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500
제499화
시대 전쟁 이후, 판데아 전역에 퍼져 있던 모험가 협회는 그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모험가의 발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우후죽순 생겨나는 게 협회의 지부였지만, 지각 변동이 일어나며 많은 곳이 붕괴했다.
새로운 도시들도 이곳저곳에 생겨나고 그만한 수의 협회 지부도 생겼지만, 이전의 규모를 따라잡기엔 무리였다.
이곳은 동방의 대제국 칸.
공왕들의 훌륭한 대처 덕에 피해가 적었다고는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다.
반쯤은 폐허가 되었다가 되살아난 도시 후사.
이곳은 수도인 홍연과는 거리가 멀어 최근, 모험가들이 많이 찾고 있다.
현재 유행 아닌 유행처럼 되어버린 원정대 형식의 모험을 경험하기에 적합한, 언제든 광야로 나갈 수 있는 위치였고 관련 임무도 굉장히 많았다.
또한, 모인 모험가들의 수준 또한 굉장히 높았다.
(New)[‘전이자핑거스냅’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이번에 숙비 쪽 원정대 괜찮은 모험임?]
암흑천지 중에서도 규모가 제일 작은 축에 속하긴 한데, 거기 생환률 ㅈ망 아니냐?
– 당연한 말을ㅋㅋㅋㅋ
– 거기 가면 보상 개 많이 줌. 대신 목숨이랑 교환해야 함.
– 안 가는 게 좋을 듯ㅋㅋㅋㅋ 좀 치는 애들 몇이 박았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음.
– 암흑천지는 걍 거들떠도 보면 안 돼; 뭐 조건이 따로 있는 듯?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해;
– 빛 마법이나 수행도 소용없음?
– 엉, 그럴걸.
– 망했네, 저거 점점 넓어지던데.
(New)[‘우린1년더한다’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고르고지아인지 노스텔지아의 손수건인지 어케 감?]
메시지 뜬 거 봤는데, 누가 신대륙 생겼다고 하지 않음?
– 배 타고 가지.
– …뒤진다?
– 지금은 무슨 결계 있다는 소문이 있음. 자격을 갖춘 자만이 어쩌고 하면서….
– 후… 날 부르는 건가?
– 아무도 안 불렀어요.
(New)[‘2년더했다’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뭔가 이질적이지 않음?]
점점 인간성을 잃어가는 느낌이야.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2년 사이에 반으로 줄어들었는데 그래도 인생이 흘러가네? 난 사실 인간 실격 아닐까?
– 웃고 떠들고 울고… 그것이 우리의 삶 그 자체 아닐까요?
– 윗댓처럼 말하는 애들이 빨리 죽음.
– 시댕아!
– 우리 솔직해지자 ㅋㅋㅋ 아직 여기 살아있는 사람이면 과반은 정신이 어딘가 이상해져 버린 사람들이잖아 ㅋㅋㅋ
– 맞짘ㅋㅋㅋㅋ 살려고 다른 사람 담궈본 놈들도 꽤 될 걸.
– 응~ 그건 아니야~ 너만 그래~
– 아니~ 다들 그래~
(New)[‘얘들아3년동안수고’ 님의 게시글]
[게시일 : 방금]
[제목 : 그날 인류는 떠올렸다.]
오우거 새끼들 트리엄에 처박혀 있지 왜 기어 나와서 괜히 겁먹게 하냐?
– 거기 좀 소문이 수상함.
– 엥? 진짜?
– 알고 지내는 노예상이 인간 노예가 그쪽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했음.
– 보통 사람은 노예상과 알고 지내지 않는데요?
– 잡았다 이 새끼.
– 머 암튼, 신기하다고 함부로 다가가지 않았으면 함. 어찌 됐든 오우거니까.
……
협회에 떠도는 정보들을 확인한 모험가 한 명이 지부를 빠져나와 햇살을 맞이했다.
“후우….”
세상은 하루아침에 변했고, 세계의 주민들은 뒤바뀐 시대에 적응해야 했다.
“오빠, 오늘은 여기서 묵자.”
“그래, 노을아.”
한여명은 그의 동생과 함께 대륙을 떠돌고 있었다. 그의 동생 한노을은 한때 콩고리에 뿌리내렸었지만, 이제는 한여명에게 의지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콩고리가 사라졌으니까.
시대 전쟁의 여파로 인해 이렇게 사라진 도시는 그 수를 헤아리기도 난감했다.
‘만일 내가 안주했었다면….’
콩고리에서 영웅 대접을 받으며 거들먹거리는 일상을 지속해왔다면, 아마도 시대 전쟁의 여파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강설과의 만남으로 그는 안주하지 않고 힘을 쌓았다.
덕분에 한여명에게는 위기를 헤쳐나갈 힘이 있었고 그의 동생이 지낼만한 곳을 금방 찾을 듯했다.
한노을이 물었다.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가?”
“홍연으로.”
“홍연? 정말?”
“응. 왜?”
“칸의 수도잖아, 거기. 한번 가보고 싶었어! 다들 대단하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작은 도시를 벗어나지 않고 살았던 한노을이다.
대제국의 위세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녀였기에, 칸에 도착한 이후로는 연신 놀라기만 했다.
다만, 그들은 변두리를 맴돌 뿐이라 칸의 화려한 건축물이나 문화를 직접 보지 못하는 것에 아쉬워했다.
홍연에 가보고 싶다.
얼마나 대단한지.
얼마나 웅장한지.
그런 말은 전부 삼켰다.
그녀의 오빠가 어떤 각오로 그녀를 이끌고 대륙을 횡단했는지를 알기에.
그런데 정말 꿈인지 생시인지, 한여명이 그들이 향할 목적지로 홍연을 선택했다.
어떤 연고도 없는 곳일 게 분명한데도.
그녀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한여명과 페어를 이뤘던 마리도 협회의 지부에서 빠져나왔다.
“가자, 여명.”
“응.”
“근데 정말 홍연으로 가는 거야? 아는 사람도 없잖아.”
“지인의 지인이 거기 있거든.”
“오… 힘 좀 썼구나?”
“오랜만에 편지를 써서 사정을 말했더니, 배려를 받았어. 거기라면… 안전할 거야.”
마리가 표정에 의문을 띄었다.
“지인의 지인?”
“응.”
“누군데?”
“설홍이라는 여자야.”
우뚝 멈춰 서는 마리와 한노을.
“공왕?”
“응.”
“혹시 소개해 준 지인이… 설?”
“응.”
“…그럼 이해되네.”
마리와 한여명이 웃으며 걷는다.
그들이 지나친 술집은 대낮부터 술을 찾는 이들이 가득했다.
“적당히들 마셔, 취하지 말고.”
“그럼 술을 왜 마셔?”
“토 다는 거?”
“…적당히 마시지.”
거동이 불편하여 바퀴가 달린 의자에 앉은 노인이 일행의 수장으로 보이는 여인에게 말했다.
“하하… 새로운 곳에 왔으니 들뜨는 걸 이해해줘라.”
“키보, 얘들은 매일 들떠 있어.”
“뭐… 그건 그렇지.”
노비라의 실세 중 한 명이었던 키보.
요그나툰 화산에서의 일로 두 다리를 잃고 은퇴했지만, 그녀의 양녀나 마찬가지였던 유미라와 함께 움직였다.
탁-!
탁자에 발을 올린 유미라.
그녀는 강설이 노비라를 떠나올 당시와는 인상이 변했다.
입술을 가로지르는 흉터부터.
콧등을 가로지르는 흉터까지.
그녀는 이미 남부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유적 사냥꾼이었고, 시대 전쟁 이후에 대륙을 떠돌고 있었다.
시큰둥한 표정으로 밖을 내다보는 유미라.
키보가 물었다.
“뭘 보는 거냐?”
“아무것도. 그냥….”
벌건 대낮에 취기가 느껴지는 주변을 보니 그녀도 갈증을 참을 수 없었다.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네.”
모든 것이 변화를 맞이한다.
멈춰 서 있는 것은 죽은 것뿐.
변화를 포기하고 숨죽이는 건 죽은 것과 마찬가지.
죽은 개는 아무도 걷어차지 않는다. 그대로 조용히 잊혀질 것이다.
그러나, 모두 죽은 개가 되기를 거부한다.
모두, 변화한다.
새로운 시대가 왔기에.
* * *
찌이이이익-!
찢어지는 초대장.
광기 상점으로의 방문이다.
쟈넷은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오늘은 그녀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날이다.
“내가 말한 대로 했지?”
“선배….”
“했어?”
“예. 새어나갈 일은 없을 거예요. 제가 직접 나섰으니까.”
“오리아….”
“선배, 무서워요. 심판관님이 알게 되면….”
“걱정 마. 모든 건 나 혼자 한 일이 될 테니까. 그리고 우리 잘못한 거 없어. 그냥… 차원 교역로에 약간의 부하를 준 것뿐이니까.”
“교역로에 직접 손을 대는 건….”
“중죄지. 하지만 내가 누구야? 잘 나가잖아?”
“잘나가죠! 그러니까 더 잘나가야 하는데….”
오리아가 울상을 짓자, 쟈넷이 싱긋 웃으며 토닥였다.
“들키지 않을게.”
“약속이에요!”
“응.”
치지지지직…
교역로에 구멍을 뚫어, 심판관의 감시를 피해 타인과 접촉하는 행위.
심판관의 대지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행동이다.
심판관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일탈은 머지않아 들킬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호기심은 지옥의 아가리로 머리를 집어넣게 한다.
후우우우우우우웅…
쟈넷의 몸이 붕 떠오른다.
이것은 그녀가 있는 곳으로 상대를 초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직접, 상대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것이다.
츠즈즈즈즈즈즛-!
타오르는 쟈넷.
그녀는 어느 순간, 어느 고지에 이르렀다.
탁 트인 시야.
저 밑으로 대지가 보인다.
이곳은 산의 정상처럼 보였다.
“휴… 맞게 왔네요.”
“평소와는 다른 방문이군요.”
대지를 내려다보는 남자.
“이건 사정이 좀 있어요.”
“…사정?”
“네! 아주 특별한 사정이.”
쟈넷이 숨을 가다듬고 말했다.
“이제 이 주변은 독립 공간이에요. 우리만 존재할 수 있죠.”
“우리만 존재한다는 건?”
“당신과 나의 대화를 엿듣는 자들이 없다는 거죠.”
“광기를 지불하는 자들도?”
“물론이에요. 심지어 그보다 위대한 자들의 관심도 잠시 사그라들죠.”
“…재밌는 얘기군요. 그리고, 쟈넷.”
남자가 뒤를 돌아본다.
확연히 달라진 인상.
2년간 두문불출하여 이곳에 은둔한 채로 지난 시대 전쟁에서 얻은 수확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 그다.
쟈넷은 그것을 직접 보았기에 알 수 있었다. 분명,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강설이 묻는다.
“내가 뭘 원하는지 이번에도 알고 있나요?”
“물론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홀가분하게 왔는걸요.”
쟈넷은 말한다.
“정보죠.”
“…놀랍네요.”
강설은 시대 전쟁에서 세 거인과 검은 용을 연달아 격파하며 새로운 경지에 접어들었다.
이런 그가 광기로 얻을 만한 이득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특히나, 그런 강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정보였다.
약자에게 정보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지만, 강자에게는 달랐다.
“그럼 어떤 정보를….”
“쟈넷이 알고 있는 정보 중, 내게 도움 될 만한 가장 가치 있는 정보.”
“…….”
쟈넷은 망설였다.
“비싸요.”
“얼마나?”
“전부를 주셔야 해요.”
“그러죠.”
“자, 잠… 광기가 얼마나 있는지 알고 하는 얘기예요?”
“전부 필요하다면, 전부 가져가도 좋습니다.”
지금의 강설에게 있어서 광기란 부차적인 자원.
아끼고 아껴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던 과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쟈넷이 한숨을 내쉬며, 품속에서 뭔가를 꺼냈다.
“뭐죠?”
“사은품! 아무리 그래도 이만한 광기를 가져가는데, 표식 하나는 남겨둬야 의심을 받지 않거든요.”
“…뭐, 감사히.”
“제가 드릴 정보는….”
쟈넷은 고민하다, 도서관에서 얻은 문장을 입에 담았다.
“그는 선택했다.”
“…그는 선택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실망.
“몰라요?”
“모르는데?”
“이런… 알 줄 알았는데… 이게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정보란 말이에요.”
“수수께끼 같군요.”
“판데아에 시간선 붕괴가 일어났어요.”
“그게 무슨 뜻이죠?”
“시간의 규칙들이 의미를 잃는다는 거예요. 이곳 판데아에서 만큼은.”
“의미를 잃는다….”
강설은 몇 번 곱씹다가 말했다.
“몇 가지 걸리는 게 있으니, 고민해보겠습니다.”
“그런데, 다른 자들은 보이지 않네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강설은 홀가분한 듯이 보였다.
“그런데 별로 외로워 보이진 않네요.”
“…그러게요.”
강설은 싱긋 웃고 광야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돼서 그런지도.”
“오, 나아갈 길을 알게 된 건가요?”
그가 말한 대로다.
불사가 부활했고 그녀는 다시금 승천에 도전하겠다는 선전포고를 남겼다.
불사는 강하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정점에 선 자.
만일 강설이 승천에 도달하고자 한다면, 그녀와 싸워야 한다.
불사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강설은 틀림없이 그녀와 부딪힐 것이다.
정점을 뛰어넘어야 한다.
휘오오오오오오오…
강설의 그림자에서 끔찍한 형상이 일어났다.
그으으으아아…
세 거인의 얼굴이 차례차례 비추더니…
크아아아아아아-!
두 마리의 용이 얽혀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그림자가 잠재웠다.
“이번이 마지막 모험이겠죠. 그 끝에….”
쟈넷은 지금 이 말을 자신밖에 듣지 못한다는 걸 아쉬워했다.
파아앗-!
강설이 손안에 그림자를 쥐었다.
그 순간, 메시지가 떠올랐다.
[대지의 원시 신 그아몽이 긴 생 끝에 영원한 안식을 맞이합니다.]
[판데아에 새로운 대지의 수호자가 탄생합니다!]
[쟈마드가 대단한 업적으로 변혁을 이루어냅니다.]
[영원의 세계에 크고 작은 변화가 이루어집니다.]
……
“…결국, 하늘에 오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