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22)
322화
“일단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넵. 뭐든지 물어보세요!”
“에덴 길드에도 규칙 같은 게 있을 거잖아요. 제가 가입하게 되면 그 기간 동안에는 규칙에 따라야 하는 거겠죠?”
길드 내에 규칙이 있는 건 당연하다면 아주 당연한 일이다.
특히 라세 같은 대형 MMORPG의 대형 길드라면 더더욱.
아마 10대 길드나 그에 준하는 대형 길드들은 아주 세세한 규칙이 많을 것이다.
카르페 역시 과거의 게임 경험 중, 내규가 빡빡한 곳에서 게임을 한 경험이 있었다. 성향이 맞지 않아서 금방 탈퇴했지만 말이다.
사냥 참가나 전쟁 참가를 강제하는 건 평범한 일이고, 심한 경우에는 접속 시간까지 강요하기도 한다.
‘그건 좀 아니지.’
카르페는 아무리 단기간 용병이라 할지라도 그런 분위기에서 게임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카르페가 어떤 의도로 질문을 꺼냈는지 파악한 시렌이 격렬하게 손사래를 쳤다.
“아아뇨! 그런 쪽으로 전혀 걱정하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애초에 저희 길드는 규칙이랄 게 거의 없거든요.”
“어, 그런가요?”
“네. 애초에 길드원 개개인 개성이 강한 편이라 규칙이 있어도 들어 처먹지를 않…… 앗. 죄송합니다.”
시렌은 자기도 모르게 흘러나온 욕설에 당황하며 입을 틀어막았다.
……아무래도 길드원 때문에 고생이 꽤 많은 모양이었다.
“큼! 아무튼 가입하시더라도 별다른 규칙이 있지는 않아요. 평소처럼 자유롭게 플레이하시면 됩니다. 아, 에덴 길드의 이름으로 다른 길드에 선전포고를 한다거나 이런 것만 아니라면요.”
시렌은 그렇게 말하며 ‘설마 진짜로 그러진 않겠지?’라는 눈빛으로 카르페를 흘끔 쳐다봤다.
-야, 쟤는 통찰력이 좋은 편인 거 같다. 니가 가끔 브레이크 없이 들이받는 걸 느낌만으로 바로 캐치하네.
‘……제가 좀 기분파이긴 하지만 그런 트롤짓을 하진 않죠.’
-뭐, 아무튼 그런 질문을 하는 걸 보니 할 생각이 있긴 한가 보네?
‘네. 해 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방금 전 시렌이 제시한 조건은 사실 카르페에게 크게 의미가 있는 조건은 아니었다.
돈? 당연히 좋기야 하지만, 그렇다고 돈 때문에 하기 싫을 걸 억지로 할 만큼 절박하진 않다. 마음만 먹으면 돈 벌 수단 같은 건 차고 넘쳤으니까.
아이템? 에덴 길드가 어떤 아이템을 넘겨줄지는 몰라도 솔직히 그게 지금 자신의 아이템을 넘어설 것 같지는 않았다.
천검의 무료 이용권은…… 잘 모르겠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일 때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겠네’ 정도의 감상만 있을 뿐이었다.
-그럼 뭘 하고 싶은 건데?
‘공격대요. 그건 인원이 많아야 할 수 있는 거니까.’
-흐음. 공대라. 그래. 그렇긴 하지.
카르페는 현재 4 강대국 중 길리안트 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공대 개설권을 보유한 상태였다.
하지만 공대 개설권이 있으면 무엇 하겠는가. 공대를 구성할 인원이 없으면 그냥 쓸모없는 잡템일 뿐이었다.
물론, 공개적으로 공대원을 모집한다면 구름처럼 사람들이 몰려오겠지만…….
‘공대장하면 일일이 스펙 면접 같은 것도 봐야 하잖아요. 그거 귀찮아서 어떻게 한담. 그렇다고 아무나 막 받을 수도 없는 거고. 맨땅에 헤딩 공대 만들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어중이떠중이로 공대를 구성하는 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짓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에덴 길드는 썩 괜찮은 선택지였다.
소수 정예를 표방하고 있는 길드이니만큼 그 구성원들의 실력은 확실했다. 길드원 대부분이 랭커로 구성되어 있는 집단이 아닌가.
‘상급 악마를 잡으려면 결국 공대를 꾸려야 하니까.’
상급 악마와 이미 한번 싸워 봤기에 확신할 수 있었다.
현재 자신의 수준으로는 상급 악마를 단독으로 잡을 수 없었다.
상급 악마를 잡기 위해선 공대가 필수적이다. 그것도 일정 수준 이상의 공대가.
‘용좌가 매번 타이밍 좋게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번엔 운이 좋기도 했고.’
-확실히. 이번에야 그 정신 나간 악마 놈이 마계화 밖으로 나와 줘서 쉽게 잡았지만, 다른 놈들도 그럴 거란 보장은 없지. 아무리 어그로 템이 있다 하더라도 말이야. 근데 굳이 상급 악마를 꼭 잡을 필요는 없어. 지금 페이스라면 상급 악마 잡지 않더라도 무조건 1등일 테니까.
지금처럼 솔로로 중급 악마만 골라잡아도 이벤트 1등은 확정적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이편이 더 재밌으니까.’
더 큰 목표, 더 높은 벽, 더 많은 재미를 향해서 일단 달려든다. 그게 설령 리스크를 짊어지는 일이라 할지라도.
즐겜러란 태생부터가 그런 생물이었다.
결론을 내린 카르페가 두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때까지도 그녀들은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카르페의 동작 하나하나에 신경을 쏟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네?”
“이벤트 기간 동안 에덴 길드에 가입할게요. 짧은 시간이지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지, 진짜요?! 진짜죠! 무르기 없기에요?!”
“네. 안 무릅니다. 마침 좋은 기회네요. 저도 해보고 싶은 게 있었거든요.”
“와아아! 만세! 아차, 계약서. 계약서부터 써야지!”
“후우…….”
시렌은 오두방정을 떨었고 천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 그런데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건 무슨 말씀이세요?”
“아, 별건 아니고 공대를 한번 해보고 싶어서요. 뭐가 됐든 한 번쯤 경험해보는 건 좋은 공부가 되니까요.”
“아…….”
“음…….”
카르페의 말에 두 여성의 표정이 조금 흐려졌다.
그리고 서로에게 아이컨택을 한 후, 이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카르페에게 말했다.
“그…… 저기, 죄송한데요. 권마 님. 저희 길드에 오셔도 공대를 꾸리기는 힘드실 거예요.”
“네? 어째서요? 에덴 길드원분들이면 충분히 강력한 전력인데?”
“아니, 그 부분이 아니라요. 잘 모르실 수도 있는데 공대를 꾸리기 위해서는 특별한 아이템이 필요해요. 공대 개설권이라는…….”
그리고 에덴 길드는 공대 개설권을 보유하지 못한 길드였다.
“그게 저희도 얻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요. 이게 국가에 관련된 주요 NPC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물건이라…… 아마 전 세계를 통틀어도 얻은 사람이 거의 없을 거예요.”
“아, 그런 의미였군요. 길드원 전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네. 아쉽지만 공대는 좀…….”
“그럼 공대 개설권만 있으면 공대를 할 생각은 있는 거죠?”
“그야 물론이죠! 그것만 있으면 저희도 훨씬 쉽게 악마를 잡을 수 있는걸요. 판다는 사람만 있으면 돈을 있는 대로 퍼부어서…….”
“그럼 됐네요. 제가 가지고 있거든요.”
“……네?”
“???”
카르페의 말에 두 여성은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꽤 재밌는 모습이었기에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카르페는 가까스로 진정시킨 후 담담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공대 개설권. 제가 가지고 있다고요. 제노니아, 루인데리아, 신성국. 다 있습니다. 원하는 곳에서 공대 꾸릴 수 있어요.”
“…….”
“…….”
천검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카르페를 쳐다봤고, 시렌은 잠시 침묵하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흑, 흐윽…… 왜, 왜 이제야 나타나셨어요오…….”
평범한 라세의 하루였다.
* * *
전날, 카르페가 활약은 유저들 사이에서 계속 언급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단연 상급 악마의 레이드였다.
-미친. 진짜 대박이네. 무슨 짓을 해야 용좌랑 파티를 할 수 있는 거야?
-아마 경연대회 트리플 크라운 보상이 아닐까? 용좌 이용권 같은 걸 주는 거지.
-와, 용좌 버스 미쳤다. 개 부럽네 진짜.
-그게 사실이면 이번 이벤트 1등은 사실상 확정 난 거 아님? 11강 버스 타는 인간을 무슨 수로 이기냐?
-이미 포인트 넘사더라. 이거 답 없음. 못 이김.
-2등이라도 노려야지.
-ㅋㅋㅋㅋ 2등이라도 노려야지. ㅇㅈㄹ. 님 군터세요? 아님 군터 재낄 수 있으신 상위 랭커세요?
-ㅇㅋ. 맞음. 저 군터임.
-초딩 방학했냐. 오늘따라 저급한 어그로가 많네.
“끄응…… 이놈의 인간들은 왜 이렇게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야?”
군터 라우헬.
그는 괜히 댓글 한 번 달았다가 관종으로 찍혀서 욕을 먹고 말았다. 그는 뒤통수를 한 번 긁적이고는 그대로 커뮤니티를 종료했다.
“흐음. 확실히 대단하긴 하군. 천마신교. 이렇게 압도적으로 차이가 날 줄은 몰랐는데. 철마라…….”
이름을 비공개로 해 놔서 확실한 건 아니었지만, 현재 1등으로 추정되는 인물이었다.
“아직 순위에는 안 보이는 것 같지만 권마도 있고 말이지. 하여간 대단하군.”
커뮤니티에서 언급됐던 것처럼 그 자신이 생각해 봐도 1등을 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중급 악마 솔로 레이드…… 무리하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아서요. 그러다가 죽으면 그게 더 손해야.”
“아, 왔나?”
휴식을 취하고 있는 군터 근처로 한 명의 여성이 걸어왔다.
얼음 여왕 케이트.
더 썬 길드의 부길드 마스터이자, 군터의 오랜 친구인 플레이어였다.
“그냥 포기해요. 천마신교는 그냥 논외라 생각하는 게 속 편해요.”
“후우. 그래. 어쩔 수 없군. 길드 랭킹이라도 챙기는 수밖에.”
“하아. 도대체 그런 괴물 집단이 어디서 튀어나온 거람.”
“하하하. 기인이사는 언제든 등장할 수 있는 거지. 그래서 이 게임이 재밌는 거고.”
“당신은 단순해서 좋겠어요. 아익! 짜증 나!”
“너무 짜증만 내면 빨리 늙어.”
“조용히 해요! 늙는다는 소리 좀 그만해. 하아. 천마신교가 등장하고 난 다음부터 마음 편할 일이 없네.”
“하하. 앞으로가 기대되는군.”
케이트와 군터가 천마신교에 대해 투덜거리던 그 시점.
“아, 그러니까 이름은 윈터러로 해야 한다니까아아! 멋있잖아! 날카로워 보이잖아! 그치? 너도 좋지이?”
“(^_^)”
“봐, 좋다잖아!”
“미라쥬. 그건 옳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스노우가드가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_^)”
“스노우 가드도 좋아하는군요.”
“촌스러워!”
“촌스럽지 않습니다.”
“(*_*)”
“프로즌은 어떠니? 직관적이고 좋지 않아?”
“(^ㅗ^)”
“어머. 방금 표정 귀엽네. 이걸로 하자.”
“그건 그냥 얼음이를 다른 말로 한 거잖아! 난 싫어어-!”
-아니, 얼음이가 어때서 그래? 귀엽구만.
“(@.@)”
-……왜 나한테만 저런 표정인데?
“군사님은 이번 결정에서 빠져 줘. 진짜 최악이야.”
“죄송합니다. 군사님. 이번만은 미라쥬의 의견에 동감합니다.”
“뀨우우!”
-망할 것들.
세상 사람들이 천마신교로 오해하는 집단은 세상 진지한 표정으로 이상한 토론을 펼치고 있었다.
새롭게 편입된 권속인 중급 얼음 정령의 이름을 정하는 것.
그들에게 있어서 이건 어쩌면 악마 침공 이벤트보다도 중요한 문제였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