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11
제110화
강설의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휘리릭-!
카렌과 카루나가 주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소환되었다.
“…….”
그들의 눈에 강설 앞에 자는 듯이 누워있는 미레이가 보였다.
화살이 잔뜩 박힌 몸.
그림자였던 몸의 검은 부분이 사라지자, 썩고 부패한 미레이의 신체가 보였다.
카루나가 앞으로 나서, 미레이의 시체를 안아 들었다.
“어디로 옮길까요, 주인님.”
“카루나.”
“묻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이미 이곳을 추억할 만한 것들은 사라졌다. 나무로 만들어진 집도, 주변 환경도.
강설은 적당한 자리를 골라 그녀를 묻어주었다.
작은 봉분이 만들어지고, 그 위에 부서진 나무 파편을 꽂았다. 나무 조각엔 미레이와 소딘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이 친구는 어떡할까? 짐승의 먹이로 두기엔 좀… 그런데.”
“하는 김에 같이 묻어주자.”
카렌이 들고 온 시체는 말라쿠스였다.
강설은 다른 사냥꾼들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없었지만, 죽어서 눈을 감은 말라쿠스에게는 관심이 갔다.
특히나 그가 죽어가면서 남긴 말에.
– 네놈들이 내 부모와 내 눈, 그리고 내 삶을 앗아갔을 때 디르는 내 곁에 남았다. 빛을 잃은 내게 빛이 되었어.
‘네놈들이라… 그림자 소환사가 놈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는지 몰라도, 강설 입장에서 그는 적이었다. 더군다나 조력자인 미레이를 살해한 적.
물론, 그 미레이가 원래부터 오래 살지 못하는 상황이었던 건 맞지만 결국엔 말라쿠스로 인해 오늘을 넘기지 못한 것이다.
강설은 지금 적을 동정하는 게 아니다.
말라쿠스가 가진 기묘한 느낌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그가 왜 이렇게 뒤틀리게 된 걸까.
“모르겠군.”
“주인, 그런데 그… 몸… 괜찮아?”
“아, 이거.”
휘리릭…
강설과 쟈마드의 몸이 순식간에 분리되었다.
[밤까마귀 형상을 해제합니다.] [직업 : 그림자 소환사 상태입니다.]쟈마드가 뻐근한지 그의 목을 매만졌다.
“다른 존재의 몸을 움직이는 건 생각보다 피곤한 일이군.”
“다음엔 내가 스스로 움직여볼게.”
“가능할까?”
“감각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어. 적응이 좀 필요하겠지만 언제까지 네가 조율할 수는 없으니까.”
“좋을 대로.”
카루나가 강설에게 말했다.
“미레이가 떠났군요. 안타깝습니다.”
“응, 떠났어. 잠깐 사이에 꽤 가까워진 것 같았는데.”
“그녀는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믿을 만한 사람이기도 했고요.”
“조금 더 일찍 그녀를 만났다면, 내가 요그나툰으로 향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운명의 뒷면을 엿보는 것만큼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요그나툰에서도 많은 사람을 구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말이 맞았다.
강설의 몸은 하나였고 지나간 선택을 후회하기엔 앞으로의 시간이 더욱 중요했다.
카렌이 밝은 목소리로 분위기를 띄웠다.
“지나간 건 지나간 거고, 이 악당 놈이 가지고 있던 거나 확인해보자!”
– 그래! 맞아! 어차피 스노우맨 주변 인물은 다 죽잖아!
– 스노우맨은 코난과 김전일의 가호가 함께해!
– 모두 죽어 나가지! 그러니까 대수롭지 않아!
– ㄹㅇ 생존자 세는 게 더 쉬움 ㅋㅋ
강설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음 모험도 준비해야 하니까.”
“좋아! 자, 그럼 연다.”
철컥-!
[악당의 소지품을 확인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능력 점수를 획득합니다.]
[알부자의 특수 능력이 발동합니다.]
[능력 점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울고 웃는 허리띠를 획득합니다.]
[돌풍의 반지를 획득합니다.]
[맑은 정신의 관을 획득합니다.]
[누군가 봐주었으면 하는 편지를 획득합니다.]
[백금화 10개를 획득합니다.]
[금화 37개를 획득합니다.]
[은화 1개를 획득합니다.]
[대형 붉은 물약 1개를 획득합니다.]
[중형 푸른 물약 12개를 획득합니다.]
……
[울고 웃는 허리띠]
등급 : 보물
적정 레벨 : 24 – 30
방어력 : 28
내구력 : 110/110
무게 : 0.1kg
웃는 얼굴과 우는 얼굴이 장식된 가죽 허리띠.
가끔 실제로 웃음과 울음이 들려올 때가 있다.
기본 능력 : 근력 + 5, 민첩 + 2, 체력 + 8
특수 능력 : 공격에 성공할 시 1분 동안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한다. 최대 7까지 중첩되며 중첩 시 지속시간이 늘어나지 않는다.
‘좋은 옵션.’
– 때리기만 하면 능력치가 오른다고?
– 올텟 7이면 전혀 적지 않은데…?
– 우주는 올텟 15니까 뭐… 글고 우주는 다른 옵션도 잔뜩 달렸잖아.
– 불세출이랑 보물을 비교하면 안 되지;
– 가죽이라… 가죽… 가죽이면…
가죽 허리띠는 자연스럽게 쟈마드의 차지.
“흠흠… 뭐, 수고했으니까.”
쟈마드가 허리띠를 챙겨가자 괜히 카렌이 추임새를 넣으며 아쉬워했다.
“그거, 질투하는 거냐?”
“질투? 질투는 누가 한다고….”
[돌풍의 반지]
등급 : 보물
적정 레벨 : 21 – 29
저항력 : 40
내구력 : 75/75
무게 : 0.1kg
가벼운 기운이 담긴 반지.
그 안에 담긴 힘은 고요하지만 한번 힘을 드러냈을 땐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다.
기본 능력 : 민첩 +2, 체력 + 3, 지능 + 3
특수 능력 : 움직일 때마다 바람을 축적한다. 축적된 바람이 최대치에 도달하면 돌풍을 일으켜 이동속도가 30% 상승한다.
‘능력치가 어정쩡하네.’
카렌이 우선 침을 바르려 했다.
“그러니까 이건… 음… 그러니까… 내 음….”
“기사가 사용하기에 좋은 물건은 아니네.”
“음… 내 말이 그 말인데… 음… 그럼 이건 설마 또….”
“흥, 잘 받아가지.”
쟈마드가 반지를 낚아챘다.
반지를 쟈마드에게 착용시키자 쑤욱 늘어나서 그의 손가락에 끼워졌다.
“넌 투갑이 있잖아! 반지가 들어가?”
“안에 공간이 있다.”
“…그렇다면 할 말은 없고.”
– 기둥 뒤에 공간 있어요.
– 투갑 안에 공간 있어요 ㅋㅋㅋㅋ
– 머쓱… ㅋㅋㅋ 카렌 지도 장갑 끼고 그 안에 반지 끼면서
카렌이 괜히 강설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거 둘이 무슨 일 있었어? 은근슬쩍 몰아주는 것 같은데… 변했어, 주인.”
– 그동안 네가 다 가져간 거잖아…
– 오빠 옛날이랑 변했어!(그대로임)
– 쟈마드…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겁니까…
[맑은 정신의 관]
등급 : 보물
적정 레벨 : 18 – 28
방어력 : 90
내구력 : 78/78
무게 : 0.5kg
답답한 것을 기피하는 성기사들을 위해 만들어진 관. 실용적이진 않지만, 기품이 있다.
기본 능력 : 근력 + 7, 민첩 + 4, 체력 + 7
특수 능력 : 원소 마법 저항력 5% 상승, 정신 마법 저항력 10% 상승, 전투 시 직접적으로 타격받지 않는 이상 신체에서 떨어지지 않음
카렌의 손이 슬금슬금 다가갔다.
그녀는 괜히 카루나의 눈치를 살폈다.
“나 가져도… 돼?”
카루나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자 카렌의 표정이 꽃처럼 만개했다.
“헤헤… 역시 카루나야!”
– 속보) 카루나 무득
– 카루나는 이 일을 기억할 것입니다.
– 하필 같은 기사가 둘이라 ㅋㅋㅋ
– 앞으로 템 분배 박터지겠네.
– 빡세게 굴러서 자식들 먹여 살려야 하는 스노우맨 ㅠㅠ
– 우리 세대의 가장입니다. 지금 부모님께 달려가 꽉 껴안아 드리는 건 어떨까요?
– 싫어하시는데요?
– 그건 당신이…
이 외에도 잡다한 물건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아무래도 위험한 모험답게 보상들도 전부 훌륭했고 수확도 썩 괜찮았다.
무거운 마음이 좀 덜어진 것일까.
강설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우고 마지막 보상을 살폈다.
[누군가 봐주었으면 하는 편지]
등급 : 일반
적정 레벨 : 없음
무게 : 0.1kg
편지에 무언가 적혀 있다.
특수 능력 : 알 수 없음.
‘이게 뭐야?’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는 것 같았다.
강설은 의아한 눈초리로 편지를 살피다가 그것을 펼쳤다.
“…….”
삐뚤삐뚤한 글씨체.
그런데도 꾹꾹 글을 써 나간 흔적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내용까지.
“…말라쿠스의 편지다.”
“뭐? 무슨 내용인데? 어디 봐봐.”
강설은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안녕하세요, 나는 말라쿠스입니다. 나는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글이 엉성해도 이 편지를 보시는 분께서 너그럽게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뭐지?”
“계속 읽어 봐.”
“나는 팀브리안의 영세 귀족 가문의… 뭐라고 쓴 거지? 후…계자… 맞나? 후계자였습니다. 적어도 얼마 전까지는.”
“아항, 귀족 나리께서 그림자 소환사들을 다 잡아 죽이고 다니셨구나. 가문의 숙원 사업이라도 되시나?”
“계속 읽어 볼게.”
– 이 편지를 읽고 계시는 분께서 이 편지를 어떻게 손에 넣으셨을까요? 저는 이 편지를 잠을 잘 때도, 치열한 전투 속에서도 늘 품에 넣고 다닐 계획입니다. 그런데도 이 편지가 누군가에게 전해졌다는 건 제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누군가에게 전했거나 그도 아니면…
“제가 당신에게 죽었단 뜻이겠죠.”
“음… 기분 나쁘네.”
– 어떤 결과라도 받아들여야겠죠. 당신에게 전할 어떤 이야기가 있습니다.
강설은 점점 편지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말라쿠스는 아직도 그날을 기억했다. 단란한 집이 불타고, 한때 기사였던 아버지와 마법사였던 어머니를 무참히 살해한 녀석들.
“하지 마! 엄마! 아빠아아!”
“이런… 저택에 아이가 있었습니다. 죽일까요?”
“되었다. 쓸데없는 짓까지 하고 싶지는 않구나.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 이만 돌아가자꾸나.”
애매한 키. 성별을 알 수 없는 목소리.
로브를 뒤집어쓴 자는 그대로 뒤돌아서 저택을 나가려 했다.
말라쿠스가 그자에게 덤벼들었다.
“왜, 왜 우리 엄마 아빠를 죽이는 거야!”
“…음? 맹랑하구나. 그야… 되살리기 위해서지.”
“뭐?”
휘이이이이…
어린 말라쿠스는 눈앞의 상황을 보고도 믿지 못했다.
부모님의 그림자가 일어섰다.
“거… 거…짓말….”
“이제 네 부모님은 영원히 살 수 있다.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말 거라.”
“이 나쁜 새끼들아아아아아! 우리 엄마 아빠 살려내에에!”
말라쿠스가 상대에게 달려들었다.
“이 녀석이….”
“아악!”
말라쿠스가 밀쳐지면서 상대의 장갑을 벗겼다.
손등에 검은 장미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말라쿠스는 넘어지는 와중에도 이를 기억에 새겼다.
‘검은 장미….’
“성가시군. 눈을 빼앗아라. 보아선 안 되는 것을 봐 버렸으니.”
“예!”
치이이익-!
뜨거운 꼬챙이가 말라쿠스의 두 눈을 지졌다.
“끄아아아아아!”
“이 나약한 녀석아, 내게 복수하고 싶으냐?”
“죽, 죽일 거야… 아파아… 너희를 반드시 찾아낼 거야….”
“…난 그림자 소환사다. 이름은 가르쳐주지 않을 생각이니 알아서 찾아오도록 해라. 그리고 잘 성장해서 날 찾아오면….”
어린 말라쿠스는 상대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이제 앞을 볼 수 없으니 상대가 눈앞에 있어도 알아볼 수 없을 것이었다.
그러니 필사적으로 다른 것들을 기억했다.
몸에서 나는 냄새, 변조가 가미된 듯한 목소리까지.
최대한, 잊지 않아야 했다.
잊지 않는다, 검은 장미 문신.
“너 또한 네 부모와 함께하게 해주마. 영원히….”
“꼬마야, 눈을 잃었으니 넌 어디 가서 구걸이라도 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거다. 큭큭….”
놈들은 그렇게 떠났다고 했다.
그렇게, 편지에 적힌 말라쿠스의 과거 이야기는 끝이 났다.
편지를 쥔 강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런 일이 있었군.”
“…그러게. 근데 복수심이 결국 말라쿠스를 무너트렸구나.”
말라쿠스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 그림자 소환사는 모두 내 손에 죽어야 한다.
광기에 사로잡힌 그는 모든 그림자 소환사를 적으로 삼았다.
-…네게서 모든 그림자를 해방하겠다. 그것이 그들을 위하는 길이다.
그것이 옳다고 믿었던 것일까.
강설은 계속해서 편지를 읽었다.
“손등에 검은 장미 문신. 중성적인 목소리와 그리 크지 않은 신장. 몸에서 나는 약품 냄새. 모두 기억이 납니다. 편지에 그 사람의 향기를 묻혀두었습니다.”
“어디… 음? 진짜 향기가 나네?”
“특이한 냄새다.”
편지에서 묘한 향기가 났다.
한번 맡은 향을 잊기 어려울 정도로.
“제가 이 편지를 남긴 이유를 짐작하실 겁니다. 제길….”
“이런….”
– 당신이 그림자 소환사가 아니라면, 그를 찾아내 주세요. 그를 죽여달라는 말은 아닙니다. 부모님을… 부모님을 그 괴물의 손에서 구해주세요. 이 편지를 읽는 당신이….
편지는 이렇게 마무리 지어져 있었다.
– 그림자 소환사가 아니기를. 꼭, 누군가 부모님을 떠나야 할 곳으로 보내주시기를. 어린 말라쿠스는 간절히 염원합니다.
이 편지는 오랜 복수심에 잡아먹히기 전의 어린 말라쿠스가 남긴 것이었다.
[숨겨진 모험 ‘스톡홀롬 증후군’의 정보를 얻었습니다.]
[조건을 충족할 경우, 돌발 모험이 발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