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13
제412화
철컹…
철컹…
열차가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 빛이 열차에 스며들자, 모두 질겁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도 죽지 않았다.
강설과 카루나는 터널을 지나는 동안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
어째서일까.
어둠을 틈타 수를 줄여놓는 것이 강설 일행에게 있어 꽤 현명한 행동이었을 텐데 어째선지 그들은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
후우…
테콘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불이 꺼진 카스트랭 안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상상을 잠깐 떠올렸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아직,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테콘은 품위를 잃지 않았다.
터널은 이제 오지 않는다. 즉, 사방이 어둠에 휩싸일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 사실이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널 이곳에 초대한 기억은 없는데….”
“알아, 불청객이 으레 그렇지.”
초대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자.
불청객.
또한 강설은 그가 테콘을 찾아온 의도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프리나의 시체를 그 옆에 보란 듯이 가져다 놓은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스윽…
엽궐련이 가득 든 곽을 열어 보이는 테콘.
“즐기나?”
“취미 없다.”
“아쉽군. 조금 홀가분한 상태에서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말이지.”
“대화라… 대화 좋지.”
강설은 여전히 창밖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늦었다 생각하지 않나? 순서가 바뀌었잖아.”
테콘의 일방적인 공격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대화하려 했다면, 이시이를 습격하기 전에 해야 했다.
테콘은 능청을 떨었다.
“크허허… 오해라고. 말이 통하는 상대인 줄 알았으면 그렇게 움직이지 않았을 거야.”
강설은 테콘과 이 카스트랭을 가득 메운 수하들에게 환멸을 느꼈다.
오직 악의에 의해 탄생한 존재들.
콩고리에 전이자들이 자리를 잡을 때의 포식자 길드가 떠올랐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언젠가 한 번쯤 길을 막아설 악인들. 포식자 길드와 이들이 그리 다르지 않음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대화는 없다.”
“…….”
강설의 한 마디에 다시 장내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어째서지?”
“이미 선을 한참 넘었어.”
테콘은 자신의 충실한 수하 중 한 명이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말을 들었다.
“저희가 손을 쓰겠습니다.”
“프리나를 죽인 녀석이다.”
“저희가 각오하고 전부 나서면 프리나도 그리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각오란, 죽을 각오다.
테콘은 이미 손을 떠난 상황을, 수하들에 대한 신뢰로 붙잡아왔다. 상황을 통제하는 건 언제나 그여야만 했다.
“후우… 젊은 친구들은 혈기가 넘쳐서 곤란하단 말이지.”
테콘의 눈이 번들거렸다.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 좋게 해결할 수 있다는 걸 왜 모를까?”
테콘이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다음 도시에서 조용히 내려라. 그럼 나도 너를 잊으마.”
“…….”
“어때? 이만하면….”
“감이 없군. 내가 여기 왜 찾아온 것 같아?”
용서를 구하기 위해?
대화를 나누기 위해?
안타깝게도 현재로선 둘 다 아니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뿐.
강설은, 테콘과 이곳에서 충돌할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강설이 너무나도 태연했다. 테콘은 눈을 굴리며 물었다.
“…원하는 게 뭐지?”
“없어.”
가장 골치 아픈 종류의 적이다. 원하는 게 없는 녀석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법이니까.
어쩔 수 없다.
회유가 통하지 않는다면, 이빨을 드러내는 수밖에.
들개를 연방의 밤을 주무르는 실력자로 만들어준 것도 결국 날카로운 이빨이기에.
그래도, 부아가 치미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연방의 실체를 본 적 있느냐?”
“…무슨 소리지?”
“네 녀석은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 거미줄 같은 관계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네 파리보다 하찮은 목숨은 금방 꺼지겠지.”
강설이 피식 웃으며 일어났다.
“복잡한 일을 단순하게 만드는 건 많이 해봐서.”
“너….”
“카루나.”
스으윽…
근처에 앉아 있던 카루나도 일어나 강설의 뒤에 따라붙었다.
“예.”
“저 두꺼비랑 기관사만 남겨두고 전부 처리해.”
“도망치는 자들은….”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리는 건 어쩔 수 없지.”
“알겠습니다.”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구가하는 건 일종의 배신행위. 그것까지는 용서해 주겠다는 말이다.
둘의 소름 끼치는 대화를 듣고 있던 테콘의 수하들이 병기를 꺼내 들었다.
스릉…
“듣자 듣자 하니….”
“결론지어진 것 같은데, 프리나를 운 좋게 쓰러트리고 너무 뻗대는 거 아니냐?”
그들의 병기는 북부의 공방에서 만들어낸 장총이 대부분이었다.
연사와 성능은 한참 아쉬웠지만, 일반인이 맹수도 쓰러트릴 수 있게 해주는 무기였다.
스으으으…
카루나의 복장이 뒤바뀌었다.
[카루나의 사교성이 해제됩니다.]
철그럭…
고급 정장은 이내 기사의 갑옷이 되었다.
강설은 거기까지만 확인하고 위층으로 향했다. 실비아와 함께 차를 마셨던 장소의 조망이 썩 괜찮았기 때문이다.
한차례, 지루한 기다림이 남았을 뿐이다.
* * *
휘오오오…
가만히 서 있는 카루나에게 덤벼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이유를, 당사자들도 알지 못했다. 테콘만 열을 낼 뿐이었다.
“쏴라! 쏴! 뭐 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뭐가 하지만이냐! 왜 놈을 내버려 두는 거냐!?”
철컥…
철컥… 철컥… 철컥…
누군가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처럼 카루나를 향한 총구가 늘어만 갔다.
“쏴아아아!”
타아아앙-!
타아아앙-! 타아아앙-!
총탄은 살로 이루어진 인간들에게 있어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하지만, 특수한 갑옷을 입은 기사들에겐 마력이 실린 화살보다도 어설픈 공격이었다.
물론, 이것도 총탄이 갑옷을 맞췄을 때의 이야기였다.
휘오오오오오오오…
알 수 없는 검은 기운이 반투명한 막을 형성했다.
지이이잉…
“총탄이….”
“이럴 수가….”
총탄은 검은 장막에 가로막혀 나아가지 못했다.
카루나가 지고의 경지에 오르며 그의 검은 파동 또한 변화를 맞이한 것이다. 그의 변화는 이뿐이 아니었다.
[탈각(脫却)! 그림자의 한계를 벗어납니다.]
[스스로 실체를 정의할 수 있습니다.]
[흐르는 달 카루나가 탄생합니다!]
[흐르는 달 카루나가 완전한 지고의 경지에 이릅니다.]
[흐르는 달 카루나는 대장군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환상 절기를 창안할 수 있습니다.]
[환상 절기는 전승이 불가합니다.]
[환상 절기는 기존 절기보다 훌륭한 효과를 지닙니다.]
[예속된 이는 환상 절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환상 절기를 창안할 수 없는 대신 절기의 소모 값과 재사용 대기시간, 발동 시간이 대폭 감소합니다.]
[환상 절기를 창안할 수 없는 대신 연계하지 않아도 연계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환상 절기를 창안할 수 없는 대신 월광검(月光劍)이 새로운 경지로 접어듭니다.]
[환상 절기를 창안할 수 없는 대신,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그에 버금가는 규율(規律)의 영향을 받습니다.]
[검은 파동이 이전보다 정교해집니다.]
[검은 파동에서 간조(干潮)와 만조(滿潮)를 깨우칩니다.]
[간조는 당기고 만조는 밀어냅니다.]
[흐르는 달 카루나가 속한 파티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검은 파동의 보호를 받습니다.]
[검은 파동은 일정 파괴력 이하의 모든 투사체를 무력화합니다.]
[월광검(月光劍)은 베기에 특화된 검술입니다. 참격의 파괴력과 범위가 늘어납니다.]
[단련된 절정의 검사입니다. 순간순간 임기응변이 검술로 탄생합니다.]
[모든 저항력이 20% 상승합니다.]
[기사는 강인한 신체를 가졌습니다.]
[물리 저항력이 30% 상승합니다.]
[최대 체력이 20%만큼 상승합니다.]
[월광충천(月光衝天)이 제거됩니다.]
[카루나가 있는 전장에 두 번째 달이 떠오릅니다.]
……
총탄을 손쉽게 막아내는 것을 확인한 테콘은 서둘러 움직여 수하들의 뒤로 도주했다.
아니, 열차 칸을 건너가면서까지 카루나에게서 멀어졌다.
“죽여라! 저 녀석을 죽여!”
그 와중에도 당부는 잊지 않았다.
타아앙-!
타아아앙-!
빗발치는 총탄은 모두 카루나의 장막에 가로막혔다.
츠즈즛…
“어어…?”
푸화아아아악-!
막에 가로막혀 있던 총탄이 일제히 적들에게로 되돌아갔다.
물체를 밀쳐내는 만조의 힘이다.
“크아아아악-!”
“쏘지 마! 소용없다!”
최근, 공방을 주축으로 총기가 보급되고 있다고는 해도, 이곳은 판데아였다. 역사가 없는 힘은 큰 힘을 발휘할 수 없었다.
카아아앙-!
“그 껍질 속으로 칼날을 쑤셔 넣어주마.”
그것을 깨달은 자들이 카루나를 향해 겁도 없이 칼과 해머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에그나가 쌍두마차를 사용합니다.]
[둔기, 창을 마구잡이로 휘두릅니다.]
[적중하는 현재 체력에 비례한 피해를 입습니다.]
[이실바가 유리검을 사용합니다.]
[검이 파고들면, 안에서부터 부서집니다.]
……
휘이이익-!
따아앙-!
수평으로 날아드는 칼날을 숙여 피한 다음, 마구잡이로 휘둘러오는 둔기는 손목을 쳐 바닥에 떨어트리게 했다.
정석적인 움직임.
콰아아아앙-!
카루나의 발차기가 덩치 큰 사내를 뒤편으로 날렸다.
“크억….”
문제는, 거기에 실린 힘이다.
역시나 밀어내는 만조의 힘이 담겨 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으지지지지지직…
순식간에 덩치에 깔아뭉개진 자들이 으깨졌다.
당연히 걷어차진 남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마… 말도 안 돼.”
대책이 서지 않는 힘이다.
모두 이를 달리 표현할 수 없었다.
그저, 강하다고밖에.
철컥…
[요이가 초고열탄을 사용합니다.]
[폭발하면 막대한 열기를 뿜어냅니다.]
타아아아아앙-!
붉은 총탄이 카루나를 향해 날아갔다.
스르르르…
당연하게도 검은 파동에 의해 정지하는 탄환. 하지만, 요이도 생각이 있었다.
끼긱…
“……!”
퍼어어어어어엉-!
화르르르르르르르륵-!
멈춘 총탄이 터지며 열기가 솟구쳤다. 열차의 천정을 일부 녹여 없앨 만큼 위험한 살상력.
요이를 제외한 자들의 눈에 희망이 생겨났다.
“잡았다!”
하나, 요이만큼은 뒤로 훌쩍 뛰어 물러났다.
“물러나!”
열기가 사라진 자리엔 기사가 없었다.
“어디로….”
요이가 소리쳤다.
“위야!”
콰아아아앙-!
그들이 선 자리의 천정이 뚫리며 중무장한 기사가 떨어져 내렸다.
콰지지지직…
머리통을 짓밟힌 자는 목이 부러지며 즉사했고, 운 좋게 물러난 자들은 검을 들어 다음에 찾아올 일격을 대비해 병기를 당겼다.
끼긱…
방금, 뭔가 일어났다.
그것은 그 자리에 있는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촤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괴물이야! 도망쳐!”
요이만큼은, 그 움직임을 정확하게 보았다.
딱, 간격만큼의 원.
그 안에 들어온 것들을 정확하게 도려내는 검.
검도, 장비도 저 힘에는 속수무책이었다.
테콘의 숨은 여기까지다.
방금의 한 수로 미래가 확정되었다.
하지만, 요이는 자신만이라도 이 지옥에서 빠져나가는 미래를 그렸다.
때마침, 호수를 가로지르는 철도교. 밑은 물이고 떨어져도 온몸이 으스러지는 정도로 끝날 것이다.
그럼, 살 수 있다.
빠지직…
요이는 빠르게 판단해 유리창을 부수고 몸을 던졌다.
이 카스트랭 안에 자신만큼 특별한 신체를 지닌 자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벌일 수 있는 대담한 짓.
푸화아아악-!
“제길….”
끔찍한 감각.
카루나가 열차 밖으로 몸을 던지는 요이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그래도, 괜찮았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겠지만 벌써 재생을 시작했다.
“저자인가… 그렇다면….”
열차 안에서 선명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요이는 추락하며 하늘을 보았다.
한낮인데도, 커다란 달이 떠 있었다.
움찔…
“쿨럭… 아, 아니지?”
스으으으…
“아니, 아니야아! 이건… 아니잖아!”
요이의 몸은 추락을 멈추었다.
그리고, 다시금 달리는 열차로 되돌아가려 했다.
기사가 손을 뻗자, 그의 손으로 반쪽짜리 몸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건… 죽으라는 거잖아….”
푸화아아아악-!
그리고, 2등분의 삶은 최후에 3등분이 되어 끝이 났다.
그녀의 신체가 재생을 멈추었다.
* * *
“놔! 놓아라!”
테콘은 카루나에게 붙잡혀 바닥을 기며 다가왔다.
“뭣들 하는 거냐! 저기! 저놈을….”
테콘의 손가락은 차를 마시고 있는 강설을 가리켰다.
의미 없는 짓.
그는 주위에서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두리번거렸다.
“히… 히이익….”
수십 구의 시체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피로 찌든 공간에서 태연하게 차를 마시는 저 광인은 누구란 말인가.
“미친 자식….”
악행을 저질러왔다.
악행과 잔혹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
산 인간을 개 먹이로 줘 본 적도 있고 입에 담지 못할 저질스러운 짓들도 잔뜩 해왔다.
그가 곧, 악마라 자부하며 살아왔다.
한데… 아니었다.
악마는 자신이 벌인 악행을 자랑스러워하거나 뿌듯해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니까.
그래, 꼭 저자처럼.
“워… 원하는 게 있다면….”
“…하나 있다.”
“줄게! 줄게에! 내가 다 줄게! 뭘 원해?”
강설이 무표정한 시선으로 테콘을 내려다보았다.
아까와는 천지 차이인 그들의 위치.
이제야, 편안한 눈높이가 되었다.
“좀 닥쳐줘.”
“…….”
변하지 않는 사실.
테콘은 이 자리에서 죽는다.
강설이 가장 싫어하는 행동을 했기에. 이미, 선을 넘었기에.
문제는, 이제 그 자그마한 불씨가 다른 곳에 옮겨붙을 거라는 사실이다.
“너는 아무것도 몰라… 우리가 누군지, 내 뒤에 누가 있는지! 지금이라도….”
“기대하고 있어.”
“…뭐?”
강설이 테콘의 눈과 시선을 교차했다.
“네 뒤에 너 같은 놈이 잔뜩 있기를.”
용혈안이 테콘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크아아아아악!”
테콘은 발버둥 치다 숨이 다한 생선처럼, 곧 버둥거림을 멈추고 죽음을 맞이했다.
모든 기억을 확인한 강설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군. 하는 짓도 더럽고.”
“정리할 생각이십니까?”
“…봐서. 일단은 경고해야겠지.”
경고.
힘의 흐름을 뒤바꿀 존재가 북방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신호탄.
며칠 뒤. 쉬를렌 역사.
“꺄아아아악!”
“저, 저게….”
“맙소사….”
중절모를 쓴 남자 셋이 방금 도착한 카스트랭의 내부를 확인했다.
“서둘러, 연방 수사관이 오기 전에.”
“알았다. 귀찮은 건 질색이니.”
지옥도.
카스트랭 안은 시체들로 가득했다. 열차에 가해진 대규모 공작도 아니었다.
이들의 공통된 신분은 곧 수사가 시작되면 어차피 밝혀질 테니, 소탕 작전의 일환으로 연방의 성과가 되어 처리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남자들이 가지고 갈 정보였다.
“저기 있군.”
“우리 테콘, 가엽기도 하지. 회담에는 참석하지 못하겠군.”
값비싼 물건들로 몸을 치장한 뚱뚱한 사내.
아무런 징조도 없이 이런 일이 벌어질 리가 없었다. 대머리수리들은 그 흔적을 찾아야 했다.
“…찾았다.”
흔적이 아니다.
이건… 경고다.
테콘의 품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종이.
그리고 거기 적힌 메시지.
– 곧, 만나지.
후우…
안경을 치켜올리고 궐련을 태우던 남자는, 동봉된 작은 단추 상징을 빛에 비추었다.
“까마귀라….”
그의 귓가로, 다른 동료의 어처구니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씨발… 에드릭! 여기 좀 와 봐!”
에드릭이 동료의 부름에 응답했다.
“뭔데?”
“여기….”
창백하게 죽어있는 여인.
피로 물든 여우 목도리.
“이 시체… 프리나잖아… 그녀도 당했어.”
에드릭이 담뱃불을 빨아들였다.
그리고 죽은 프리나와 눈을 맞췄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 연기를 뿜었다.
“…그것 봐, 내 말이 맞잖아.”
이날 밝혀진 카스트랭 대규모 유혈 사태. 대담하게도 흉수는 체리제에서 쉬를렌까지 열차를 보내왔다.
단순한 학살극으로 결론지어질 뻔한 이 사건은, 비밀에 감춰졌던 피해자들의 신원이 밝혀지면서 연방에 공포와 희망을 동시에 가져왔다.
타락한 자들에게는 공포를, 그들에게 핍박받는 자들에겐 희망을.
사람이 잔뜩 죽었는데 흉수가 시민들의 찬사를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3일 뒤, 이 사건은 ‘강철의 관’이라 명명되었다. 강설이 연방의 영토, 쉬를렌에 도착하면서 벌인 첫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