질투를 품고 있었거든.”
“질투?”
예상치 못한 단어에 카르페가 당황하자 군터는 상상만 해도 재밌다는 듯 자꾸 피식거렸다.
“케이트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녀는 영구동토에 자부심이 강하다. 그런데 자신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던 걸 다른 이가 사용하는 걸 알고 어찌나 분해하던지.”
“……별로 그런 느낌은 없었는데.”
“하하. 그래서 더 재밌는 것이지. 아마 지금 분해서 어딘가에 화풀이라도 하고 있을걸? 그 광경을 직접 못 본 게 아쉬워. 하지만 역시 가장 아쉬운 건…….”
군터는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게 꽤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재밌어 보이는 상대를 눈앞에 두고 싸워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뭐?”
의미 모를 말에 카르페가 되묻는 그 순간이었다.
군터의 발끝이 점차 회색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어? 설마?”
“좀 부끄러운 이야기다만. 저 수호자가 내 생각보다 더 강했다.”
스스스.
회색으로 변한 부분이 재가 되어 흩날리기 시작했다.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페이즈가 있더군. 이대로는 안 될 거 같아서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전략을 썼는데.”
“썼는데?”
“뼈를 취하긴 했지만 살을 좀 깊게 찔려 버렸지. 하하.”
군터는 스스로 말하고도 민망한지 멋쩍은 웃음을 터뜨렸다.
“……허.”
카르페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터뜨렸다.
천마는 어쩌면 그로기 상태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는데, 이건 그거보다 더 황당한 상황이었다.
설마 동귀어진했을 줄이야!
“특수한 화상 스킬을 쓰더군. 화상 치료 포션도 회복 포션도 효과가 듣질 않아.”
“그럼 지금도 화상 도트뎀 중이라고?”
“그래. 네가 들어왔을 때도 이미 화상 상태였지. 그리고 방금 막 HP가 다 된 참이다. 퀘스트는 클리어했으니 주목적은 달성했다만…… 너무 아쉽군.”
군터는 카르페보다 더한 전투광이었다.
그는 미지의 강자와 싸우지 못하는 현실에 진심으로 탄식하고 있었다.
이제 그의 신체는 절반 가까이 회색빛으로 변했다.
“한눈에 비슷한 부류란 걸 알겠더군. 필시 너도 나와의 전투를 기대했을 테지.”
“…….”
“내가 지금까지 떠들어댄 건 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기대를 배신해서 미안하군.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꼭…….”
그 말을 끝으로 군터는 완전히 재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카르페는 그 광경을 잠시간 멍하니 지켜보다 중얼거렸다.
“진짜 세상일이라는 건 예상이 안 되는구나. 이런 엔딩일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이야. 이번에는 나도 감탄했다. 설마 보스랑 군터가 공멸할 줄이야. 너 혹시 배후령으로 10성 ‘날먹의 신’ 이런 거 붙어 있는 거 아니냐? 이제 하다 하다 이런 식으로도 날먹을 하네.
“아니, 날먹…… 날먹 좋긴 한데.”
뭐지? 이 좋으면서도 아쉬운 이 기분은?
“후우. 뭐, 이미 지나간 거 아쉬워해도 어쩔 수 없지.”
카르페는 군터가 사라진 자리를 뒤적거렸다.
아쉽게도 드랍된 아이템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가디언인 화염 골렘이 사라진 자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거지들 같으니.”
-군터야 딱히 PK를 한 것도 아니니 죽는다고 템을 떨굴 확률은 낮지. 화염 골렘이 드랍한 아이템은 군터가 죽기 전에 루팅했을 테고.
“날먹의 마지막 완성이 아쉽구나!”
-완성은 무슨. 지금부터 시작인데. 저어기 보이냐?
“응? 어디요?”
-저기 제일 구석 진 곳. 그리고 저쪽 방향에도.
카르페는 천마가 가리키는 곳에 다가가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리고 이내 벽 속에 박힌 자그마한 붉은 보석 같은 걸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게 비밀 통로를 가리고 있는 결계석이다. 전부 찾아서 파괴하면 숨겨진 길이 열릴 거야.
“와, 이건 형이 찾아낸 거라고 했죠? 용케도 이런 작은 걸 찾으셨네.”
카르페는 감탄하면서 붉은 보석을 힘주어 눌렀다.
그러자 결계석은 별다른 저항 없이 그대로 바스러졌다.
“응? 부쉈는데 아무런 변화도 없는데요?”
-이 공간에 있는 거 전부 다 부숴야지. 하나만 부숴선 소용없어.
“아하. 결계석이 몇 개나 있는데요?”
-총 77개.
“……네?”
카르페는 잘못 들었나 싶어서 되물었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운동장 정도는 되어 보이는 공간에서 손톱만 한 77개의 결계석을 찾으라고?!
“미친. 그런 히든 피스를 어떻게 발견했어요?”
-간절하면 다 되더라.
“진짜 무섭다……. 더 썬이 먼저 왔는데도 못 찾은 이유가 있구나.”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충 어디 있었는지 기억나니까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다. 아, 저기도 있네.
카르페는 천마가 가리키는 곳을 탐방하며 결계석을 부숴 나갔다.
그렇게 약 30분의 시간이 지난 후.
카르페는 77개의 결계석을 전부 찾아서 부술 수 있었다.
스스스.
그러자 공터의 정중앙 부근에 모래 소용돌이가 생성되었다. 개미지옥 던전에서 아래층으로 이동할 때 사용하던 그것이었다.
카르페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몸을 던졌고.
“오?”
바닥에 도착한 후 하나의 보물 상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크으. 역시 이때가 제일 좋다니까.”
카르페가 환하게 웃으며 보물 상자에 손을 얹었고.
“해금.”
[해금이 발동합니다.]딸깍.
개미지옥 던전의 탐험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