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53
제352화
검게 타오르는 산의 주먹.
츠즈즈즈즈즛…
잠꾸러기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한눈에 보기에도 꽤 범상치 않은 변화였기에 그런 반응은 자연히 뒤따르는 것이었다.
휘오오오오…
생명체는 경외의 대상을 물건에 새김으로써 그 물건의 가치를 한계까지 끌어올린다. 효용을 넘어선, 고귀함을 각인하는 것이다.
전이되기 전이라면 그 행동은 단순히 조금 더 보기 좋은 물건을 만드는 것에 그쳤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물건이 가진 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용이 바위산에 올라 있는 듯한 각인.
절로 누군가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건….’
강설이 떠오르는 메시지들을 상세히 살폈다.
[신물 : 산의 주먹이 신물 : 시대의 유산으로 변화합니다.]
[신물 : 시대의 유산이 탄생합니다!]
[경이로운 발견! 새로운 신물의 탄생을 목격합니다.]
“흐흠… 이제 이 물건이 탄크리드의 마지막 유산이로군.”
잠꾸러기의 말은 이제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았다.
여태 신물을 건네받거나 획득한 경우는 있었어도 그 탄생을 실제로 확인한 적은 없었으니.
‘어디….’
[신물 : 시대의 유산]
등급 : 신물
적정 레벨 : 없음
공격력 : (레벨 당 +8)(현재 추가 공격력 +344)
내구력 : 200/200
무게 : 2.0kg x 2
오랫동안 대지를 수호하던 용의 기운을 이어받은 투갑. 대지 용의 비늘에 빙하의 정수가 더해져 탄생한 신물이다. 가장 오래된 나무인 잠꾸러기의 축복이 더해져 신물 중에서도 그 효용이 높은 편이다.
기본 능력 : 모든 능력치 + 50
특수 능력 : 주술 범위와 파괴력 100% 상승, 호적수 상대 시 유성우(流星雨) 상태 진입, 전투를 거듭할수록 기본 능력이 단계적으로 상향.
‘…100% 상승?’
산의 주먹이 초반에 얻을 수 있는 강력한 신물임에는 틀림이 없었지만, 강설의 모험도 이제는 꽤나 진행된 상황.
쟈마드에게 아무리 의미가 있는 물건일지라도 주술 범위와 파괴력 50% 상승 옵션만을 보고 사용하기엔 다른 능력치가 레벨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새로 탄생한 시대의 유산은 그런 고충을 완벽하게 해결해주었다.
첫 번째로 핵심 옵션이었던 주술 범위와 파괴력이 50% 상승에서 100% 상승으로 한 단계 크게 상승했다.
쟈마드는 그런 주술을 다루는 주술사이니 말 그대로 발휘하는 힘이 2배가 된 것이다.
물론, 전에도 50% 상승 옵션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좀 체감이 덜할 수 있지만 주술사에게는 최고의 무기였다.
그리고 두 번째, 기본 능력치가 말도 안 되게 증가했다.
기존의 산의 주먹은 총 23의 추가 능력치를 부여했지만 이는 굉장히 낮은 수치였다.
‘초반에 얻었던 신물이었으니….’
한데, 지금은 거의 300 가까운 능력치를 한 번에 올려주게 되었으니 이는 10배도 넘는 수치였다.
‘아니, 원래는 이게 맞지… 다른 불세출 무구를 착용했더라도 이 정도 능력치는 올려줬을 테니까.’
핵심 장비 중에서도 가장 핵심 장비인 산의 주먹을 하나의 옵션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기워 붙여가면서까지 사용했으니, 기본 능력치 상승 체감이 더욱 심할 것이다.
20년 된 고물 냉장고를 바꿨더니 냉장고에 얼음 정수기가 달려 나온 듯한 격차.
그리고 다른 옵션들 또한 훌륭했다.
적과 교전 시 유성우 유지와 기본 능력 상승까지.
‘후반까지 제대로 써먹겠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기지만, 용은 장비를 남겼다.
휘오오오오오오…
검은 투갑을 손을 까딱여 길들이는 쟈마드.
“투박한 맛은 없어졌군.”
박한 평가에 잠꾸러기가 미간을 찌푸렸지만, 다시 허허 웃었다.
“정원에 남아있는 그녀의 기운이 깃들었구나.”
“…….”
쟈마드는 탄크리드의 마지막을 떠올렸는지, 눈을 슬며시 감았다.
말을 붙이기 껄끄러운 상황이니, 강설은 이때 새로 얻은 칭호들을 확인했다.
[특수 업적 ‘자연사’를 달성합니다.]
[특수 칭호 「환경보호자」을 얻습니다.]
[특수 업적 ‘위기일발’을 달성합니다.]
[특수 칭호 「행운아」를 얻습니다.]
[특수 칭호 : 환경보호자]
관련 업적 : 환경보호자 (모험 : 용의 조력자)
특수 능력 : 환경 피해를 이용해 적을 사망에 이르게 할 시 대상에게서 얻는 경험치가 증가합니다.
[특수 칭호 : 행운아]
관련 업적 : 위기일발 (모험 : 용의 조력자)
특수 능력 : 강대한 적에게서 도망칠 때 상태 이상 : 공포에 면역이 됩니다.
‘음….’
둘 다 그렇게 좋은 옵션은 아니었다.
환경 피해를 이용해 적을 사냥하는 상황이 그리 자주 있는 것도 아니었고 강대한 적에게서 도망치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았다.
‘없는 것보단 낫겠지만….’
말 그대로 특수 칭호였다.
보통은 이게 정상이었다.
그 때문에 전투 관련 칭호가 나왔을 때 강설이 기뻐했던 이유였다.
‘그럼 이번 수확은….’
쟈마드가 전부 차지했다.
강설은 한편으로는 좋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느꼈다.
그 불안감의 실체는 머잖아 확인할 수 있겠지만, 아무튼 길 위에 서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만간 자가 점검은 해야 할 것 같네.’
과연 이게 맞는 걸까? 라는 의문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자… 그럼, 이제 다들 내 정원에서 나가주실까?”
잠꾸러기의 축객령에 탄투이누가 앞으로 나서 고개를 살짝 숙였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오래된 나무여.”
“돕다니? 이건 거래다.”
강설을 줄기로 가리키는 잠꾸러기.
“저 인간이 정원에 호의를 베풀었으니, 나 또한 호의를 베푼 것뿐. 가만, 그러고 보니 탄크리드와도 연이 있구나. 그녀의 마지막이 내 정원이라니, 얄궂구나. 어린 용이여, 네 미래를 보아줄까?”
탄크리드와의 인연을 떠올리며 조언을 베풀려는 잠꾸러기. 탄투이누는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아자닉은 후퇴했고 저는 한동안 무사할 것입니다. 그러니 저 대신….”
스윽…
그녀가 강설을 가리켰다.
“그 호의를 받을 기회, 이 자를 위해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흐음… 어째서냐?”
“어머니께서 미래를 맡기신 건 제가 아닌 이자들입니다.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허허허… 탄크리드, 그녀도 생각이 깊었군.”
강설은 탄투이누가 갑자기 협조적으로 나오는 게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모처럼 얻은 기회를 헛되이 사용할 생각도 없었다.
이럴 땐, 조용히 있는 게 떡고물을 약간이라도 더 얻을 수 있는 처세술이었다.
“좋다. 이 작은 생명체의 미래를 엿보지.”
일종의 예언.
혹은 신탁.
영원의 세계에선 이런 시스템이 있었다.
초월적인 존재의 예언이 다가올 선택지에 개입하는 시스템.
초월자가 불행할 것이라 말한다면 불행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쳐야 위험을 피해갈 수 있었고 행운을 얻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 행운을 보다 극대화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다만, 강설은 그 예언 시스템을 딱히 달가워하진 않았다.
‘꼭 뭔가 정해진 것처럼 말했으니까, 마치 운명이라도 있는 것처럼.’
모든 게 그들의 말대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곧 운명이고 이미 모든 게 결정된 것은 아닐까.
주사위를 굴리는 기대감도 사라질 것이고, 모든 욕망이 의미를 잃을 것이다.
“네 미래는 어지럽구나, 작은 생명체여. 앞날에 변수가 너무 많아… 으음….”
강설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대로라면 ‘잘 모르겠는데?’라는 말과 함께 쫓겨날 것 같았다.
예언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참고 정도는 해보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닌가.
“가장 가까운 미래는 어떻습니까?”
“그것 때문에 하는 말이다.”
“…예?”
강설의 표정이 굳었다.
어딘가 이상하게 들리는 말 때문이었다.
“…네 미래가 끊어져 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강설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죽을 거다. 너. 가까운 시일 내에.”
“죽는다니… 그럴…수가….”
“정확히는 아주 높은 확률로 죽는다는 얘기겠지. 허허허허… 너무 상심하지 말거라.”
– 말 참 거지같이 하시네요.
– ??? : 죽음은 당연한 것! 너무 상심하지 마라. 나? 나는 장수하는데? 꼬우면 너도 나무로 살던가 ㅋㅋ
– 충격! 앞으로 볼 거 없을 예정!
– 죽지 마! 너 죽으면 볼 거 없어!
[예언 : 불길한 미래가 점쳐집니다.]
[예언은 확정된 결과를 가져오지 않습니다.]
[예언은 앞으로의 선택에 따라 실현되거나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의 선택이 많은 것을 결정하게 됩니다.]
강설이 가까운 미래에 죽는다는 말에 쟈마드와 탄투이누가 반발했다.
“그런… 그럴 리가 없다! 내가 있는 한 강설은….”
“그, 그렇습니다. 나무여! 그는….”
잠꾸러기가 하품했다.
“하암… 말이 그렇다는 거다. 일단 내게 보이는 미래는 그렇다.”
그가 줄기로 멍하니 서 있는 강설의 어깨를 두드렸다. 강설이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잠꾸러기의 눈을 바라보았다.
“네게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 때문이지? 그 답은 너 스스로 구해야 할 것이다. 으음… 그래도 네게 도움이 되는 말이 있을 것이다… 으음… 아! 그래!”
나무가 말했다.
“지름길은 없다, 현명한 자는 그걸 이미 안다. 그렇기에 정해진 길을 빨리 달릴 뿐이야.”
“빨리 달릴 뿐이다….”
“고지식한 생각이 때로는 너의 질서를 지킬 것이다. 과정은 없고 결과만 있는 자여… 그것이 다가올 네 미래를 지켜낼지도.”
더는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얻게 된 단서는 이것뿐.
나무가 지껄인 헛소리라 치부하기엔, 아자닉을 대륙 저 멀리 날려버린 존재이기에 함부로 여길 만한 말이 아니었다.
깊이 고민해볼 문제였다.
잠꾸러기가 하품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졸립구나… 이제 떠나라….”
* * *
강설 일행은 지하 정원과 연결된 어떤 숲으로 전이되었다.
아자닉처럼 멀리 보내 달라고 부탁할 순 없었다. 잠꾸러기가 권능을 한차례 사용한 탓인지 전이가 가능한 곳은 가까운 곳밖에 없었다.
그래도, 착실하게 동남쪽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용에게 쫓기느라 잠시 일정이 지체됐다니, 그 누가 들어도 취객이 하는 헛소리라 생각할 것이다.
강설이 생각에 잠긴 탄투이누를 쳐다보며 말했다.
“탄투이누, 불길한 예언입니다. 탄투이누가 맡긴….”
탄투이누가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가 선택한 미래다. 한때는 아둔하여 그 미래를 의심한 적 있지만… 이제는 믿는다.”
“탄투이누.”
그녀가 활짝 웃었다.
여행 중에 처음으로 보인 미소일지도.
“어머니의 뜻을 지켜다오. 언젠가, 다시 만나길.”
[매력이 발동합니다. 추가적인 호감도를 획득합니다.]
[조력자 ‘젊은 용 탄투이누’를 얻습니다.]
[‘젊은 용 탄투이누’의 등급은 불멸입니다.]
으드드드득…
파아아아아아아아앙-!
대지용이 눈앞에서 하늘로 날아갔다.
한밤의 꿈을 꾼 것처럼 신비로운 감각.
그러나, 그 꿈은 끝이 좋지 못했다.
“이대로면 죽는다고…? 내가 이래서 예언 같은 걸 싫어한다니까.”
사실은 정해진 미래일까.
그 그림에 뛰어든 건 아닐까.
탄투이누가 떠난 뒤, 강설은 계속해서 남동쪽으로 걸었다.
하루.
이틀.
그리고 일주일.
좀 더 빠른 길을 선택하진 않았다.
걷는 것 자체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줄 테니까.
생각해야 했다.
잠꾸러기가 한 얘기를 무시하고 지나갈 순 없었으니.
그렇게 2주일이 지났을 때, 강설은 아무도 없는 산을 오르며 함께 걷는 쟈마드에게 물었다.
“왜 밖에 나와 있는 거야?”
“그림자는 탄투이누의 거대한 알이 좀먹고 있어 불편하다.”
“아, 그렇네.”
강설이 피식 웃고 질문을 계속했다.
“쟈마드, 이만하면 네가 원하는 건 다 이룬 건가?”
무슨 소리를 하냐는 식의 표정을 지은 쟈마드가 답했다.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내가 원하는 것은 더 높은 곳에 있거든.”
그다운 대답이다.
그리고 그다운 질문이 되돌아왔다.
“죽을 거라는 말이 신경 쓰이는 거냐?”
“…아무래도?”
“내가 있는 한 걱정할 필요 없다. 감히 누가 널 먼지로 되돌려보낼 수 있겠나.”
옳은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을 이끄는 말이었다.
어느새 쟈마드, 그가 옆에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소환사와 소환수의 관계이니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둘의 관계는 일반적인 관계와는 달랐다.
모든 순간에 그가 옆에 있을 수는 없었다.
강설의 소환수들이 휴식기에 접어든 가운데 제대로 힘을 낼 수 있는 건 쟈마드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었으나, 불안감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 불안감이 크게 고조된 때가 언제였는지를 떠올려보면, 쟈마드가 지고의 경지에 이를 때였다.
그 어두운 터널을 온 힘을 다해 통과하는 그를 보았을 때, 강설은 뭔가를 느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은 지금에 와서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불안감과 맞닿아 있었다.
‘나도 언젠가는… 그 빛에….’
언젠가는 그 빛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추상적인 말이다.
‘…어떻게?’
강설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 정상을 앞두고 갑자기 멈춰 섰다.
“왜 그러지?”
쟈마드가 묻자 강설이 대충 대꾸하고 걸었다.
‘어떻게 도달하겠다는 거지? 난?’
불안감의 실체를 깨달은 것이다.
강설은, 이대로라면 영원히 지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었다.
강해진 것은 그의 소환수일 뿐이었다.
강설 자신이 아니었다.
심각한 표정으로 정상에 다다른 강설.
드드드드드…
“이봐, 강설.”
“…….”
“강설!”
쟈마드의 말에 퍼뜩 고개를 돌리는 강설.
“저길 봐라!”
온 땅이 진동했다.
지진이라도 난 건가 싶었지만, 쟈마드의 손가락이 가리킨 방향을 본 강설은 흔들림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대체….”
드드드드드드드드…
쿠우우우웅…
산 아래로 보이는 마을. 그리고 그 마을을 집어삼킨 거대한 구조물의 귀퉁이. 구조물은 지하로 연결되어 있는 듯했다.
아아아아아아-!
비명이 산을 울렸다.
아마도 이 괴현상에 휘말린 마을 사람들일 것이다.
강설은 저 구조물을 보고 무언가를 떠올렸다.
“확실해, 저건….”
토키를 집어삼켰던 고행의 미궁을 돌파한 지도 벌써 년 단위가 지났다.
그런 그의 앞에…
[경이로운 발견! 칠흑의 미궁을 발견합니다.]
[일대에 자격의 증표(칠흑)이 흩뿌려집니다.]
“미궁이다.”
또 다른 미궁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