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384
제383화
모든 게 기억났다.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이 하나씩 모여 결국엔 원래의 모습을 내비치기 시작할 때, 깨닫고 만 것이다.
다만, 그 그림이 원래 바라던 그림이었는지는 잘 모른다고 답할 것이다.
“흑… 으흑….”
유림은 여전히 가면을 쓴 채로 울고 있었다.
가면의 모습을 한 쇠창살이며 결코 탈출할 수 없는 감옥이었다.
“…유림, 가면을 벗어.”
“하지만… 나는….”
강설은 망설이는 유림을 보며 한 가지 사실을 또 깨달았다.
유림은 야차이되 야차가 아니었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그녀가 야차임을 부정하게 했으니까.
적어도, 아직은 가능성이 있었다.
스윽…
물론, 신유의 생각까지 강설과 같을 수는 없는 법이다.
“유림, 아니… 야차를 죽여야 해, 강설.”
“그녀는 야차가 아니야.”
“네가 직접 봤잖아! 그녀도 알고 있어! 그녀가 야차라는 걸!”
그녀는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야차 안에 유림이라는 소녀가 있다는 걸, 말하고 싶음에도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난… 이 끔찍한 꿈에 한시도 더 있고 싶지 않아. 그녀를 죽이고 이곳에서 빠져나갈 거야. 대답해, 유림. 맞지? 방법은 그것뿐인 거지?”
“…….”
강설은 유림과 신유의 사이에 섰다.
“…뭐 하는 짓이야?”
“신유, 우리에게 시간을 줘. 방법을 찾아낼게.”
“설마 날 막을 생각이야, 강설?”
“그래.”
그래야 한다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온몸이 소리쳤다.
휘오오오오오…
그 즉시, 신유의 몸에서 미증유의 힘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착각하지 마, 강설.”
거칠고 난폭한 힘이 신유의 몸에서 기지개를 켰다.
‘전보다 더 강해졌어!’
신유라는 천재에게 시간이 주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곧 알게 될지도.
“넌 내 상대가 될 수 없어. 이전에도… 앞으로도. 그런데도 막을 생각이야?”
길게 생각할 것도 없었다.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
파지지지직…
신유의 손에 뇌전이 맺혔다.
“그럼, 어쩔 수 없겠네. 어차피 환상일 뿐이니 널….”
그때였다.
“여기서… 뭣들 하는 겁니까?”
저벅…
저벅…
아수라장이 펼쳐졌던 성에서 홀로 빠져나온 남자.
‘그러고 보니….’
성에서 들려오던 소음이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 말은, 안에서 벌어졌던 무력 충돌 사태가 모두 끝났다는 얘기.
“강설, 유림.”
“스승님!”
유현이었다.
“제대로 설명하십시오. 그 기괴한 가면은 뭐고… 신유가 지금 하는 말은 또 무엇인지.”
유현의 눈이 강설을 쏘아보았다.
진실을 갈구하는 그의 눈.
하지만…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가 원하는 말은 소중한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당신은 누군가의 영혼에 남겨진 환상일 뿐이고, 과거의 내 기억일 뿐이다. 즉, 유현이라는 사람의 인생은 거짓이고 모두 만들어진 것이다.
‘어떻게….’
그런데, 누군가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오랜만이네, 스승님.”
“…신유. 다행히 건강해 보이는군요.”
“그 대답, 내가 대신 들려줄게. 한때나마 함께 시간을 보냈으니까.”
신유는, 어떤 일을 겪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안 돼, 신유!”
“당신, 가짜예요.”
“……가짜?”
유현의 눈썹이 꿈틀했다.
“이 세계는 고작해야 누군가의 꿈일 뿐이고, 나와 여기 있는 강설… 그리고 죽어간 몇몇 녀석들 빼고는 전부 만들어진 가짜들이라고!”
신유의 외침에 유현이 빙긋 미소 지었다.
“황당한 소리군요….”
“믿기 어렵겠지만….”
“믿습니다.”
“…믿는다고?”
“내 제자는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아이였습니다. 지금도… 그렇겠지요?”
“…….”
신유는 꿈을 자각하기 전, 장막에 거두어졌었다. 유림과 함께 유현의 밑에서 미래를 준비하며 검을 휘둘렀었다.
으드득…
신유가 어금니를 꽉 물었다.
과거의 일은 이미 흘러갔다.
“다만 한 가지, 묻겠습니다.”
스승이 과거의 제자에게 묻는다.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 존재라면… 여기 있는 유림 또한 만들어진 존재입니까?”
“그건….”
“당신은 거짓말을 정말 못했죠.”
유현의 말대로였다.
신유는 목적이 있더라도 거짓말은 하지 못했다.
“유림은… 아니야.”
“그런데 어째서 당신은 유림을 노리는 겁니까?”
신유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니야… 아니야… 전부 잘못됐다고, 유림이 없어져야 해. 그럼, 이건 전부 없었던 일이 될 거야.”
그의 이상 반응에 유현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신유, 설마 얼굴들이 건넨 약을 먹은 겁니까?”
그 말에 유림마저 고개를 떨구었다.
“야… 약?”
“당신… 그래서….”
약이라니?
‘설마!’
얼굴들이 이상과 목적으로만 사람들을 포섭하는 건 아니었다. 쓸모가 있는 존재는 약물을 통해 끊임없이 세뇌한다는 정보가 돌았었다.
약의 부작용이 상당해, 수명이 크게 단축되고 환각을 보거나 망상에 사로잡힌다고 알고 있었다.
“…신유.”
“전부… 내 탓이 아닌데… 이렇게 되고 말았어. 하지만 괜찮아. 꿈이니까, 환상이니까. 깨고 나면 전부 없었던 일이 되는 거니까.”
스윽…
신유가 웃옷을 들쳐 올렸다.
“맙소사….”
엄청난 흉터들이 그의 몸에 자리했다. 원래였다면 유림이 경험했을 만한 끔찍한 상처들.
그녀가 경험한 지옥은 반씩 나누어져 신유와 강설에게 돌아갔다.
그녀는 잠시나마 구원받았지만, 반대로 지옥에 떨어졌던 자들도 있다.
스윽…
신유의 시선이 유림에게로 향했다.
유림은 가면을 쓴 채로 덜덜 떨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야차입니다. 야차로 태어나… 많은 사람을 죽이고… 언제나 불행을 몰고 다녔습니다.”
유림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내가 잘못했어! 내 탓이야!”
“유림.”
유현이 유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심호흡을 크게 하세요.”
“흑… 흐윽….”
“울지 마세요. 당신은 야차가 아닙니다. 나의 제자 유림입니다.”
강설은 유현의 태도를 보고 깨달은 바가 있다.
어떻게 저렇게 확신할 수 있는지.
자신의 행동에, 자신의 판단에.
“죄송해요… 태어나서 죄송해요… 모두 제 탓이에요. 저만… 저만 없어지면 돼요. 모두 내려놓을게요. 제가 분에 넘치는 걸 받았….”
슥…
머리를 쥐어뜯는 유림의 양팔을 붙잡는 유현.
“가면을 벗으세요.”
“하지만… 저는….”
“울지 마세요, 유림. 당신이 선택하지 않은 고난에 쓰러지지 마세요.”
강설은 유현을 보며 떠올려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유현은 환상이지만, 생전의 유현이 각인된 모습이었다.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강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당신은 여전히 나의 자랑스러운 제자입니다.”
“…….”
“가끔 푼수처럼 행동하고, 얼굴이 자주 붉어지며 여느 소녀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유림이 자학을 멈추고 고개를 슬며시 들었다.
“나의 제자입니다. 지금, 그 가면을 쓰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 가면 또한 받아들이지 마세요.”
유현은 벌떡 일어나 신유를 바라보았다.
“신유, 당신에게는 늘 미안했습니다.”
“난… 난….”
“많이 변했군요. 약이 골수까지 미친 것 같습니다.”
“내가… 변했다고?”
“눈에 살기가 짙습니다. 기운도 거칠어졌고요.”
“…….”
“많은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만… 더는 내게 다가오지 마….”
신유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모든 걸… 끝내야 해. 내 손으로….”
그가 검집에 손을 올렸다.
“끝낼 거야, 내가… 모두….”
신유의 뒤틀린 모습에 당황한 것은 강설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누구였는지, 또 어떻게 만난 사이인지도 전부 떠올랐다.
‘신유….’
정말 꿈에서 되돌아가면,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일까. 모두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일까.
“유림, 그리고 강설.”
유현이 신유와 마주 서며 말했다.
“옛 제자와의 싸움은 피할 수 없겠군요. 하나, 비틀어져 버린 신유와 당신들과의 싸움은 어떻게든 유예해보겠습니다.”
유현도 검집에 손을 올렸다.
“…신유, 못난 스승의 마지막 가르침일 겁니다. 진심으로 덤비세요.”
“당신은… 가짜라고….”
“가짜가 된 기념으로, 봐주지 않을 겁니다.”
“난 이미 당신을 넘어섰어! 당신에게 배울 건… 아무것도 없다고.”
싱그러운 웃음.
“과연 그럴까요?”
유현은 여전히 검을 뽑지 않았다.
그럼에도, 신유는 긴장했다.
휘오오오오오…
바람이 일었다.
신유의 검에서 짙은 피 냄새가 느껴졌다.
피에 절은 검이다.
야차가 걸어온 길의 일부를 그가 감당한 것이다.
파아아앙-!
신형이 길쭉이 늘어나는 듯한 움직임.
신유의 검이 마치 벼락처럼 뚝 떨어졌다.
[신유가 거합 : 강 가르기를 사용합니다.]
[검집에 담긴 검을 빠르게 뽑으며 단일 대상에게 막대한 피해를 줍니다.]
[피할 수 없는 공격입니다.]
[대형인 상대에게는 50%의 고정 피해가 적용됩니다.]
‘신립의 벽력검!’
철컥…
콰아아아아앙-!
유현이 검을 뽑아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검을 맞받아쳤다.
으지지지직-!
그는 양팔을 이용해 이어지는 충격을 버텼다.
“…처음 보는 검술이군요.”
“내 형제의 검….”
“당신에게 형제가 있었군요.”
“그러니까, 난 이곳에서 나가야만 해….”
끼리릭…
[신유가 여우비를 사용합니다.]
[연달아 방어하면 방어로 경감된 피해의 20%가 방어 무시 피해로 전환됩니다.]
파아아아아앙-!
세 번 연달아 찌르기.
어렵지 않게 막아내는 유현.
“중검에서 쾌검으로… 특이하군요.”
후우우우웅…
파지지직-!
그 순간, 신유의 눈에서 불꽃이 일었다.
검이 흐늘거렸다.
‘저 검은!’
강설은 재빨리 몸을 날려 유림을 감쌌다.
충격으로 바닥과 몸이 맞닿았지만, 몸이 난자되는 것보다는 나았다.
스으으으으으으…
[신유가 산들바람을 사용합니다.]
[광범위한 영역에 검의 바람이 흐릅니다.]
……
우지지지직…
우지지직…
우직…
근방의 나무가 모조리 쓰러졌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느낌이 달라?’
일전에 느꼈던 신유의 검은 방금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그리고 더 파괴적이었다.
새로운 인생이라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신유의 검은 오히려 전보다 퇴보한 듯했다.
‘어째서지?’
물론, 신유의 기준에서 그렇다는 거지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이미 대륙에 이름을 남길 검사가 되어 있었다.
“좋은 검입니다.”
“어떻게….”
“그리고 나쁜 움직임이군요.”
“어떻게에에!”
유현이 맹공을 견디고 멀쩡히 서 있었다.
옷섶이 조금 베였을 뿐, 그는 굳건했다.
“조금 헤매는 듯하군요. 신유, 당신이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당신 역시 나의 제자입니다.”
“…….”
“내겐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정진을 위해 다소 거칠게 훈계해야겠군요.”
후우우우우우웅…
기이할 정도로 깔끔한 기운.
“또… 그겁니까. 그건 이제….”
“나는 애초에 이것밖에 할 줄 모릅니다.”
철컥…
“신유, 당신을 베겠습니다.”
“으아아아아!”
스르으으응…
현실에서나, 꿈에서나.
평생을 갈고닦은 하나의 검술.
[유현이 절기 : 한마음 베기를 사용합니다.]
[대상을 벱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숨 쉬는 이는, 그 검술에 압도당했다.
철컥…
유현의 검이 되돌아가고.
파스스스…
신유의 검이 잘게 부서졌다.
그리고.
스으윽…
툭.
“…어?”
신유의 한쪽 팔이 떨어졌다.
“끄으으으… 으아악!”
“신유!”
강설과 유림은 자신들도 모르게 괴로워하는 신유에게 달려갔다.
“난… 나는… 대체 왜… 꿈인데 이렇게….”
약에 취한 신유는 횡설수설하며 뒤로 물러났다.
“안 돼! 그쪽은….”
투둑…
“…어?”
벼랑으로 사라지는 신유.
파아아앗-!
다행히, 누군가의 손이 하나 남은 신유의 손과 닿았다.
“떨어지면… 안 돼….”
“…유림.”
야차 가면을 쓴 유림이 눈물을 쏟아냈다.
“떨어지지 마, 힘을 내!”
툭…
투둑…
유림의 눈물이 신유의 얼굴 위로 떨어져 내렸다. 붉게 물들었던 신유의 눈이 서서히 원래의 빛을 되찾아왔다.
“유림… 나의 소중한 친구. 맙소사….”
“올라와! 올라와야 해!”
툭…
투둑…
비가 시작되었다.
콰르르릉-!
하늘을 가로지르는 뇌전.
“나는… 무슨 짓을….”
강설은 유림을 도와 신유를 끌어올리려 했다.
촤아아아…
촤아아아아아…
비가 오자, 파도가 거세어졌다.
곧, 신유의 안색이 굳었다.
무언가를 결심한 듯한 그.
“다음에 만날 땐, 반드시 선택해야만 할 거야.”
스르윽…
“너희 모두.”
“안 돼에에! 신유!”
신유가 유림의 손을 놓았다.
촤아아아아…
벼랑에서 파도 속으로 사라지는 신유.
“흑… 으흑… 어째서….”
유림이 괴로워하는 것을 억지로 일으켜 부축했다. 상황이 심각한 것은 신유만이 아니었다.
강설과 유림이 동시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쿨럭….”
쓰러진 나무 둥치에 간신히 기대어 숨을 헐떡이는 유현.
장포가 전부 피로 물들어 있었다.
“스승님!”
“끄르윽….”
푸화아악…
유현이 피를 토했다.
“하아… 하아….”
강설은 재빨리 유현의 장포를 헤집어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럴 수가….”
수많은 상처.
모든 상처가 피를 머금고 있는 게, 전부 생긴 지 얼마 안 된 상처들이었다. 그리고 방금 유현에게 입은 것처럼 보이는 검상까지.
– 내겐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정진을 위해 다소 거칠게 훈계해야겠군요.
‘설마 시간이 없다는 말이….’
이미 그는 회담 장소에서 쓰러졌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처를 입은 상황이었다.
“어떻게 이 몸으로….”
“쿨럭… 오늘의 일이… 하아… 당신들에게 시간을 벌어줄 겁니다.”
시간…
선택을 내릴 시간을…
중얼거리는 유현.
그의 말이 맞았다.
그에겐 시간이 없었다.
“강설… 나의 제자… 당신에게 반드시 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유림은, 당신을 따릅니다.”
“…….”
“당신이 죽으라면 죽는시늉이 아니라… 진짜 죽을 푼수 같은 아이예요.”
유림은 조용히 눈물만 뚝뚝 흘렸다.
“그러니 반드시… 당신이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합니다. 당신은… 유림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했으면 하는 겁니까?”
야차와 유림.
강설의 선택은 망설일 만한 것이 아니었다.
스윽…
유림의 가면에 손을 올리는 강설.
“가면을 벗어, 유림. 스승님의 마지막이야.”
“…….”
슥…
유림이 가면을 벗었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
“유림, 당신은 웃는 게 좋아요.”
“스승님!”
철컥…
허리춤의 검을 풀어 유림에게 넘기는 유현.
“내가 걸어온 시간을 당신에게 드립니다. 비록… 가짜일지라도.”
“…….”
“나의 삶이 모두 가짜였다니… 킥… 그래도… 가짜치고는 나름 쓸 만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말씀은….”
“내가 정진한 시간이… 당신들의 미래를 열 수 있다면… 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하아…
하아…
끝이 다가왔다.
“신유는 장막과 얼굴들이 모두 사라진 지금, 가장 강한 자입니다. 그는 이미 절 넘어섰습니다. 그리고 아마… 후엔 더 강해질 겁니다. 그의 뜻에 반한다는 건… 그만한 각오를 해야 할 겁니다. 강설.”
“예.”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자에게서 유림을 지키기 위해 전부를 걸고 싸울 수 있느냐는 말입니다.”
“저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무엇이 옳은 판단인지를.
“그럼,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는 지하에서 지켜봐야겠군요.”
“…….”
“당신들에게 찾아온 고난은 당신들이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기나긴… 그리고 거짓된 세계의 이야기가 맞이할 결말만큼은!”
파악-!
강설의 손을 꼭 붙잡는 유현.
이미, 그가 시력을 잃은 후다.
눈이 회색으로 물들어 있다.
그의 마지막 힘이다.
“결말만큼은… 당신들 스스로 선택하세요.”
투욱…
쏴아아아아…
빗소리에 파묻혀, 사람들이 떠나갔다.
거짓으로 꾸며냈던 많은 자들이, 비에 쓸려 사라졌다.
그들은 거짓으로 꾸며졌으나 진심으로 살아왔다. 그것만큼은 비에 쓸려가지 않았다.
[꿈의 끝자락이 다가옵니다.]
[꿈의 붕괴가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