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12
제111화
숨겨진 모험의 정보를 찾았다.
이제 몇 가지 조건만 갖춰지면 이와 관련된 모험이 개방될 것이다.
– 돌발 모험을 예고한다?
– 이거 전혀 돌발이 아닌데요?
– 그러게 ㅋㅋㅋ
– 우리가 왜 죽은 악당 놈 소원을 들어줘야 해~
강설은 편지를 잠시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것을 찢는 게 맞을지, 아니면 간직하는 게 맞을지를.
물론, 정답은 없었다.
강설은 한숨을 쉬고, 편지를 잘 갈무리해 소지품에 넣었다.
편지의 잔향이 짙게 남았다.
미레이의 궐련 냄새를 한순간에 지워버릴 정도로 강렬한 향이었다.
“흐음… 찾아주게?”
강설은 미레이와 친분이 있었다.
이 편지엔 그런 미레이의 죽음을 앞당긴 말라쿠스의 소원이 담겨 있었다.
제정신이라면 편지를 갈갈 찢었을 것이다.
‘그녀라면….’
만일 이 편지를 죽은 미레이에게 보여준다면, 아마 그녀는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 뭐? 소원? 시간 남으면 들어줘. 뒈진 놈 소원인데 뭐 어때?
그녀를 떠올리고 잔잔한 미소를 지은 강설은 카렌에게 답했다.
“봐서, 지나가다 마주치면?”
– 이건 안 찾겠다는 거잖아ㅋㅋㅋ
– 정답!
– 아 가다가 시간 나면 세계 정복할 거라고요 ㅋㅋ
카렌이 피식 웃었다.
“그 정도면 뭐….”
이 진흙탕 싸움의 결말 아닌 결말이었다.
강설은 다음으로 새로 얻은 칭호를 확인했다.
[최초 칭호 : 홀로 걷는 자]
관련 업적 : 나만의 길 (모험 : 그림자를 쫓는 자들)
특수 능력 : 직접 창안한 절기의 성장이 눈에 띄게 촉진됩니다.
[특수 칭호 : 그림자의 대가]
관련 업적 : 무한한 길 (모험 : 그림자를 쫓는 자들)
특수 능력 : 새로운 능력을 창안할 확률이 10% 상승합니다.
“…….”
– 대바아아아아아아악! 미쳤다;;
– 둘 다 옵션 넘사인 거 아님?
– ㅇㅇ 걍 찢어발기네
– 근데 절기 창안한 다른 클 있음?
– 없지 ㅅㅂ 벌써부터 있으면 그것도 웃긴 거지 ㅋㅋ
– 그림자 손밖에 못 쓰는 그림자의 대가가 있다? 뿌슝빠슝?
시청자들의 반응과 강설이 느끼는 바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건… 이런 칭호도 있었나?’
그림자의 대가도 좋은 칭호였지만, 홀로 걷는 자는 정말 압도적인 칭호였다.
절기의 경우, 그것을 창안하는 것만으로도 대박이나 다름없었다.
워낙 특이한 능력이고 제대로 된 가르침도 없었기에 연마에 연마를 거듭해야 하는 능력.
때문에,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고 처음 얻은 능력 수준이 그대로 가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홀로 걷는 자가 있으면… 그 위험을 줄일 수 있겠어.’
정확한 수치나 통계라든지 그런 게 나와 있지는 않았지만, ‘눈에 띄게’라는 내용이 붙어있는 이상 이 칭호가 그를 실망하게 만들 일은 없을 것이다.
이로써 칭호까지 모두 확인을 끝마쳤다.
위험한 모험답게 얻은 것들이 굉장히 값졌다.
강설은 이곳에서 더는 해야 할 일이 남아있지 않다는 걸 깨닫고 쟈마드와 카루나를 그림자 공간 속으로 되돌려 보냈다.
휘리릭-!
“너는… 됐다.”
“뭐. 나도 들어가라고? 그럼 외로울 텐데? 그럼 아무도 주인을 지킬 사람이 없을 텐데? 그렇지? 그렇지 않을까?”
“…그러니까 됐다고.”
카렌이 싱긋 웃었다.
아지랑이를 사용한 그녀는 붉은 머리칼을 가진 완벽한 요정이었으니 누군가의 의심을 사진 않을 것이다.
‘다음은, 발길이 끊긴 곳 모험인가?’
깨달음 모험이 연계로 진행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해 준비한 다음 모험.
최근 유적 사냥꾼들이 발길을 끊은 탓인지 유적이 무너져 그곳에 있던 마수들이 밖으로 흘러나왔다는 정보.
그것과 관련하여 모험이 발생하였다.
이 모험은 강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파티가 없어도 가능한데다 난이도도 꽤 있는 편인 것 같았다.
강설은 모험 종료를 눌렀다.
지이이이잉-
그런데 그때.
[주변에 강한 억제력이 발생합니다.]
[‘발길이 끊긴 곳’ 모험이 돌발 모험으로 대체됩니다.]
* * *
‘…뭐?’
[다음 모험을 시작합니다.]
[열여섯 번째 모험이 시작됩니다.]
[모험 16. 흘러넘친 지옥]
입자에 둘러싸여 전송된 강설은 얼빠진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 만세! 사람이야! 사람 왔다고! 경택아!”
“쉿! 소리 좀 그만 질러! 그러다 뭐라도 만나면 어떡하려고?”
“이 자식이 누나가 말을 하면 들어 처먹어야 작게 말하지!”
“저, 저… 저쪽도 노, 놀랐을 텐데 조, 조용히 얘기하자고.”
이것은 또 무슨 상황일까.
‘빌어먹을 돌발 모험에 휘말렸군.’
위치상 깨달음 모험이 있었던 곳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같았다.
“와! 저 사람 요정이야!”
“뭐? 정말이네? 요정이면….”
“그, 그러면 전이자가 아닌 건가?”
강설은 카렌과 그의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살폈다.
모험가의 느낌보다는 어딘지 과하게 꾸몄다는 느낌이 드는 여자.
평범한 남자.
그리고 자신감이 결여돼 보이는 중년의 남자까지.
특이한 구성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있었나?’
강설이 물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경황이 없어서 그런데 혹시 여기 다른 사람들도 있었습니까?”
“그게….”
“음….”
“하… 하하….”
다들 눈치만 살필 뿐, 눈에 띄게 분위기가 어두워졌다.
– 스노우맨! 눈치 챙기라고!
– 이거 꼬락서니를 보니까, 문제가 심각했나 본데 ㅋㅋㅋ
– 파티원들을 보니 오늘도 바지를 입고 똥을 싼 듯한 기분이 드는구나.
– …오늘도?
그래도 가장 싹싹해 보이는 남자가 강설에게 답했다.
“있었어요. 음… 있었는데….”
“죽… 었지?”
“네, 여기 이 누나 말대로 죽었을 거예요.”
강설은 역시나 싶어 떠오른 모험 설명을 바라보았다.
모험 16. ‘흘러넘친 지옥’
대삼림의 중심부에 어떤 힘이 작용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곳에 강력한 괴물들이 득시글거린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 괴물들은 보통 중심부에서 벗어나지 않기에 여태까지 모험가들이 그들을 마주친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가끔, 운이 좋지 않은 유적 사냥꾼들이 너무 깊이 들어갔다가 시체도 찾지 못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요.
최근, 노비라의 몰락으로 유적 사냥꾼들의 활동이 사라졌습니다. 이런 연유 때문인지 현재는 대삼림의 내부 상황에 대해 자세한 얘기가 전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우연히 대삼림에 고립된 모험가들을 마주했습니다. 이들에겐 어떤 사연이 있어 보입니다.
이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합니다.
목표 : 노비라까지 모험가들 호위
이 모험은 돌발 모험입니다.
현재 남은 시간 「약 7일」
“흐음…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습니까?”
“그전에 통성명부터 하면 안 될까요? 꼭 조사받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요….”
여자가 강설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그도 여인의 말에 수긍하고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스노우맨입니다.”
“에? 그건 닉네임이잖아요?”
“…닉네임은 안 됩니까?”
“그건 아니지만… 어쨌든 우리끼리는 본명으로 부르니까. 같은 한국 사람이잖아요? 이름으로 해요!”
“강설입니다.”
“외자예요?”
“네. 외자입니다.”
“이름 특이하네…. 근데 멋있네요. 저는 한소미예요. 나이는 22살.”
“아, 제 나이는 25살입니다.”
“오빠네요. 우리는 위계질서가 철저하니까 오빠라고 부를게요.”
“…네, 상관없습니다.”
군대도 아닌데 위계질서가 철저하다는 말은 신기할 따름이었다. 한소미는 괜히 그렇게 말하며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저 남자에게 하는 말 같았다.
“하… 저는 조경택이에요. 나이는 이제 21살이고요. 형이라고 부를게요.”
“네.”
“말 놓으셔도 돼요. 여기 계신 분들 다 저한테 말 놓으셨으니까.”
“그럴까.”
“…적응이 빠르시네요.”
“그런 편이긴 하지.”
– 그럴까?
– 확 놔버리네 ㅋㅋㅋ
중년의 남자가 자신을 소개했다.
“나, 나는 신문호라고 합니다. 나이는 이제 마흔 후반을 바라봅니다.”
“그러셨군요. 반갑습니다.”
“형! 여기 이 누나… 누나 맞나? 아무튼, 이분은 누구예요?”
“난 카렌, 그러니까… 대충 이 남자와 같이 다니는 사람이야.”
“…사귀는 사이예요?”
“뭐?”
“야! 실례야, 그런 질문. 또 누나가 이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니? 어휴!”
“한 살 차이밖에 안 나면서….”
“어쭈!”
시끌벅적한 와중, 신문호가 강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하… 하하… 그래도 이렇게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이제야 서로에 대해 작은 부분이나마 알게 됐으니, 강설은 줄곧 궁금하던 질문을 재차 던졌다.
“그래서, 여기서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저는 지금 휘말린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겠지… 아, 말 놔도 되나?”
“얼마든지요.”
“가, 강설 군이 오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냐면… 소미 양. 소미 양이 말해주는 편이 낫겠는데?”
“그럴 줄 알았어요. 제가 말씀드릴게요, 오빠.”
강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우리는 노비라의 대삼림 정찰 모험을 받고 만나게 된 사람들이에요. 처음 인원은 5명이었죠.”
“2명이 줄었군요.”
“네, 꿈에도 그럴 줄은 몰랐지만요. 처음엔 다섯이서 대삼림을 가볍게 산책이나 하면 될 줄 알았거든요. 믿기세요? 무려 5명이었다고요. 어지간한 전력이 아닌데, 그리 위험한 모험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한마디로 이들은 노비라의 정찰병이었던 셈.
보통 정찰병들은 날래지만, 전투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다. 이들은 그런 점까지 흡사한 것 같았다.
“둘은 왜 죽은 겁니까? 아니, 지금 셋만 남아서 뭘 하고 계신 건지도 듣지 못했군요.”
“차례차례 말씀드릴게요. 음… 둘 말이죠. 그러니까, 몬스터를 만났어요.”
“몬스터?”
대삼림 곳곳에는 몬스터가 있었다.
하지만 보통 중심부에 강력한 몬스터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노비라의 영향권은 그 언저리에도 가지 않았기에 대체적으로 약한 몬스터들만이 있었다.
“네. 근데… 이거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
“그냥 우리가 식수 때문에 잠시 떨어진 사이에 죽어있었어요, 형.”
“뭐?”
“뭐에 짜부라진 것처럼 쥐포인 양 처참하게 죽어있어서 그거 묻어주느라 속에 있는 걸 얼마나 쏟아냈는지… 어후. 그런 끔찍한 몰골은 처음 봤어요.”
“그래서 몬스터들의 소행이라는 거구나.”
“네, 맞아요. 그걸 사람이 벌인 일이라고는 볼 수 없으니까요. 사람을 프레스로 찍어버리는 것처럼 납작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을 리가 있겠어요?”
그런 사람이 존재할 수는 있었다.
가령, 강설의 10개의 말 중 그와 비슷한 무력을 행사하는 존재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험의 초반부였고, 그럴 만한 존재는 몬스터로 국한되었다.
“음… 중심부에서 몬스터가 새어 나온 걸 수도 있겠네.”
“제 말이 그 말이에요! 견적이 딱 나오지 않아요? 와! 완전 재수 옴 붙었어요. 쉬어가는 모험인 줄 알았는데 이건 뭐….”
강설이 카렌에게 딱 달라붙어 이것저것 설명해주었다.
“그러니까, 여기 중심부에 마수들이 있고 그게 가끔 찔끔찔끔 새어 나온다는 거야? 돼지 오줌처럼?”
“…비유가 이상하지만, 대충은 맞아.”
“그 새어 나온 마수라는 것들이 얼마나 강한데?”
“음… 그건….”
강설이 턱을 괴고 잠시 생각했다.
‘어느 정도 수준이었지?’
몬스터의 종류는 꽤나 다양했고 숲을 기반으로 하는 몬스터들이 주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설에게는 그 중심부까지 접근해 본 기억이 좀처럼 없었기에 딱히 비교할 만한 게 없었다.
“아타락보다 강해?”
“그럴 리가.”
“그럼 됐네, 뭐. 얘들 데리고 나가면 되지.”
강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쟈마드, 카루나, 카렌.
심지어 이제는 그마저 짐이 아니게 되었으니 적이 조금 강하다 한들 걱정할 건 없었다.
“맞지? 여자친구 맞다니까?”
“개경택이 웬일로 맞췄네? 나는 용병인 줄 알았는데….”
“용병 중에 저런 예쁜 요정이 어딨어.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
“쳇… 눈꼴 시려서 못 보겠네.”
한소미와 조경택이 줄곧 속닥거리던 카렌과 강설을 묘한 눈초리로 보고 있었다.
“…그런 사이 아닙니다.”
“흠… 흠흠… 뭐, 우리가 뭐라고 했나요? 아무튼 상황 설명은 여기까지고 우리가 이제 노비라에 이걸 보고해야 하거든요?”
“그 몬스터는?”
“없었어요, 자리에. 언제고 다시 우리를 노릴 수 있다는 거죠.”
“…….”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조금 더 똘똘 뭉쳐 이 위기를 헤쳐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우리끼리는 어느 정도 뭉쳤으니, 강설 오빠만 똘똘 뭉치는 거에 합세하시면 돼요!”
“어떻게 뭉치면 됩니까?”
셋은 기대감이 어린 눈초리로 강설을 보았다.
한소미가 그에게 질문했다.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강설이 답했다.
“소환사입니다.”
셋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지만 반응은 하나였다.
“…아.”
“아.”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