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76)
176화
“저 왔습니다.”
-어, 왔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접속한 카르페를 천마가 맞이해 주었다.
다만 천마의 음성은 평소보다 톤이 조금 높았다. 그밖에도 들떠 있다는 것이 행동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어제 영상 반응 확인했지?
“네. 확인했습니다. 다들 합성이냐고 난리던데요? 감탄하는 사람도 많았고. 아, 평소랑 다르게 편집에 공을 들였다는 의견도 꽤 많이 있었죠.”
-크크. 내가 딱 그랬지? 이번에는 진짜 내 영혼을 갈아 넣을 거라고.
천마는 자신의 손으로 만인을 감동시킨 것이 퍽 자랑스러운 모양이었다.
“아니, 그래서 다 좋은데 철마는 또 뭐야…….”
어디서부터 시작된 소문인지 몰라도 어느새 천마신교에는 ‘철마’라는 인형사가 존재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 소문의 신빙성 또한 아주 높다고 받아들여져서 이제는 철마의 존재가 거의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당사자인 카르페로서는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실제로는 천마신교라는 길드도 존재하지 않는데 말이죠.”
-그래서 더 재밌는 거지. 한번 가정해 봐라. 천마신교라는 가상의 단체가 점점 사람들에게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잖아.
현재 카르페의 행보를 생각한다면 앞으로도 라세 대륙 곳곳에 굵직한 업적을 세울 것이 틀림없었다.
-그럴 때마다 지금처럼 뚜렷하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영상을 조금씩 조금씩 남기는 거지. 이번에는 철마지만 다음에는 환마나 광마, 검마 같은 별명이 붙은 존재가 또 탄생하는 거야.
천마, 권마, 철마, 광마, 환마, 검마 등등!
사람들은 천마신교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강자들로 구성된 소수 정예 길드라고 생각할 것이다.
-당연히 다른 10대 길드로부터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고 나아가 10대 길드와 전쟁까지 하게 될 터.
“아니, 전쟁이야 제가 안 하면 되는 거잖아요? 굳이 달려드는 거 일일이 상대할 필요가 있나?”
-어허. 그래서 가정이라고 했잖아. 초치지 말고 좀 진득하게 들어 봐.
천마는 천마신교 컨셉에 심취했는지 소설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10대 길드와 전쟁을 벌이는 천마 신교. 하지만 약속된 전쟁터에 나타난 천마신교의 인원은 오직 한 명뿐. 10대 길드는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웃음을 터뜨린다.
‘흐하하-!’
‘천하의 천마신교가 꽁무니를 내뺐구나!’
‘의리도 없군! 한 명만 내버려 두고 죄다 도망친 거야? 내 이럴 줄 알았다. 천마신교, 천마신교 하더니 겁쟁이 소굴이지 않느냐!’
‘마스터. 마스터까지 나서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나서서 저 잡병의 목을 가져오겠습니다.’
10대 길드들은 싸우기도 전에 확정된 승리를 자축했고, 나서기 좋아하는 누군가가 천마신교에서 나온 한 명을 잡으러 달려간다.
그리고 그 순간 일어나는 반전.
콰직!
‘꽥!’
홀로 있는 천마신교 길드원 등 뒤에서 붉은 철의 거인이 나타나, 달려드는 10대 길드원을 가볍게 밟아서 짓뭉개 버린 것이다.
축제 분위기에 젖어 있던 10대 길드는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침묵에 빠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경악성들.
‘철마!’
‘저것이 소문의 붉은 거인인가? 과연 명불허전이로구나! 가슴 속에서 무언가 끓어오른다!’
‘등신아! 적에게 감탄하지 마!’
‘다들 주눅 들지 마라. 어차피 놈은 한 명이다! 저놈만 잡으면 우리들의 승리다! 전부 돌격!’
와아아아-!
10대 길드들은 홀로 나온 존재가 철마라는 사실에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철마를 사냥하러 나선다.
아무리 전무후무한 최강의 골렘술사라 해도 상대는 고작 한 명!
또 다른 골렘을 꺼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 수많은 인원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오늘로써 철마의 전설은 영원히 지워진다. 바로 나 키리안에 의해!’
‘죽어라! 철마를 쓰러뜨리는 주인공은 바로 이 브렛 님이시다!’
‘어림없지! 나 로이드가 먼저다!’
철마라는 거물을 쓰러뜨리면 명예는 당연히 따라오게 되어 있다.
욕망에 취한 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철마에게 달려드는 그 순간.
다시 한번 반전이 일어난다.
철마의 입에서 절대로 나올 수 없는 한 줄의 스킬명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영구동토!’
쩌저적-!
‘뭐, 뭣이?!’
‘영구동토라니! 권마의 성명절기가 아닌가!’
‘그걸 어째서 철마가?!’
사람들은 현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얼음의 파도에 쓸려나가고 만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커헉! 이것은 천마가 원피단을 쓰러뜨릴 때 보여 줬던 움직임!’
‘말도 안 돼! 넌 도대체 누구냐!’
‘철마? 권마?! 그도 아니면 천마…… 아니, 설마?!’
눈치 빠른 몇몇 이들은 그 시점에서 드디어 깨닫고 만다.
혹시 우리들은 어마어마한 착각을 하고 있지 않았냐고.
천마신교를 소수 정예 단체로 규정짓고 있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면?
정말,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천마 TV에 올라왔던 영상의 주인공이 모두 동일 인물이라면?
‘드디어 깨달았나. 머저리들.’
철마, 아니 이제 누군지 알 수도 없는 천마신교의 인물이 낮은 목소리를 토해냈다.
‘나는 복수가 아니다. 단수다.’
카르페의 담담한 선언에 좌중들은 현실을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어떻게 고작 한 명이 이런 많은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이냐!’
‘그는…… 신인가?’
‘개종하겠습니다! 저를 천마신교의 말단 졸개로 받아 주십시오!’
카르페의 힘에 감명받은 수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렸으나 카르페에게는 일말의 자비도 없었다.
‘본좌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쭉 혼자일 것이다. 호랑이는 무리를 짓지 않는 법이다.’
카르페는 10대 길드의 단 한 명도 살려 두지 않았다.
1 대 5만의 전설은 그렇게 완성된 것이다.
-캬! 상상만 해도 지리지 않냐? 참고로 최고 포인트는 천마신교가 알고 보니 1인 군단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그 순간…….
“형. 미쳤어요?! 아니, 무슨 소설을 써도 좀 그럴듯하게 써야지. 황당해서 말도 안 나오네.”
지금까지 천마가 써 내려온 소설 중에서도 가장 오그라드는 연출이었다.
상상만 해도 손발이 벌벌 떨리며, 심장이 쿵쾅거리고 얼굴이 붉어지는 게…… 혹시 이것이 사랑?
“아니, 나는 복수가 아니라는 건 또 어디서 나온 대사야?”
-어? 모르냐? 이거 드래곤 나오는 고전 명작에 나오는 명대사인데. 단수 복수가 반대긴 하지만.
“……역시 어제도 소설 보다가 주무셨군요.”
천마가 이런 미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날에는 어김없이 전날 밤 소설을 읽다가 잠든 경우가 많았다.
-뭐, 장난은 여기까지 하고.
“제발 그런 오그라드는 장난은 시작 자체를 하지 마세요…….”
-로이어드의 성능 시험도 끝났으니 다시 퀘스트 진행해야지. 아, 묵향 관련한 퀘스트도 갱신됐다면서?
“아, 맞다. 그거 먼저 물어보려고 했었는데.”
그런데 물어보기 직전, 천마가 미친 소설을 써서 정신이 혼미해지고 말았…… 아니, 이건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진화 퀘스트 2단계 끝나고 3단계가 떴는데 내용이 황당하더라고요.”
진화 퀘스트 3단계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진화 퀘스트 (3단계)] [마법 다람쥐 종족 ‘타미아스’는 정령계의 은밀한 곳에서 그들만의 왕국을 세워 살아가는 종족입니다.그들은 마법을 고귀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스스로 역시 고귀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타종족에 대해서는 배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괜찮습니다.
타미아스의 왕국 ‘타미아’는 철저한 신분제의 나라로 사용할 수 있는 마법 속성의 숫자에 따라 신분이 결정되는 나라입니다.
총 8가지 속성 중, 단 한 가지 속성만을 다룰 수 있는 경우 평민으로 분류됩니다. 대부분의 타미아스는 평민입니다.
두 가지의 속성을 사용할 수 있을 경우는 남작, 세 가지일 경우 자작, 후작, 공작을 거쳐 타미아의 임금님은 무려 6가지의 속성을 다룰 수 있다고 합니다.
타미아스의 건국 신화 중, 태초의 타미아스는 8가지 속성을 모두 다룰 수 있다고 전해지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신화일 뿐입니다.] [타미아스의 왕국 타미아로 향해 그곳에서 태초의 마법 다람쥐에 관한 단서를 찾으십시오. 어쩌면 더 높은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퀘스트 성공 시 : 묵향의 진화, ???으로 진화 성공] [퀘스트 실패 시 : 묵향을 제외한 모든 마법 다람쥐 종족과의 호감도 최악으로 고정]
퀘스트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나가던 천마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이건 또 무슨 소설이냐? 신분제 다람쥐라니. 설정 신박하네.
“제 말이 그겁니다. 아니, 이번에도 그냥 보스 몬스터 사냥하는 뭐 그런 내용인 줄 알았더니…….”
다람쥐 나라를 방문하게 될 줄거라곤 짐작도 못 했다.
-내가 레전더리 펫 진화시킬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 에픽 펫이라 그런지 스케일이 크군.
천마는 퀘스트 설정을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나갔다. 그로서도 처음 보는 이야기였기에 꽤 흥미가 동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어쩔 거야? 딱히 시간제한이 있는 건 같진 않은데 뒤로 미룰 거냐?
“음…… 일단 정령계는 어떻게 가는 건데요? 향이에게 물어봐도 모른다고 하던데.”
“뀨우우…….”
“아냐, 향아. 탓하는 거 아니니까 침울해하지 마.”
카르페는 묵향의 귀가 축 처지자 황급히 위로에 나섰다.
-정령계라…… 오랜만에 듣네. 뭐, 가는 방법은 당연히 알고 있지.
“역시. 천마비급!”
-다만, 지금 네 레벨로 가면 바로 끔살이다. 정령계가 만만한 곳이 아니거든. 중급까지는 괜찮겠지만 상급 이상의 정령은 진짜 강력해.
“아, 확실히 그랬었죠.”
개미굴 던전에서 들어갔던 ‘화염 정령의 쉼터’.
그곳의 보스 몬스터인 화염 골렘이 상급 정령의 일종이라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화염 골렘은 레벨 150의 군터와 동귀어진했다. 현재 66레벨인 카르페에게는 허들이 꽤 높다고 할 수 있었다.
-정령계로 간다고 꼭 정령들과 싸운다는 보장은 없지만, 재수 없으면 들어가는 즉시 퇴장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지. 내 생각에는 조금 더 레벨링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설마 150레벨까지요?”
-그건 아니지. 정령의 쉼터 때와는 달리 이제는 로이어드도 생겼잖아. 내 생각엔 대충 80선이면 비벼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또 다른 유물을 얻는다면 더 당겨질 수도 있고.
“아, 그건 안 될듯.”
로이어드의 제작을 완료한 그 순간.
카르페는 당연하게도 다음 다섯 번째 유물에 대해서 엘리스에게 물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겠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뒤이어 하나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당분간은 죽도록 레벨 업이나 해라!’라는 알림창의 선언에 카르페는 다섯 번째 유물에 대해서는 당분간 잊도록 했다.
“그렇다면 일단은 보류해야겠네요. 어차피 먼저 해야 할 퀘스트도 있으니까.”
-그렇지. 일단 그게 급하지.
다름 아닌 악마의 흔적을 추적하는 에픽 퀘스트가 남아 있었다.
카르페의 발걸음이 자연스레 대도시 헤넷의 가장 큰 교회로 향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