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18)
318화
“선생님! 저도 함께 싸우겠어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띠링.
[NPC 홀란드 아르셀리가 파티에 참가했습니다.] [NPC와의 파티 시, 레벨로 인한 페널티가 발생하지 않습니다.]“향아. 내가 치료해 줄게.”
아르셀리의 손에서 푸른빛이 발산되어 묵향의 콧잔등을 감쌌다. 정말 자세히 보면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긁힘이 그걸로 완벽하게 나아 버렸다.
하지만 아르셀리는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연거푸 회복 스킬을 발동했다. 총 3번의 힐 스킬이 들어가고 나서야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휴우. 이제 조금 안심이야. 우리 향이 흉 남으면 안 되는데…….”
“뀨우우웅.”
“…….”
-흉은 무슨…… 너무 살짝 긁혀서 자연 치유되게 둬도 하루도 안 걸리는 수준이었는데.
‘무섭다. 무서워. 마성의 묵향 너무 무섭다.’
미인계라는 것은 사람 한 명의 인격을 완전히 개조해 버릴 만큼 무서운 계략이란 걸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향. 내가 향이를 괴롭힌 못된 악마를 혼내 주고 올게.”
아르셀리 왕녀는 그렇게 말하며 묵향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의젓한 얼굴이었다.
“칼데라. 우리도 저쪽으로 가서 바이칼을 돕도록 해요.”
“왜 그래요?”
“응? 갑자기요? 아무튼 그런 사소한 건 나중에 신경 쓰고 얼른 가도록 해요.”
아르셀리와 와룡 칼데라는 곧바로 전투 중인 바이칼에게 합류했다.
이제 한동안 상급 악마와 치열한 격전이 벌어질 터였다.
-흠. 계획대로 됐군.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우리는 이제 할 수 있는 게 없다. 팝콘이나 가져와라……라고 하고 싶지만.”
이 황금 같은 이벤트 기간에 그럴 수야 없었다.
“어차피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네요.”
이대로 다른 곳으로 가서 하급 악마를 잡으면서 중급 악마를 노리거나.
“그게 아니면, 용좌를 도와서 상급 악마를 잡는다.”
그리고 둘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는 그리 어려운 고민이 아니었다.
-상급 쪽을 도울 생각이구만.
“당연하죠. 그편이 훨씬 더 재밌어 보이잖아.”
그리고 단순히 재미뿐만도 아니었다.
이번 이벤트는 꼭 막타를 쳐야만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전투에 기여도에 따라 포인트가 정산된다.
즉, 지금 용좌와 상급 악마의 전투에 숟가락만 조금 얹어도 대량의 포인트를 습득할 수 있었다.
중급 악마를 솔로 레이드했을 때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손쉽게 벌 수 있는 것이다.
-하여간 날먹 잔머리는…….
“그렇게 결정됐으니 바로 참전합니다. 아, 그치만 그 전에 잠시.”
카르페는 옆에서 대기 중이던 미라쥬를 불렀다.
“미라쥬. 잠시 이야기 좀 할래?”
“응? 무슨 이야기?”
카르페는 미라쥬의 귓가에 자신의 계획을 속삭였다.
“……이렇게 하는 거야. 어때? 해 볼래?”
“할래애애애! 꼭 하고 싶어!”
카르페의 계획을 들은 미라쥬가 힘껏 소리쳤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올라간 것이 어지간히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좋아. 그럼 우리도 전투에 합류하자. 다들 전력으로 가는 거다!”
“알겠습니다. 주군. 맡겨만 주십시오. 간악한 악마의 수급을 반드시 주군께 바치겠습니다.”
“내 마법으로 마스터의 적을 태워 줄게.”
“뀨우웃!”
* * *
콰아아앙-!
“크윽! 네놈! 감히 드래곤의 아종 따위가 이 몸을 방해하느냐!”
“감히이이!”
분노한 호카스타의 곤봉이 휘둘러진다. 드래곤의 가장 중요한 급소라 할 수 있는 드래곤 하트 쪽 방향이었다.
“그건 안 돼요!”
치이잉!
하지만 그 곤봉이 폭룡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전투에 합류한 아르셀리가 곧장 실드 마법으로 공격을 막아 낸 것이다.
“네. 바이칼. 서포터는 맡겨 주세요.”
칼데라는 자신의 몸을 거대화한 후, 호카스타를 향해 낙뢰를 쏘아냈다.
파지지직!
폭룡과 달리 와룡은 공격 마법 쪽에 그다지 조예가 깊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호카스타를 움찔하게 만들 정도는 충분히 되었다.
그 잠깐의 틈을 놓치지 않고 폭룡이 호카스타의 몸을 들이받았다. 호카스타는 무거운 차징에 다시 한번 뒤로 튕겨나갔다.
“이익! 이 되다만 용놈들이!”
“누가 쩔쩔맨다는 거…… 큭?!”
호카스타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화염 마법을 향해 곤봉을 휘둘렀다.
콰앙!
화염 마법, 캘러미티 인페르노를 날린 당사자인 카르페가 아깝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아, 나름 괜찮은 기습이었는데 막히네.”
“이익! 이 벌레 같은 인간 놈…… 응?”
반사적으로 분노를 토해내던 호카스타의 눈이 살짝 커졌다.
“……두 명?”
캘러미티 인페르노를 쏘아낸 카르페 바로 옆.
거기에는 카르페와 똑같은 모습을 한 남자 한 명이 나란히 서 있었다.
“이건 또 무슨 개수작…… 커헉?!”
폭룡의 공격에 호카스타는 다시 한번 나가떨어졌다.
“어, 선생님이 두 명?!”
“제가 진짜입니다. 옆에 있는 얘는 미라쥬가 변신한 모습이에요.”
“아! 맞아요. 미라쥬가 도플갱어라고 하셨었죠.”
카르페 옆에 있던 또 다른 카르페는 다름 아닌 변신한 미라쥬였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카르페가 미라쥬에게 자신의 모습으로 변신하라고 한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부스럭.
“와! 진짜 싸우고 있다! 용좌다! 용좌!”
“개쩐다. 이걸 눈앞에서 라이브로 보게 되네. 크으. 이게 판타지 게임이지!”
“쓰읍. 어떻게 뭐 좀 주워 먹을 거 없으려나…….”
한창 전투가 진행 중인 곳에 유저 무리들이 우르르 나타나기 시작했다.
카르페는 바로 이 유저 무리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미라쥬를 변신시켰던 것이다.
-뭐, 여기로 안 오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긴 하지.
상급 악마 호카스타의 덩치는 매우 큰 편이다. 먼 곳에서 봐도 눈에 확연히 드러난다. 그리고 그 호카스타보다 더 큰 덩치의 폭룡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카르페가 최대한 여파가 미치지 않을만한 장소를 골라서 상급 악마를 유인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NPC들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의미다.
그냥 딱 봐도 다른 악마랑 포스부터가 남다른 악마가 등장했는데 유저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거기에 대륙 11강까지 있다?
이건 돈 내고서라도 봐야 하는 이벤트인 것이다. 유저가 이곳으로 몰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와, 철마도 있네! 저 로봇은 봐도 봐도 개쩐다.”
“어, 철마 옆에 있는 건 누구임? 똑같은 복장인데?”
“……설마?”
유저들의 의문에 카르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행동으로 보여 줬을 뿐.
“영구동토!”
쩌저적-!
카르페는 용좌와 전투 중인 상급 악마에게 영구동토를 사용했다. 얼음의 파도가 카르페를 중심으로 퍼져 나가자 유저들 사이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영구동토! 와, 씨. 실물로는 처음 봤다!”
“권마다! 권마가 나타났다!”
“천마신교 둘이 모였어! 이거 최초 아님?”
“미친. 상급 악마랑 11강이랑 붙고 있는데 거기에 천마신교 두 명이 있다고?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천마신교는 전설이다…….”
카르페가 호카스타에게 달려들며 각종 마법과 함께 주먹을 날려대자 화려한 이펙트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와, 무빙 보소.”
“개 미쳤다. 그냥. 같은 게임 하고 있는 거 봤나?”
“나였으면 첫 곤봉에 바로 곤죽 됐을 듯…….”
하지만 모든 유저가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라도 기여도를 벌고자 무리하게 끼어드는 유저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크아악!”
“미친. 여기에 어떻게 끼어들어!”
호카스타의 공격, 그리고 폭룡의 공격에 휘말려서 그대로 회색 화면만 바라보게 될 뿐이었다.
“폭룡 공격은 우리가 왜 당하는데!”
“바보야. 라세는 같은 파티 아니면 공격 다 얻어맞는 거 모르냐? 뉴비야?”
“근데 왜 권마는 안 맞음? 방금 브레스 범위 안이었는데?”
“용좌랑 같은 파티인가 보지.”
“와, 개 부럽다…… 대륙 11강이랑 파티하면 어떤 기분일까?”
그리고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미라쥬(카르페 ver.)는 드디어 때가 왔다는 듯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 더러운 악마놈! 감히 천마신교에 대항한 죄! 죽음으로도 감히 갚을 수가 없도다! 영겁의 고통 속에 죽음을 맞이하거라! 자랑스러운 나의 부하들이여! 놈의 수급을 가져오라!”
“……네, 넷. 주군.”
“뀨우우웅…….”
“미라야. 너무 신난 거 아니니…….”
“나는 미라가 아니라 철마이니라!”
“에휴.”
미라쥬의 호령에 권속들 역시 일제히 전투에 합류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카르페는 마음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아악! 쟤는 왜 시키지도 않은 컨셉질을!’
-뭐, 쟤 원래 성격 생각하면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사람들이 저걸 보고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아니나 다를까 유저들 사이에서 수근 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음…….”
“철마…… 저런 성격이었구나.”
“왜 보는 내가 부끄럽지?”
“그래! 천마신교 같은 컨셉질 단체라면 저 정도는 할 수 있지! 오히려 호방해서 마음에 든다! 호감 유저 철마! 응원한다!”
“그래도 저건 좀…….”
카르페는 그저 죽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니, 근데 얼티밋 폴리모프는 대상의 성격과 전투 수법까지 흉내 낸다고 하지 않았어요?’
-……어?
확실히 스킬 설명에는 그렇게 쓰여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엘프 마을에서도, 드렛슈로 변한 미라쥬는 드렛슈의 성격을 흉내 냈었고.
-그렇다는 건…….
지금 미라쥬의 저 미친 컨셉질이 카르페 본인의 성격이라는 소리가 된다.
-실망이다. 카르페. 너 저런 취향이었니?
‘으아악! 아니야! 억울해! 난 저런 짓 안 해!’
-내면의 소리를 부정하지 말라. 성격까지 따라한다고 스킬 설명에 나와 있잖아!
‘아니야! 아니라고!’
-쯔쯔.
사실 천마도 알고 있었다.
게임이라는 특성상, 유저의 성격을 꿰뚫고 흉내낼 수 없다는 걸 말이다. 흉내낼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NPC가 한계였다.
즉, 지금 미라쥬의 컨셉질은 카르페의 성격이 아니라 미라쥬의 성격이었다.
다만, 천마는 그걸 알고 있음에도 카르페에게 알려 주지 않았다. 이렇게 놀려 먹기 좋은 걸 쉽게 알려 줄 수는 없었다.
“크하하! 부하들아! 천지파멸암쇄진(天地破滅暗碎陣)을 펼치거라!”
‘아아아아악!’
유저들 앞에서 천마신교 페어로 뽕맛 좀 뽑아 보려던 카르페는 구슬픈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