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396)
396화
“에잇! 좋아! 기분이다. 몇 마리만 더 잡아 볼까?”
“여신님! 실로 훌륭하신 판단이시옵니다!”
“헤헤헤. 그렇지? 착한 아이구나. 좋아. 카르페. 넌 특별히 날 리비라고 부르는 걸 허락할게.”
“리비 님. 영광이옵니다!”
여신 취급이 썩 만족스러웠던 것인지 동해룡은 공간을 접어서 몬스터를 몇 마리 더 잡아 줬다.
거대한 소라게. 더 거대한 문어. 더더 거대한 상어!
무슨 물 반 고기 반 낚시터인 것마냥 동해룡이 공간에 손을 집어넣는 족족 몬스터가 딸려 나왔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천마가 질린 기색으로 중얼거렸다.
-……하나같이 300레벨 이상인 몬스터들인데? 저 커다란 상어 같은 건 여기에서만 서식하는 특수 보스 몬스터 같고.
가장 걸작인 것은 마지막으로 등장한 초거대 장어였다.
천마의 설명에 따르면 이 초거대 장어가 300레벨 후반의 필드 보스라는 모양이었지만.
“에잇.”
콰직!
필드 보스는 동해룡의 손날치기 한 방에 그대로 목이 썰리며 추욱 늘어지고 말았다. 이쯤 되면 길가에서 썩은 나뭇가지를 꺾는 게 차라리 더 어렵게 보일 지경이다.
-한 영역의 지배자…… 실로 허무한 개죽음. 이러려고 필드 보스로 태어났나 자괴감 들어…….
“여신님의 전능하신 모습에 미천한 카르페. 두 눈이 멀어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아아앗!”
“흐흥. 더 이상 칭찬해도 아무것도 안 나오거든? 아. 지금까지 나온 것들은 전부 가져가렴?”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초거대 장어가 회색 재가 되어 사라진 곳에는 은은한 주황빛을 뿜어내는 채찍이 드랍되어 있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지만, 거대 장어는 죽어서 레전더리 채찍을 남겼던 것이다.
카르페는 지금까지 몬스터들이 드랍한 아이템을 잡템 하나 남기지 않고 모조리 챙겨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동해룡이 쭈욱 기지개를 켰다.
“하아암. 오랜만에 많이 떠들고 움직였더니 슬슬 졸리는걸. 이제 자러 가야겠다!”
“……사해쯤 되는 존재도 피곤함을 느끼나 봐요?”
“피곤하다기보다는 내가 좀 잠꾸러기란다. 알다시피 내 덩치가 많이 크잖니? 생명체는 크면 클수록 잠을 많이 자는 법이지.”
“어? 용 모습은 그냥 껍질이고 지금 모습이 본 모습인 거 아닌가요?”
“응? 그게 무슨 소리니? 누가 그래?”
동해룡은 황당한 소리를 다 듣겠다는 듯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가 그러기는. 천마가 그랬지.
카르페가 흘긋 쳐다보자 천마는 딴청을 피웠다.
-아니, 내가 반드시 그럴 거라고 말했던 건 아니고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거였지…….
“…….”
“사실은 그 반대란다. 거대한 용의 모습이 내 진체. 지금 이 모습은 일종의 아바타를 구현한 모습이야. 아무래도 그런 큰 덩치로는 행동에 제약이 있으니까.”
누군가와 대화를 하거나 어딘가를 방문할 때, 혹은 지상에서 유희를 즐길 때 사용하는 모습이 바로 지금의 모습이었다.
“자, 만나서 반가웠어.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내가 한 번 잠들면 어지간해선 잘 깨지 않거든. 아, 그래도 몸은 바다에 잠겼다가 떠오르는 걸 반복할 거야.”
서빙제의 습격 같은 초유의 사태가 터지지 않는 이상 의식이 깨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연히 깨어 있을 때, 네가 우연히 방문한다면 또 볼 수 있을지도? 그게 아니라도 네가 내 의식이 머무는 공간까지 도달하면 만날 수 있을 거야.”
“의식이 머무는 공간? 거기가 어딘데요?”
“그건 여신님의 비밀이랍니다! 뭐든 다 알려 주면 재미없잖니. 내 몸속을 계속 탐험하다 보면 언젠가 도달할지도 몰라.”
“……거기까지 도달한 인간이 있긴 해요?”
“응? 글쎄? 있었던가? 없었던가? 으음…… 그래도 너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열심히 해 봐!”
동해룡은 그렇게 말하며 후후 웃었다. 아무래도 지금 같은 단발성 날먹 이벤트는 이번으로 끝날 모양이었다.
“자, 그럼 가 볼게.”
“리비님. 잠깐만요. 마지막으로 딱 하나만 물어볼게요.”
그렇게 말하는 카르페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응? 뭔데?”
“혹시 사해쯤 되는 존재면 스킬팩에서 나오는 카드가 더 좋게 나오도록 할 수도 있나요?”
“응?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니? 그런 건 사해가 아니라 사해 할아버지가 와도 안 돼.”
“헐. 사해도 부모님이 있나 보네요.”
-패드립임?
“아하하. 끝까지 이상한 아이구나. 자, 그럼. 이제 진짜 안녕이야.”
스스스.
마치 신기루가 사라지듯 동해룡의 모습이 허공에 녹아 사라져 버렸다.
“후우우.”
동해룡이 사라지자, 카르페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기분이다.
“좋게 끝나서 다행이긴 한데…… 확실히 사해랑 만나는 건 정신 건강에 좋진 않네요.”
-만날 때마다 날먹하면서 엄살은.
“날먹과 별개로 피곤한 건 피곤한 거니까요.”
그래도 두 번째 내단을 손쉽게 구한 건 예상치 못한 큰 성과다.
이 기세를 몰아 세 번째, 네 번째 내단도 구해서 순식간에 3차 전직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그 전에 이곳을 방문한 목적을 완료해야만 했다.
“……후우. 그럼 남은 108배를 마저 해 볼까?”
-진짜 뇌에 구멍 났어? 뭘 마저 해. 이 미친놈아! 걍 뜯어!
“하긴. 여신님이 친히 강림했다가 가셨는데 굳이 더 절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이미 성스러운 기운이 충만하잖아. 휴. 솔직하게 말 안 해서 다행이었다.”
만약 절을 왜 했냐는 그녀의 물음에 솔직하게 뽑기 기원을 하고 있는 중이라 대답했으면, 별다른 소득이 없었을 게 아닌가.
역시 되는 놈은 뭘 해도 되는 법이었다.
“자, 그럼 갑니다.”
카르페는 그렇게 말한 후, 인벤토리에서 큐브를 꺼냈다. 스킬팩의 범위를 좁혀 주는 스킬팩 분류의 큐브였다.
“이번에는 ‘기타’로 갑니다.”
-또?
“지난번에 기타에서 나온 건 요리 스킬이었으니까요. 생산 스킬 말고 다른 쪽 스킬도 노려봐야죠.”
공격 스킬도 나쁘진 않았지만, 불과 얼마 전에 8성 공격 스킬인 ‘썬더 포스’를 배웠기에 기타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방어 스킬은 아직까지 큰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에 이번에도 패스!
카르페가 큐브에 스킬팩을 넣고 ‘기타’를 선택하자.
[상급 스킬팩(기타)을 획득하셨습니다.]새롭게 재탄생한 스킬팩이 손에 쥐어졌다. 더 이상의 망설임 없이 바로 스킬팩을 잡아 뜯었다.
파앗!
그러자 스킬팩에서 다섯 장의 카드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지금까지 수십 번을 봐 왔지만,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광경이다.
“뽑기를 할 때,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싸구려 생명이구나.
“자, 가즈아!!”
카르페가 기세 좋게 첫 장을 뒤집었다.
팟!
[3성 – 초급 무두질]“쓰읍. 기타 스킬 분류에 생산 스킬이 많네. 패스!”
카르페는 ‘반복’을 발동하여 다시 카드들을 원위치로 돌렸다. 이번에는 왼쪽에서 두 번째 스킬 카드를 오픈했다.
파앗!
“오?!”
-오?
화려하게 터져 나오는 은빛 섬광.
바로 6성 스킬 카드가 등장할 때의 이펙트였다.
[6성 – 디바인 세크리파이스] [해당 스킬은 아군 대상자 한 명을 지정함으로써 발동할 수 있습니다. 일정 시간 동안, 지정한 대상이 받는 데미지를 스킬 시전자가 분담해서 받을 수 있습니다.]“어. 데미지 분산 스킬이네요.”
-흐음. 보기 드문 게 나왔네. 써먹기에 따라서 괜찮은 스킬이지.
“방어 스킬 같은데 기타로 분류되는구나. 하긴, 순수 방어 스킬이라고 보기는 힘드니깐.”
탱커에게 주기에 딱 좋은 스킬이다. 아무리 탱커가 어그로를 잘 관리하더라도 모든 데미지를 맞아 줄 순 없는 노릇. 위저드나 궁수 같은 물몸 원딜을 지켜 줄 때는 이만한 스킬이 없었다.
“좋아. 일단 쪽박은 면했네.”
하지만 나머지 3장의 카드도 확인을 해 봐야 했다.
카르페는 다시 힘차게 세 번째 카드를 열었고.
[5성 – 회복 효율 증가]세 번째 카드에서는 포션이나 음식, 스킬 등 회복을 도와주는 기능의 효율을 증가시켜 주는 스킬이 등장했다.
나쁜 스킬은 아니었으나 당연히 6성을 거를 일은 없으니 패스.
다시 이어지는 네 번째 카드 오픈!
[3성 – 초급 무두질]“아니, 미친? 다섯 장 중에 중복이 있다고? 또라이 게임 아냐!”
-……이 정도면 스킬 뽑기하는 놈 엿 먹으라는 악의가 느껴지네. 대단하다. 라세.
“후우. 자 그럼 마지막…….”
별로 큰 기대감 없이 뒤집은 마지막 다섯 번째 카드.
파아앗!
“……어?”
-미친?
거기에서 예상치 못한 금빛 이펙트가 터져 나왔다.
* * *
그리고 카르페가 한창 스킬 카드를 뒤집고 있던 그 시각.
동해룡 리바오이아는 알 수 없는 공간에 있었다.
푸른 호수가 있는 공간이었는데 그녀는 그 호수에 몸을 둥둥 띄운 채로,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걸린 채였다.
“후후. 오랜만에 재밌는 경험이었네.”
카르페.
자신의 저주로도 속박할 수 없었던 재밌는 인간.
서빙제와 북염존의 관심을 받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당장 자신만 하더라도 그랬으니까.
“흐응. 그래도 그런 재밌는 인간이 하필이면 드렛슈의 후예일 줄이야……. 이건 우연일까?”
사실, 그녀는 카르페에게 한 가지 거짓말을 했다.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인간은 없다는 말.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그녀는 드렛슈 아크람이라는 존재를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그녀에게 인간이란 존재가 덧없는 존재인 건 맞다. 인간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개미와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개미도 개미 나름.
평범한 개미 따위의 인간 같은 건 아무런 관심의 대상도 아닐 테지만, 그 개미가 자신의 의식에 도달하여 재밌는 거래를 제안한다면, 그걸 어떻게 잊어버리겠는가.
이렇게 재밌는 개미도 있다니!
동해룡이 바라본 드렛슈 아크람이라는 인간이 바로 그러했다.
카르페가 이곳 ‘의식이 머무는 공간’까지 도달한 인간이 있냐고 물었던가.
“있었지. 드렛슈. 그 아이가 바로 이곳까지 도달한 최초의 인간이지.”
하지만 동해룡은 그 사실을 카르페에게 숨겼다. 그게 드렛슈와의 거래 조건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곳에 도달한 드렛슈로부터 흥미로운 제안을 받았고, 그 제안을 수락했다.
그리고 그 제안에 대한 대가로 드렛슈에게 몇 가지를 주었다.
그렇게 넘겨준 것 중에는 ‘태초의 봉인술’이라는 것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죽일 수 없는 강대한 존재를 봉인할 수 있게 해 주는 술법.
드렛슈는 그 술법을 이용해 위신을 봉인하고자 하였고 동해룡은 흔쾌히 주술을 가르쳐 주었다.
“드렛슈. 지금까지는 너의 말대로구나. 과연, 그 아이가 네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후후.”
그것을 지켜보는 것 또한 큰 재미일 것이다.
동해룡은 실로 오랜만에 유쾌한 기분을 느끼며 그대로 호수 속으로 잠겨 들었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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