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어차피 제가 쓸 일은 없으니까 등록하긴 했는데 이게 과연 제값을 받을까요? 희소성 때문에 사는 사람이야 있겠지만…….”
카르페는 경매장 밖으로 나오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300레벨 아이템이잖아요. 지금 랭킹 1위가 레벨 150 조금 넘는구만. 300레벨 가려면 몇 년 뒤 이야기 아닌가?”
-아무리 레전더리 템이라지만 당장 써먹지도 못하는 템을 누가 사겠느냐 이거지?
“그렇죠. 솔직히 저라면 안 살 것 같아서.”
미래에 어떤 좋은 템이 또 나올지도 모르지 않는가. 굳이 지금 시점에서 기를 쓰며 사야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뭐,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라세를 하는 유저 수가 5억이다. 그리고 그 5억 중에는 안 평범한 사람도 엄청 많고.
그리고 안 평범한 사람들 중에서도 돈이 썩어나는 안 평범한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했다.
-당장 라세 거래 게시판 같은 곳만 가 봐도 ‘도대체 이 물건을 왜 이 가격에 사지?’ 싶은 것들이 수두룩 빽빽이야. 300레벨 레전더리 아이템쯤 되면 아주 양반이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300레벨 제한이 걸려 있다고 해서 절대로 못 써먹는 것도 아냐.
“응?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일부 히든 클래스는 아이템 레벨 제한을 무시하고 장착하는 클래스도 있지. 대표적으로 유니크 등급 클래스 ‘웨폰 마스터’ 같은 거.
클래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웨폰 마스터는 무기이기만 하면 착용 제한을 무시하고 장착할 수 있는 특수한 클래스였다.
물론, 300레벨짜리 아이템을 장착한다고 해서 300레벨의 위력을 그대로 발휘하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의 레벨에 따라 아이템 공격력이 재조정되긴 한다. 하지만 아이템의 고유 옵션 같은 경우는 대부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와, 그런 직업이 있구나.”
-그래. 그런 특수 클래스 외에도 다른 편법도 꽤 있다. 스킬 중에 장착 제한을 반 토막 내는 스킬이 있기도 하고, 소비 아이템 중에 몇 분 동안 아이템 착용 제한을 무시하는 능력을 가진 것도 있고. 아무튼 아이템 성능을 좀 포기하면 장착 자체는 불가능한 게 아니야.
“흐음. 그렇다면야 크게 걱정할 필요 없겠네요.”
장착 제한만 아니라면 핼버트도 방패도 고유 옵션 자체는 뛰어난 편이었으니 수요가 많을 게 틀림없었다.
-높은 가격에 잘 팔릴 거니까 걱정 마라. 내 예상대로라면 아마 억 소리 나올 거 같은데.
“헐. 그렇게나?”
-당연하지. 너 라세 초창기에 유니크 낫 먹어서 3만 골드에 팔아먹은 거 벌써 까먹었냐? 물론, 거품이 좀 낀 가격이긴 했지만…… 아무튼 유니크 낫이 3만 골드인데 레전더리 창이 10만 골드를 못 찍겠어?
“으음. 듣고 보니 그렇긴 하네요.”
-딱 봐라. 내가 예언하는데 최소 10만 골드고 그때처럼 재벌 놈들이 치킨 게임 벌이면 따블 따따블 뜨는 거 일도 아니다.
“그럼 그날은 치킨에 보쌈까지 시켜 먹어야지. 아, 먹는 얘기 하니까 이그니오론 고기 또 먹고 싶네요. 진짜 끝내줬는데.”
현재 카르페의 인벤토리에는 북염존이 챙겨 준 공룡 고기가 가득 들어 있었다. 인벤토리에 표시된 요리의 숫자는 정확히 100개였다.
“먹고 싶지만 참는다.”
이런 끝내주는 버프 요리를 고작 ‘맛’ 때문에 소비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최소한 전투에 돌입하기 전에 섭취하는 게 효율적인 선택이었다.
-다 먹으면 또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되지. 안 그래도 관련 퀘스트도 받았잖아.
“그랬었죠.”
* * *
지금으로부터 약 30분 전.
카르페는 북염존으로부터 2개의 퀘스트를 받을 수 있었다.
‘너 나랑 일 하나 해 볼 생각 없냐?’
‘일이요? 무슨 일?’
‘뭐, 일이라고 했지만 딱히 어려운 건 아니야. 그 벌레 놈이 너에게서 느꼈다는 무언가를 확인하고 싶을 뿐이니까.’
북염존은 서빙제가 했던 것을 자신이 하지 못하는 게 자존심이 상한다며 말을 이었다.
‘나만 못 느끼는 건지 다른 사해들도 못 느끼는 건지 알고 싶어.’
‘어…… 그 말씀은?’
‘그래. 나와 그 벌레 말고 다른 사해 둘도 만난 다음에 그 반응을 나에게 들려줘.’
그 말과 동시에 카르페의 눈앞에 구체적인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서빙제 가이저와 대화(완료)
-북염존 렉티아와 대화(완료)
-남풍마 크로가와 대화(미완료)
-동해룡 리바오이아와 대화(미완료)
[퀘스트 클리어 시 : 타이틀 ‘사해의 관심을 받는 자’ 획득. 북염존의 보상. 퀘스트 달성도에 비례해서 보상 수준이 증가합니다.] [퀘스트 거절, 실패 시 : 북염존의 호감도 소폭 하락]‘단순히 먼발치에서 보는 것만으로는 안 돼. 직접 대화를 하고 놈들이 널 어떻게 판단하는지 그 결과를 알려 줬으면 해.’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에요?’
‘궁금하잖아! 그 음흉한 사마귀 놈이 뭘 꾸미고 있는지 너도 궁금하지 않아?’
‘하긴…… 알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퀘스트에 기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절대로 불가능한 수준의 퀘스트도 아니었기에 카르페는 순순히 퀘스트를 받아들였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네?’
‘너, 조금 있다가 정령계로 갈 예정이라고 했지? 거기서 요리 재료 좀 구해다 줬으면 해.’
‘요리 재료요?’
‘그래. 거기서만 구할 수 있는 독특한 고기가 있거든. 구해다 주면 내가 또 요리를 만들어 주지.’
‘그러면 감사하긴 한데…… 직접 가시는 편이 빠르고 확실하지 않아요?’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귀찮잖아? 난 요리할 때 빼고는 기본적으로 움직이는 걸 싫어해. 너랑 이렇게 오랫동안 이야기하는 것도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직접 정령계로 들어가면 민폐야. 정령계의 존재들은 인간과 달리 내 기운에 아주 민감하거든. 아마 내가 거기로 가면 정령계 자체가 뒤집어질걸.’
‘아!’
북염존의 말에 카르페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르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으니까.
과거 화염 정령의 쉼터를 방문했을 때, 그곳의 화염 정령들이 카르페가 가진 서빙제의 징표를 보며 발작을 일으켰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고작 서빙제의 힘이 미미하게 담긴 반지에도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는데 사해의 본체가 직접 정령계에 나타난다면…… 정말 북염존의 말처럼 한번 정령계가 뒤집힐지도 모를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구해 올게요.’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좋아. 시원해서 좋군. 그럼 부탁하지. 당분간은 이곳에서 머물 생각이니까 요리 재료를 구한 다음 이곳으로 오면 된다.’
그 말을 끝으로 카르페는 도시로 돌아와 경매장에서 아이템 등록을 마쳤다.
* * *
“사해를 만나라는 퀘스트는 당장 할 만한 건 아니네요. 만나고 싶다고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래. 최대한 강해져야 할 거다. 동해룡은 그렇다 쳐도 남풍마는 진짜 인간을 벌레처럼 취급하니까. 대화는커녕 날갯짓 한 방에 안 죽는 걸 목표로 해야 할 판이지.
“후우. 갈 길이 머네.”
-그래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다른 유물들도 전부 얻고 뀨뀨도 진화시키면 살아남을 정도는 되겠지.
“부지런히 해야겠네요.”
카르페는 도시에서 최종 점검을 끝낸 후, 디맨션 게이트를 사용했다.
정령계로 통하는 동굴 입구를 좌표로 등록해 두었던 탓에, 카르페는 순식간에 다시 화염 대지 너머로 이동할 수 있었다.
동굴 입구로 들어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막다른 벽이 나타났다.
-저기 벽 중앙에 정령어가 새겨져 있지? 저기에 손 올리면 정령계로 진입할 수 있다. 아, 정령계에서 어디로 떨어질지는 완전 랜덤이야. 들어가자마자 싸워야 할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준비하고 들어가.
“살벌하네. 알겠습니다.”
카르페는 룸에서 모든 권속들을 소환했다. 그리고 자신을 비롯한 다른 권속들에게 헤이스트와 스트라이킹을 걸었다.
이로써 준비는 끝!
“그럼 들어갑니다.”
카르페는 벽에 새겨진 문자 위에 손을 얹었고.
띠링.
[정령계로 통하는 여덟 번째 문에 접촉하셨습니다.] [정령계로 입장하시겠습니까?] [주의하십시오. 정령계는 인간계와는 다른 법칙이 적용되는 세상입니다. 일부 스킬과 기능이 발동하지 않거나 효과가 일정치 않을 수 있습니다.] [정령계에서 사망 시, 데스 페널티가 증폭됩니다. 재접속 대기 시간이 1.5배로 증가합니다. 아이템 드랍 확률이 1.5배로 증가합니다.]“은근히 겁주네.”
카르페는 등장한 주의 문구를 보며 피식 웃었다.
고작 이런 경고에 겁먹고 물러나기에는 지금까지 해 온 모험이 너무 스펙타클했다.
“입장한다.”
팟!
카르페가 고개를 끄덕이자 카르페와 권속들은 순식간에 동굴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 * *
“여기가 정령계?”
정령계의 문을 타고 도착한 곳은 푸르른 초원이었다.
카르페는 즉시 주변을 살폈지만, 다른 몬스터나 정령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도 천마가 말했던 것처럼 들어오자마자 싸우는 사태는 피한 것 같았다.
“다들 괜찮아?”
“뀨뀨뀻!”
“무사합니다. 주군. 이곳이 정령계입니까? 공기 속에 특이한 마나가 느껴지는군요.”
“응. 나도 괜찮아. 마스터.”
“혹시 또 몰라. 정령계에서는 스킬 같은 게 멋대로 작동한다는 모양이니까. 일단 그거부터 확인…….”
카르페가 스킬 점검에 들어가려던 그때였다.
쿵쿵쿵!
돌연 대지가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녀석?”
일행들 중 가장 신장이 큰 로이어드가 먼저 진동의 정체를 알아챘고, 잠깐 뒤 다른 권속들도 진동의 정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게 뭐야?”
로이어드의 말 대로 화염의 거인이 이곳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불타오르는 것만 빼면 마치 램프의 요정과 흡사하게 생긴 녀석이었는데 녀석의 머리 위에는 ‘화염의 정찰자’라는 붉은색 이름이 떠 있었다.
-쓰읍. 운도 없군. 싸울 준비 해라. 저놈은 한 번 찍은 놈은 죽을 때까지 쫓아가는 놈이라 도망도 못 가.
“응? 아는 놈이에요?”
-그래. 정령계의 경비병 같은 놈이지. 정령계 이곳저곳을 떠돌면서 침입자를 발견하면 다짜고짜 달려드는 놈이다. 꽤 강력한 놈이지.
“……딱 봐도 그래 보이네요. 어느 정도로 강해요?”
-흐음. 어디 보자. 아! 그때 그 개미지옥 던전에서 최상급 화염 정령 핵 지키던 가디언 있지? 그놈보다 조금 더 약할걸? 거의 비슷해.
“호오.”
그 말에 카르페가 눈을 빛냈다.
당시 그놈은 랭킹 1위였던 군터와 동귀어진을 했었는데…….
“좋네요. 지금 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에.”
과연 군터와 얼마나 차이가 날 것인지 시험해보기에 딱 좋았다.
어느새 다가온 화염 거인이 카르페를 향해 분노를 토해냈다.
-허락되지 않은 존재! 배제한다!
그렇게 정령계에서의 첫 전투가 시작되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