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205
제204화
콰르르르릉-!
벽력성과 함께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히는 강력한 뇌전!
야훔의 신형은 새까맣게 그슬려 그 자체로 그림자처럼 보이고 있었다.
하나, 이번 일격은 강설로서도 힘을 조절한 일격이었다.
“안 된다! 귀왕께서 노하실 거다!”
“그, 그만! 야훔 님이 죽으면 너도 무사할 수 없다!”
길길이 날뛰는 귀신들.
평소 같으면 헛소리라고 치부했을 법한 엄포였지만, 그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영원의 세계에서 장비의 승급 과정 중, 서쪽의 관리자를 죽인 사례가 있었는데 그 일을 벌인 말들은 얼마 안 가 모두 살해당했었다.
쿠우우웅…
야훔이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쓰러지자 귀신들이 전부 화들짝 놀라며 나서려 했다.
하지만, 강설이 쓰러진 야훔의 뒤통수에 손을 올려놓자 그마저도 멈추었다.
여기서 섣불리 움직이면 저 머리가 수박처럼 으깨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안심해,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인간!”
“대신, 대화하기 편한 자리는 마련해야겠어.”
강설이 소지품에서 일전에 얻은 제마의 단지를 꺼냈다.
“제, 제마의 단지!”
“멈춰라!”
천둥귀신 라무를 봉인해두었던 그 단지.
천둥귀신 라무는 야훔과는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나약한 귀신이었지만 그를 구속했던 제마의 단지만큼은 진짜배기였다.
라무를 담은 제마의 단지의 총 값어치가 100이라면 그중 라무는 1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전부 제마의 단지의 값어치였다.
그만큼 희귀하고 강력한 물건이었으니, 다른 귀신들이 겁을 내며 당혹스러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쟈마드.”
“그래….”
쟈마드가 알 수 없는 주술어를 읊조리자 제마의 단지에 붙은 부적들이 빛을 뿜어냈다.
화아아아악-!
한순간, 단지 내부에서 빛이 터져 나오며 귀곡성이 울려 퍼졌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스으으으으으으으…
야훔이 연기가 되어 순식간에 제마의 단지로 빨려 들어갔다.
[귀문의 주인 야훔을 봉인했습니다.]
[당신의 가치를 증명했으니 귀문의 주인에게 적당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모험 목표를 충족하였습니다.]
[제한 시간이 종료되거나 보상을 선택하면, 모험을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저, 저런!”
“야훔!”
강설이 제마의 단지를 품에 들고 말했다.
“뭐 하고 있어?”
“…뭐?”
그가 장막을 펼치고 있는 4개의 기둥을 턱짓하며 가리켰다.
“치워.”
“그, 그럴 수는….”
스윽…
강설이 단지를 들어 올려 깨트리려는 기색을 보이자 귀신들이 질겁했다.
“아, 알았다!”
죽은 두 귀신을 제외한 나머지 귀신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기둥을 걷어내었다.
쿠구우우웅…
“형!”
“스노우맨!”
입가에 피가 묻은 강설이 시큰둥하게 서 있는 모습.
야훔과 함께 장막 안으로 빨려 들어갔던 것을 떠올린다면 지나치게 태연한 모습이었다.
한여명과 필리아가 달려와 강설의 상태를 파악했다.
“괘, 괜찮아요?”
“여기서 나가야 해요! 놈들이….”
“그런데 아까 그 귀신은….”
톡, 톡.
강설이 제마의 단지를 두들겼다.
“지금부터는 잠자코 있으면 됩니다.”
“예?”
“곧 야훔이 깨어날 테니, 잠시 기다리죠.”
한여명과 필리아는 강설이 전투를 벌이는 그사이,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난 모양이었다.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는 모습이 가장 먼저 강설의 눈에 들어왔다.
‘아직은 좀 아쉬운 부분이 많군.’
전투 수행 능력은 조금 늘었을지 몰라도 강설의 눈에는 아직도 부족하기만 했다.
‘하긴….’
이곳이 불세출을 무려 5개나 모아야 올 수 있는 장소라는 걸 생각해봤을 때는 그들은 그들 나름의 적정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걸지도.
잠시 후, 제마의 단지가 약간 흔들렸다.
달그락…
달그락…
“으으음….”
“슬슬 정신이 돌아오는 모양이네.”
야훔의 목소리가 마치 동굴 속에서 들려오듯 했다.
【이게 무슨 꼴이지? 설마… 내가 졌다고?】
“이겼는데 거기 들어가 있다는 게 어떤 의미에서는 더 위험한 거 아닐까?”
【히히히… 그것도 그렇군. 아야야… 얼마나 세게 얻어맞은 거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구나.】
강설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아주 박살이 났지.”
【히히히히! 그런데도 날 죽이지 않고 살려두다니 무슨 속셈이지?】
“저 귀신 중 하나가 널 죽이면 귀왕에게 이른다던데.”
【그래, 맞아! 귀왕이 있었지… 만약에 날 죽였다면 귀왕은 널 미워했을지도 모르겠구나. 귀왕 녀석은 워낙 종잡을 수 없는 놈이니까. 그런데….】
달그락…
【넌 어디서 나타난 놈이더냐?】
– 저희도 그게 궁금합니다.
– 내가 봤어. 남들이랑 똑같이 컸어
– 근데 좀 우량아임.
– 내 생각엔 회귀자가 분명함 ㅋㅋㅋ
– 선생님께서는 소설을 조금 줄이시는 게 어떨까요?
강설이 미지근하게 답했다.
“별로,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지.”
【아니야… 달라. 난 느낄 수 있어. 뭔가가 다르다.】
야훔의 추궁에 강설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
“그래서? 거기가 생각보다 아늑한가 보네? 이런 시답지 않은 얘기로 시간 때우는 걸 보면?”
【아! 좁다! 좁아! 이렇게 좁아터진 곳에서 지낼 생각을 하면 당장이라도 머리를 깨부수고 싶구나.】
달그락…
【너도 날 봉인한 목적이 있겠지.】
“물론이지.”
【말하라, 나를 풀어주는 대가로 네가 얻어가고자 하는 바를.】
강설에게 곧 선택지가 떠올랐다.
[귀문의 주인 야훔이 당신의 부탁을 들어주려는 기색입니다. 그에게 무엇을 요구하시겠습니까?]
1. 다른 이가 남긴 물건의 혼을 가져가고 싶다.
2. 가진 물건 중 하나의 혼을 강화해다오.
3. 귀화에 관심이 있다.
4. 귀문을 통해 어디로 갈 수 있는 거지?
……
“내 장비에 네 힘을 불어넣어라.”
【저들과 같은 요구로군. 좋다! 어떤 물건을 강화하길 원하는 거지?】
이다음, 강설의 입 밖으로 흘러나온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곳에 내가 가져온 물건 모두를.”
【미, 미쳤구나!】
“그리하지 않았다면 어째서 내가 너를 살려두었을까?”
【…….】
강설이 이곳에 들고 온 불세출은 총 5개.
‘평범하게 모험을 진행했으면 불세출의 강화는 단 하나만 이루어졌겠지.’
야훔과 싸울 상황을 만들어서 그를 쓰러트리되 죽여서는 안 되는 조건. 강설은 그 불합리한 조건을 만족했다.
【…이건 귀왕에게 직접 물어봐야겠군.】
“뭐?”
【어차피 나중에라도 귀왕이 문제 삼으면 이곳에서 얻은 모든 힘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니 미리 문제 삼기 전에 의사를 묻는 것이다.】
달그락…
스으으으으…
제마의 단지에서 시커먼 연기가 울컥울컥 솟구쳤다. 그러기를 잠시.
【좋아, 귀왕도 허락했다.】
“허락했다고?”
【그래, 그러니까 당장 봉인을 풀어라.】
강설이 쟈마드를 보며 말했다.
“쟈마드.”
“알았다.”
쟈마드가 중얼중얼 주술어를 외자.
휘오오오오…
제마의 단지 안에서 야훔이 빠져나왔다.
뿌드득…
“그 잠깐 사이에 몸이 찌뿌둥해졌군. 히히히… 어디….”
콰지이이익!
야훔이 단지를 발로 밟아 으깼다. 그리고는 세 명의 인간을 내려다보고 다시 뒤로 돌아 걸었다.
“따라오너라, 인간들아.”
* * *
쿵…
쿵…
야훔이 걷는 길은 벚꽃 잎이 흩날리는 밤길이었다.
주위에 보이는 것은 온통 널따란 평야뿐. 그마저도 어둠이 드리워 시커멓게 보였다.
“가까이 붙어라, 인간들아. 이곳에서 길을 잃으면 절대로 살아서 나갈 수가 없느니라.”
“그게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다. 이곳은 원념이 가득한 곳. 귀신이 태어나는 장소니까. 히히히히….”
한여명과 필리아는 그 말에 긴장하며 가운데로 바싹 붙었지만 강설은 도리어 가장자리 쪽까지 다가갔다.
스윽…
괜히 허공에 손을 내밀어보는 강설.
그 순간.
“이리 와!”
“함께야!”
어둠 속에서 불쑥 여러 개의 손이 강설을 잡아끌려고 했다.
팟-!
빠르게 손을 빼는 강설.
“히히히… 어때?”
“신기한 장소네.”
“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네가 더 신기할 것이다.”
강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이곳은 증오와 분노가 솟구치는 장소. 마음이 용암처럼 들끓었다.
딱히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데도 감정이 격랑을 만난 듯 요동을 쳤다.
그리고는 그 마음이 다시 한없이 차가워졌다. 싸늘하게 얼어붙어 다시는 인간 세상에 발붙이고 싶지 않을 만큼 차갑게.
스으으으으으…
벚꽃잎이 흩날렸다.
아름답고 신비롭지만, 동시에 허무했다.
“죽었을 거다.”
야훔이 어깨 너머로 툭 내뱉은 말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너희 둘 말이다.”
그 둘은 한여명과 필리아를 말하는 것이다.
한여명과 필리아가 한차례 서로를 쳐다본 후, 야훔을 바라봤다.
“너희 둘은 12 귀신조차 이기지 못했을 것이야. 저 인간이 아니었다면 너희는 죽은 목숨이었다. 아마도 혼백을 잘 으깨 정련되어 새롭게 태어났겠지.”
“…….”
“…예.”
“보폭이 다른 거겠지. 어른과 아이처럼 말이야. 멍청한 너희들은 자각하지 못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저 남자의 보호를 받은 거나 마찬가지다. 뭐, 히히히…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한여명과 필리아도 내심 짐작은 하고 있었다. 이 모든 일이 강설의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는 것을.
야훔의 존재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숨조차 쉬기 어려웠던 그들.
한데 거대한 야훔과 맞붙은 강설은 놈을 작은 단지에 꾸겨 넣어 되돌아왔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사람과 사람의 격이 다르다는 이야기일 뿐이었다.
‘너무… 강하잖아.’
조금은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도리어 더욱 멀어지는 걸음.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에 강설은, 계속해서 질서로 군림하고 있었다.
야훔이 한여명에게 말하였다.
“너!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구나!”
“…….”
“어설프고 서투르지. 본디 칼을 휘두르는 자가 서투르면 제 손가락을 벨 뿐이니… 히히히!”
그는 필리아에게도 한마디 했다.
“한없이 유약한 마음으로 이곳에 오다니… 너에게 어울리는 것은 상이 아닌 벌일 진데… 운이 좋았다! 저 남자를 만났으니.”
“…….”
“하긴, 운 또한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이니 흠이 될 것도 아니다.”
야훔이 우뚝 멈춰 섰다.
“다 왔다.”
도착한 장소엔 제단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그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물건을 이리 건네라.”
필리아의 물건부터 작업이 시작되었다. 필리아의 활을 제단 위에 올려놓고 야훔이 중얼거렸다.
이히히히히히히히히히!
끼하하하하하하학!
귀곡성이 사방에서 울려 퍼지고, 끈적이는 실 같은 무언가가 계속해서 활을 향해 들어갔다.
화르르르륵!
활에 귀화(鬼火)가 잠시 들러붙었다가 사라졌다.
강설이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저게 귀화….’
귀화는 사실 이곳 귀문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귀신들의 전유물이긴 하지만.’
동방의 귀신 중 귀화라는 신비로운 불꽃을 다루는 이들은 꽤 많았다. 단지, 이 귀화를 귀신이 아닌 자가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을 뿐. 귀화를 내어주는 귀문이 특수한 경우였다.
아무튼, 이 불꽃에 담긴 힘이 정령의 힘인지 대자연의 힘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 기이한 효능만큼은 알려져 있었다.
‘들러붙은 귀신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낸다.’
빙의와 마찬가지라고 보면 되었다. 사람에게 특정 귀신이 옮겨붙으면 그 귀신의 특징을 그대로 빼다 박는 것처럼 장비에도 귀신이 들러붙어 귀신이 가진 힘을 끌어낸다.
귀화를 입히는 과정을 통해 장비에 귀신을 들러붙게 한다.
장비의 앞에 붙는 귀(鬼) 표시가 귀신 들린 장비라는 뜻이다.
다만 부정적인 뜻이 강한 빙의와는 달리, 귀신이 들리면, 일차적으로 장비의 기본 성능이 사용자의 레벨에 맞춰 크게 상승한다.
그리고 따라오는 것이 새로운 고유 능력이다.
불세출은 그 값어치가 묵직한 만큼 강화와 재구성이 무척 어려운 장비다.
그런 장비를 리스크 없이 강화하고 새로운 능력을 부여한다는 건 판데아에서도 몇 없을 기회였다.
“받아라, 다음.”
한여명의 검 또한 같은 과정을 거치고, 다음 순서로 강설의 물건이 건네어졌다.
“…내 평생 이런 날강도는 처음 보는구나.”
– 어쩌라고! 다시 단지로 들어가고 싶냐!
– 어이, 허튼짓하지 말고 거기에 돈이나 담아.
– 은행강도가 탱크를 타고 은행에 왔어요….
끼아아아아악-!
“뭐, 소멸하여 귀왕에게 되돌아가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화르르르륵-!
5개의 물건을 귀화가 에워쌌다.
불타오르는 물건들을 보며 야훔이 말하였다.
“어리석은 인간이여, 그리 많은 귀물을 탐하다니… 아마도 네 몸에 이상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상?”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된다든지… 넘어가서는 안 되는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된다든지, 혹은….”
그가 강설을 휙 하고 돌아보았다.
“귀기에 잠식되어 스스로 귀기를 내뿜게 된다든지.”
“귀신이 된다는 건가?”
“반은 인간이요, 반은 귀신이니 흐흐…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렇게 된다는 거니 너무 겁내지는 말아라. 설마 벌써 움츠러드는….”
야훔은 강설이 조금이라도 위축되기를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강설은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뻔뻔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전혀.”
“으흐… 저 뻔뻔한 낯짝이 왜 이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자! 되었다!”
[불세출(不世出) : 숨결이 귀(鬼) – 불세출(不世出) : 숨결로 강화됩니다.]
[불세출(不世出) : 불씨가 귀(鬼) – 불세출(不世出) : 불씨로 강화됩니다.]
[불세출(不世出) : 속죄가 귀(鬼) – 불세출(不世出) : 속죄로 강화됩니다.]
[불세출(不世出) : 불원숭이가 귀(鬼) – 불세출(不世出) : 불원숭이로 강화됩니다.]
[불세출(不世出) : 질서의 관이 귀(鬼) – 불세출(不世出) : 질서의 관으로 강화됩니다.]
[최초 업적 ‘귀신의 손님’을 달성합니다.]
[최초 칭호 「귀문객」을 얻습니다.]
[특수 업적 ‘난 귀신 안 믿어’를 달성합니다.]
[특수 칭호 「가위눌린 자」를 얻습니다.]
이전과는 달리, 각기 다른 색을 발하기 시작한 물건들.
강설은 묵직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물건들의 뒤바뀐 점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