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100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100화
100. 7라운드 종료
‘드디어 가장 얻고 싶은 걸 얻었다.’
현실에서 지배권을 사용할 수 있다?
그 말은 누군가를 원하는 대로 완벽하게 조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구한테 써야 할지는 이미 정해뒀지.’
씨익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데 그를 쳐다보는 시선이 있었다.
내기에서 진 9인의 천사들이었다.
‘빌어먹을, 검은 낫이 설마 이번에도 1위를 할 줄이야!’
‘저 인간은 어떻게 생겨 먹은 게 맨날 1위야?’
‘공략법이 유출이라도 된 거 아니야?’
어이가 없다 못해 화가 났다.
당장이라도 머리를 풍선처럼 터트려버리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들에겐 시살 능력이 없었다.
이미 초반에 기선을 제압한답시고 사용해버렸으니까.
아마 천사 중 90%는 시살이 없을 것이다.
[흐흐, 뭘 그렇게 뚱한 표정을 짓고 있어?]프리실라가 웃는 낯으로 다가오자 천사들이 비 맞은 강아지처럼 움츠러들었다.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다들 내가 왕이 된 데에 이견은 없지?] [그, 그럼. 프리실라가 이제 왕이지.] [맞아. 우리 프리실라는 이제 뭐 하고 싶어?] [안내역은 누구한테 맡길 거야?] [잠깐, 잠깐. 질문들에 답하기 전에.]프리실라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다들 내 앞에 꿇어.]◀ ROUND 7 종료 ▶
[전 구역]└생존자 : 3,463,533
[해당 구역 C2-ESKA003]└생존자 : 2,461
* * *
“후우.”
귀환하자마자 마경록이 한 일은 주변을 돌아보는 일이었다.
“여긴, 호텔인가?”
설마 이마저도 환상은 아니겠지?
그런 생각에 몇 번이고 볼을 꼬집어보며 집 안을 둘러봤다.
혹시 몰라 전화까지 넣어봤다.
“안 실장. 돌아왔어요?”
-대표님! 무사하셨군요.
“지금 이거 현실 아니죠?”
-예? 현실입니다. 대표님.
“확실해요?”
-확실합니다. 집계 결과는 물론 귀환 축하 메시지까지 떴는걸요.
“그래도 모르잖습니까. 그마저도 꾸며진 환상일지.”
-에이, 설마 그럴 리가요. 아, 자, 잠깐만요. 정말 그러면 어떡하죠?
대표의 얘기를 들으니 갑자기 불안해진 안상철이었다.
“일단 내 방으로 오세요.”
-알겠습니다.
마경록은 평소처럼 위스키로 속을 달랬다.
찰랑-
위스키 잔을 들고 호텔 밖의 풍경을 바라봤다.
어둠 속에 수놓은 불빛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진정되곤 한다.
‘정말 현실로 돌아온 건가?’
하도 환상에 당해서 그런지 좀처럼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니, 믿기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끊임없이 의심이 들었다.
그만큼 마경록이 당한 정신적 대미지는 컸다.
‘내가 본 게 환상이었다고?’
형제들이 자신을 압박하며 옥상에서 자살하라고 부추기는 광경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환상이었다.
‘설마 환상이 아니라 미래를 본 건 아닐까?’
앞으로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불안해졌다.
빨리 회사를 키워서 아버지에게 인정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똑똑-
“들어오세요.”
안상철이 들어오더니 예의 바르게 머리를 숙인다.
“대표님, 괜찮으십니까?”
“난 괜찮아요. 환상에 워낙 데여서 그런지 잠깐 현실이랑 구별이 안 되더라고요.”
“대체 무슨 환상을 보셨길래…….”
“…….”
마경록은 말없이 위스키만 마셨다.
실수했음을 깨달은 안상철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쓸데없는 말을…….”
“그냥 재수 없는 꿈을 꿨다고 생각하렵니다.”
쪼르륵-
마경록이 돌아서며 위스키 잔을 따라줬다.
“그런데 안 실장은 괜찮습니까?”
“아…… 저도 괜찮지는…….”
“무슨 환상을 봤는데요?”
“그게…….”
안상철은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마경록이 자신의 목을 졸랐다고는.
“그냥 어두운 이야기죠…….”
“뭐, 다들 그렇겠죠.”
한입에 위스키를 털어 넣은 마경록이 인상을 찌푸렸다.
“살아남았는데도 기분이 참 더럽군요. 하.”
자조적인 웃음을 지은 그가 문득 한 사람을 떠올렸다.
“예언자도 환상에서 살아남았을까요?”
“안 그래도 궁금하실 것 같아 이쪽으로 오면서 전화를 걸었는데 살아계셨습니다.”
“그렇습니까? 하긴 유혹에 현혹되지 말라고 말한 당사자가 죽었을 리는 없겠죠.”
당연한 걸 물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마경록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유혹에서 벗어나는 게 공략법인 줄 알고 있었다면 당연히 예언자가 전 구역 1위를 해야 정상 아닐까요?”
“어? 그것도 그렇네요?”
“근데 집계 결과에 예언자로 보이는 닉네임은 없었단 말이죠.”
전 구역 1위는 언제나 그렇듯 검은 낫이었다.
2위는 약혼녀고 3위는 자신이었다.
예언자의 닉네임은 모르지만, 순위권에 없는 건 확실했다.
“예언자라면 바로 유혹을 뿌리쳤을 텐데…… 일부러 클리어를 늦춘 걸까요?”
“모르겠네요.”
의아한 부분이었지만 그들은 몰랐다.
환상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으면 아예 진행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예언자가 살아남았다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었음을.
“뭐, 나중에 만났을 때 물어보면 알겠죠.”
마경록은 일단 잠이나 자기로 하고 안상철을 물렀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안 실장도요.”
안상철이 나가고, 침대에 몸을 뉜 마경록이 천장을 바라봤다.
“…….”
정신적인 충격이 크다.
잠을 청하고 싶었지만, 눈이 말똥말똥했다.
그날, 마경록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악몽을 꿀까 봐 두려웠다.
* * *
점심이 되자 류민은 민주리와 식사 자리를 가졌다.
일찍이 8라운드 정보를 전하기 위함이었는데.
‘너무 일찍 만나자고 했나? 상태가 영 아니네.’
민주리는 생각한 것보다 더 멘탈이 털린 상태였다.
“주리야. 왜 그래? 입맛이 없어?”
“아, 아니. 맛있어, 맛은 있는데…….”
입맛과는 별개로 정신적인 충격이 컸다.
7라운드는 정말 민주리에겐 힘든 라운드였다.
류민이 생각을 읽기 위해 은근히 떠봤다.
“왜? 무슨 환상이었는데 그래? 그렇게 괴로운 환상이었어?”
“모, 몰라…….”
차마 말할 수 없었던 민주리가 고개를 푹 꺼트렸다.
고개를 들었다간 벌게진 얼굴이 들킬 것만 같았다.
‘아…… 괴로운 게 아니라 부끄러워서였구나.’
생각을 읽은 류민이 오히려 크흠, 헛기침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자신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차마 유혹을 떨쳐내기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무슨 환상이었는진 몰라도 7라운드는 잊어버려. 이미 지나간 라운드잖아.”
“그, 그래야지.”
“그나저나 8라운드에 대해 말해줄 게 있어.”
류민이 평소처럼 예언했다.
근처에 투명화를 쓴 제프리가 있었지만, 눈치를 볼 필요는 없었다.
일부러 들으라고 말하는 거니까.
‘아마 내 예언을 크리스틴에게 전해주겠지.’
크리스틴의 성격상 한 번의 예언만으로는 믿지 못할 거다.
그렇기에 엿들어도 상관없다.
크리스틴의 믿음을 사기 위해선 오히려 들어주는 게 좋다.
“그러니까 8라운드는 NPC가 나온단 말이지?”
“응. 만들어진 NPC인지, 실존하는 이계의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류민은 이번만큼은 최대한 자세하게 공략법을 설명했다.
7라운드와 달리 8라운드는 경험치를 얻을 요소가 많다.
즉, 이것저것 공략해서 레벨을 최대한 올려야 하는 라운드다.
류민은 지금 그에 대한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한가지 알아둘 것이 있어.”
“뭔데?”
“8라운드만큼은 검은 낫과는 같이 다닐 수 없을 거야.”
“응? 어째서?”
그 이유에 대해서도 말했다.
민주리는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체 왜? 검은 낫님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는 나도 몰라. 난 그저 미래를 볼 뿐이니까.”
뻔뻔하게 말한 류민이 의아해하는 민주리를 쳐다봤다.
갑자기 일전에 겪었던 환상이 떠오른다.
자신의 정체를 알았다는 이유로 칼에 찔리고 이용당하는 그녀가.
‘그건 그저 환상일 뿐이야. 개꿈이나 마찬가지라고.’
민주리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위험해질 일은 없다.
‘내가 그렇게 두지 않을 테니까.’
류민은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주변 사람을 절대로 위험에 처하게 하지 않겠다고.
* * *
“이 세상에 믿을 것은 오직 신뿐 입니다. 모두 선창하고 구원받으십시오!”
“신이시여!”
“믿습니다, 믿습니다!”
수많은 신도의 기도를 뒤로하고, 예배를 끝낸 네이선이 집무실로 돌아왔다.
크리스틴이 어쩐지 뚱한 얼굴로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응? 언제 왔느냐?”
“조금 전에요.”
“그래,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7라운드에 관해서 묻는 게 먼저 아니에요?”
“그건 이미 제프리를 통해 들었다. 환상으로 점철된 사특한 라운드라지?”
“네.”
“무슨 환상을 보았지?”
“아버지에 관련된 환상이요.”
“나?”
“아버지가…… 신도들에게 위협당하고 있었어요. 저는 자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고요.”
“……그것참. 생각할수록 간악한 요술이구나.”
“아버지가 믿는 천사들이 한 짓이에요.”
“아니, 그럴 리가 있겠느냐. 저것들은 천사의 모습을 한 악마다. 사탄은 때로 우리 앞에 익숙한 모습으로 나타나곤 하지.”
“그럼 이 모든 게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는 거예요?”
“당연한 소릴 하는구나. 신앙심이 부족한 게냐? 아니면 악마에 홀린 게냐?”
“그냥…… 믿었던 것들이 배신당하는 환상을 보니까 마음이 싱숭생숭해서요.”
“쓸데없는 걱정은. 너는 혼란한 세상에 하나님이 내리신 메시아고 구세주다. 레벨을 올리며 사람들을 구하는 데만 신경 쓰면 될 일이야. 다른 생각은 일절 하지 말거라.”
“예…….”
“그리고 네가 전에 말한 예언자 말이다.”
“그 한국인이요?”
“그래. 제프리에게 물어보니 그자의 예언이 어느 정도 들어맞았더구나.”
“유혹에 현혹되지 마라, 말이죠? 맞아요. 솔직히 안 믿었었는데 알고 보니 퀘스트를 깨는 키워드더라고요.”
“아무래도 그 예언자와 가까이하는 게 좋겠다.”
“예?”
의외의 말이었는지 크리스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보수적인 아버지의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거 한 번 맞혔다고 믿는 거예요?”
“예언이 맞다면 도움받아서 나쁠 거 없지 않겠느냐.”
“하지만 우연히 맞혔을 수도…….”
“내가 제프리를 시켜 조사해 보니 그리 위험한 사람은 아니더구나.”
“뒷조사하셨어요?”
“집과 회사만 오가는 평범해 보이는 예언자였지.”
“…….”
크리스틴은 뒷조사를 시킨 아버지를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해했다.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자신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마경록을 약혼자로 삼기 전에도 그랬다.
‘제프리 집사님을 시켜 일주일 내내 그 사람의 뒷조사를 했었지.’
그 당시 별달리 걸릴만한 게 없었기에 약혼자로 삼은 것이었다.
“아버지가 보기엔 그 사람의 도움을 꼭 받아야 한다고 보는 거예요?”
“네 약혼자도 받고 있지 않느냐. 같이 사업까지 하는 사이이고.”
“그렇지만 사기꾼일 가능성이…….”
“그러면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요? 크리스틴?”
마침 시기적절하게 제프리가 돌아왔다.
“제프리. 갑자기 무슨 말이지?”
“제가 방금 그자로부터 8라운드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왔습니다.”
입수가 아니라 엿들은 것에 불과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건 정보였으니까.
“8라운드? 예언을 들었다는 말인가?”
“예. 이번엔 꽤나 상세하게 말하더군요. 크리스틴이 믿지 못하겠다면 8라운드를 겪어보고 나서 판단해도 될 것 같습니다.”
“으음. 나쁘지 않은 생각이군.”
“차라리 그럴게요.”
하지만 얼마 뒤, 세 사람은 굳이 엿들을 필요가 없었음을 알게 됐다.
예언을 자기만 알기엔 미안했던 마경록으로부터 전화가 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