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7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7화
7. 뒤통수
“저, 저 사람이 지금 뭐라고 했지?”
“더 좋은 보상을 달라고 한 거 같은데?”
“감히 천사님에게 흥정을……?”
“미친놈인가?”
“죽고 싶어서 환장했네.”
사람들이 수군거렸지만 천사의 귀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귀를 의심했을 뿐.
[지금 뭐라고 했죠? 인간?]“보상이 마음에 안 드니 더 좋은 걸로 바꿔 달라고요.”
잘못 들었나 싶어 물었더니 아니었다.
눈앞의 인간이 눈알을 똑바로 뜨고서 요구한다.
마치 당연한 권리라는 듯.
‘저 빌어 처먹을 인간 새끼가 감히 나에게?’
천사 브리엘의 고운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확 눈알을 파버릴까?’
위협적으로 노려봤지만, 인간은 여전히 당당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헛웃음마저 나왔다.
‘초반부터 나름대로 활약 좀 하길래 관심 두고 지켜봤었는데 이런 정신병자 같은 소리나 해대다니.’
고블린 좀 잡았다고 자신을 만만하게 보는 걸까?
어이가 없어서 당장에라도 머리를 터트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일회용이었던 시살(視殺)의 권한은 진즉에 써버렸으니까.
‘건방진 인간 새끼. 확 죽여 버릴 수도 없고…… 응? 잠깐.’
순간 생각을 이어가던 브리엘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못 죽일 게 뭐 있어? 죽이고 싶으면 죽이면 되잖아?’
좋은 생각이 떠오른 브리엘이 류민을 향해 말했다.
[더 좋은 보상을 원한다고 했죠?]어느 순간 류민을 감싸고 있던 장막이 사라졌다.
[들어줄 테니 따라오세요. 다른 인간들은 내가 올 때까지 대기하고 있고요.]그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기둥에 갇혀서 움직일 수도 없지만.
“더 좋은 보상을 준다고?”
“결국 저 검은 낫이라는 녀석의 말대로 해주겠다는 건가?”
“설마 천사에게 흥정이 먹힐 줄이야.”
“나도 한번 말해볼까? 보상 좀 바꿔 달라고.”
“아마 1위는 찍어야 들어주는 거겠지?”
“진짜로 보상을 바꿔주는 거라면 부럽네.”
사람들이 중얼거리며 천사를 따라가는 류민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류민은 그런 시선들을 보며 내심 혀를 찼지만.
‘부러워할 거 없는데. 천사가 데려가서 뭘 하려는지 알면.’
천사는 정말로 보상이나 주겠다고 자신을 데려가는 게 아니다.
‘보상이라면 여기서 줘도 되는데 뭐하러 장소를 옮기겠어?’
천사가 장소를 옮기는 이유는 하나.
‘조용한 곳으로 유인해서 날 죽일 심산이지.’
류민은 확신했다.
어째서 확신하냐고?
직접 겪어봤으니까.
천사에게 죽임을 당해봤으니까.
‘12회차였나? 처음 천사에게 뒤통수 맞았을 땐 정말 아찔했지.’
12회차 때 류민은 그동안의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고블린을 학살했다.
그 결과 처음으로 전 구역 1위를 찍어봤다.
‘그때 많이 기대했지. 1위는 얼마나 큰 보상을 받는 걸까 하고.’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1위라고 주어지는 특별 보상 선택 상자를 보고 류민이 한 말은…….
-생각보다 보상이 별로네.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린 불평이었다.
물론 불평이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불평을 천사가 들었다는 거지만.
‘그땐 몰랐지. 불평 좀 했다가 천사에게 찍힐 줄은.’
천사에게 찍힌 대가는 컸다.
더 좋은 보상으로 바꿔주겠다며 유인한 천사가 류민의 뒤통수를 쳤다.
고작 자신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죽었다.
류민이 천사를 절대로 좋게 볼 수 없는 이유였다.
부당한 죽임을 당했지만 천사가 그런 걸 신경 쓸 리가 없다.
‘천사에게 있어서 인간은 하등한 벌레에 지나지 않아. 죽어도 그만이지.’
지금은 비록 안내역을 맡고 있지만, 마음 같아선 인간들을 싹 다 죽이고 싶을 거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천사는 생각보다 강하지 않으니까.
‘초반 임팩트가 강했기에 사람들은 생각할 거야. 천사에겐 대적해선 안 된다고. 그랬다간 머리통이 터질 거라고.’
하지만 이는 다분히 의도된 상황이었다.
천사가 바라는 상황이었고.
머리를 터트린 것은 인간들을 효과적으로 통솔하기 위한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는다.
‘머리통을 터트린 건 어디까지나 일회성 능력이야. 안내역을 맡으면서 주어진, 단 한 명한테만 쓸 수 있는 천사의 특권이지.’
시살이라는 능력으로, 과거 회차에 천사를 고문해서 알아낸 정보다.
‘그런 특권을 초반에 사용했어.’
그렇기에 천사는 더 이상 머리를 터트릴 수 없었다.
류민이 겁을 먹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시살이 없는 천사는 무서워할 이유가 없지.’
다들 능력에 겁먹고 있어서 그렇지 천사는 생각보다 약하다.
날개 좀 달려 있고 몇 가지 재주를 부릴 줄 알지만 그것뿐.
신체 능력도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근육도 없고 보이는 것처럼 연약하다.
‘천사는 그냥 날개 달린 인간에 불과해.’
천사에게 죽은 류민은 다음 회차 때 바로 복수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들이 있다.
천사는 생각보다 약하다는 점.
그리고 천사를 죽이면 히든 보상이 나온다는 점이다.
‘히든 보상을 놓칠 수야 없지. 특히 유일 클래스인 사신으로 전직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면.’
천사를 죽이면 사신 전직에 필요한 아이템이 나온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류민은 계속해서 천사를 죽였다.
다음 회차도, 그다음 회차도.
일부러 1라운드부터 활약해서 천사의 눈에 띈 다음 흥정을 시도했다.
‘일종의 미끼를 던진 거지. 나를 물으라는.’
그때마다 천사는 날개 속에 숨긴 비수로 류민을 찔러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당하는 건 언제나 천사 쪽이었다.
‘뒤통수 맞는 건 12회차 때 한 번으로 족하다.’
이번에도 뒤통수를 맞기 전에 먼저 뒤통수를 치고 보상을 받는다.
그런 생각을 하는 그때, 뒤통수가 따가웠는지 천사가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뭘 그렇게 떨어져서 따라와요? 자꾸 고개 돌리게 할 거예요? 바짝 따라붙지 못해요?]“아, 예.”
류민이 잰걸음으로 다가섰지만 천사는 여전히 불만 가득한 표정이었다.
‘하여간 인간들이란, 꼭 큰소리를 쳐야 말을 쳐 듣는단 말이야. 쯧.’
말귀도 못 알아듣고 욕심도 많다.
좋아하고 싶어도 좋아할 수가 없는 게 인간이란 족속이었다.
‘벌레면 벌레답게 주는 대로 처받을 것이지 감히 보상을 요구해? 그래, 욕심부린 대가가 어떤 건지 내가 톡톡히 보여주지. 킥킥킥.’
생각만으로도 웃겼는지 브리엘이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그녀는 애당초 류민에게 보상을 바꿔줄 생각이 없었다.
그럴 능력도 되지 않는다.
‘시스템으로 정해진 보상을 내가 어떻게 바꿔줘?’
단지 달콤한 말로 유인했을 뿐이다.
눈앞의 인간을 목격자가 없는 장소에서 죽이기 위해.
‘플레이어를 죽이지 말라는 규정은 없으니까.’
안 그래도 시살로 초반에 한 명 죽이지 않았던가?
일회성이라 이제는 사용이 불가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죽일 순 없지. 그랬다간 위에서 무슨 소리 들을지 모르니까.’
플레이어를 죽이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지만 그렇다고 죽여도 된다는 규정도 없다.
오히려 개인적인 일로 플레이어를 죽이면 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
플레이어들이 나중에 형평성을 문제 삼아 반항이라도 한다면?
기껏 준비한 게임을 망친 꼴이 되니까.
그때가 되면 브리엘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목격자를 남기지 않고 죽이는 게 가장 깔끔하고 좋지.’
브리엘은 자신을 열받게 한 인간을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냥 두기엔 자존심이 용납지 않는다.
‘다른 인간들은 겁먹었는지 말을 잘 듣는데 랭킹 1위라는 인간은 보상을 흥정하며 심기를 거슬리게 한단 말이야.’
1위를 찍어보니 욕심에 눈이 돌아간 모양이다.
‘멍청한 인간 새끼. 가만히나 있었으면 중간은 갔을 것을.’
뒤에서 걷고 있지만 생각할수록 괘씸한 인간이었다.
‘저 지점만 지나면 바로 죽여주지.’
사람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진 천사가 걸음을 멈췄다.
작업하기엔 이쯤이 좋을 듯싶다.
[자, 보상을 원한다고 했죠? 어디 어떤 보상을…….]등을 돌린 그 순간, 천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눈 앞을 가리는 주먹을 보았으니까.
빠악-!
비틀거리다 주저앉은 천사가 한차례 머리를 털었다.
고통보다는 충격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뭐지? 설마 저 인간 놈이 날 때렸다고?’
곧이어 자신이 당한 상황을 깨닫고 고운 이마가 사정없이 구겨진다.
[이 빌어먹을 인간 놈이!]고개를 쳐들었지만, 인간은 눈앞에 없었다.
하지만 어디 있는지는 금세 알 수 있었다.
등 뒤에서 감촉이 느껴졌으니까.
류민은 다름 아니라 날갯죽지를 붙잡고 있었다.
[자, 잠깐! 뭘 하려는……!]뿌드득-!
소름 끼치는 소리와 동시에 천사의 입이 사정없이 벌어졌다.
“엄살은.”
축 늘어진 날개를 치우고 류민이 다른 쪽 날개를 잡았다.
도망치지 못하게 반대쪽마저 부러뜨릴 셈이다.
뿌드드득-!
[끼야야아아아아아!]“고통스럽나?”
천사는 비명을 지르다가도 어이가 없어져서 외쳤다.
[다, 당연한 소리를!]“5분 뒤면 그 당연한 질문을 네가 했겠지. 쿄호호호 같은 특유의 재수 없는 웃음소리를 내면서.”
[정신 나갔냐, 인간!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날개에 숨겨놓은 비수로 나 죽이려고 했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무는 천사의 모습에, 류민이 미소 지었다.
“그럴 줄 알았어.”
“애써 거짓말할 필요 없어. 얼굴에 다 티 나니까. 브리엘.”
천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인간 따위가 어떻게 내 이름을……?]“그건 알 바 없고.”
류민이 손을 들었다.
그의 손에는 어느덧 단검이 들려 있었다.
1위 보상으로 선택했던 스틸레토였다.
[뭐, 뭐 하는 짓이냐! 갑자기 무기는 왜……!]“보면 몰라?”
류민의 서슬 퍼런 눈빛에 브리엘은 입을 다물었다.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자신은 이 자리에서 곧 죽을 거라는 사실을.
일순 브리엘의 눈빛에 두려움이 떠올랐지만, 자존심은 꺾이지 않았다.
[머, 머리가 터지고 싶어서 환장한 거냐, 인간!]“너 이제 시살 능력 없잖아.”
[…….]정곡을 찔리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천사의 목소리에 당황이 묻어나왔다.
[이, 이런다고 네가 무사할 줄 아느냐! 분명 내 동료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다!]“동료는 무슨. 천사는 남의 일에 관심 없는 이기주의자들이라는 걸 내가 모를 줄 아나? 네가 죽든 말든 아무 상관 안 할걸?”
[그, 그런 것까지 알다니. 대체 어떻게……?]“알 거 없다니까. 이제 그만 가라.”
단검을 치켜들자 천사의 표정에 다급함이 떠올랐다.
[자, 잠깐! 이런다고 너한테 득이 될 건 없어!]“있어. 넌 모르겠지만.”
[날 죽이면 후회한다! 집에 돌아가지 못할 거다!]“갈 수 있어. 정산이 끝나면 자동으로 귀환하는 시스템이니까.”
[어, 어떻게 그런 것까지. 대체 모르는 게 뭐냐?]“글쎄.”
“정보는 필요 없어. 이미 다 뽑아먹을 대로 먹었으니까.”
[뭐? 언제…….]천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류민의 단검이 천사의 심장을 파고들었으니까.
[커흐륵!]눈자위가 커진 천사가 한차례 몸을 들썩하더니 축 늘어졌다.
찢긴 천사의 가슴팍에서 금빛의 피가 흘러나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류민의 시선이 떠오른 메시지로 향했다.
히든 보상에 관한 메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