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Star Player's Lucky Draw RAW novel - Chapter (412)
412화
성녀로부터 제안받은 마계 탐색 퀘스트.
퀘스트 조건이 3차 전직이었기에 지금까지 미루고 있던 퀘스트였다.
그리고 이번 동해룡 원정으로 3차 전직도 마쳤던 터라, 내심 다음 행선지로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또 타이밍이 맞아떨어졌다.
“금속의 이름까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단지, 피처럼 붉은색, 그리고 미스릴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 금속이어서 나 스스로는 ‘크림슨 미스릴’이라고 불렀었다.”
“크림슨 미스릴이라…… 붉은색 계열이면 마침 딱 좋네요. 마계에서 구하기 쉬운 금속인가요?”
“글쎄. 확실하진 않군. 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내가 마계를 탐험하며 크림슨 미스릴을 발견한 건 딱 한 번뿐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발견하지 못한 것일 뿐, 의외로 흔한 금속일 수도 있다고 로한이 덧붙였다.
“아무튼 그 크림슨 미스릴을 구할 수 있다면 인형합일로 로이어드와 합체…… 아니 탑승도 가능하다는 거죠?”
“정확한 것은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아마도 가능하겠지. 적어도 인형과 관련된 일이라면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그리 많지 않으니.”
“아.”
“애초에 마도왕 드렛슈의 인형술과 인형들은 그 원류가 나에게 닿아 있지 않은가. 그 뿌리가 같음이다. 나의 지식을 통해 스킬과 인형을 조금 변형하는 것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힘은 잃었을지언정 지식만은 아직도 살아 있다.’
담담한 어조로 말하는 로한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룸’에서 유유자적 세월을 보내는 터라 그 위엄을 잊어버릴 때가 많지만, 로한은 드렛슈보다도 훨씬 더 오래전에 대륙을 지배했던 초고대제국의 지배자였다.
신화 클래스 ‘룰러’.
이름 그대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자.
권속에 관련된 직업의 끝판왕 같은 존재다. 특히, 인형에 관해서라면 경지의 끝을 본 인물이 바로 ‘로한 대제’다.
-맞아. 확실히 그런 설정이었지. 드렛슈가 로한의 연구 일지를 발견해서 인형들을 만들었다고 말이야.
“그렇죠. 아스타로트 때, 그렇게 들었었죠.”
드렛슈가 로한의 연구 기록을 통해 인형술과 일곱 인형들을 창안했으니, 어찌 보면 로한이 드렛슈의 인형술 스승인 셈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인형합일 스킬을 약간 변형시키는 정도는 정말 가능할 것도 같았다.
“일단 대상 인형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봐야겠군. 괜찮겠는가?”
“아, 네. 물론이죠. 로이어드도 괜찮지?”
로이어드 역시 합체 탑승뽕에 취해 있는 상태였기에 흔쾌히 허락했다.
그러자 로한은 품속에서 외눈 안경 같은 걸 꺼내서 장착한 뒤, 로이어드의 몸체 이곳저곳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약 5분.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로한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인형합일. 완벽하게 똑같진 않지만, 나 역시 비슷한 스킬을 가지고 있긴 했었지. 어떤 원리인지 대충 짐작이 가는군.”
조사를 마친 로한이 이번에는 카르페를 쳐다보았다.
“이 골렘 인형은 카르페 그대가 직접 도면을 그렸다고 들었다. 그 도면을 내게 보여다오.”
“아, 잠시만요. 도면이라면 엘리스가 보관하고 있을 텐데…….”
“아, 네! 근처에 있어요. 제가 들고 올게요.”
엘리스가 공방 어딘가에서 로이어드의 설계 도면을 가져와서 테이블 위에 촤악 펼쳤다.
“이게 후예님과 군사님께서 제작하신 로이어드 님 초안 도면이에요.”
“……체장 25.6m, 무게 30톤? 그대는 정말 이런 크기의 골렘을 2족 보행으로 구현하려고 했던 것인가?”
로한의 어이없다는 눈초리에 카르페와 천마가 눈길을 슬쩍 피했다.
“크흠. 그 로망이란 게…… 좀…….”
-젠장. 그 정도 물리 법칙쯤은 좀 무시해도 되는 거잖아! 마법으로 운석도 떨구는 세계관인데 왜 그런 데서만 묘하게 현실적으로 구는 건데!
“……엘리스. 그대가 고생이 많았군.”
“아하하. 그래도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아, 그리고 이쪽이 초안을 기반으로 해서 다시 그린 도면이에요.”
엘리스가 또 다른 도안을 좌악 펼쳤다. 현 로이어드의 제작 도안이었다.
도면을 살펴보던 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훌륭한 설계 도면이다. 역시, 엘리스 그대는 훌륭하구나. 인형술을 전문으로 하지 않았음에도 대단한 완성도다.”
“에헤헤. 감사합니다.”
“다만, 약간 비효율적인 흐름이 존재하긴 하는군. 이 부분을 개량한다면 조금 더 높은 출력을 기대할 수 있겠지. 또한 크기 역시 더욱 키우는 게 가능하다.”
“오오. 그러면?”
“그래. 25미터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대가 탑승 혹은 합체를 할 만한 수준까지 변형은 가능할 것 같다. 물론, 크림슨 미스릴이 있다는 전제하다.”
“크으. 역시 로한 님이십니다.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구해 오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점이 있다.”
“응? 어떤 거요?”
“조금 더 연구해 봐야겠지만, 예상대로라면 로이어드와 인형합일 시, 지금의 형태보다 근력과 체력 수치가 감소할 것이다. 대신, 민첩 수치가 크게 상승하는 형태가 될 것 같은데…… 아마 외양도 지금보다 날렵한 형태가 될 것 같군.”
이게 무슨 소리지.
곰곰이 로한의 말을 곱씹던 카르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 그러니까 로이어드랑 인형합일을 할 시, 로이어드가 민첩 폼(Form)으로 형태가 약간 바뀐다 이건가요? 평소에는 그대로고?”
“그러하다.”
“그리고 인형합일이 발동하면 민첩 폼 상태의 로이어드에 제가 탑승하는 거고?”
“정확하다.”
“워…….”
-지리네…….
뭐야, 그거? 개쩔잖아요!
로이어드에게 탱커 폼과 민첩 폼 두 개로의 변신이 가능하단 얘기 아닌가. 탑승도 가능하고!
카르페가 감동한 눈빛으로 로한을 쳐다보자, 로한이 슬며시 웃었다. 평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로한의 보기 드문 미소였다.
“나 역시 남자다. 그대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는바, 전력으로 이 개조를 완성시켜 보이겠다. 나도 그 로망에 탑승하게 해다오.”
“믿고 있었다고! 젠장!”
-이거 방해하는 놈은 마계 대공이고 마왕이고 마신이고 다 썰어 버린다. 진.심.이.다.
그 순간, 카르페의 눈앞으로 퀘스트창이 등장했다.
띠링.
[특수 퀘스트 : 인형합일 개조] [퀘스트 제한 : 마도왕의 의지를 잇는 자, 강철의 로이어드 보유, ‘로한 대제’가 플레이어에게 일정 이상 호감도를 가지고 있을 것.] [거대 골렘에 탑승. 당신의 발상은 머나먼 옛 존재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인형의 끝에 도달한 자가 당신을 위해 전력으로 나설 것입니다. 특정 재료를 구해서 로한 대제에게 전달하십시오. 인형의 개조가 가능해집니다.] [퀘스트 성공 시 : 강철의 로이어드 New Form, 인형합일 시, 추가 능력치 변화.] [퀘스트 실패 시 : 변화 없음]“크아아아아-!”
“……저는 아직 이해하기 힘든 세계인가 봐요.”
의기투합하는 남성들을 보며 엘리스가 슬쩍 뒷걸음질 쳤다.
* * *
지금 당장 마계로 출발!
……하고 싶었으나 아직 준비가 조금 더 필요했다.
-마계란 곳은 이곳과 다른 세상이지. 서식하는 몬스터의 특징도 완전히 다르고 환경도 달라. 그에 대한 대비 없이 무작정 갈만한 곳이 아니야.
한 번 마계로 넘어가면 인간계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정령계가 그러했던 것처럼, 특정 포인트를 찾아야만 인간계로 돌아올 수가 있었다.
때문에 마계로 입성하기 이전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준비를 끝마치고 넘어가야만 했다. 각종 소비 아이템을 넉넉하게 구비하는 건 물론이고, 그에 더해서 카르페의 전력을 더욱 끌어올려야만 했다.
-그리고 자고로 전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템빨만 한 게 없지.
“그렇죠. 슬슬 아이템을 바꿀 만한 타이밍이긴 했습니다.”
무기나 특수, 히든 부위 아이템은 괜찮다. 레벨에 따라 성장 옵션이 붙어 있고 추가 옵션도 훌륭해서 쭉 써도 괜찮았지만, 방어구는 그게 아니었다.
일반적인 방어구 장착 부위는 모두 다섯 부위.
머리, 가슴, 팔, 다리, 신발이다.
현재 카르페가 장착하고 있는 아이템은 투구 부분이 에픽+ 아이템인 ‘마신기 : 호레울의 지혜’.
그리고 신발 부분이 레전더리 등급의 ‘고대 왕국의 섬광 부츠’였다.
이 두 부위 말고 나머지 세 부위는 드워프 ‘붉은 모루 일족’에게 선물받은 히어로 등급 ‘엘레멘탈 세트’를 착용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방어구 안 바꾸고 오래도 썼네요.”
-히어로 세트템이면 3차 전직 전까지는 충분히 쓸 만하니까 급할 게 없었지. 무기나 액세서리에 비하면 중요도가 떨어지는 부위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제는 바꿀 때다.
특히, 마계의 몬스터들은 ‘암(暗)’, ‘마(魔)’ 속성이 대부분인지라 그에 맞는 특화템을 가져가야 한다는 게 천마의 설명이었다.
-암 속성 몬스터에게 추가 타 옵션, 악마 몬스터에게 받는 데미지 감소 등등. 이런 걸 왕창 땡겨 와야지.
“흐음. 그런 아이템 매물이 있으려나요.”
-뭐, 지금 타이밍에선 거의 없겠지. 원래 정상적인 방법으로 마계를 방문하려면 200레벨은 넘어야 하니까. 아직, 악마와 관련된 아이템이 풀릴 만한 시점이 아니야.
“그러면?”
-직접 만들어야지. 지금까지 제작 재료도 잔뜩 모아 왔잖아?
천마의 말대로였다. 카르페의 인벤토리와 룸 속 창고에는 그동안 모아온 마법 소재나 재료 아이템이 가득 저장되어 있었다.
-동해룡 쪽 퀘스트로 콜카니언까지 얻었으니 그걸 기반으로 마계 특화 장비를 제작하는 방향으로 가 보자고.
“크으. 오랜만에 망치질 순간이 왔는가.”
전투 부분이 워낙에 강력해서 묻히는 감이 있지만, ‘마도왕’ 클래스는 어디까지나 제작 계열 직업이기도 했다.
직업 전용 8성 스킬 ‘마도 공학’에는 장비의 제작 기능도 들어 있었고, 게임 초창기에는 카르페 역시 ‘바람셋’ 같은 걸 직접 제조해서 입었었다.
“좋아. 마침 콜카니언 기본 도면도 있으니까요.”
어인족 마을에서 각종 퀘스트를 해결했을 때, 어인족 마을의 무기 장인의 퀘스트를 해결해주고 콜카니언과 장비 제작 도면을 보상으로 받은 적이 있었다.
이로써 장비 제작의 3요소인 재료, 스킬, 도면이 다 있는 상황.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콜카니언 장비를 제작할 수 있었다.
다만…….
“기본 도면으로 만들 수 있는 건 좀 아쉽단 있단 말이죠.”
카르페가 상태창을 열어 도면 정보를 불러왔다.
띠링.
[바다의 기운을 품은 콜카니언 방어구 세트] [필요 소재 : 콜카니언(필수)] [제작 등급 : 레어 ~ 히어로] [어인족이 오랜 세월 사용해 온 전통 방어구입니다. 기초에 충실한 도면으로 튼튼한 콜카니언 방어구를 제작할 수 있는 도면입니다.]어인족 장인에게 받은 기본 도면으로 아이템을 제작할 경우, 제작 아이템의 기대 등급이 최대 히어로 등급이다.
나쁘진 않지만…… 솔직히 지금의 카르페가 만족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등급이었다.
“이거보다 더 뛰어난 도면이 필요해요. 그것도 악마 관련 옵션이 들어간 녀석으로.”
라세의 시스템상, 도면의 개조는 정말 뛰어난 장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행위였다.
설령 카르페가 ‘마도 공학’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도면 개조는 불가능한 일.
하지만 카르페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벌컥!
“여러분. 조금 도움이 필요합니다.”
“어머. 새로운 일거리인가요? 너무, 좋아요!”
“심심하던 차에 잘 되었군.”
카르페가 다시 공방으로 들어서자 로한과 엘리스가 카르페를 반겨 주었다.
도면 개조?
세기의 대천재가 두 명이나 있는데 그깟 도면 개조가 문제겠는가?
“흐음. 그렇군. 이 콜카니언 도면을 악마 특화 쪽으로 유도하면 되는 것인가. 나쁘지 않군.”
“으음. 이건 어떨까요? 다른 몬스터의 소재가 추가로 더 필요하지만 좋은 방향으로 개조가 될 것 같아요.”
“나쁘지 않군. 그럼 이건…….”
워커홀릭에 빠진 공돌이 공순이는 오늘도 갈려 나간다.
그저 평범한 하루였다.
뽑기로 강해진 10성급 플레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