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bsolute on the Tennis Court RAW novel - Chapter 118
테니스 코트 위의 절대자 118화
퀸스 클럽 챔피언십 (7) – 온탕과 냉탕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서 성격이 드러난다.
우선, 카일 에드먼드.
첫 번째 세트 게임 스코어 2:2였던 상황.
카일 에드먼드는 30:0의 포인트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그만 브레이크(Break)를 내어주고 말았다.
이후 그는 크게 흔들렸고, 이어진 신우주의 서브 게임까지 무기력하게 내어주며 그대로 첫 세트를 헌납했다.
위기의 순간.
하지만 카일 에드먼드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고, 재정비를 끝마치고 나온 두 번째 세트에서 본인이 왜 해머(Hammer)란 별명을 얻게 되었는지를 보여줬다.
계속되는 환상적인 포핸드의 향연.
그렇게 에드먼드는 균형을 맞췄다.
세트 스코어 1-1.
두 번째 세트 휴식.
흐름과 주도권이 카일 에드먼드에게 넘어간 상태에서, 사람들은 신우주가 어떻게 대처할지를 주목하고 있다.
열기가 더해지고 있는 퀸스 클럽의 코트 1.
이제, 세 번째 세트가 곧 시작되려 한다.
.
.
▷ SET 3 시작 1분 전
4 6 0 : 카일 에드먼드(0)
6 3 0 : 신우주(0)
테니스에서 경험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코트 위에 존재하는 수많은 전략을 익히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트의 특성과 상황 또 적(敵)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매번 다른 접근을 해야 하는데, 오늘도 신우주는 그런 부분에서 아직은 조금 부족하다는 것을 나타냈다.
하지만, 아직 우려하기에는 일렀다.
소년은 배우는 게 무척 빠르다.
‘생각하렴, 우주야. 답은 나왔어.’
한쪽 구석에 마련된 좁은 플레이어 박스에 앉아, 안드레이 시미치가 신우주에게 응원을 보냈다.
그는 공략법은 이미 나왔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건, 소년의 심리 상태다.
첫 번째 세트가 43분 걸린 데에 반해, 두 번째 세트는 31분 만에 끝이 났다.
카일 에드먼드는 본인의 서브 게임에서 속도를 빠르게 끌어 올리며 신우주를 몰아붙였고, 퍼펙트 게임도 두 차례나 허용하는 등 빠른 템포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자연히, 생각할 틈도 부족했을 것이다.
【“타임, 플레이어 레디.”】
“휘익!”
짝짝짝.
세 번째 세트의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콜(Call)이 들려오고, 관중석의 규모가 작았던 만큼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안드레이는 평범히 파이팅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신우주라면 잘해낼 거라는 믿음과 나쁜 흐름으로 인한 불안이 공존하는 중이다.
분명 언젠가 패배할 날이 올 것이고 그것을 잘 받아들일 준비도 되어 있었지만, 그거야 나중의 일이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당연히 신우주가 모든 매치에서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다.
다만, 상황은 썩 좋지만은 않다.
상대가 먼저 서브를 넣는다.
【“써드 세트. 서브, 에드먼드. 레디.”】
통.
통, 통.
【“플레이.”】
* * *
“으어엇-!”
타앙-!
첫 번째 세트에서의 생각은 상대가 잘하는 것을 나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걸로 정신적 데미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렇게 됐다.
하지만 두 번째 세트에서 상대는 [“그래? 근데 뭐 어쩌라고?”]라는 식으로 플레이했다.
더 많은 포핸드.
더 많은 직선 공격.
한번, 해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나도 직선 공격을 즐겨 사용하기 때문이다.
영국 랭킹 2위와 붙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지금은 바보 같았다고 생각한다.
호기심은 이제 그만이다.
탕.
“오-!”
.
(앤드류 코터) – BBC Two 코멘테이터
“멋진 샷이로군요. 카일 에드먼드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루이스 플레밍) – BBC Two 공동-코멘테이터
“완벽한 힘 조절로, 네트 앞으로 볼을 떨어뜨렸습니다. 우주가 전략을 바꾸려고 하는 것 같네요. 지금과 같은 샷은 앞선 세트에선 나오지 않았던 것들입니다.”
.
【“러브, 피프틴.”】
통.
통, 통.
두 번째 세트 브레이크를 가지며 생각했다.
베이스라인은 이제 관두자고.
좌우로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는 샷에 익숙한 상대를 베이스라인에 묶어두는 건, 상대가 가장 좋아할 만한 상황이 자주 나올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평소였다면 바로 알았을 건데.
첫 세트에서 너무 신을 냈다.
“으어엇-!”
타앙!
.
“폴트!!”
상대의 퍼스트 서브가 엉뚱한 곳에 떨어졌다.
세컨드 서브.
난 바로 전략을 세웠다.
앞으로 나갈 생각이다.
SABR.
“으엇!”
탕!
.
탕.
느리게 날아온 상대의 킥(Kick)서브.
난 그걸 하프발리로 받았다.`
서브 이후 동작을 가다듬기도 전에 리턴이 전해져 오자 상대는 당황하며 라켓을 가져다 대보았지만, 볼은 옆으로 멀리 튀어나가며 곧장 라인을 벗어났다.
“와-”
짝짝짝.
빠르게 얻어낸 두 개의 포인트.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
(송민희) – JTBS 캐스터
“이겁니다. 네. 이거죠. 이형택 해설위원님께서도 말씀해 주셨습니다만, 오늘 신우주 선수의 테니스가 조금 단조롭다.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형택) – JTBS 해설
“그렇습니다. 굳이 상대가 좋아하는 방식에 어울려 줄 필요가 없거든요. 본래는 영리하게 그걸 잘 해내는 선수인데, 오늘은 조금 플레이가 단순했었습니다. 이렇게 계속 나가야 합니다. 보통 저렇게 좌우로 뛰는 선수들이 앞뒤에는 약하거든요? 앞뒤에도 강했으면, Top 10에 있지 저기에 있진 않았을 겁니다.”
(송민희)
“그렇습니다. 카일 에드먼드의 서브.”
.
강한 포핸드 샷 때문에, 당연히 어그레시브(Agrressive) 타입의 베이스 라이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접근 방법을 바꾸고 나니, 상대가 본래의 모습을 교묘히 숨기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카일 에드먼드는 카운터 펀처인 것 같다.
정말 놀랍게도.
탕!
.
탕!
이어지는 랠리 내내 좌우로 부지런히 뛰어다니면서, 나는 상대가 단 한 번도 앞으로 달려 나오고 있지 않은 부분에 주목했다.
생각해 보면 계속 그랬던 것 같다.
먼저 달려 나왔던 적이 있었던가?
아마, 두세 번쯤?
절대 세 번은 넘지 않는다.
탕!
.
탁.
【“피프틴, 써티.”】
지금은 서브부터 시작해 상대의 샷이 워낙에 잘 들어와서, 실점을 막기 어려웠다.
다시 애드(Ad)코트.
서브를 기다렸다.
“으어엇-!”
타앙!
.
“폴트!!”
또 한 번 나온 폴트(Fault).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금세 표정을 정돈한 상대는 주머니 속에서 공을 꺼내어 바로 루틴을 가져갔다.
그래서 나도 준비했다.
통.
통, 통.
“으엇!”
탕!
약간 힘을 뺀 그런팅(Grunting)과 함께 세컨드 서브가 몸통 방향으로 날아오고, 스텝을 밟아 포핸드 동작으로 전환한 나는 바로 공격을 시도했다.
“으아!”
탕!
직선으로 빠르게 날아가는 리턴.
상대는 센터마크를 넘어와 받아쳤다.
탕!
강하게 톱 스핀을 걸어서 보낸 샷은 받아치는 부분에 중점을 둔 그런 것이었다.
잔디코트에선 이렇게 시간을 벌어주는 게 중요하다.
미끄러질 수 없으니까.
스텝을 몇 개 더해 발을 멈추고 반대 방향으로 달려갈 수 있기에, 잔디코트에선 톱 스핀을 걸어 높게 띄우거나 슬라이스(Slice)로 느린 샷을 길게 보내야 정돈할 수 있다.
이번 퀸스 클럽에서 배운 것이다.
날아오며 살짝 앞부분에서 튕긴 볼은 생각만큼은 아니어도 잔디코트치곤 제법 높게 튀어 올랐다.
센터 마크 바로 옆에서 대기 중이었던 나는 계속된 포핸드 자세를 유지하며 길게 밀어 보냈다.
“으아!”
탕!
구석으로 깊게 잘 들어간 샷.
보통이라면 득점이 되었을 거다.
하지만.
탕.
빠르게 달려간 상대는 어려운 공을 받아넘겼다.
아까도 저걸 봤었는데 왜 생각을 못 했었지?
아무리 생각해도 카운터 펀처라는 것을 너무 늦게 눈치챈 부분이 너무 바보 같았다.
그래도 끝나고 알게 된 것보다는 낫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니까.
테니스 코트 위에서는 가장 긍정적인 사람이 결국엔 승자가 될 확률이 높다.
크로스 되어서 넘어오는 볼.
몸통을 돌려 방향을 바꿨다.
상대는 백핸드 랠리가 이어지길 원하겠지만, 난 이제 더는 그렇게 하고픈 생각이 없다.
분하지만, 인정하겠다.
베이스라인 게임은 상대가 낫다.
탕.
슬라이스로 받아내어 잔뜩 깎아서 보낸 볼은 네트 앞에 떨어진 이후, 자석에 끌린 것처럼 앨리라인 쪽으로 움직여 나갔다.
다시, 환호성이 들려온다.
“와-!”
.
(앤드류 코터)
“오, 세상에나. 믿을 수 없군요. SABR에 이어 지금도 로저 페더러를 떠올리게 만드는 슬라이스가 나왔습니다. Young Federer로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샷이었습니다.”
(루이스 플레밍)
“존경하는 선수의 샷을 따라 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불과 열다섯에 그런 기술들을 이 정도 완성도로 보여주는 건 지금까지 본 적도 없습니다. 정말 매력적인 선수입니다. 소년의 테니스를 계속해서 보고 싶을 정도로요.”
.
【“피프틴, 포티.”】
* * *
#. 같은 시각
#-1. 프랑스, 파리
#-2. 샨도스 론 테니스 클럽
얀코 팁사레비치는 로저 페더러와 처음 상대했던 날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때는 2006년 스위스에서 열린 스위스와 세르비아&몬테네그로의 데이비스 컵 월드 그룹 플레이오프였다.
당시 팁사레비치는 세르비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테니스 선수였고, 세르비아&몬테네그로 팀의 1번 선수로 나가 로저 페더러와 승부를 펼쳤다.
결과는 0:3 패배.
게임 포인트 점수도 (3:6, 2:6, 2:6)으로 일방적이었고, 가장 자신 있는 인도어 하드 코트 매치였음에도 별다른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었다.
그리고 그때, 얀코 팁사레비치는 처음으로 자신이 죽을 때까지 노력해도 최고가 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로저 페더러의 샷은 충격적이었고, 그로부터 약 3년 뒤 미국에서 팁사레비치는 두 번째로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됐다.
바로, 신우주를 통해서다.
“우-! 미쳤다, 지금. 봤어?”
“그래.”
사이클 머신에 올라 발을 움직이며, 팁사레비치는 TV를 통해 신우주와 카일 에드먼드의 매치를 지켜보고 있다.
어느덧, 거의 끝나가는 중이다.
.
(앤드류 코터)
“어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내내 놀라움을 주는군요. 솔직히 어제보다도 이번 3세트가 더 충격적입니다. 정말로 Young Federer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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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의 테니스 전문 코멘테이터 앤디류 코터(Andrew Coter)의 솔직한 감탄에도, 얀코 팁사레비치는 그것이 기쁘기보다는 코웃음이 나왔다.
왜냐하면.
“지금 앤드류 코터가 계속 우주에게 Young Federer라고 하고 있는 거 알아?”
“흥.”
“얀코. 기분이 좋지 않은 거야?”
“당연히 나쁘지.”
“뭐?”
“로저도 15살엔 우주처럼 못 했어.”
“…하하. 뭐야? 놀랐잖아.”
얀코 팁사레비치의 말은 너스레나 팔불출 같은 이야기가 아닌, 순도 100% 진심이었다.
15살의 로저 페더러는 마르티나 힝기스와 함께 스위스를 대표하는 유망주였긴 해도, ATP 대회에 나가 랭커들을 꺾고 다니며 최연소 기록을 써낼 정도는 아니었다.
프로 데뷔도 17살이었고, 전적도 2승 3패에 ATP 랭킹도 702위로 시작해 301위로 마무리했다.
“진심이야. 우주가 17살에 어떨 것 같아?”
“뭐, Top 20?”
“장난하는군. 넌 아무것도 몰라.”
“당연하지. 난 걔에 대해서 거의 말만 들었다고.”
얀코 팁사레비치의 독일인 코치들은 이번 퀸스 클럽 챔피언십을 앞두고 처음으로 신우주를 만났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소년에게 이들도 당연히 호기심을 내비쳤고, 현재는 지금까지의 약진이 우연이 아닌 실력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는 걸 인정하고 있는 상태가 됐다.
하지만, Young Ferdere조차 칭찬으로 여기지 않는 건 다소 오만한 것이 아닌가 했을 뿐이다.
“우주는 엄청 좋아할 거야.”
“그래?”
“로저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동경하거든. 잘은 모르지만, 구할 수 있는 로저의 경기는 전부 봤을 거야.”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서, 오늘 보여준 것처럼 로저 페더러의 샷들을 따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론 재능이 못해도 60%는 차지하겠지만, 남은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연구와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로저 페더러의 샷 대부분은 교과서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 대단한 실력으로 권하지 않을 만한 샷들을 모두가 따라 하고 싶게끔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환상 속의 테니스 선수다.
“안드레이가 우주에게 강조한 게 뭔지 알아?”
“뭔데?”
“상상력.”
신우주를 세르비아로 데리고 와 제대로 된 훈련을 막 시작했을 무렵, 안드레이 시미치는 소년의 질문이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다.
보수적인 코치였다면 대충 흘려 버렸을 법도 했지만, 안드레이는 반대로 그것을 재능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신우주가 질문했던 샷들은 대부분 로저 페더러가 실전에서 사용하던 것이었고, 그의 경기를 제대로 본 적이 없는 소년이 그 같은 말을 하는 게 놀라웠기 때문이다.
이후, 안드레이 시미치는 베오그라드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로저 페더러의 경기 영상을 모았다.
그땐 ‘유튜브’와 같은 것들도 보편화되지 않았고 또 스마트폰 시장도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DVD 말고는 로저 페더러의 예전 경기를 시청할 방법이 없었다.
“매일 두 시간씩 돌았어.”
“매일?”
“매일. 일요일도 쉬지 않고.”
“휘이-”
안드레이 시미치의 이런 열성에 보답이라도 하듯, 신우주 또한 매일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가져다 준 DVD를 보고 또 보았다.
그때는 아직 세르비아어도 미숙할 때였고, 세르비아식 발음이 짙은 영어에도 익숙하지 않아서 DVD를 보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기도 했다.
한 날은 그것이 걱정된 팁사레비치가 신우주를 끌고 시내로 쇼핑을 나섰지만, 그날 숙소로 가지고 돌아온 것은 소장하고 있지 않은 로저 페더러의 경기 DVD 무더기였다.
그날 이후, 팁사레비치도 항복했다.
“아무튼, 난. 우주가 저런 샷을 하는 게 놀랍지 않아.”
“그야 말이 쉽지….”
“본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잖아?”
“그 말도 맞긴 해.”
“….”
자연스럽게 침묵하는 이들이 다시 TV로 시선을 가져가고, 또 한 번 멋진 포핸드 슬라이스를 통해 득점을 만든 신우주가 포효하는 모습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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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코터)
“Oh- Yes! … 이쯤 되니, 저도 기대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요. What a Lovely Slice. 무심하게 툭 깎아내며 에드먼드의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았습니다. 그리고 네트 플레이. 완벽한 콤비네이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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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만 하며 매치를 지켜보고 있을 무렵, 팁사레비치의 코치 중 하나인 디르크 호르도르프는 문득 궁금해졌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팁사레비치에게 물었다.
“이봐, 얀코.”
“?”
“대체, 우주는 어떤 스타일인 거야?”
“무슨 뜻이야?”
“오늘만 해도 봐. 첫 두 세트랑 지금이 완전히 다르다고. 그리고 또 첫 경기랑 비교해 봐도 그렇지. 이전 경기들도 조금 봤지만, 난 아직 쟤가 어떤 선수인지 잘 모르겠어.”
테니스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이 단편적으로 특정 지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갈피를 잡기 어려운 것 역시 문제다.
플레이의 일관성은 테니스에서 무척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색을 채워나가는 것이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 매뉴얼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신우주는 그와는 조금 달랐다.
어떨 땐 A였다가.
어떨 땐 B가 됐다.
“왜 그것 자체를 개성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건데?”
“…뭐?”
“말 그대로야.”
승부를 겨루는 모든 스포츠는 상대에 맞춰 전략을 수립하고 또 그에 맞춘 플레이를 선택한다.
테니스의 경우 코트와 플레이 스타일에 따른 장단점이 더 극명한 편인데, 언제 어떤 때에도 상성이 좋은 테니스를 100%의 기량으로 수행할 수 있다며 어떨까?
게다가 신우주는 양손을 추구하고 있다.
근래엔 그립까지 고쳐 쥐는 중이다.
오늘도 신우주는 첫 번째 경기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세미-웨스턴과 풀 웨스턴 그립을 번갈아 사용했다.
“있잖아. 베이스 라이너이니 서브&발리어니 하는 것들. 결국에 그런 건 그 선수가 그런 플레이를 훨씬 더 편하게 느끼고 또 잘하기 때문에 정해지는 거잖아.”
“그건 그렇지.”
“난 우주를 그런 범주에 넣어본 적이 없어. 그건 안드레이나 네마냐도 마찬가지일 거야.”
“그럼 올라운더 아니야?”
“뭐, 비슷하겠지.”
굳이 신우주에게 특정한 플레이스타일 유형을 씌우자면, 로저 페더러와 같은 모든 것을 잘하는 올라운더(All-Rounder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로저 페더러도 모든 걸 두루두루 잘하는 것이지, 본인이 선호하는 방식의 테니스는 분명히 존재한다.
“굳이 따지자면, 여기야.”
“머리?”
“그래. 우주의 최고 장점은 머리야. 놀랄 만큼 똑똑하고, 또 소름 끼칠 정도로 침착하지. 그래서 지금 저기에 있는 거야.”
“….”
다시 TV로 시선을 옮기는 사람들.
어느새, 매치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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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코터)
“여러분은 이걸 믿지 못하실 겁니다! 우주가 세 번째 라운드에 진출합니다! 또 다른 역사로군요! 만 15세….”
.
.
(송민희)
“이렇게 되면 또다시 역대 최초의 기록입니다! 역대 최초로 만 15세의 신우주가 ATP 마스터스 투어 두 번째 라운드에서도 승리를 거두며 8강에 오릅니다.”
* * *
▷ GAME SET(16강)
4 6 1 : 카일 에드먼드
6 3 6 : 신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