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46)
346화
카르페가 여섯 번째 유물을 얻은 후, 며칠의 시간이 지났다.
“이럴 수가……. 이 몸이…… 인간 따위에게…….”
“됐다! 쓰러뜨렸다!”
“우리가 해냈어! 흐하, 그래. 이게 게임이지! 짜릿하다!”
“후우. 다행이네. 못 잡으면 어쩌나 했는데…… 10대 길드로서 체면치레는 했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악마 침공 이벤트가 발생하고 꽤 많은 시간이 흐르자 이제 유저들은 완전히 이벤트에 적응해 버렸다.
자신들이 맨땅에 헤딩해 가며 알아낸 정보들을 계속 공유하면서 효율적으로 악마들을 사냥해 나갔고, 차근차근 마계화 대지를 줄여나갔다.
그리고 마계화된 대지가 줄어듦에 따라 악마들의 힘 역시 감소했고, 그 여세를 몰아 10대 길드들의 상급 악마 레이드도 성공했다.
“후우. 이렇게 단체로 덤벼도 힘든데 이걸 혼자서 잡는 게 말이 되나?”
“아마 그 악마가 모든 상급 악마 중 제일 약한 놈이었겠지. 천마는 운도 좋게 그놈이랑 싸웠을 뿐이야. 템빨도 오지게 받은 거 같더라.”
“뭐래냐? 너 솔로 레이드 영상 안 봤냐? 네가 붙었으면 첫 공격도 못 버티고 바로 썰렸음.”
“……뭐, 그 상급 악마가 약한 놈이었다 치더라도 말도 안 되는 업적이긴 하지. 으휴. 하여간 그놈 때문에 10대 길드는 죄다 묻혀 버렸네.”
카르페가 상급 악마를 솔로 레이드 했던 그 날.
라이브 방송에서 ‘권마가 철마고 철마가 창마고 아무튼 다 같은 한 명이었다’라는 역대급 아웃팅이 터진 이후, 사람들은 카르페를 그냥 ‘천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천마가 잡은 상급 악마가 두 마리…… 아니, 개입한 것까지 치면 이제 세 마리인가?”
“진짜 부럽다. 아예 그냥 다른 세상 사람이네.”
바로 어제의 일이다.
천마가 에덴 길드원과 합동으로 상급 악마 1개체를 쓰러뜨린 게 말이다.
사실, 에덴 길드원들이 대부분 하이 랭커로 구성된 소수 정예 길드라곤 해도 에덴 길드원끼리 상급 악마를 토벌하기는 요원한 일이다. 워낙에 숫자가 부족했으니까.
하지만 그 불가능을 가능케 만든 것이 바로 천마의 존재였다.
유저들 중 실질적인 최강자라 할 수 있는 천마 자체의 전투력도 전투력이었지만, 결정적으로 ‘공대 개설권’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점이 주효했다.
공대 개설권으로 팀킬의 위험이 없어지자, 에덴 길드는 평소에 할 수 없던 각양각색의 공격 루트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카르페를 중심으로 한 에덴 길드원의 극딜에 상급 악마는 그리 어렵지 않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천마의 말도 안 되는 활약상 때문에 가장 똥줄이 탔던 이들이 바로 10대 길드들이다.
상급 악마는 정확히 10개체.
그리고 그중 3마리를 이미 10대 길드가 아닌 유저가 처치해 버렸고 남아 있는 7마리 중에서도 2마리가 NPC의 손에 쓰러졌다.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항상 라세 최선두에서 콘텐츠를 개척해 나가던 10대 길드가 최초 대형 이벤트에서 손가락만 빤다?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건, 곧 도태됨을 의미한다. 특히 라세처럼 매일매일 급변하는 세상에선 더더욱 말이다.
“후우. 그래도 성공해서 다행이지, 이번에도 실패했으면 되돌릴 수 없을 뻔했어.”
“급하게 진행해서 준비가 부족했으니…… 며칠만 더 있었어도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남아 있는 5마리의 상급 악마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
다른 경쟁자가 먼저 처치하기 전에 잡아야 했기에 상급 악마 토벌은 자연스럽게 10대 길드 간 속도전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방금 전, 또 한 마리의 상급 악마가 쓰러지면서 총 3마리의 상급 악마가 10대 길드의 손에 토벌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토벌에 성공한 길드들은 하나같이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이제 남은 상급 악마는 2개체. 마계화 대지 역시 대부분 사라져 가는 중이었다.
“자, 잡은 건 잡은 거고. 이제 거의 끝물이니까 조금 더 힘내야지.”
“마지막까지 포인트 긁어모아서 보상 타 먹는다!”
“에휴. 난 이제 지겨워서 안 하련다. 그냥 미뤄 뒀던 퀘스트나 마저 밀어야지.”
“이제 진짜로 끝나 가는구나. 엄청 기대했던 이벤트였는데 생각보다 재밌지는 않았네. 그냥 단순히 포인트 경쟁 이벤트였어.”
사람들은 슬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직감하곤 각자의 방침을 정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카르페는…….
* * *
쿠웅!
“이, 럴 수가…….”
중급 악마의 거대한 몸체가 땅으로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보며 카르페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와, 역시 제대로 된 서포터가 있고 없고가 천지 차이네. 사냥이 훨씬 쉬워졌네요.”
-서포터가 누구냐에 따라서 파티의 안정성이 놀라울 만큼 달라지기도 하니까. 과연 인형들이 하나같이 극찬한 이유가 있구만.
새롭게 여섯 번째 유물을 얻었으니 당연히 그 성능을 직접 체험해 봐야 했다.
카르페 일행은 새롭게 합류한 아리스테나와 함께 합을 맞춰 나가는 사냥을 진행했고, 결과는 아주 훌륭했다.
놀랍게도 아리스테나를 얻기 이전과 비교해서 중급 악마 사냥 속도가 거의 2배가량 빨라진 것이다.
“전투, 버프, 그리고 힐까지. 마도왕의 인형이 전부 사기스럽긴 했지만, 이번에는 유독 더 사기 같네요.”
-뭐, 악마가 상대가 아니면 이 정도까진 아니겠지만, 그걸 고려한다 해도 개쩌는 게 맞긴 하지.
전투가 끝나자, 카르페는 아리스테나의 정보창을 열었다.
띠링.
[고대의 호문쿨루스 메이드] [이름 : 정화(淨化)의 아리스테나] [레벨 : 49] [등급 : 에픽+] [분류 : 호문쿨루스, 메이드] [성격 : 충직한, 철두철미한, 집착적인(특수)] [마도왕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여섯 번째 호문쿨루스입니다.마도왕과 그의 인형들에게 완벽한 지원을 제공하는 완전무결한 메이드입니다.
직접 전투, 후방 지원 어느 방면 쪽에서도 빠지지 않는 만능의 인형이나, 800년 동안 봉인된 여파로 성격이 조금 이상해지고 말았습니다.]
*상태 이상 ‘집착’ 상태입니다. 해당 상태 이상은 스킬로 해제되지 않습니다.
[보유 스킬]8성 정화의 학습법 – Lv. Master
– 모든 힘을 잃은 대신 빠르게 성장합니다.
– 획득 경험치 2배 증가(플레이어의 레벨 이상 성장할 수 없습니다).
– 스킬팩 오픈 시 전용 스킬 등장 확률 대폭 증가.
– 모든 가사(家事) 행위에 대해서 긍정적인 보너스가 부여될 확률이 증가합니다.
8성 악마 멸시 – Lv. 1(전용 스킬)
– 정화의 아리스테나는 악마를 효율적으로 상대하기 위해서 제작된 인형입니다. 마도왕 드렛슈는 아리스테나가 태어날 때부터 보유하고 있던 신성력을 이용해 그녀에게 전용 스킬을 부여했습니다.
– 악마를 상대할 시, 아리스테나의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 악마에게 주는 모든 데미지 50% 증가.
– 아리스테나의 공격이 악마에게 적중할 시, 일정 시간 동안 스테이터스 10% 감소(해당 효과는 적중당한 악마의 등급에 따라 다르게 적용됩니다).
7성 홀리 블레싱 – Lv. 1
– 아군 파티에 강력한 축복을 걸어 공격력과 방어력을 상승시킵니다. 스킬 레벨이 증가할수록 효과가 상승합니다.
6성 그레이트 힐 – Lv. 1
– 단일 대상 아군 한 명의 HP를 대폭 회복시킵니다. 스킬 레벨이 증가할수록 회복량이 증가합니다.
“진짜 좋다.”
아리스테나는 처음 획득했을 때부터 4개의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거를 타선이 없었다.
하지만 아리스테나의 진면목은 다른 곳에 있었다.
-……전투 AI가 말도 안 되는 수준이야. 전장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해서 움직이고 있어.
파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어디일까?
사람들마다 의견이 분분한 주제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히는 포지션이 바로 서포터 혹은 힐러였다.
아군의 체력과 상태 이상을 전부 파악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적에게 노려지지 않도록 안정적인 포지셔닝까지 필수로 요구되는 자리다.
-괜히 제대로 된 서포터가 귀족이라 불리는 게 아니지. 저 정도 수준이면 당장 어딜 가도 왕 대접을 받을 거다.
적재적소에 힐과 버프를 걸어 주고, 유사시에 전투까지 가능한 서포터.
그게 바로 아리스테나였다.
……가끔 티나에게 과도한 힐이 들어가는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아무튼 그 부분을 제외하면 어디 하나 흠잡을 요소가 존재하지 않았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주인님. 훌륭한 솜씨셨습니다.”
“아, 고마워. 그런데 그 주인님이라는 호칭은 어떻게 좀 안 될까?”
티나가 제일 처음 카르페를 주인님이라고 불렀을 때도 낯간지럽다고 기겁했던 카르페였다.
이번에도 당연히 다른 호칭을 요구했지만…….
“불가능합니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드렛슈 님께서 절 제작하실 때, 주인님은 반드시 주인님으로 불러야 한다는 마법 속박을 새겨 넣으셨습니다. 제 의사와는 상관없음을 이해해 주시길.”
“……진짜 미친 인간이네.”
-음. 메이드라면 당연히 주인님 외의 호칭이 있을 수가 없지! 드렛슈. 뭘 좀 아는 놈이었구만.
“…….”
카르페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후우. 알았어. 아무튼 고마워. 아리스테나 덕분에 훨씬 쉽게 싸울 수 있었어.”
“저는 별로 한 것이 없습니다. 다, 티나 님께서 활약하신 덕분입니다.”
“음…….”
아리스테나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카르페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 후, 티나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티나 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힘드시죠? 여기 시원한 물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아리스.”
“아아, 과분한 말씀이세요. 땀에 젖은 모습도 어찌 이렇게 아름다우신지…… 하아아.”
숨소리가 이상하다.
아리스는 황홀하다는 듯 티나를 계속해서 쳐다봤다. 그 시선에 티나가 부담스럽다는 듯 고개를 돌렸는데, 그마저도 좋은지 괴상한 감탄사를 토해냈다.
“……저거 어떻게 고치지, 진짜.”
-호감도 올리면 고쳐진대잖아.
“그걸 어떻게 올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사실, 카르페는 상태 이상이라는 소리를 보고 나서 당연히 ‘해금’을 떠올렸다.
하지만 결과부터 말하자면 해금으로 아리스테나의 집착 상태 이상을 해제하는 건 불가능했다.
-흐음. 해금도 특수 이벤트성 상태 이상엔 안 통하는 건가?
“그렇다기보단, 그냥 해금이 애초에 타인 상태 이상에는 발동되지 않잖아요. 그게 가능했으면 길리안 어르신이 독에 중독됐을 때 살렸지.”
-고민해 봐야 할 문제구만.
아무튼 정말 괴상한 문제가 있긴 했지만, 아리스테나는 정말로 훌륭한 서포터였다. 카르페의 예상보다도 훨씬 더.
사실 저 집착적인 성격이 자신을 향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신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라서 이대로 계속 가는 것도 큰 문제는 없겠다 싶었지만…….
“……주군. 가능하시다면 조속한 해결을 위해 힘써 주시기를 바랍니다.”
티나가 아주 곤혹스러워했다. 그 충직한 티나가 대놓고 카르페에게 요구를 할 만큼 말이다.
“그래. 최대한 해 봐야지. 아무튼 이제 정말 막바지인가.”
-조만간 마지막 이벤트가 뜨긴 하겠군.
카르페 또한 이벤트는 자체적으로 끝낸 상황이었다. 더 이상은 포인트를 획득해도 성신고에 도달할 수 없어서 굳이 포인트에 목맬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카르페의 인벤토리에서 무언가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띠링.
성녀가 교황 측의 용사 후보가 결정되면 알려 주겠다고 말하며 건네줬던 작은 루할의 신상.
그것이 반짝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래도 정말 조만간 이벤트가 끝날 모양이네요.”
악마 침공 이벤트가 마지막 단계로 돌입한다는 신호였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