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546
제545화
쟈마드가 떠난 후, 얼마 되지 않아 트롤 연맹은 소란스러워져야만 했다. 혈신을 봉한 후 바로 뒤이어 맞이한 난제.
그것을 결론짓고자 연맹의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였다.
짐승의 뼈로 장식된 여섯 개의 의자.
의자의 뒤편엔 부족을 상징하는 기(旗)가 걸려 있었다.
폭포에는 브론이, 구름에는 헤카이가, 돌풍에는 하네, 벼락에는 웅골라가 착석했다.
남은 두 자리는 걸맞은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산이 있어야 할 자리는 공석으로 남겨졌으며 유황은 잔도의 뒤를 이은 줄루라는 주술사가 앉았다.
줄루는 함께 자리한 대주술사들에 비하면 아직 부족한 게 많은 주술사였다.
“제가 어찌 감히 대주술사님들과….”
브론은 가볍게 그 의문을 일축했다.
애초에, 그를 이 자리에 불러온 것은 바로 이 자리에 모인 대주술사들이었으니.
“선대, 대주술사 잔도의 삶은 부족함이 많았다. 하나 결국 그 끝엔 유황의 타오르는 긍지를 보여줬다. 우린 그를 기리며 존중한다. 잔도의 의지는 다음 세대로 이어질 것이며 그것이 너임을 받아들여라.”
“…부족할지라도 해내겠습니다.”
“담대하라, 젊은 유황이여.”
다만 이 자리에 모인 이유가 젊은 주술사 줄루의 앞날을 축복하기 위함은 아니었기에, 연맹의 지도부는 금세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
“예언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예언이라… 그래, 이미 다들 전해 들었겠지.”
“…예언자를 모셔와라.”
쿵…
쿵…
영장류의 해골로 장식된 지팡이로 땅을 짚으며 나타나는 트롤 예언자. 그리고 그의 뒤로 예언자를 따르는 제자들 또한 나타났다.
“큰일 이후에는 좀 잠잠해지려나 싶었는데….”
“예언자여, 묻노니 그대가 본 것을 말하라.”
브론의 말에 예언자가 몸을 떨었다.
“음습한 기운입니다. 가까이에 있으면 휩쓸릴 것입니다….”
웅골라가 대뜸 물었다.
“뭐 착각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겠지? 예언이 항상 맞아떨어진 것은 아니잖나?”
“맞습니다. 사소한 일일수록 예언을 피해 가기 쉽습니다. 하나, 이번에 다가올 무언가는 사소한 일이 아닐 겁니다.”
“예언에 꽤 자신이 넘치는군. 존중하지.”
헤카이가 말한다.
“그래서, 그대의 생각은?”
“우리는 떠나야 합니다.”
“어디로?”
“어디로든. 이곳만 아니라면.”
브론은 그의 어깨에 앉은, 힘을 잃은 폭포의 원신 마드리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마드리아, 어떻게 생각하지?”
그녀는 이제, 지도자가 아니었다.
해방된 트롤의 조력자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모두가 그녀의 말에 귀 기울였다.
– 나, 나쁜 꿈을 꾸고 있어.
“…….”
– 예언자의 말을… 믿어야 할지도 몰라.
약한 긍정이기에 이 역시 연맹의 중요한 일을 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마드리아가 눈을 감으며 읊조렸다.
– 이럴 때, 그가 있었다면 확신할 수 있었을 텐데….
마드리아가 언급한 그.
그가 누구인지, 이 자리에 있는 자들 중 짐작하지 못하는 자가 없었다.
“그는 우리의 기대를 위해 존재하지 않아.”
브론이 신음했다.
“그저, 존재할 뿐이지.”
– 응, 맞아.
“우리가 정해야 해.”
헤카이가 먼저 브론에게 묻는다.
“브론,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지?”
“흐음….”
“이곳은 연맹의 본단은 중앙 대륙의 요지 중 요지다. 만일 우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적대 세력이 이곳을 차지한다면 되찾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따를 거다.”
하네가 맞장구쳤다.
“동의, 지키기는 쉽지만 되찾기는 어려울 거야.”
웅골라가 히죽 웃었다.
“뭐, 이런저런 부정적인 내용만 가득하군.”
브론이 손잡이를 움켜쥐고 물었다.
“그래서, 모두… 결론은?”
대답은 곧장 돌아왔다.
“본단을 비운다.”
“비우도록 하지.”
“정비가 필요하긴 했으니.”
브론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자, 잠시만… 어째서 결론이 그렇게 나는지….”
유황의 줄루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했다.
그야 본단을 비운다는 것에 회의적인 얘기만 오고 가던 상황에서 결론이 본단을 비운다가 되었으니, 당연했다.
브론이 설명했다.
“시간이 흘러도 우리를 바로 세운 뿌리는 잊지 않는 법이야. 만일 이 상황에 쟈마드, 그가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지?”
“…그라면, 본단을 비웠을 겁니다.”
“어째서?”
“…모르겠습니다. 이성적으로는 예언이나 확신할 수 없는 낌새만을 믿고 큰 피해를 감수하며 본단을 비운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느껴지지만….”
줄루는 쟈마드를 떠올렸다.
“어째선지, 그라면 이렇게 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가 말했다면, 모두가 따랐을 것이고요.”
씨익…
브론이 웃었다.
“그래, 그는 그랬으니까.”
“뜸 들일 필요는 없지. 당장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본단을 비우고, 연맹은 재정비에 들어간다.”
* * *
카가가가가가각-!
무기나의 대낫을 불사가 손바닥 사이에 끼운 채로 버텼다.
콰아아아아아아-!
그대로 쭈욱 밀려나는 불사.
비샤가 그라보에게 신호를 보낸 후 소리쳤다.
“실로이 님! 가세를….”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신랄했다.
“도움 안 되니까, 저리 꺼져! 이 싸움에 아무도 못 끼어들게만 해!”
“그런….”
비샤와 그라보는 분명 강하다.
하지만, 하늘에 도전했던 도전자들의 싸움에는 감히 끼어들 수 없었다.
“흩어져라! 주변을 경계해! 개미 한 마리도 방해하지 못하게 해!”
경계의 무기나.
후우우우우웅-!
그의 권능이 작동한다.
[무기나가 권능 : 경계를 사용합니다.]
[무기나는 주기적으로 경계의 힘을 축적합니다.]
[경계의 힘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무기나의 모든 능력을 강화합니다.
[경계의 힘을 소모할 때마다 다음 강화가 더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무기나는 주변의 사기를 끌어당깁니다.]
[무기나는 죽은 자들의 힘을 불러옵니다.]
[무기나의 경지에 따라 불러올 수 있는 죽음의 힘이 보다 과거까지 확대되며 망자의 쇠락이 감소합니다.]
[무기나는 죽은 자의 힘을 끌어당길 때마다 계속해서 강해집니다.]
무기나의 권능은 전투 중에 계속해서 강해진다는 특징을 가졌다.
파아아악-!
불사가 낫을 떨쳐내며 물러난다.
그리고 소리쳤다.
“킥… 피차 오래 싸울 생각이 없으니, 이 싸움은 내가 유리할걸.”
“…틀린 말은 아니군.”
“오랜만에, 살짝 진지해져 볼까.”
짜아아아악-!
[실로이가 권능 : 내가 보는 세계를 사용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실로이가 죽음을 납득하지 않으면, 죽음에 강력하게 저항합니다.]
[실로이가 권능 : 비틀린 창조자를 사용합니다.]
[실로이가 모든 피조물을 엄청난 속도로 창조할 수 있으며 다소 허무맹랑하거나 뭉개졌더라도 강력한 보정치가 부여됩니다.]
……
권능에 대한 정보가 계속해서 이어지기도 전에, 무기나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스으으으으…
[무기나가 균열 만들기를 사용합니다.]
[공격한 대상의 신체에 균열을 누적합니다.]
파아아아아앙-!
엄청난 속도로 대낫을 휘두르는 무기나.
노리는 건 실로이의 팔.
기회가 되면, 다음은 목.
서걱…
실로이의 오른팔이 무 자르듯 깔끔하게 베였다.
씨익…
불룩…
잘린 팔이 부풀어 올랐다.
[실로이가 살을 주고 살을 취한다를 사용합니다.]
[공격받은 신체가 폭발합니다.]
[공격한 대상에게 폭발 충격을 집중합니다.]
퍼어어어어어엉-!
폭음과 함께 악취 그리고 매캐한 연기가 무기나에게 쏟아졌다.
후웅…
무기나는 대낫을 휘둘러 충격을 해소했다.
[무기나가 작게 흘려내기를 사용합니다.]
[무기나가 결정한 피해 외의 추가적인 피해를 모두 무시합니다.]
“이런 사기꾼!”
끼긱…
무기나가 한쪽 손을 꽉 움켜쥐자, 대지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쿠구구구구구구…
[무기나가 절기 : 아비규환(阿鼻叫喚)을 사용합니다.]
[아비규환은 경계의 힘을 사용하며, 죽은 자들의 뼈로 일정 범위를 초토화시킵니다.]
콰아아아아앙-!
콰가가가가가가가각-!
땅거죽이 뜯어지며 그 안에서 거대한 뼛조각이 칼날이 되어 불사를 찢어발기려 했다.
불사가 합장했다.
짜아아악-!
[실로이가 사실 얘가 그랬어요!를 사용합니다.]
[실로이의 피조물, 애착 인형이 창조되며 권능 : 비틀린 창조자의 영향을 받습니다.]
[애착 인형은 대부분의 대상 지정, 범위 지정 능력을 자신에게로 향하게 합니다.]
[애착 인형은 다가오는 죽음에 저항합니다!]
불사와 똑같이 생긴 살점 인형이 불사를 밀쳐내고 아비규환에 저항했다.
콰직…
콰지이이익-!
인형은 뼈를 부수며 맹렬히 움직였다.
콰지지지지직-!
“크헉….”
그러나, 곧 뼈에 가슴이 꿰뚫리게 된다.
실로이가 준비한 마법을 발동하며 소리쳤다.
“충분해!”
[실로이가 절기 : 나 한 대 때렸으니까, 넌 두 대 맞아!를 사용합니다.]
[실로이가 입은 피해의 2배에 달하는 피해를 어떠한 수단, 능력으로든 상대에게 전가합니다.]
[피조물 : 애착 인형이 입은 피해에도 적용됩니다.]
기이이잉…
실로이가 끌어올린 흑마법의 기운을 상대에게 발출했다.
[실로이가 환상 절기 : 사지 분해를 사용합니다.]
[사지 분해가 대상의 최대 체력 절반 이상의 피해를 줬을 때, 대상은 사망합니다.]
……
파아아아아아아앙-!
선단을 통째로 날려버린 암흑 구체.
무기나가 호흡을 가다듬고 대낫을 휘둘렀다.
곧, 탁한 비취 색이 대낫에서 흘러나왔다.
[무기나가 절기 : 절교를 사용합니다.]
[대상의 우호도를 희생하여 매우 짧은 시간 대상의 모든 유형의 공격에 막대한 저항력을 보유합니다.]
[이 능력은 대상의 우호도를 큰 폭으로 하락시킵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암흑 구체가 무기나의 몸과 충돌했으나 오히려 부서진 것은 구체 쪽이었다.
팍-!
무기나가 그의 어깨를 꽉 물고 있는 틀니를 눈치챘다.
으지지직…
틀니는 생명으로 피어나며 살점 괴물의 형태로 변했다.
“…….”
[무기나가 영혼 거두기를 사용합니다.]
[생명체인 대상에게서 활력을 빼앗습니다.]
[대상에게 일정 피해를 주며 피해량이 대상의 최대 체력의 5%에 달하면 기절시키며 대상의 최대 체력의 10%에 달하면 튕겨냅니다.]
파아아아아앙-!
살점 괴물이 튕겨 나갔지만, 틀니는 여전히 남겨졌다.
“걸렸어!”
[실로이가 절기 : 틀니의 집착을 발동합니다.]
[짧은 시간 아주 미약한 피해를 주는 틀니를 대상의 몸에 붙입니다.]
[틀니는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뿐입니다.]
……
[절기 : 나 한 대 때렸으니까, 넌 두 대 맞아!가 발동합니다.]
[피조물 : 애착 인형이 입은 피해가 틀니의 집착에 전이됩니다.]
기이이이이잉-
틀니가 폭발하려 하자, 무기나의 눈에서 음험한 광채가 흘러나왔다.
[무기나가 환상 절기 : 재앙의 네 번째 기사를 사용합니다.]
[죽음의 군마를 소환합니다.]
[경계의 힘을 소모해 완전무장합니다.]
[끌어당기는 사기의 양이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폭발의 충격으로 대지가 진동했다.
콰직…
콰지지직…
군데군데 지반이 약한 곳은 허물어지기까지.
실로이가 눈살을 찌푸렸다.
“…너 무기나보다 센 거 아니야?”
후두둑…
푸르르르르…
단단한 뼈에 갑주가 덧씌워진 죽음의 군마. 그리고 그에 올라탄 경계의 기사.
초토화된 대지 위에서 무기나가 완전무결한 상태로 서 있었다.
“…이거 돌아가면 네 본체에 단단히 따질 테니까 각오해.”
“…….”
짜아악-!
[실로이가 절기 : 살고리 문을 사용합니다.]
[살고리 문은 시간제한이 존재하는 무구와 피조물을 수납해두었다가 언제든 꺼낼 수 있게 합니다.]
바닥에서 솟아오른 기괴한 문에 손을 넣고 휘젓는 불사.
“적당한 게… 찾았다!”
[실로이가 살고리 문에서 허파 방패를 획득합니다.]
그사이, 군마에 올라탄 무기나가 공중으로 박차올랐다.
후우우우우우웅…
딱 봐도, 막기 어려울 만한 강한 힘이 그의 대낫에서 전해져 왔다.
[무기나가 절기 : 사령 베기를 사용합니다.]
[재앙의 네 번째 기사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격돌 시, 사기의 폭발을 일으킵니다.]
파아아아아아아아앙-!
내려찍는 무기나.
불사가 기괴하게 생긴 방패를 대낫에 들이댔다.
흐읍…
[실로이의 허파 방패가 숨을 참습니다.]
[정해진 만큼의 피해를 전부 흡수합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불사는 짓이겨지지 않았다.
끼기기긱…
끼기기기기기기긱…
[실로이의 허파 방패가 숨을 내쉽니다.]
[흡수한 피해를 전방에 쏟아냅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부웅…
대낫이 회전했다.
끼릭 끼릭…
[무기나가 환상 절기 : 크게 흘려내기를 사용합니다.]
[무기나가 결정한 피해 외의 추가적인 피해를 모두 무시합니다.]
[무시한 피해 중 일부를 되돌려 보냅니다.]
파아아아앗-!
물러나는 불사.
“후후후… 진짜, 무식하게 강하잖아. 그래도 시간은….”
핏…
불사의 목에 핏빛 선이 그어졌다.
“…어?”
“잠들어라.”
붕 떠오르는 불사의 머리.
불사의 머리가 말했다.
“누구 맘대로!”
[권능 : 내가 보는 세계가 발동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실로이가 죽음을 납득하지 않으면, 죽음에 강력하게 저항합니다.]
불사의 몸이 스스로 움직여 양팔로 날아가는 머리를 붙잡았다.
[실로이가 가지 마! 내 목숨!을 사용합니다.]
[한 차례 죽음에 달하는 피해를 받았다면, 일시적으로 체력과 마력을 급속도로 회복합니다.]
머리를 붙인 불사가 가슴에 손을 올리며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후우… 후우… 심장 떨려, 이 몸 꽤 괜찮은 몸이라고.”
“…….”
“그런데 너… 시간 얼마 안 남은 거지?”
무기나가 답하지 않았다.
불사는 히죽 웃었다.
“힘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네 숨이 끝에 다가오고 있어. 난 알 수 있거든. 진짜 무기나였으면 이렇게 조급하게 날 다루지 않았을 거야. 왜냐면… 무기나는 정말로 무섭거든! 물론 네가 무섭지 않다는 건 아니야! 그래도….”
실로이, 그녀는 승리를 확신했다.
“내가 이겼어, 넌 날 죽일 수 없어.”
“…그런가.”
“앞으로 몇 합이면 봉인은 풀리고 영혼함은 내 차지가 될 거야. 아쉽게 됐네!”
“…네 이름이 무엇이라 했지?”
“탈리아드! 지금은 실로이지만 탈리아드야.”
“그래, 탈리아드. 날 잘 안다는 듯이 말하는군. 그렇다면 묻겠다. 무기나가 널 이렇게 본 적이 있는가?”
“응? 무슨….”
휘오오오오오오…
무기나의 눈이 검게 물들며 사기를 끌어왔다.
“네 진정한 두려움은 무엇인가?”
[무기나가 환상 절기 : 질문을 사용합니다.]
……
“빌어먹을! 내 마음을 읽지 마!”
경계의 무기나는 찰나에 탈리아드의 두려움을 꽤나 뚜렷한 형상으로 읽어냈다.
“…못된 아이군. 그래도 덕분에, 길이 보였다.”
“나… 화났어.”
“침착해라, 어차피 결과는 같을 테니.”
스으으으으응…
무기나가 말한다.
“밀려올 파도를 담대하게 맞이하라.”
콰아아앙-!
대낫이 지면을 찍었다.
[무기나가 환상 절기 : 경계 해방을 사용합니다.]
[주변 지형이 경계에 물듭니다.]
[균열이 형성된 대상을 경계로 불러들입니다.]
[경계의 죽음이 피어오릅니다.]
휘오오오오오오오오…
세상은 무채색이 된다.
무기나가 자랑하는 경계 해방.
오직 그만이 죽음의 세계를 넘나든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세상, 그 경계를.
으드드드드드득…
땅속에서 썩은 뼈들이 몸을 일으켰다.
“하… 이건… 아니잖아.”
용들의 뼈.
사기로 가득한 용들이 일제히 실로이를 향해 입을 벌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그들의 입에서 음험한 불꽃이 토해졌다.
그러나 설령 용일지라도.
죽은 자의 힘이 도전자를 곤란하게 만들지언정 무릎 꿇릴 순 없었다.
콰지지지지직-!
“허억… 허억….”
파아아아아아앙-!
불사가 틈을 간파해 가장 덩치가 작은 용의 아가리를 향해 뛰어들었다.
불길이 사그라들며, 용의 입속이 드러난다.
무기나다.
무기나가 용의 입속에서 그를 맞이한다.
“이런….”
실로이가 처음으로 크게 당황하며 황급히 방어하려 했다.
무기나가 그의 대낫, 우울을 휘두르며 말했다.
“설령 우리가 친구였다고 한들, 넌 이 힘을 알지 못하겠지.”
스으으으으으응…
우울이 불사를 베었다.
아니, 벤 것인지 베지 않은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녀의 몸은 멀쩡히 붙어 있었으니까.
“우울은 육체를 베지 않는다.”
무기나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영혼을 베지.”
[무기나가 환상 절기 : 우울을 사용합니다.]
[우울은 대상의 영혼을 벱니다.]
[영혼이 베인 대상은 하루 동안, 모든 능력치가 큰 비율로 하락합니다.]
[영혼이 베인 대상의 파편은 경계에 존재합니다.]
[파편을 되찾지 못하면, 지속 시간이 끝나기 전에 쇠약 효과를 해제할 수 없습니다.]
불사의 반쪽 영혼이 경계에 붙들렸다.
“이….”
“시간이 됐다. 다가올 네 불운을 빌도록 하지. 이제 남은 건….”
츠즈즈즈즈즛…
불사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네 두려움의 몫이다.”
[경계가 닫힙니다.]
[당신은 추방되었습니다.]
[영혼의 파편이 경계에 존재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큰 폭으로 하락합니다.]
심장이 땅으로 꺼지는 듯한 감각.
회색빛 세상은, 연기처럼 사라지며 다시금 청명한 세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검은 유성이 그녀의 앞으로 닥쳐왔다.
콰아아아아아앙-!
실로이의 팔이 떨어져 나간다.
용에 올라탄 사내가 떨어진 그 팔에 붙들린 상자를 손에 쥐었다.
영혼함이었다.
그리고, 강설이었다.
“오랜만이야, 불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