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52
제351화
껍질을 깨부수고 세상에 나오다.
강설은 쟈마드의 상태를 보고 가장 먼저 그 생각을 떠올렸다.
그는 이제 어떤 존재가 된 것인가.
경지를 쌓아 올린 그는 이전과는 다른 존재인 것인가.
잔뜩 떠오르는 메시지들이 그런 물음에 더한 의문을 내던졌다.
[환상 절기를 창안할 수 있습니다.]
[환상 절기는 전승이 불가합니다.]
[환상 절기는 기존 절기보다 훌륭한 효과를 지닙니다.]
[예속된 이는 환상 절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환상 절기를 창안할 수 없는 대신 대주술의 사용횟수와 효과가 크게 상승합니다.]
[환상 절기를 창안할 수 없는 대신, 모든 주술의 경지가 크게 상승합니다.]
[환상 절기를 창안할 수 없는 대신,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그에 버금가는 이적(異蹟)을 행할 수 있습니다.]
[이제 산 주술이 근원의 잔량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산 주술 파괴력과 범위가 40% 상승합니다.]
[대지 속성 피해의 10%가 고정 피해로 전환됩니다.]
[타격 시 총 피해의 30%만큼 대지 피해가 추가됩니다.]
[고정 피해를 제외한 받는 피해가 15% 감소합니다.]
[주술의 개념이 상상력과 근원에 기반하여 확대됩니다.]
[모든 저항력이 20% 상승합니다.]
……
쟈마드의 몸에 금이 간 조각상 같은 균열들이 언뜻언뜻 보였다.
그러나 오래됨과 낡음의 의미가 아닌, 그의 피부가 언제라도 벗어버릴 수 있는 껍질이라는 의미인 것 같았다.
그는 지금,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되었다.
‘큰일났습니다’님이 광기를 3,000만큼 후원하셨습니다!
[코피가 안 멈춰… 날 가져!]
– 큭… 멋이써…
– 그래… 쟈마드 원래 이렇게 생겼었지… 다시 보니 미남이었네…
– 이게 바로 인기가 외모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그냥 트롤 같이 생겼어요.
– 닥쳐! 너야말로 트롤 같이 생긴 게!
[경고! 소환사에 비해 소환수의 경지가 높습니다.]
[장기적으로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될 시, 충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소환수가 독립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독립을 시도한 소환수는 소환사를 적대할 수 없습니다.]
강설은 처음 보는 메시지에 당혹스러움을 느꼈지만, 그만큼 쟈마드가 강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불쾌함을 느끼지는 않았다.
– 시스템마저 인정한 주종관계!
– 오늘부터 제가 건물줍니다.
– ??? : 깐부끼리는 니꺼 내꺼 없는 거야…
– 헤헤… 쟈마드 님 최고십니다. 지금까지 제가 혹시 실수한 게 있다면…
“드디어, 되돌아왔군….”
– 헤헤… 쟈마드님 최고십니다,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쟈마드의 바뀐 몸은 그냥 딱 봐도 태가 달랐다.
이전에는 그저 검은 찰흙을 뭉쳐 놓은 듯한 불길한 기운이 들었다면, 이제는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다만, 한편으론 걱정되기도 했다.
‘소환수의 독립… 언젠가 짚고 넘어가긴 해야지.’
소환수의 경지가 특정 수준 이상으로 뛰어오르면, 그에 따른 자유가 주어진다.
예속을 맺은 대상이 환상수라면 평상시에는 아예 개체의 영역을 가질 수 있으며 무리까지 이끌 수도 있었다.
더는 모든 행동을 소환사에게만 의존하는 관계가 아니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이제 물리적 거리가 조금 떨어진다고 문제가 생기지도 않고 말이지….’
소환수들은 소환사에게 지속적으로 마력을 공급받지 못하면 그 존재를 유지할 수 없었다. 이것이 소환수가 소환사에게 예속된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지고의 경지쯤에 다다른 소환수는 스스로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존재다.
이미, 소환수라는 개념 자체를 어지럽히는 힘이었다.
강설이라고 마냥 태평할 수는 없었다.
막강한 권한과 힘이 쟈마드에게 주어졌을 때, 쟈마드는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시청자들은 불안한 마음을 애써 누르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휘리리릭-!
“…어?”
쟈마드가 피가 휘돌아 생기가 가득해진 피부를 포기하고 그림자를 뒤덮었다.
[걷는 산 쟈마드는 현재 그림자 상태입니다.]
“이제는 이쪽이 더 익숙하군.”
강설은 피식 웃으며 그 말에 화답했다.
쟈마드를 비롯한 그의 소환수들은 아마도 비슷한 선택을 내릴 것이다.
그들은 진심으로 강설과 함께하기를 원하고 있었으니.
이로써, 쟈마드가 완전한 경지에 도달하며 모험이 일단락되었다.
그 어떤 보상보다도 소환수가 벽을 깨부수는 것이 가장 훌륭했으니, 다른 보상을 받기도 전부터 들뜬 마음이었다.
‘그래도, 받을 건 받아야지.’
이번엔, 모험 보상 상자가 던져지지 않았다.
애초부터 보상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강설이 탄투이누를 지긋이 바라보자, 그녀가 그 의도를 대강 눈치챈 듯 말을 꺼내왔다.
“이제, 일이 마무리되었구나. 어머니는 흙으로 돌아갔지만, 그녀의 바람은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저벅… 저벅…
강설에게 주어지는 천.
“너희들에게 어머니의 물건을 건네마.”
초록빛의 천.
[신물 : 용의 허물을 획득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능력 점수를 획득합니다.]
[능력 점수를 획득합니다.]
[알부자의 특수 능력이 발동합니다.]
[능력 점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능력 점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교활한 핏빛 뱀이 발동합니다.]
[능력 점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능력 점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나는 놈의 특수 능력이 발동합니다.]
[능력 점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능력 점수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그 고된 모험을 거치며 여태 얻은 신물은 쟈마드의 무기인 산의 주먹과 와탈라의 유적에서 얻었던 양피지 조각뿐이었다.
‘그마저도 양피지는 단순히 지도에 불과했고.’
그곳에서 얻었던 분신은 어째서인지 강설보다 우르가 더 애지중지하고 있었지만… 아무튼.
산의 주먹을 2번째 모험에서 얻었던 것을 떠올려본다면 그 효용성이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할 만했다.
‘국밥도 이 정도로 우리면 발 씻은 물맛이 나겠어.’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획득한 신물에도 크게 기대가 되었다.
‘제발 내가 아니어도 되니 사용할 수만 있어라!’
강설의 소환수 중 누구라도 착용만 가능하다면 만족할 수 있었다.
최악의 경우 아무도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일 때니까. 값을 매길 수 없는 물건이기에 팔 수도 없었다.
아니, 억울해서 팔기 싫었다.
[신물 : 용의 허물]
등급 : 신물
적정 레벨 : 없음
방어력 : (레벨 당 +6)(현재 추가 방어력 +258)
내구력 : 300/300
무게 : 0.1kg
바위 실을 이용해 탄크리드가 직접 만들어낸 휘장. 걸치기만 하여도 신체 능력이 크게 상승한다. 자격 없는 자가 사용할 때, 아무런 효과가 없다. 또한 현재까지 숨겨진 힘은 알 수 없다.
기본 능력 : 모든 능력치 증가 (레벨 당 +1)(현재 추가 능력치 +43)
특수 능력 : 알 수 없음
‘또 나왔네… 알 수 없음.’
저 지긋지긋한 알 수 없음은 왜 자꾸만 나타나는지.
‘이제는 선지안의 효과가 미미한 거겠지.’
그가 다루는 물건들이 워낙 기상천외한 것투성이었기에 이제는 선지안만으로는 그것들이 가진 효능을 꿰뚫어 볼 수 없는 것일지도.
그래도 일단 특수 능력을 배제하더라도 압도적인 능력치였다.
‘망토가 무슨 방어력이 이래….’
고작 천 따위를 두르는 것만으로도 258의 방어력을 얻을 수 있다면 판데아에 갑옷을 입는 자들은 없을 것이다.
거기다 올 스탯도 괴물 같이 붙어서 만능이었다.
탄크리드는 아마도 누가 이 망토를 사용할지 모르기에 배려한 것은 아닐까와 같은 해괴한 망상까지 떠올릴 정도였다.
‘내가 사용할까?’
레벨이 올라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능력치를 보니 탐이 나기는 했다.
하지만, 강설에게는 이미 한차례 강화를 거친 불원숭이가 있었다.
용의 허물이 어떤 특수 능력을 보유했는지는 몰라도 당장에 보이는 것만으로는 망토를 교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거기다… 저 자격 없는 자라는 말도 신경 쓰이고 말이지.’
자격 없는 자.
보통 신물이나 저주받은 물건에 종종 새겨져 있는 문구였다.
저주받은 물건을 자격 없는 자가 착용하면 크나큰 화를 입고 신물을 자격 없는 자가 착용하면 그 효과를 반도 끌어내지 못했다.
‘음… 차라리 이편이….’
강설이 자신도 모르게 망토를 쟈마드의 어깨 근처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망토로 사용하기엔 초라했지만 망토 부위에 착용하는 것이지 스타일은 맘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쟈마드가 어깨에 걸치는 휘장으로 사용해도 괜찮겠는데.’
– ㅎㅎ 남편분이 건장하시네요.
– 3대 2톤이어서요 ㅎㅎ
– 실례지만 코끼리인가요?
그리고, 탄크리드의 물건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강설은 탄크리드와 그다지 교류가 없었던 반면에 쟈마드는 그녀와 얽힌 이야기가 많았던 듯했으니.
강설은 말없이 쟈마드에게 물건을 건네었다.
– 아빠는 물에 밥 말아 먹으면 돼. 이게 좋아.
– 따흑… 오랜만에 아버지한테 식사라도 대접해야겠네요.
– 뭐 사드리시게요?
– 물에 밥 말아드리려고요. 좋아하시거든요.
– 와….
어째 재주는 강설이 부리고 보상은 쟈마드가 챙겨가는 기분이었지만, 평상시에는 입장이 정반대였으니 크게 생각할 것까진 아닌 듯했다.
애초에 쟈마드의 강함이 곧 강설이 강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스윽…
쟈마드가 어깨에 용의 날개가 그려진 휘장을 메자, 갑자기 메시지가 떠올랐다.
[신물 : 용의 허물이 주인을 찾았습니다.]
[신물 : 용의 허물의 특수 능력이 밝혀집니다.]
[기억이 전해집니다.]
[걷는 산 쟈마드가 새로운 주술을 접합니다.]
쟈마드의 눈이 허공을 향했다.
마치 저 너머의 뭔가를 확인하는 듯.
“그렇군.”
“뭐가 전해진 거야?”
“별거 아니다. 대지의 힘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들이지.”
역시, 휘장의 주인은 쟈마드였던 듯했다. 강설이 대지의 힘에 대해 깊게 파고 들어봐야 얻을 것도 없었으리라.
“작은 생명체여, 네 손에 쥐어진 그 물건은 그녀가 남긴 것이더냐?”
“손? 아아….”
잠꾸러기를 향해 산의 주먹을 들어 보이는 쟈마드.
“그렇다.”
“흘흘… 낡았구나. 아마도 제법 오래된 것이겠지.”
강설은 잠꾸러기가 하는 말에 귀 기울였다.
‘뭔가 콩고물이라도 좀 떨어질 것 같은데….’
그리고 이럴 때를 대비해 미리미리 준비해둔 것도 있고 말이다.
강설이 품에서 꿀단지를 꺼내놓았다.
“음?”
잠꾸러기가 눈썹을 치떴다.
– 벌집이 온전히 남아있어서! 잠꾸러기에게 가져가면 좋은 일이 있을 거야.
숲지기가 말했듯, 거인 벌의 꿀은 굉장히 효과가 좋았다. 특히나 정원지기인 잠꾸러기에게.
“그것은!”
눈이 번쩍 뜨이는 잠꾸러기.
– 잠꾸러기 닉값 좀 해…
– 꿀을 먹지 않고선 불면증에 걸릴 거야!
강설이 꿀을 슥- 내밀었다.
“단 걸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허허… 별미지, 별미! 불청객인 줄 알았거늘 예의가 있구나. 어쩐지 범상치 않았어. 거인 벌의 꿀을 가져오는 인간이라… 오랜만이군. 그 녀석, 정말로 떠난 건가.”
잠꾸러기가 그리워하는 이가 누구인지 강설은 알 것만 같았지만, 애써 모른 척하며 물었다.
“혹, 꿀과 교환할 만한 어떤….”
“어떤…?”
“조언이나… 혹은 뭐….”
강설이 애써 빙빙 돌려 말하자 잠꾸러기가 줄기로 꿀을 가져갔다.
스으으윽…
“좋다! 그 물건! 손봐주지.”
강설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강설이 쟈마드의 일에 이처럼 나서니, 쟈마드도 그림자가 편한 게 당연할지도.
“이리 가져오거라, 그리고… 네 품에 있는 그것도.”
“품?”
“차가운 땅에서 얻은 물건 말이다. 가지고 있어 봐야 아무짝에 쓸모없으니 신물을 강화하는 데 사용하겠다.”
“아!”
강설은 품에서 재빨리 그 물건을 꺼냈다.
[불세출(不世出) : 얼음별]
등급 : 불세출
적정 레벨 : 없음
무게 : 0.1kg
타락한 원신의 파편 이리자드의 정수가 담긴 보석. 그 안에 담긴 힘은 헤아릴 수 없으나 난폭하여 충돌을 일으킨다.
특수 능력 : 알 수 없음.
용도를 알 수 없기에 가지고만 있었는데, 여기서 사용할 수 있을 줄이야.
물건을 받아든 잠꾸러기가 움찔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없애봐야… 아무것도 내어놓지 않을 것이니.”
“…네?”
“아니다. 호… 이미 지저분하게 손을 댄 흔적이 있군.”
강설이 뒤통수를 긁적였다.
신물을 어떻게든 써먹으려고 흑기사와의 일전에서 광기 상점에서 산 주괴로 강화를 거친 흔적이 남아있을 것이다.
살고자 했던 행동인데, 참 섭섭한 말이었다.
“재밌구나. 자! 그토록 소중한 물건이라면 더 귀한 물건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도 좋겠지.”
“…네?”
그냥 강화가 아니었던가?
강설과 쟈마드의 눈에 물음표가 뜰 때쯤, 빛이 휘돌았다.
후우우우우우웅…
빠지지지직…
투박하게 생긴 모습의 산의 주먹이 으스러지더니 점차 모양이 변해갔다.
전보다 더 거대하게, 그리고 전보다 더 눈에 띄게.
검은 몸체를 따라 새겨지는 문양.
용이 날갯짓하는 듯한 금빛 문양이 고풍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이건….”
물건의 주인과 물건의 주인의 주인이 모두 입을 떡 벌렸다.
[신물 : 산의 주먹이 혁명을 거칩니다.]
[신물 : 산의 주먹이 새롭게 재탄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