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12
제411화
“허억… 허억….”
대저택의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인이 허겁지겁 책장을 조작했다.
툭…
툭…
황급히 손을 움직여 몇 종류의 책을 바닥으로 떨어트리자 책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그 뒤에 드러난 비밀 통로.
중년인은 재빨리 비밀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괴물… 괴물이야….”
책장이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자, 횃불의 불을 당겼다.
치이익…
화르르륵-!
불길이 피어오르자, 어두운 통로에 빛이 생겨났다.
그리고, 누군가의 형상도 함께.
“아하… 여기였구나.”
“…어, 어떻게.”
여우 목도리를 하고 눈 밑에 눈물점이 있는 여인이 통로 한쪽에 기댄 채로 중년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끝났어, 포기해.”
중년인이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프리나! 약속과 다르잖아! 연방 귀족을 우습게 아는 것도 정도가 있지, 우리가 힘을 합치면 너희 같은 악한들은 단숨에….”
푸푸푹-!
중년인의 가슴에 단도 3개가 나란히 틀어박혔다.
“어어억….”
“뭐, 다들 그렇게 말을 하지. 악을 뿌리 뽑겠다는 둥, 우리 같은 놈들을 세상에서 사라지게 하겠다는 둥.”
쿵-!
사내가 바닥에 몸을 뉘었다.
“근데 그거 알아?”
키득대며 웃는 여인.
“여태까지 그런 말을 한 녀석 중에 단 한 녀석도 성공하지 못했어. 어째서일까… 약한 녀석들만 그런 말을 내뱉는 걸까?”
팍-!
여인이 중년의 머리칼을 붙잡고 들어 올리다 다시 내려놓았다.
“죽었네. 이야기는 듣고 가지, 뭐가 급하다고….”
쿠구구궁…
여인이 저택으로 되돌아갔다.
콰르릉-!
밖에 번개가 쳤다.
빛이 번쩍이자 저택의 참상이 드러났다.
저택의 고용인들, 그리고 저택에 사는 일가족들.
모두가 시체가 되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끔찍하게 난도질 된 시체들도 잔뜩이었다.
그 주변으로 범상치 않은 자들이 서 있었다.
“하늘이 성을 내내. 우리를 본 걸까?”
“재수 없는 소리 말아라. 그리고 하늘도 지금 네 꼴을 보면 무서워서 숨을 지경이야. 프리나.”
“킥킥… 그럴까? 아… 시시했어. 왜 이렇게 다들 약해빠진 거야. 재미없지 않았어?”
“그게 인간이다. 자기보다 한없이 작은 날붙이만 보아도 벌벌 떨며 눈물을 글썽이지. 대부분은 그래.”
칙…
칙…
궐련을 입에 무는 남자.
그의 안경에 피가 튀어 있었다.
“뭐, 나는 그 점이 좋다만. 그리고 일에 재미를 따지는 녀석은 너뿐이다.”
“두근거리지 않잖아. 제대로 된 실전을 치른 게 언제인지 까마득해. 겁쟁이들만 가득하다고. 서로의 목숨을 탐하며 최선과 최고로 가득 채운 싸움이 그리워.”
“조직이 비대해진 탓이지. 어쩔 수 없지. 평화가 찾아온 거다.”
“평화? 킥… 재밌는 소리를 하네.”
콰르릉-!
번개가 다시 쳐 저택의 참상을 일깨웠다.
“이게 어딜 봐서 평화라는 거야.”
“평화의 정의에 대해 논쟁할 생각은 없다.”
“에드릭, 이 일… 관둬버릴까?”
“그럼 네가 바라는 즐거운 실전을 잔뜩 치를 수 있겠군. 조직이 널 뒤쫓을 테니까.”
“킥킥… 그것도 재밌을 것 같고.”
스윽…
안경을 추켜올린 에드릭이 프리나에게 물었다.
“두꺼비와는 언제 접촉하지?”
“글쎄… 상층부는 두꺼비를 곁에서 도우라 하는데… 뒤처리나 조금 해주면 되겠지.”
에드릭은 그녀가 관심 있어 할 만한 얘기를 꺼냈다.
“최근에, 두꺼비의 일을 방해하는 녀석이 있다더군.”
“들었어. 그래서 당장 출발하려고. 얼마나 간 큰 녀석인 걸까? 기대 돼!”
“…너, 그거 일찍 죽을 만한 안 좋은 습성이다.”
“죽어? 내가?”
프리나가 싱긋 웃었다.
“나는 안 죽어. 늘 그랬거든.”
“오늘 죽은 이들도 어제까지는 그런 생각을 품고 살았겠지. …뭐, 내 말이 틀렸기를 바라마.”
에드릭은 약자가 강자의 일에 휘말리면 그 목숨은 파리 목숨만큼이나 하찮아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프리나는 그것을 모르는 것이다. 평생토록 강자로만 살아왔으니까.
연장자로서의 염려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었던 에드릭은 궐련을 구두로 비벼끄며 저택을 나섰다.
* * *
시계탑에서 벌어졌던 폭발 사고는 다행히 그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았다.
다만, 이시이와 예바에게는 좋지 않은 추억을 선물했다.
이시이와 예바는 연방 정부에 보호 요청을 보냈고 이내, 꽤 쓸 만한 실력자들이 즉시 파견되어 그들을 안전한 곳까지 이송해 갔다.
이 모든 일이 순식간에 행해졌으니, 이시이와 예바가 연방에서 꽤 중요한 위치까지 올라왔다는 증명이기도 했다.
애초에 휘겔텅의 빙하아귀들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이한 인물들이었으니 당연한 대처인지도.
그리고, 마음을 놓은 강설은 실비아를 노리는 녀석들을 역추적해 나가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난 몰라요, 정말로 모른다고요!”
강설의 눈앞에 있는 아이는 이시이에게 폭탄이 장착된 꽃을 판매했던 그 아이였다.
강설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건, 확인해보면 알 노릇이지.”
찌지직…
상대의 기억을 헤집는 용혈안.
– 너희들 중 누구라도 접근할 수 있으면 된 거야.
[돌발 모험 ‘도시의 밤’의 추가 정보를 얻었습니다.]
[조건을 충족할 경우, 돌발 모험이 발생합니다.]
……
아이의 말은 사실이긴 했다. 시계탑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던 놈들이 전부 놈들의 끄나풀이었다니.
‘그래도… 하나는 알았군.’
아이들에게 이 위험한 임무를 떠넘긴 자의 얼굴과 목소리다. 복면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렸지만, 그 정도로는 강설의 눈썰미와 감각을 속일 수 없었다.
심지어 그자가 발산하는 마력의 형상까지도 뇌리에 깊이 각인했다.
마력의 형상은 지문과 마찬가지라, 놈들을 찾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렇게 하루가 더 지나, 도시를 뒤져 그 남자를 찾아냈다.
“그, 그만….”
콰아아악-!
손등을 꿰뚫는 검.
“크아아아악!”
“간도 크게 내 주변에 머물 줄이야.”
“가, 감시하라는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파아악-!
남자의 멱살을 쥔 강설이 용혈안을 운용했다.
찌지직…
예의 두꺼비 같은 남자가 다시 등장했다. 이번엔, 얼굴까지 드러난 채로.
– 회가 소집령을 내렸다. 쉬를렌에서 회담이 잡혔으니 모두 움직일 준비를 해.
찌지직…
– 카스트랭을 이용해 움직인다. 시간은….
찌지직…
기억이 뜯겨나가는 듯한 고통에 남자가 몸부림쳤다.
“크으윽….”
강설이 발버둥 치는 남자를 보며 싱긋 웃었다.
“꼬리를 남겼군.”
* * *
실비아와 강설이 이용하려던 열차는 눈보라에 정비가 길어져 이틀을 더 소모했다.
그래도 다행히 정비를 완료해 이제는 아마 쉬를렌까지 별문제 없이 도달할 것이다.
그러나, 강설은 이 열차에 타지 않을 생각이었다.
“정말… 약속하신 거예요?”
강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걱정하지 마세요. 우르와 카렌이 있으면 누구도 실비아 님에게 접근할 수 없을 겁니다.”
강설 일행은 이번 한 번, 둘로 나뉘어 행동하기로 했다.
우르가 마뜩잖은 표정을 지으며 투덜거렸다.
“아, 시끄러운 꼬맹이와 여행이라니….”
우르의 불평에 강설이 말했다.
“카렌도 함께잖아.”
“그러니까, 둘이다. 시끄러운 꼬맹이가 둘이라고.”
그가 말하는 건 탄시아와 카렌, 둘 모두였다.
카렌이 고소해하며 우르에게 말했다.
“나까지 꼬맹이라 부르면 어리광 맛을 보여줄 거야.”
“……강설, 나도 그쪽에 붙으면 안 되는 거냐? 애 보기보단 훨씬 재밌어 보이는데.”
카루나가 손을 앞으로 내밀어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거절합니다. 충성심이 부족해요.”
“…쟈마드가 보고 싶군. 그나마 대화가 되는 상대였는데.”
하아…
우르가 머리를 도리도리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튼, 곧장 와라.”
“응, 아마도 문제를 쉬를렌까지 가져갈 것 같으니까.”
씨익…
우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건 오히려 바라는 바다.”
꼬옥…
탄시아가 강설의 손을 붙잡았다.
“아빠, 또 어디 가….”
우르가 탄시아를 데려갔다.
“너희 아빠 바쁘다. 꼬맹이는 이대로 삼촌 따라 간다.”
“삼촌 아니야, 우르야!”
우르의 이마에 심줄이 돋았다.
“그래… 그래, 부르는 건 너 좋을 대로 해라.”
“아빠! 가기 싫어! 같이 가아!”
“카렌.”
“응.”
스윽…
카루나가 강설의 곁에 남으니, 카렌이 대신해서 탄시아를 목마 태웠다.
“기다리고 있을게! 얼른 와야 해!”
“그래, 군것질 조금만 하고.”
목마만 태워주면 말 잘 듣는 행복 전도사가 되는 탄시아.
– 목마 이거 효과 맞는 거냐?
– 이제 무서울 지경인데….
– 애가 잘못되는 거 아니야?
뿌우우우우우…
칙칙…
칙칙…
그들이 탄 열차가 저 멀리 사라졌다.
역사에 남은 강설과 카루나.
강설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럼… 기다려보자고.”
* * *
며칠 뒤, 카스트랭이 체리제에 정차했다.
푸쉬이이이…
두꺼비가 체리제에 도착했다. 그래봤자 10여 분을 머물 뿐이었지만, 반드시 이곳에 멈춰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크허허… 프리나. 반갑습니다.”
“반가워요, 두… 아니, 테콘 님.”
두 사람이 악수했다.
남녀의 손에는 똑같은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단지, 두꺼비의 손에 끼워진 반지가 조금 뻑뻑해 보인다는 정도만 달랐을 뿐.
마른 고목.
조직을 상징하는 문양이었다.
이 문양 아래 모인 자들은 모두 한통속이라고 보면 되었다. 그러니, 속으로는 역겹게 생겼다고 생각하면서도 프리나는 테콘과 악수했다.
“목도리가 인상적이군요. 마침 좋은 모피가 하나 있는데 돌아오는 대로 선물해드려야겠어요. 크허허….”
“어머, 그래 주시면 고맙죠. 감사히 받을 준비는 이미 끝난답니다.”
테콘의 번들거리는 눈.
그 눈은 그녀의 신형을 헤집다가도 주변을 살폈다.
테콘의 눈이 불쾌한 건 아니었다. 이 눈은 음험한 눈이 아니었다.
겁쟁이의 눈이었다.
자신을 헤칠 만한 것들을 눈으로 쉼 없이 더듬어 찾는 것이다.
테콘이 그저 그런 인물이라는 걸 깨달은 프리나는 계속해서 웃는 얼굴로 물었다.
“문제가 생기셨다고요?”
“아… 본론부터 말씀하시니 저도 편하게 말하겠습니다. 일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테콘과 프리나가 얘기를 나누는 사이, 테콘의 측근들은 멀찍이 서서 그들을 호위했다.
“프리나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군.”
“저 여자가 나섰으니 훼방꾼도 오늘을 넘기기 힘들 거야.”
“막사 한 채를 통째로 무덤으로 만들었다더니… 역시나….”
그들이 주절주절 떠드는 것이 끝이 날 때쯤, 테콘과 프리나의 대화도 끝이 났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생각보다 간단한 임무네요. 훼방꾼이 단독으로 움직인다면… 아마 이틀 내로 소식이 갈 거예요.”
“크허허… 프리나 님만 믿습니다. 그럼, 전 이만.”
테콘과 수하들이 카스트랭에 다시 올라탔다.
곧, 열차가 움직였다.
칙칙…
칙칙…
테콘은 의자에 몸을 파묻으며 말했다.
“까다로운 여자다. 상대하고 싶지 않군.”
테콘이 까다롭다고 말할 정도라면 프리나의 소문은 사실인 듯했다.
요이가 테콘에게 물었다.
“그 정도입니까?”
“그래, 살인에 미친 여자지. 제정신이 아니야. 가까이 둘 필요는 없다.”
테콘은 골치 아픈 일이 수월하게 풀릴 거라 판단했는지, 히죽 웃었다.
“요이, 이 세상은 어딘가 잘못됐다.”
테콘은 기분이 좋을 때면 가끔 그 자신의 철학을 누군가에게 떠들어댔다.
주로 그 대상은 요이였고.
“잘못…됐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이상하잖나. 카스트랭 열차 전체를 이 테콘의 수하들로 가득 채웠다. 선량한 이용객들의 예약은 모두 내치고 말이지. 움직이는 강철, 카스트랭을 이 테콘 혼자 쓰는 거다.”
“…….”
“어둠 속에 몸을 숨겨야만 했던 우리가 공개된 장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사실에 아무도 의심을 품지 않고 아무도 막지 않는다.”
“…위대한 일입니다.”
“크허… 금과 폭력이면 뭐든 되는 세상이 올 거다. 연방의 이권은 곧 갈기갈기 찢어져 늑대들의 아가리로 들어가겠지.”
씨익…
“나도 그 늑대 중 하나고 말이야.”
테콘이 포도주잔을 들어 그 안에 든 것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유리창으로 터널의 입구가 보였다.
치지직…
“…음?”
그런데 터널 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열차의 전등이 모두 꺼졌다.
실내는 곧 새카만 어둠으로 가득 찼다.
“뭐냐?”
“잠시 조명에 문제가 생긴 듯합니다.”
스으으으으…
열차가 터널 밖으로 빠져나오며 실내에 빛이 들어왔다.
그에 따라, 테콘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묘하게, 시야가 답답한 느낌.
비어 있던 좌석에 두 사람이 채워져 있었다.
테콘은 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뭐냐?”
“…….”
그제야 테콘이 자리에 나타난 사내를 눈에 담았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그가 누구인지 알아챘다.
“…너구나. 프리나와 길이 엇갈린 건가?”
“프리나? 아, 그 여자 말이군.”
강설이 손가락으로 테콘을 가리켰다.
“네 옆에.”
“…뭐?”
테콘이 어쩐지 무거워진 왼쪽 어깨를 바라보았다.
여우 목도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프… 리나?”
그녀의 가슴에는 매끈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단 한 번의 일격으로 그녀의 심장을 터트린, 깔끔한 수법이었다.
그녀는 불운했다.
그것이 그녀가 죽은 이유다.
칙…
칙…
엽궐련에 불을 가져가는 테콘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
“…….”
철컹…
철컹…
기차가 다시 터널로 접어들었다. 궐련에 붙은 불만이 어둠 속에서 홀로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