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235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235화
235. 대천사의 제안
‘저기, 천사님? 천사님?’
소소한 먹방이 속으로 몇 번이고 물었지만, 천사에게서 대답은 없었다.
‘내 말이 안 들리나?’
아무래도 속마음을 읽는 게 아니라 자기 의사만 전달할 수 있는 모양이다.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다고 그러지?’
천사를 따라가던 먹방이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어느새 초원 위의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일 정도로 멀리 와버렸다.
‘대체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뭘 하려고 나를 이런 곳까지…… 설마?’
먹방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웠다.
‘남들 몰래 히든 보상을 주려고?’
그동안 악착같이 살아온 자신의 노력이 천사들에게 인정받은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남들 모르게 따로 불러서 보상을 주려는 거고.
그런 희망적인 생각은 천사가 하늘에서 내려올 때까지 계속됐다.
[뭘 그렇게 실실 웃는 거죠? 인간?]“아, 아닙니다. 헤헤. 그나저나 저에게 볼 일이라는 게 뭔지…….”
[볼 일이 있는 건 제가 아니고 대천사님이세요.]“대천사님?”
[이유는 모르겠지만 대천사님께서 당신을 만나고 싶어 하시거든요. 영광으로 아시길.]먹방은 속으로 연신 쾌재를 불렀다.
‘역시! 역시 히든 보상일 줄 알았어!’
소리를 지르며 방정맞게 뛰고 싶었지만 천사 앞이라 인내심을 발휘했다.
다만 올라가는 입꼬리만큼은 어쩌지 못했다.
[왜 자꾸 웃는 거죠?]“하하, 아, 아닙니다. 대천사님을 뵙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서요.”
[뭘 좀 아시는군요. 일단 대천사님을 만나러 가볼까요?]“네!”
[10초 동안 제 손을 잡으세요. 천계로 이동할 테니.]“아.”
처음 잡아본 천사의 손은 부드러웠다.
싱긋 웃는 미소가 따스한 봄날의 햇살 같았다.
‘아아, 천사님. 저 지금 사랑에 빠진 것 같…….’
영원 같던 10초가 지나는 순간, 먹방은 더는 생각을 이을 수 없었다.
과연 천계라 할 만큼 찬란한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해할 수 없는 메시지가 붉은 글씨로 주르륵 떠올랐으니까.
[당신은 라운드 진행 중 자리를 이탈하였습니다.] [1시간 내로 진행 장소로 돌아가지 않으면 플레이어 자격을 박탈합니다.] [자격 박탈까지 남은 시간 : 00:59:59]“어? 이, 이게 무슨 소리지? 자격 박탈? 천사님. 저 지금 이상한 메시지가 떴…….”
천사의 얼굴을 본 먹방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따스한 봄날 같던 얼굴은 어디 가고 사악한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기에.
[킥킥, 멍청하게 오란다고 따라왔네?]“천사……님?”
[뭘 천사님이야. 버러지 같은 인간 놈이. 재수 없게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평소에 존댓말을 꼬박꼬박하던 천사의 말투 또한 달라져 있었다.
천계에선 존댓말 할 이유 따윈 없다는 듯.
충격받은 먹방을 뒤로하고 천사가 허공을 향해 중얼거렸다.
[네, 네. 방금 데려왔습니다. 아,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는지 먹방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나, 날 속였구나! 보상을 주는 게 아니었어!”
[미친 인간인가? 내가 언제 보상을 준다 했지? 그리고 난 딱히 거짓말하지 않았는데? 대천사님이 뵙고 싶어 한다는 말은 사실이니까.]“뭐?”
그때, 눈앞에서 광휘가 일었다.
반사적으로 눈을 깜빡였더니 못 보던 천사가 보였다.
그것도 안내역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날개와 기품을 가진 미남자의 천사가.
[미천한 종이 지엄하신 대천사님을 뵙습니다.] [일어나라. 밀렌.] [하앗?! 제, 제 이름까지 아시다니. 여, 영광입니다!]먹방은 방금까지만 해도 으르렁거리던 천사가 수줍은 소녀 같은 표정을 짓는 걸 보고 현타를 느꼈다.
조금 전까지 사랑에 빠졌던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았기에.
[넌 이제 돌아가서 라운드를 진행하거라. 너무 자리를 비우면 의심받을 수도 있으니.] [알겠습니다. 만나 봬서 영광이었습니다. 그럼 이만…….]밀렌이 사라지자 구름 위엔 남자 천사와 먹방만이 남았다.
[난 7인의 대천사…… 아니, 3인이라고 해야 하나? 3인의 대천사 중 서열 2위인 가브리엘이다. 네 닉네임은 ‘소소한 먹방’이겠지?]“그, 그렇습니다.”
먹방은 자기도 모르게 존댓말로 답했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기품이며 위압이며 여태까지 봤던 천사와는 차원이 달랐기에.
[메시지를 봐서 너도 알겠지. 1시간 후면 넌 플레이어 자격이 박탈된다. 단순히 천계에 왔다는 이유로 말이야.]“…….”
[물론 여기서 네가 다시 돌아갈 방법은 없다. 천계와 이계를 드나들 수 있는 건 여기 있는 천사들뿐이거든.]“저, 저한테 왜 이러시는 겁니까? 도, 돌아가게 해주십시오.”
[돌아가고 싶다? 오히려 자격이 박탈되면 더 좋은 거 아닌가? 더 이상 생존게임에 참가하지 않아도 될 텐데?]“아?”
듣고 보니 그랬다.
플레이어 자격이 박탈된다는 건 게임에서 제외된다는 뜻.
더는 생존을 이유로 싸우지 않아도 된다.
[그 대신 플레이어의 힘을 잃고 일반인으로 돌아가겠지만, 너로선 그게 더 나은 삶이겠지. 지금처럼 언제 소멸당할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그렇지?]“그, 그렇죠.”
말은 20라운드까지 클리어해서 소원을 이루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자신은 없었다.
앞으로 얼마나 어려운 퀘스트가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가능하면 돌아가고 싶어. 원래의 삶으로.’
복수고 나발이고 플레이어의 힘 따윈 필요 없다.
그저 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먹방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 그럼 저는 여기서 1시간만 기다리면 평범한 일반인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겁니까?”
[그렇지. 하지만 내가 그렇게 두지 않을 거다. 자격이 박탈되기 전에 널 다시 이계로 돌려보낼 거거든. 내 제안을 거절한다면 말이지.]“제안이요?”
[검은 낫이 누군지는 알고 있지?]대뜸 나온 닉네임에 먹방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알죠…….”
[녀석에게 원한을 갖고 있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느니라. 이미 다 조사해 봤거든. 검은 낫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걸. 너 같은 허접쓰레기를 여기로 부른 것도 그 때문이고.]“제, 제가 뭘 어쩌길 바라는 거죠?”
곧바로 맥락을 짚어내는 먹방을 보며 가브리엘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가브리엘의 손에서 번쩍하며 물건이 나타났다.
커다란 보라색 구슬이 박힌 낡아 보이는 책이었다.
[이것부터 받아라.]책을 받은 먹방이 무심코 구슬을 들여다봤다가 깜짝 놀랐다.
‘뭐지? 구슬 안에 뭔가 움직이는 듯했는데…….’
지금 보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착각이었나 보다.
“이, 이게 뭐죠? 이 기분 나쁜 책은?”
[일종의 워프 장치다. 이걸 플레이어의 몸에 갖다 대고 시동어를 외우면 천계로 데려올 수 있지.]“천계요?”
가브리엘이 끄덕이며 본론을 말했다.
[이걸 검은 낫의 몸에 붙이고 시동어를 외워라. 그러면 녀석을 천계로 강제 이동시킬 수 있지. 즉, 너처럼 플레이어 자격을 박탈시킬 수 있는 거다.]“아…….”
[어때? 내가 시키는 대로 검은 낫을 천계로 데려온다면 우승 후보인 녀석을 라운드에서 제외할 수 있다. 경쟁자인 녀석이 20라운드까지 가서 원하는 소원을 이루기를 바라는 건 아니겠지?]먹방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면 대천사의 말대로 검은 낫이 우승하고 만다.
무슨 일이 있어도 녀석이 잘되는 꼴은 보고 싶지 않다.
“그런데 왜 하필 검은 낫을 데려오라는 거죠?”
[녀석이 천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아주아주 큰 잘못을 저질렀거든. 그러니 천계로 와서 마땅히 벌을 받아야지.]“벌이라면 어떤……?”
[자세한 건 알 필요 없다. 그저 죽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울 거라는 것만 말해주지.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놈의 복수는 내가 대신해 줄 테니. 넌 그저 놈을 천계로 워프시키기만 하면 돼.]“그렇게만 하면 약속대로 저도 생존게임에서 제외해 주시는 거죠?”
[물론이지. 검은 낫을 처벌하고 나면 너도 천계로 데려와 플레이어 자격을 박탈시켜 주지. 더 이상 생존게임에 휘말리지 않고 일반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거야.]“설마 이계에서 커스터마이징 된 몸으로 살아야 하는 건 아니겠죠?”
[당연히 아니지. 플레이어 자격이 박탈되는 즉시 아바타는 사라지고 혼만 남을 거다. 물론 죄인을 잡는데 공조한 네 영혼은 지구로 돌아갈 수 있게 내가 힘을 써주지. 원한다면 천계에서 천사들과 살도록 도와줄 수도 있고.]마음 같아선 예쁜 천사들과 천국에서 토끼 같은 자식들을 낳으며 살고 싶은 먹방이었지만…….
‘천사들이 날 좋아할 리가 없지…….’
조금 전에 자신을 벌레 보듯 대하는 천사의 표정이 떠올라서인지 집으로 가고 싶은 먹방이었다.
“지구로 돌아가서 평범하게 살아갈게요.”
[그래?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도록 하지. 시킨 일만 제대로 완수한다면.]“할게요. 무조건할게요.”
먹방으로선 두 번 다시 없을 기회였다.
생존게임에서 벗어날 기회이자, 검은 낫에게도 복수할 기회.
손해 볼 것 없는 제안이었기에 거절할 수도 없었다.
‘책을 몸에 붙이고 시동어를 외우기만 하면 자격을 박탈시킬 수 있단 말이지?’
아무리 강한 검은 낫이라도 천계로 워프 당하면 어쩔 도리가 없으리라.
차원을 넘나들 방법을 가진 건 천사들뿐이라고 했으니까.
‘아마 아무것도 못 한 채로 자격이 박탈돼서 천사들에게 끌려가고 말겠지. 흐흐흐.’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 형벌을 내린다 했으니 복수로는 제격이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문제가 있었다.
“저기…….”
[뭐지?]“제가 이걸 검은 낫의 몸에 붙일 수 있을까요? 분명 기척 감지 때문에 가까이 가면 눈치챌 텐데…….”
[그래봤자 찰나의 시간만 있으면 되지 않느냐. 붙이고 시동어만 외우면 즉시 발동될 테니.]“그렇긴 한데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조금 걱정돼서…….”
우물쭈물하던 먹방이 본론을 말했다.
“아이템 같은 거 주실 수 없나요? 이왕이면 좀 좋은 걸로요. 붙이기도 전에 눈치채면 곤란하잖아요.”
‘이 빌어먹을 인간 새끼가…….’
찰나의 순간 가브리엘의 눈썹이 일그러졌지만 말 그대로 찰나였다.
[걱정 마라. 검은 낫은 라운드를 진행하느라 널 신경도 쓰지 않을 거다. 정 불안하면 마지막 10 웨이브에서 행동에 옮기던가.]“10 웨이브요?”
[그때가 되면 사람들이 꽤 혼란에 빠질 거거든. 네가 노리기 좋은 타이밍이라는 거지.]“아, 그때 움직이는 게 좋겠네요.”
[좋다. 시동어는 ‘라 그라시 베타옴’이다. 외워뒀다가 사용하도록.]“이상한 시동어네요. 알겠어요. 해볼게요.”
* * *
라운드가 시작되려는 순간.
소소한 먹방이 초원으로 돌아왔다.
대천사가 다시 이계로 워프시켜준 탓이다.
‘돌아왔구나. 꿈은 아니겠지?’
꿈도 뭣도 아니다.
인벤토리에 떡하니 천사에게서 받은 책이 들어와 있었으니까.
[?Ǹ??? ??Ȱ??]-분류 : 소모품
-등급 : 갓
-효과 : ?Ǹ? ????? ???? ????
-사용 제한 : 마스터 등급 이상
-설명 : ?ݰ? 10m?? ???????? ??ƸԾ? ?Ǹ? ????? ?????? ?ҷ??? ?? ?ִ? ??????. ?ٸ? ?????? ?????? ??ü?? 100???? 1?? ???ϴ?.
‘뭐라고 쓰여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네.’
천계의 물건이라 그럴까?
시스템상으로 몇몇 글씨가 깨져 있었다.
알 수 있는 건 소모품이고 갓 등급이라는 것뿐.
‘갓 등급은 처음 보는데…… 높은 등급인가?’
어쨌거나 이걸 검은 낫의 몸에 갖다 대면서 시동어를 외워야 한다.
몇 번이고 암기했기에 잊어먹을 일은 없다.
다만 문제는 검은 낫을 정말로 워프시킬 수 있느냐다.
‘해보는 거야. 대신 들키면 죽을지도…… 어? 그러고 보니 나 파티원이지 않나?’
파티원끼리는 죽일 수 없다.
그 점을 깨달은 먹방이 씩 입꼬리를 올렸다.
적어도 죽지는 않겠구나.
‘그렇다면 가까이 접근하기만 하면 된다는 건데…… 쉽네?’
알고 보니 생각보다 쉬운 임무였다.
‘그래도 10 웨이브까지는 버텨볼까?’
비릿하게 웃은 소소한 먹방이 사람들 틈바구니로 들어갔다.
10 웨이브가 되면 혼란을 틈타 계획을 실행하기로 마음먹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