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88)
188화
-……이 정도면 양심 터진 날먹러라는 말도 무색하네. 너무 얌전한 표현법이야.
공헌도를 정산 중이라는 알림에 천마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표정은 마치 각고의 참선 끝에 해탈을 경험한 노승을 보는 것 같았다.
-반쯤 장난으로 날먹신의 사도라고 했는데 그게 틀린 말이었네. 날먹신의 사도가 아니라 날먹신 그 자체였어. 야, 넌 진짜 운동 열심히 해라.
“갑자기 운동은 왜요?”
-나처럼 돌연사하면 넌 빼박 배후령으로 박제될 테니까. 10성 배후령 날먹신으로 100% 박제 확정이다. NPC 되기 싫으면 건강 관리 잘하라고.
“……넵.”
경험자의 말이었기에 마냥 웃고 넘기기에는 힘든 그런 조언이었다.
띠링. 띠링. 띠링!
“……이거 언제까지 뜨는 거야?”
카르페와 천마가 떠드는 동안에도 알림창이 계속 떠올랐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무슨 퀘스트가 이리도 많은지.
퀘스트명도 하나같이 심상치 않았다. 재액이니, 멸망이니, 혼란이니, 뭔가 부정적인 단어는 꼭 하나씩 들어가 있었다.
“어우, 진짜 역대급 빌런이었나 보네.”
-흐음. 그런 거치고는 난 처음 보는 놈이었는데. 저 정도로 라세 세계관에 굵직하게 연관된 놈이면 한 번쯤 마주칠 만도 했는데 말이…… 어? 이 퀘스트도 연관되어 있었나? 어쩐지 뜬금없이 키메라가 튀어나오더라니…….
천마는 떠오르는 알림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때때로 갸웃거리고 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연결점은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근데요. 형. 이건 그냥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이상하게 뜸 들이는 거 보니 또 양심 터진 소리를 하려는 게지.
“저 미치광이 과학자랑 연관된 퀘스트 보상이 한꺼번에 저한테 온다는 건가요? 알림 뉘앙스가 딱 그런 느낌인데?”
-후우. 그래. 역시 예상은 빗나가질 않는구나.
천마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한숨의 단계가 1에서 10 정도까지 있다면 8에서 9쯤 되는 그런 깊은 한숨이었다.
즉, 카르페의 양심 터진 발언 수위가 8에서 9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말이 되는 소릴 해라. 지금 알림창 떴다가 사라진 퀘스트만 수십 개다. 아무리 중요 NPC라고 해도 그렇지 빌런 하나 잡았다고 퀘스트 수십 개를 홀랑 다 처먹으려고 들어?
“……역시 그렇죠? 에이, 그럴 것 같았어. 그렇게 퍼주면 너무 말이 안 되긴 하지.”
-애초에 알림창에 적혀 있잖냐. 그놈과 연관된 퀘스트가 자동으로 ‘클리어’되는 게 아니라 ‘변화’하는 거라고. 그 퀘스트들을 클리어한 게 아닌데 보상을 온전히 줄 리가 없지.
다만, 카르페로 인해 거대한 스노우 볼이 굴러갈 예정이다 보니 퀘스트 공헌도라는 개념이 튀어나왔던 것이다.
-몇 번 이야기했었지? 에픽 등급 이상의 퀘스트나 아이템은 세계관에 변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지금이 딱 그 상황이다. 너로 인해 라세 스토리가 변한 거야.
천마도 지난 회차들 중에 몇 번 경험한 적이 있는 일이었다. 물론, 지금 경우만큼 스케일이 크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보통 이 경우에는 원래 받아야 했던 최종 보상이 업그레이드된다거나 몇몇 아이템을 보너스로 더 준다거나 하는 식이지.
“흐음. 그렇단 말이죠.”
-그래. 저 정도로 엮여 있다면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해. 아마 최소 에픽 등급 아이템…….
그리고 그때였다.
[공헌도 정산이 완료되었습니다.] [퀘스트 종합 공헌도 수치가 ‘최상’으로 책정되었습니다. 보상이 상향 조정됩니다.] [높은 공헌도로 인해 특수 NPC가 직접 출현합니다.]“특수 NPC? 갑자기 이게 무슨…… 우왁!”
쿠구궁!
알림과 함께 동굴 천장에서 거대한 빛의 기둥이 카르페 앞으로 떨어졌다. 거대한 진동은 덤이었다.
당황한 카르페가 그대로 천장을 쳐다봤고.
“와…….”
멍하니 감탄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빛의 기둥이 동굴 천장을 통째로 증발시켜 버려서 푸른 하늘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 하늘에서 남자 한 명이 천천히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마치 계단을 내려오듯이 한 발 한 발 허공을 내디디면서 말이다.
탁.
남자는 어느새 카르페 앞까지 와서 바닥에 착지했다.
대충 20대 중반쯤 되었을까? 치렁치렁한 금발에 쾌활한 인상의 젊은 청년이었다.
거대한 천 같은 걸 몸에 둘둘 감고 있었는데 고대 로마의 전통의상과 몹시 흡사했다.
그는 카르페를 보며 흡족하다는 듯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이야. 네 활약상은 잘 지켜봤다. 아주 잘해 주었어. 모처럼 기특한 인간이 나타났구나.”
그리고 남자에게서 풍겨오는 익숙한 기운에 카르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특수 NPC로 추정되는 남자의 정체를 말이다.
하늘을 걸어서 내려오는 신성한 기운을 품은 남자.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고대 신에게서 느꼈던 것과 아주 비슷했던 것이다.
“……고대 신?”
“그래. 성신(聖神) 루할이라 불리고 있다. 고대 신은 아니고 중립 신이지만 말이지. 하하.”
남자는 사람 좋은 얼굴로 웃었다.
성신 루할.
현재 라세 대륙을 대표하는 강대국 ‘세인트루할’의 건국 시조.
그리고 나아가 신으로 추앙된 초대 ‘용사’였다.
“그래. 네 이름은?”
“아, 카르페라고 합니다.”
“그래. 카르페. 음. 기억했다. 너무 딱딱하게 굴 것 없어. 편하게 해, 편하게. 아, 형이라고 불러도 괜찮아. 너에겐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말도 편하게 하고.”
“……네?”
성신 루할은 지나치게 붙임성이 좋았다. 신으로서의 위엄 같은 건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왜? 신이 너무 인간 같아서 실망했어?”
“아뇨. 그냥 조금 자유분방하시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말이 통하는걸. 신성국 놈들은 죄다 딱딱한 놈들투성이라 답답했는데 말이야. 지지난 대 성황에게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더니 기겁을 하더라니까?”
루할은 다시 떠올려도 웃긴 광경이었는지 킬킬 웃어대기 시작했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아주 잘해 줬다. 네가 쓰러뜨린 저놈,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었거든. 그대로 뒀다간 악마 여럿 소환했을 거다. 네가 대륙의 혼란을 막은 거야.”
성신 루할은 설정상 악마대공을 물리치고 나라를 건국한 용사다.
그는 악마에 대한 무한한 증오심을 품고 있었고 때문에 악마의 싹을 자른 카르페에게 큰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자, 네 공로를 높이 사서 내가 직접 보상을 주도록 하마. 기대해도 좋아. 이래 봬도 난 제법 좋은 것들을 많이 들고 있거든.”
“오오.”
신이 보장하는 보상이라는 말에 카르페는 없던 신앙심이 생겨날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아, 그런데 급하게 오느라 들고 오는 걸 깜빡했네.”
“……네?”
“미안하다. 오랜만에 지상에 오는 거라 신나서 그만. 어쩔 수 없지. 내 아이들에게 말해 놓을 테니 직접 챙겨 가.”
“…….”
성신 루할은 카르페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이상한 신이었다.
“성녀 만나 봤지? 걔한테 신탁 내릴 거니까 보상은 걔한테 가서 받아.”
“……신탁으로 보상을 줄 수 있는데 왜 굳이 내려오신 거예요?”
“그래야 오랜만에 지상 구경도 할 수 있으니까. 이야. 역시 인간계 공기가 좋아. 신계는 답답하고 재미도 없고…….”
“……진짜 자유분방하시네요.”
“칭찬이지? 아무튼 난 전할 말 전했으니까 간다? 인간계 오면 꼭 먹어야 할 음식이 있거든. 아, 성녀한테도 안부 전해 주고.”
“아니, 잠깐만.”
“그럼 다음에 또 보자고.”
루할은 손을 흔들더니 그대로 사라지고 말았다.
띠링.
[플레이어 최초로 성신 루할을 배알했습니다.] [보상으로 근력 스텟과 마력 스텟이 각각 1만큼 증가합니다.] [퀘스트 보상은 루인데리아 신성국의 ‘성녀’에게서 직접 수령하실 수 있습니다.]“…….”
루할은 카르페의 상상보다 훨씬 훨씬 더 이상한 신이었다.
* * *
카르페는 신성국으로 향하기 전에 일단 루인데리아 왕국 수도 루이실란부터 먼저 들렀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게 하나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공방 거리의 조합장.
루이실란의 빈민들을 광부로 고용해 광산으로 밀어 넣었던 자.
그 역시 프나틱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흑막이었다.
카르페는 그가 도망치기 전에 붙잡기 위해 황급히 공방 거리로 돌아왔으나.
“……네? 처형?”
“그렇다네. 왕성에서 나온 사람들이 직접 목을 베어 버렸지.”
조합장은 이미 사망한 뒤였다. 카르페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었다.
“그 사람 좋아 보이던 조합장이 뒤로는 악마를 숭배하고 있었다는 모양이야. 행방불명된 광부들은 사실 악마의 제물이었고, 골렘의 폭주도 악마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군. 이 모든 게 조합장 때문이었다니…… 역시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나 보이.”
공방 조합의 관리인은 소름 끼친다는 듯 몸서리쳤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더 이상 폭주의 원인을 찾지 않아도 되네. 여기 약소하지만 고생에 대한 보상일세.”
띠링.
[1,0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카르페는 보상을 받아든 뒤, 공방 거리를 벗어났다.
“……이거 뒤가 엄청 구리네요. 흑막으로 예상되던 인간이 갑자기 처형이라니?”
-딱 봐도 뻔한 이야기지.
조합장의 직위는 고작 남작이었다.
그런 하위 귀족이 악마 소환이나 키메라 같은 무시무시한 일을 독단으로 꾸몄을 리가 없었다.
필시 누군가로부터 지시를 받고 행한 일임이 틀림없었다.
-윗선에서 꼬리 자르기 들어간 거겠지. 한 놈을 희생해서 이번 일을 묻어 버리려는 수작이다.
“제 생각도 그런 거 같네요. 와, 진짜 나라가 썩을 대로 썩어 있네.
프나틱의 사망을 눈치챈 누군가가 일을 덮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런 카르페의 추측이 맞다는 듯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플레이어의 레벨이 낮아서 다음 퀘스트로 진행할 수 없습니다.] [이어지는 퀘스트는 레벨 200에 시작됩니다.]“……레벨 200?”
-흠. 루인데리아 국가의 비리로 이어지는 퀘스트라 그런지 시작렙이 높군. 그래 봤자 1년 안에 충분히 찍겠지만.
“거 한 번에 좀 끝나면 안 되나.”
-어쩔 수 없지. 국가를 상대할 수도 있는 퀘스트인데 고작 레벨 70짜리가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것도 그런가…….”
이후 카르페는 신성국으로 워프 이동했다.
그리고 성녀가 있는 대신전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난리가 나 있는 상태였다.
“신탁이다! 신탁이 내려왔어!”
“루할 님이 직접 신탁을 내렸다!”
“용사님께서 오셨다!”
신성국에서 가장 신분이 높은 인물 중 하나인 성녀가 버선발로 카르페를 맞아 주었다.
“카, 카르페 님?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도대체 성신님과는 무슨 사이신가요! 어째서 그분이 직접 신탁을?! 이건 100년 만의 대사건이라고요!”
“그냥 호형호제하는 사이인데요.”
“네에?!”
성녀의 경악 섞인 표정이 참으로 볼 만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