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429
제428화
모험 35-1 ‘우리 집에 왜 왔니’
신종 마약 특별 대책 위원회.
연방 도시 쉬를렌을 거점으로 한, 새로운 조직입니다.
전통이 있는 수사국과 신귀족 연합 중 하나인 은사자회의 지원을 받는 이 조직의 위원장은 당신입니다.
연방에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는 신종 마약 홈. 그리고 당신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에서 이 마약과 유사한 성분으로 신체를 강화한 자들을 마주치기까지.
아직 파헤쳐지지 않은 부분이 너무도 많습니다.
카스트랭이 연방을 질주하는 동안, 그들의 밤은 더욱 어두워진 것일까요?
당신은 이제 그 모든 것을 알기 위해, 산 자들 중 유일하게 비밀에 다가가고자 합니다.
우선, 쉬를렌 보급 지구의 한 편에 자리한 이곳부터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
목표 : 정보의 진위 확인.
주의, 이 모험은 매우 위험합니다.
주의, 이 모험은 시시각각 상황이 변화합니다.
현재 남은 시간 「알 수 없음」
강설에게 떠오른 메시지는 이런 메시지였지만 한소미에게는 다를 수 있었다.
“그보다 여기 좀… 어둡지 않아요?”
“야간에 일하는 게 드무니까… 등불이 좀 드문드문 있기는 하네.”
강설이 판데아에 머물며 느낀 건, 지구에 있었을 당시라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만큼 이른 시각에 도시의 불이 꺼진다는 것이다.
이곳의 원주민들은 아직 어둠을 완전히 이겨내지 못했고, 또한 종교적이나 주술적인 의미에서도 어둠을 두려워했다.
그렇기에 해가 넘어가면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이 보통엔 모험가가 포함되지 않았다.
아무튼, 주변이 무척 어두웠다.
“그래도 오빠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여기, 꽤 넓어서 사람이 없어져도 모를 것 같거든요.”
한소미는 그러면서 그녀가 지구에 머무를 때 미국 옥수수밭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면서 그곳에서 실종되면 찾지 못한다는 둥 시시콜콜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얼추 맞긴 하네.’
적재 창고는 모두 7동.
하나 같이 신전처럼 거대한 창고였다. 그런 창고가 무려 일곱이었으니 사람은 개미처럼 보일 만했다.
전 경비원이자 현 안내인이 등불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여기와 건너편 창고는 물건이 달라. 안까지 들어갈 거야?”
“이곳이 원래는 소금 창고라고 들었습니다.”
“반은 맞아. 소금을 항상 들여오는 건 아니고, 어쩔 땐 담뱃잎도 유통해.”
“물건을 열어볼 수 있을까요?”
“다 까보라는 것만 아니라면.”
스윽…
강설이 물건 하나를 가리키자, 안내인이 궤짝을 열었다.
끼이이익…
“…소금이 맞군요.”
“여긴 뭐가 없다니까.”
“안까지 가보죠.”
“끄응….”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한 안내인.
그는 이렇게 투덜거렸다.
“설마 이 밤중에 창고 7동을 전부 들여다볼 생각은 아니겠지? 그건 정말 사양이라고.”
“필요하다면 그래야겠죠.”
“…소초랑 철문은 변상하는 거지?”
“물론입니다.”
“쳇… 그래도 애초에 난 안내인이 아니야. 이게 뭐냐고. 우르르 몰려와서는….”
카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대로는 좀 오래 걸리겠지?”
“왜, 의심 가는 곳이라도 있어?”
강설의 되물음에 카렌이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리켰다.
그곳은, 창고들을 관리하는 사무소가 있는 건물이었다.
“음… 저기? 누가 계속 쳐다보는 것 같단 말이지.”
그 말에 안내인의 표정이 미미한 변화를 드러냈지만, 모두 못 본 체했다.
“어쩔까아… 나 혼자 둘러봐도 되는데?”
“언니? 혼자서요? 너무 위험해요!”
– 적이 너무 위험해요!
– 창고가 위험하다고요!
– 언니 혼자서 그렇게 돌아다니면 노려진다고요! 적들이 불쌍해!
카렌의 음흉한 미소를 본 강설이 한숨 쉰 후 말했다.
“둘러보고 싶은 거지?”
“카핫! 들켰나? 응! 간만이니까. 애 보는 건 힘들다고….”
탄시아는 아무래도 여자아이다 보니 카렌을 좀 더 따랐다.
애초에 그녀밖에 탄시아를 완벽하게 챙겨줄 수 있는 존재가 없기도 했고.
이 초우량아를 매일 같이 상대하다 보니 카렌도 지친 모양이었다. 아마도 탄시아를 딸려 보내면 화를 낼지도 몰랐다.
“좋아, 둘러봐. 무슨 일 있으면….”
카렌이 생글생글 웃고 있자, 강설이 같이 웃었다.
“…알아서 처리해.”
“옙!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위원장님!”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뛰며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카렌.
한소미가 강설의 옷깃을 붙잡고 물었다.
“어, 언니 저렇게 보내도 되는 거예요? 위험한 거 아닌가?”
“괜찮아. 오히려 일이 일찍 끝나서 좋을 것 같은데.”
“네?”
강설은 안내인에게 말했다.
“가시죠.”
“……에휴. 이게 뭔 고생이야?”
한소미가 안내인에게 물었다.
“다른 인원은 모두 어디 있는 거죠?”
“집에 있겠지. 퇴근들 했으니까.”
안내인이 앞장서 다음 동으로 향했다.
다음 동도, 그다음 동도.
수상한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한소미가 속삭였다.
“혹시, 정보가 잘못된 것 아닐까요?”
“전혀 아니야. 나설 타이밍을 재고 있는 느낌인 것 같은데….”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지켜보면 알게 돼.”
가장 안쪽에 있는 창고에 발을 내디뎠을 때, 안내인이 말했다.
“자, 마음대로 까뒤집어 보라고. 원상복구는 해둬야 할 거야.”
그는 입구 근처의 빈 궤짝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를 태우는 동안 실컷 확인하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강설 일행은 창고의 내부를 수색해나갔다. 저마다, 나름의 방법으로 제 역할을 했다.
쟈마드는 멀뚱히 서 있고, 카루나는 강설의 지근거리에서 주변을 천천히 두리번거렸다.
그런 그의 손을 탄시아가 붙잡은 채로 기대 졸린 듯이 눈을 비비는 사이, 조사는 진행되었다.
“…혈흔이다.”
우르가 안쪽에 적재된 궤짝 하나를 꺼내 혈흔을 자세히 살폈다. 안내인은 이를 모르는 듯했다.
“확실해?”
“그래. 생긴 지 얼마 안 됐군. 창고에서 피 흘릴 일이 얼마나 있을까….”
우르가 챙겨온 약병을 꺼내, 홈을 공기 중으로 떠올렸다.
츠즈즛…
액체는 곧 화살표처럼 변해 방향을 가리켰다.
몇 차례, 방향을 따라 꺾자 화살표가 한 궤짝을 가리키고 있었다.
“으흠….”
끼이이익…
궤짝의 안을 확인해 보았다.
“…소금이네요.”
한소미가 실망한 듯이 중얼거리자 우르가 피식 웃었다.
“겉으로는 그렇지.”
“네?”
“궤짝을 옮기던 중에 약이 하나 터졌었던 모양이군. 약이 궤짝에 스며들었어. 궤짝 몇 개에도 이것보다는 희미하긴 하지만 액체가 스며 있고.”
“그 말은….”
“그래. 이곳에서 홈이 움직였을 거다.”
철컥…
어느새 다가온 안내인이, 우르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이 새끼들아.”
“초, 총! 숙여요!”
타아아앙-!
한소미만이 고개를 숙이고 엄폐물에 몸을 숨길 때, 다른 일행은 멀뚱히 서 있었다.
“…뭐?”
안내인의 격앙된 감탄사와 함께 한소미는 곧,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확인할 수 있었다.
“자, 잡았다고? 총탄을?”
쉬이이이…
강설의 오른손이 까맣게 물든 상태로 총탄을 낚아챈 후였다.
“이게 본색입니까?”
“더 있지.”
안내인이 주춤주춤 물러나다 뒤로 돌아 도망쳤다.
그리고 곧, 창고 여기저기에서 등불을 든 자들이 나타났다.
“반가워, 친구들.”
“제 발로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너희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철컥…
철컥…
인원은 계속 불어났다.
계속.
카루나가 탄시아의 손을 꼭 잡은 채로 말했다.
“함정…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것 같은데? 근데 아닌 것 같기도?”
우르도 카루나처럼 확신하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들이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상대의 전력 때문이었다.
“함정이라기엔 딱히 뭐가 없는데?”
쿠우웅…
쟈마드가 그들 앞에 서서 가만히 주변을 살폈다.
“하다 하다 이제는 트롤 새끼들까지 엮여 드는군. 이봐, 트롤. 사람 말은 할 줄 아나? 네 주인이 가르쳐주긴 했고?”
쟈마드가 그를 도발해오는 말을 무시한 채 그저 서 있었다.
일행의 진형은 쟈마드가 전면에, 나머지가 한소미와 탄시아를 빙글 둘러싼 형태였다.
“…대충 세어 보니 백은 넘는군.”
“배, 백이나….”
철컹…
한소미가 단말마를 장전하며 말했다.
“어쩌죠? 도주하려면 지금뿐인 것 같은데… 상대 수가 이렇게 많아서는… 그리고 다들 총기로 무장했어요.”
“단말마 제조기는 오늘 쉬나?”
“반차 낼까 고민 중이에요.”
철컥… 철컥…
주변에서 장전음이 들려왔다.
판데아의 총이란 물건은 조악한 총기여도 일단은 총탄을 토해내는 병기였다. 일반인은 맞으면 죽는다.
다행히 한소미와 강설 일행이 그런 일반인과는 거리가 멀긴 했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했다.
이곳까지 안내해준 사내가 창고 2층 난간에 바짝 붙어 말했다.
“그러게… 꺼지라고 했을 때 들었으면 얼마나 좋아?”
“당신… 모두 퇴근했다고 하지 않았나요? 수가 조금 많은데….”
한소미의 말에 남자가 씨익 웃었다.
“야근이야. 너희들 때문이지.”
“우리를 쏠 건가요?”
“글쎄… 방아쇠를 당기는 건 내가 아니라서.”
쿵…
쿵…
창고의 문으로 등장한 민머리의 사내.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컸다.
인간치고는.
“갈겨.”
순간, 빛이 번쩍이며 산발적인 굉음이 들려왔다.
타아아아앙-!
콰직…
타아아앙!
타다다다…
콰지직…
타아앙!
빗발치는 총탄 세례.
주변을 벌집으로 만들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이었다.
푸쉬이이이이…
성능이 좋지 않은 총기가 매캐한 연기를 뿜어냈다. 몇 발 쏘지도 않았는데 이상을 일으킨 총기도 있었다.
그래도, 총기만큼 효과가 빠른 살상 무기가 없었으니 분명 전부 쓰러져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사수들.
[대학생다죽어가 대응 사격을 사용합니다.]
[대상이 투사체를 발사한 위치에 무기 공격력의 130%에 달하는 피해를 입히는 관통 화살을 발사합니다.]
[대응 사격이 빗나가면, 화살이 충돌한 곳의 일정 범위 시야를 잠시 드러냅니다.]
피유우우우우우웅…
퍼어어억…
“꺼어어….”
2층 난간에서 강설 일행을 골리던 안내인이 커다란 볼트가 박힌 가슴을 부여잡다가 밑으로 추락했다.
쿠우우웅-!
“…….”
“…….”
연기가 걷히자, 강설 일행의 모습이 드러났다.
후우우우우웅…
[흐르는 달 카루나의 검은 파동이 유지됩니다.]
[일정 파괴력 이하의 모든 투사체가 가로막힙니다.]
검게 일렁이는 빛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었고 그 어떤 총탄의 침입도 허용하지 않았다.
“…뭐, 뭐야!”
“이 자식들….”
순간, 붙잡혔던 총탄들이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아갔다.
퓨퓨퓨퓩…
“으아아악-!”
“우윽….”
쿵…
쿵…
바닥에 고개를 처박은 채로 꿈틀거리는 자들.
“…쓸모없는 녀석들.”
민머리 사내와 그의 측근들이 주변을 바라보며 한소리 했다.
“쓰레기는 역시 쓰레기들인가….”
“적합도가 낮은 녀석들은 애초에 도움이 안 된다니까.”
“축포라도 터트리고 뒤져서 다행이지.”
철컥…
한소미가 흥분한 상태로 그에게 단말마를 겨눴다.
스윽…
하지만, 강설이 차분하게 그녀의 석궁에 손을 올려 자제시켰다.
“후우… 후우… 죽여야 하지 않아요?”
“너무 흥분했어. 지켜봐.”
민머리의 남자가 그 말을 들었는지 시원하게 웃었다.
“큭큭… 그래도 남자 쪽은 꽤 침착한데. 이봐, 네가 망할 특대위인지 뭔지를 꾸린 녀석이냐?”
“…….”
“네가 이 트롤의 주인이고?”
특별히 잘못된 말은 아니었으나, 강설은 그런 표현은 잘 사용하지 않았다. 쟈마드와 함께 지낸 기간이 워낙 긴 데다 겪었던 일도 많았으니까.
“…….”
“이봐, 트롤. 덩치가 제법 큰데? 나랑 비슷하잖아?”
“비슷하다고?”
“사람 말도 할 줄 아네? 아, 지금 모습이라면 잘 모를 수도 있겠지. …투여해.”
민머리 남자가 측근들에게 지시하자, 커다란 주사기가 그의 등에 꽂혔다.
푸른 액체가 꿀렁꿀렁 그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푸식…
“끄으으하아아아… 죽인다고, 이거.”
으지지지지직…
으지지지직…
남자의 몸이 점차 커다래져 갔다.
쿵…
쿵…
쟈마드만큼은 아니지만, 성인 신장의 2-3배는 될 법한 몸.
“…어때? 조금 아쉽지만 비슷하긴 하지?”
“…비슷한 것 같군.”
“큭… 이제 보니 우리, 닮은 점이 좀 있네. 그 투갑, 꽤 그럴싸한데?”
“…….”
쟈마드가 착용한 투갑은, 판데아에서도 극히 드문 신물이었다.
대지 용의 비늘로 짜여 가장 오래된 나무가 축복한 물건.
그것은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묵빛의 광택, 용의 형상까지.
“나도 그쪽에 관심이 있어서 말이야. 난 듀렛이라고 해. 주먹으로 누군가를 박살 내는 걸 즐기거든. 어때, 넌?”
철컹…
철컹…
듀렛 또한 투갑을 끼고 있었다. 쟈마드의 것보다 훨씬 흉악하고 잔인하게 생긴 투갑을.
쟈마드가 그의 투갑을 흘깃 쳐다본 후 중얼거렸다.
“뭐, 비슷한 것 같기도 하군.”
“큭큭… 그럴 줄 알았어. 우리 통하는 게 있다고!”
쿵-!
쿵-!
투갑을 맞부딪친 듀렛이 씨익 웃었다.
“있잖아… 내가 널 죽이면 그 투갑, 가져가도 될까?”
“…….”
“뭐야? 설마 물건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녀석이었어? 배포가 작은 녀석은 싫은데… 그럼, 어쩔 수 없군.”
듀렛이 입에 무언가를 물고 달려들었다.
“찌그러트려 주마.”
흡-!
후웅…
듀렛이 거대한 육체를 앞으로 들이밀었다.
그는 유술가.
드잡이가 특기인 사내였지만, 타격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뻐어어억-!
그런 그가 쟈마드의 어깨를 후려치려는데, 쟈마드가 그의 주먹을 가볍게 받아냈다.
활짝 핀 손이 듀렛의 주먹을 흡수했다.
흡-!
뻐어억-!
흡-!
뻐어어억-!
듀렛이 인상을 썼다.
분명 마지막까지 움직임을 보고 주먹을 휘둘렀는데, 마치 결과가 결정된 것처럼 트롤의 손에 주먹이 안착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벽을 두드리는 것 같았다.
고작해야 손바닥인데, 기암절벽을 맨손으로 후려치는 기분이었다.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듀렛이 양손잡이를 사용합니다.]
[방어를 할 수 없지만 기본 방어력이 20% 증가하며 공격력도 그만큼 증가합니다.]
흡-!
뻐어억-!
뻐어어어억-!
그는 처음 무술을 배울 때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모습이 주변에 어떻게 보일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듀, 듀렛 님….”
“공격이 전혀….”
이럴 리가 없다.
공격이…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니.
“피하지만 말고 제대로 공격해보라고! 으, 으하하하하! 아니면, 피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거냐?”
듀렛은 괜히 호기롭게 외쳤다.
위축되어 보이지 않도록.
효과는 있었다.
“역시… 밀리는 게 아닌… 건가?”
“듀렛 님은 무적이야. 저 트롤도 결국엔….”
사람에겐 가끔 알면서도 뛰어들어야 하는, 불나방이 되어야만 하는 상황이 찾아올 때가 있다.
명예, 권위, 체면, 자존심.
아니면, 호기심이라든가.
결핍된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미지의 위험에 달려들 때가 있다.
쟈마드의 신체를 두드릴수록, 듀렛은 심연으로 빠져들었다.
흡-!
뻐어어어억-!
흡-!
뻐어어어어억-!
이래서야, 마치 쟈마드가 듀렛을 가지고 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듀렛은 결전을 준비했다.
으지지직…
비등한 상대들을 쓰러트려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게 해준, 무적의 기술.
그의 어깨가 부풀었다.
[듀렛이 기둥 무너트리기를 사용합니다.]
[돌진하여 대상을 넘어트립니다.]
[대상이 넘어지면 무기 공격력의 200%의 피해를 받고 넘어진 상태에서 받는 피해가 50% 증가합니다.]
[대상보다 근력이 높을 경우, 충돌하는 것만으로 넘어트립니다.]
쿵쿵쿵쿵-!
“으하아아아압!”
듀렛이 허리를 푹 숙이고 쟈마드의 허리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기술을 걸기도 전에, 쟈마드가 뒤로 넘어갈 거라 확신했다.
그의 몸이 변한만큼, 근력도 압도적으로 증가했기에.
쿠우우우우우웅…
충돌!
‘넘어….’
[기둥 무너트리기가 실패합니다.]
[대상의 근력이 상대적으로 현저히 높습니다.]
[대상이 넘어지지 않습니다.]
들이받는 순간, 느낌이 왔다.
거대한 석상을 들이받아도 이런 절망감은 아닐 것이다.
치이익…
치이익…
연신 쟈마드를 밀쳐내려고 힘을 주었지만, 창고 바닥에 발이 푹푹 파이기만 했다.
그렇게 몇 걸음 걸었을까.
쟈마드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듀렛이 우뚝 멈춘 채로, 조용히 고개를 기울여 쟈마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붉은 흉광이, 그의 눈동자에서 타올랐다.
“너와 난, 다르다.”
“…….”
스으으윽…
쟈마드가 양팔로 듀렛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으직…으지지직-!
“끄아아아아악!”
푸화아아아악-!
창고 전체에 핏물이 튀었다.
어마어마한 양의 피.
듀렛이 반으로 나뉘었다.
위와 아래로.
상반신의 듀렛이 하얗게 질린 채로 말했다.
“뭐가… 뭐가 다른 거야….”
쿵…
쿵…
쟈마드의 한쪽 발이 들어 올려졌다. 듀렛은 거대한 산에 깔아뭉개지는 듯한 공포가 엄습했다.
“모든 게.”
콰아아아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