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bsolute on the Tennis Court RAW novel - Chapter 117
테니스 코트 위의 절대자 117화
퀸스 클럽 챔피언십 (6) – 온탕과 냉탕
[악천후로 하루 연기 … 악천후로 인한 변수, 신우주에겐 독(毒)이 될까? – 서울 스포츠24]↳ 한국 시각으로 오늘 새벽 잉글랜드 런던에서 펼쳐지기로 한 ATP 마스터스 500 퀸스 클럽 챔피언십 신우주의 2라운드 경기가 비로 하루 연기되었다.
아침부터 흐릿했던 날씨는 오후가 되자 빗방울로 바뀌었고, 대회 주최 측은 테니스를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해 남은 일정을 미루겠다고 밝혔다.
이미 이틀을 쉰 신우주에겐 예기치 못한 악재가 발생했고, 감각을 회복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리고 32강 후 있었던 하루의 휴식 역시 사라지게 되면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더라도 강행군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 * *
#. 2016년 6월 16일
#-1. 잉글랜드, 런던
#-2. 퀸스 클럽
어제는 조금 맥이 빠지는 하루였다.
퀸스 클럽에 도착해 몸을 막 풀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대회 관계자가 와서 오후 경기는 치러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안드레이 코치님은 그럼 돌아가야 하는 거냐고 물었고, 대회 관계자는 명확한 답변을 해주지 않아 우리를 포함한 오후 경기가 있는 사람들에게 불만을 샀다.
그로부터 30분이 지나서야 조금 더 높은 분이 왔고, 날씨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을 했다.
코치님은 그것을 시합이 늦게라도 시작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고, 나도 또 다른 사람들도 몸을 풀기 시작했지만 40분이 더 지나서야 취소해야 할 것 같다는 최종 답변이 왔다.
무척 허탈했고, 어떤 선수와 코치는 복도에서 큰 목소리로 대회 관계자들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그런 것들 때문에 이 대회가 500인 거라고.”
“….”
오늘도 어제의 일에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분들이 있으신 것 같았다.
대회 관계자에게 화를 내는 사람을 보면서, 나는 복도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버릇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충분한 훈련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투어에서는 복도와 같은 장소가 선수들이 실내 훈련을 진행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아까의 말에는 공감한다.
권위와 명성보다 이 투어의 등급이 낮은 이유는 아마도, 어제와 같은 운영과 비를 피할 수 없는 코트 사정 때문일 거다.
2001년까지 총 18번의 악천후로 인한 대회 지연 사례가 있었던 윔블던도, 선수들이 계속해서 큰 불만을 표출하자 뒤늦게 작업을 시작해서 2009년에 개폐식 지붕을 달았다.
그러나 이는 센터 코트에만 해당하는 것이며, 보조 경기장인 1번 코트는 여전히 비가 오면 테니스를 할 수 없다.
어제 하도 심심해서 이것저것 찾아봤었다.
“컨디션은 어때?”
“몸은 괜찮아요.”
“그럼 다른 쪽은?”
“모르겠어요. 어제가 더 좋았던 것 같기도 해요.”
“이럴 땐 당연히 그렇게 느껴질 거야.”
팀의 리더인 안드레이 코치님은 주로 내 멘탈리티를 관리해 주고 계신다.
“하지만, 기억하렴. 조건은 공평하단다.”
“…네.”
하긴, 나만 아니라 내 상대도 하루를 건너뛰었다.
그렇게 보면 조건은 똑같은 게 맞다.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다.
“얀코 코치님이 떨어진 게 아쉬워요.”
“우리도 그렇단다.”
“아직 100%가 아닌 거죠?”
“워낙 큰 부상이었으니까. 또 나이도 있고. 애초 수술 후에 회복이 쉽지 않고 길 거라고 했어. 녀석도 다 알면서 수술을 받았던 거고. 하지만 분명 건강하게 돌아올 거야. 그러니, 녀석 걱정은 그만하고 이번 경기에 신경 쓰자. 알겠지?”
“네.”
얀코 코치님은 몇 개 치러지지 않은 어제 매치에서 크로아티아의 마린 칠리치(Marin Cilic) 선수에게 패했다.
처음부터 어려운 시합이 될 거로 예상되었지만, 첫 번째 세트에서 나름 잘 풀어내고도 2세트 때 급격하게 발이 무뎌지면서 그대로 매치를 내어주고 말았다.
수술했던 발이 문제였던 것 같다.
그 길로 얀코 코치님은 나와 팀을 만나고 난 후, 먼저 윔블던을 준비하겠다며 훈련했던 산도스 론 테니스 클럽으로 떠나셨다.
내 경기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이 서운하진 않았다.
나라도 그랬을 거니까.
“그래도 보고 느낀 게 있지 않니.”
“그건 그래요.”
“일단은 그것만 생각하렴.”
“….”
2년 전 U.S 오픈 우승자이기도 한 마린 칠리치 선수는 오늘 내가 만나는 카일 에드먼드(Kyle Edmund) 선수와 약간 비슷하다.
강력한 서브와 포핸드를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데, 서브와 종합적인 능력은 마린 칠리치 선수가 좋고 카일 에드먼드 선수는 포핸드가 낫다.
특히 오른쪽으로 달려가며 구사하는 포핸드 다운 더 라인(Down the Line)이 장기다.
기본적으로 포핸드 자체를 굉장히 편하게 구사하기 때문에, 강하면서도 깊숙하게 이곳저곳 잘 찔러 넣는다.
확실한 장점이 있는 스타일이랄까?
이런 유형은 항상 까다로웠다.
얼마 되지 않는 경험이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을 땐 말려들면 힘들 것 같다.
얀코 코치님이 1세트 3:2 리드를 지키지 못한 것도, 그때부터 계속 상대가 잘하는 것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샷의 종류와 방향 선택이 아쉬우면 경기는 그렇게 된다.
그러니까 나도, 잘해야 할 것 같다.
“저쪽으로 가자. 저쪽이 공간이 넓어.”
“네.”
다른 훈련을 위해 좀 더 넓은 공간으로 이동하며, 나는 살짝 어수선한 실내를 돌아보았다.
나중에 명상을 조금 길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 *
#. 오후 12시 25분
#-1. 코트 1
▷ 매치 시작 5분 전
0 0 : [158위] 신우주(WC)
0 0 : [85위] 카일 에드먼드(WC)
퀸스 클럽에는 메인인 센터 코트를 제외하고 총 10개의 잔디코트를 가지고 있다.
이 중 정식으로 관객석까지 갖춰진 코트는 센터 코트뿐이며, 코트 1으로 불리는 곳에는 대회 기간에만 이동식 테라스석이 설치되어 관람할 수 있도록 허락된다.
하지만 구조상 코트와의 거리가 다소 멀었는데, 이것이 데니스 포포비치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체면과 형식만 앞세우는 머저리들.”
“…예전부터, 잉글랜드인을 그렇게 부르기도 하셨죠.”
“아니, 이것 봐. 그냥 이 불필요한 두 개의 코트를 하나로 합치고 주변에 관중석을 두르면 해결될 문제야. 비용이 얼마나 될까? 장담하는데, 금세 후원을 받을 수 있을걸?”
잔뜩 화가 난 말투로 공사 견적을 뽑아내고 있는 데니스 포포비치의 모습에, 안드레이는 피식 웃으며 곁을 지켰다.
매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플레이어 박스로 이동해 관전할 생각이었다.
그는 고개를 슬쩍 돌려 테이블 좌석을 확인했다.
“그런 것 치곤 푸짐하신데요.”
“흥. 이런 재미라도 없으면 어쩌라고.”
“암요. 즐기셔야죠.”
“….”
테이블 위에 세팅되어 있는 샴페인과 맥주, 그리고 간단한 안줏거리들을 본 안드레이가 데니스 포포비치의 어깨를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런 그를 데니스 포포비치가 붙잡았다.
“응? 왜 그러시죠?”
“나이키에서 연락은 없나?”
“…아직은요.”
“흠- 슬슬 연락 올 때가 됐는데 말이지.”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잘 알겠네. 가보게.”
데니스 포포비치의 곁을 떠나며, 안드레이 시미치는 마지막에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벌써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정말로 이제는 나이키가 연락해 올 때였다. 그들은 지난 1월에 맺었던 조건을 갈아엎으며, 좀 더 긴 계약을 바랄 것이다.
하지만, 당장 계약을 바꾸진 않을 것이다.
일단 미국으로 가야 한다.
안드레이는 그곳에서 신우주를 위한 가장 좋은 매니지먼트를 찾아 계약할 생각이었고, 전문적인 관리를 받게 될 수 있게 되었을 때 나이키를 다시 만나려고 한다.
그러니, 지금은 연락이 없는 게 오히려 좋았다.
【“신사 숙녀 여러분.”】
센터 코트 북쪽 스탠드 아래에 마련되어 있는 자그마한 규모의 간이 좌석.
기껏해야 7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협소한 공간이었지만, 그래도 이곳은 코트와의 거리가 매우 가까운 편이다.
‘어쩌면 데니스도 후회하고 있을지 모르겠어.’
나이키와의 계약 당시 ‘특등석’이라 못을 박아두었기 때문에, 코트와 거리가 가까운 이곳이 아닌 테라스석을 받게 되었다.
새로운 계약 때도 데니스 포포비치를 위한 좌석이 항목에 포함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이 가능하다면 분명 저 남자는 조항의 내용을 바꾸려고 할 것이다.
최대한 코트와 가까운 좌석.
어쩐지 그것이 생생하게 상상된 안드레이 시미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큭큭큭큭.”
“안드레이?”
“큭큭.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를 받아 두 번째로 코트에 들어서는 신우주. 좁은 공간 그득그득 들어찬 관중들이 소년을 향해 큰 환호성을 보내기 시작했다.
홈그라운드 선수인 카일 에드먼드보다도 더욱 크게 느껴지는 환호성이다.
“휘-익!”
“휙!”
짝짝짝짝짝.
* * *
(앤드류 코터) – BBC Two 코멘테이터
“Oh, What a Shot.”
.
“에이-!”
탕!
.
(앤드류 코터)
“What a Point for Edmund! 믿을 수 없는 포핸드 스트로크였습니다! 강력합니다.”
.
.
▷ SET 1
2 : 카일 에드먼드(30)
2 : 신우주(0)
자랑하는 포핸드를 앞세워 멋진 득점을 따낸 카일 에드먼드지만, 기분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약간 당황한 상태기 때문이다.
통.
통, 통.
왼손으로 볼을 토스한 후, 몸에 배어 있는 동작으로 애드(Ad)코트에서 서비스를 넣었다.
별 무리 없이 받아내는 백핸드 리턴.
바로 이 부분이다.
카일 에드먼드는 신우주가 자신의 서브를 처음부터 익숙한 것처럼 받아내고 있는 것을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이런 걸 또 봤다고?’
탕!
.
탕!
리턴 이후 한 차례씩 백핸드를 주고받았다.
신우주의 백핸드는 깊게 잘 떨어진다.
양팔을 쭉 뻗은 백핸드 포지션의 에드먼드는 베이스라인 앞으로 길게 떨어진 볼에 반응하기 위해 뒤로 물러서야 했다.
힘을 싣기 어려운 자세가 됐다.
탕!
애매한 위치로 향하는 타구.
신우주가 자연스럽게 포핸드로 전환한다.
그러곤 강하게 밀어 보냈다.
탕!
역동작 방향 더 깊게 들어오는 포핸드를 받아내기 위해, 카일 에드먼드는 힘을 싣는 샷을 포기하고 스트레치(Stretch)와 슬라이스(Slice) 사이 어딘가의 동작을 가져갔다.
탕.
라켓 스트링에 맞은 볼은 높게 튀어 올랐다.
에드먼드는 신우주가 네트 앞인 게 놀랍지 않다.
오늘 내내 그랬으니까.
살짝 힘이 빠졌지만, 그래도 포기하진 않았다.
타앙-!
그러나, 농구 선수가 덩크를 내리꽂듯 한 느낌으로 스매시를 가져간 신우주가 포인트를 가져가는 것은 막지 못했다.
다시 매치는 균형을 이룬다.
【“써티, 피프틴.”】
에드먼드가 잠시 볼 퍼슨에게 다가가 수건을 요청했다.
그러곤 땀을 닦으면서 생각했다.
어떻게, 본인의 서브 타이밍에 단 한 번도 휘말려 들지 않을 수 있었던 걸까?
테니스 선수 중 98%가 서브를 가져갈 때, 볼이 정점에서 내려오는 타이밍에 맞춰 라켓을 휘두른다. 그래서 타이밍을 잡고자 약간 높게 볼을 띄운다.
하지만 자신의 서브 타이밍은 조금 달랐다.
보통이 토스-대기-스윙이라면.
자신은 토스-스윙이었다.
최적의 높이에 맞는 위치에 일관되게 토스하는 습관을 들여 가능한 일이었는데, 반 호흡 정도는 빠르게 서브가 이뤄지고 있어서 처음 접한 상대는 늘 허둥지둥했다.
한데, 오늘 만난 소년은 그렇지 않다.
적응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곧잘 받아쳤다.
이 부분이 이해되지 않았다.
‘어째서?’
카일 에드먼드는 신우주가 스탠 바브린카와 두 차례 함께 훈련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스탠 바브린카 역시 카일 에드먼드와 같은 메커니즘의 서브를 구사하는데, 지난 롤랑가로스에서 신우주는 바브린카의 서브 연습 상대를 해주었다.
그것이 오늘, 소년에겐 도움이 되고 있다.
“….”
약간 씁쓸한 입맛으로 베이스라인에 선 카일 에드먼드가 다시 서브를 준비한다.
가지고 있던 무기 중 하나가 다소 쉽게 무장해제 된 느낌은 있었으나, 어차피 자신의 장점은 포핸드에 있다고 생각하며 이젠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
통.
통, 통.
“으어엇-!”
타앙-!
서브와 리턴.
과정이 반복된 후, 백핸드 랠리가 한두 차례 이뤄졌다.
먼저 공격으로 전환한 건 이번엔 에드먼드다.
방식은 당연히 포핸드.
탕!
좌우를 바꿔 깊숙하게 보낸 스트레이트 포핸드가 신우주를 열심히 뛰게 했다.
받아넘기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에드먼드는 움직였다.
소년이 자신의 포핸드를 받지 못하면 그대로 득점이 될 테고, 받아낸다고 해도 저런 상태라면 높게 띄워 올리거나 네트 높이가 가장 낮은 곳으로 샷을 보내올 것이다.
그렇다면 네트 앞에서 막아서야 하는 위치는 한가운데에서 소년이 움직이는 곳으로 50㎝ 정도 치우친 지점이었다.
달리기를 시작한 순간, 에드먼드는 이번엔 자신이 확실하게 포인트를 가져갈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탕!
“?!”
.
(앤드류 코터)
“오-! 복수입니다! 이건 복수였어요! 실점했던 방식 그대로 돌려주는 우주. 에드먼드가 그랬던 것처럼, 달려가면서 휘두른 포핸드를 그대로 직선으로 넘겨 득점을 만듭니다.”
(루이스 플레밍) – BBC Two 해설
“재미있네요. 당신이 하는 건, 나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만 같은 순간입니다. 이 어린 선수는 진정으로 재능이 넘칩니다. 에드먼드가 한 방 먹었습니다. 분명 세트 포인트에 올라설 줄 알았을 텐데 말이죠.”
.
전(前) 호주의 WTA 선수가 말했던 그대로였다.
에드먼드는 세트 포인트에 올라설 줄 알았다.
한데, 오히려 한 방을 먹고 말았다.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애써 냉정함을 되찾아보려는 카일 에드먼드.
하지만.
타앙-!
.
탁.
“폴트!!”
퍼스트 서브 실패 후에 나타난 표정은 그가 동요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는.
“….”
매치가 시작된 후 줄곧 침착한 신우주의 눈에 포착되었다.
* * *
“폴트!!”
“아….”
【“더블 폴트. 써티, 포티. 브레이크 포인트, 우주.”】
.
.
▷ SET 1
2 : 카일 에드먼드(30)
2 : 신우주(40)
최대 122마일(약 196.3㎞/h)의 퍼스트 서브를 넣을 줄 아는 선수가 62.5%의 성공률을 가지고 있다는 건, 서브 실수가 적다는 의미다.
실제로 오늘의 상대는 안정적인 서브를 구사했다.
더블 폴트 확률도 3.5% 정도.
보통 3.0%~3.5%면 톱 클래스로 보고, 3.0% 미만으로 떨어지면 역대급이다.
한데, 그런 선수가 더블 폴트를 범했다.
매치 당 한두 번 나올 실수다.
그렇다는 건 조금 전 나의 스트레이트 샷이 효과를 봤다는 뜻이 됐다.
조금 더, 상대를 흔들고 싶어졌다.
통.
통, 통.
약간 시간을 들여 서브를 준비한 상대가 신중하게 볼을 띄워 올렸다.
매치 시작 전 각자 서브 연습을 할 때 알았는데, 상대의 서브 방식은 바브린카 선수와 거의 흡사했다.
몰랐다면 애를 먹었겠지만, 다행히 내게는 경험이 있었고 덕분에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다.
“으어엇-!”
타앙-!
.
탕!
백핸드 방향으로 온 서브를 길게 받아넘긴다.
이제는 잔디코트 리턴에도 제법 요령이 생겼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리턴하는 것을 신경 쓰기보다, 길게 받아넘기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되고 있다.
느리더라도 긴 리턴은 언제나 효과적이다.
탕!
상대는 뒤로 물러서며 포핸드로 받아쳤다.
동작이 나빠 힘은 실리지 않았다.
센터마크 살짝 왼쪽에 떨어진 볼을 난 백핸드 크로스로 처리했고, 상대 역시 본인 기준 왼쪽으로 이동하여 백핸드 크로스로 다시 받아쳤다.
여기에서 내가 다시 백핸드 크로스 샷을 보낸다면, 상대는 스텝을 밟아 포핸드로 전환하고 공격을 시도해 올 거다.
어디 볼까?
탕!
역시나.
상대의 백핸드는 나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 그저 그런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미묘한 습관이 배어 있었는데, 백핸드로 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약간 억지로 포핸드로 바꾸어 샷을 처리하려고 했다.
본인의 장점이니 포핸드를 더 많이 구사하면 좋지 않냐고 말한다면, 나는 각이 나오지 않는다고 답해주고 싶다.
서로 백핸드 포지션 깊숙한 곳으로 떨어지는 볼을 포핸드로 바꿔서 처리하려면, 직선으로 샷을 처리하는 건 대단히 어렵다.
나의 몸통 전체가 이미 앨리라인 밖으로 벗어나 있기 때문인데, 샷을 보내는 거야 당연히 할 수 있겠으나 네트의 높이와 아웃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히 높아진다.
물론 어떤 선수는 그걸 두려워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 만난 상대는 아니라고 본다.
망치(Hammer)라는 별명을 얻은 포핸드를 보유했을 정도로 강력한 샷을 구사하지만, 1회전 때 만난 폴-앙리 마티외 선수만큼 공격적인 인상은 받지 못했다.
포핸드로 강력한 샷을 구사하되,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게 오늘 내가 받은 느낌이다.
그래서 지금은.
탕!
가운데로 보내올 거로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됐다.
살짝 뒤로 물러나며 움직였다가, 앞으로 한두 발 나아가면서 나도 포핸드로 전환해 샷을 보낸다.
방향은 살짝 왼쪽.
그러니까. 상대 기준 센터마크 오른쪽이다.
탕!
일반적으로 저 위치는 좋은 샷이 될 수 없다.
상대에게 각을 넓게 열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 이유가 있다.
이젠 날 움직이게 하겠지.
방향은 아마도.
탕!
어느 정도 짐작한다는 건, 샷을 받아내는 일을 편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빠르고 깊숙하게 잘 보내져 온 포핸드였지만, 나는 여유 있게 움직여 다시 포핸드로 받아쳤다.
방향은 조금 전과 같다.
센터마크 오른쪽.
그럼 이번엔.
반대.
탕!
마치 연습 때 내가 요청하고 샷 파트너가 그걸 수행해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장면이 즉각 현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것이 난 무척 즐거웠고, 재빨리 코트를 횡단하여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상대는 다시 앞으로 달려왔다.
30:30을 만들었을 때의 장면과 좌우 위치만 달라졌지, 거의 똑같은 상황이다.
이거다.
내가 원했던 것.
바로, 이 순간을 기다렸다.
달려 나가며, 난 라켓을 힘껏 쥐었다.
그리고.
탕!
다운 더 라인(Down the Line).
상대의 오른쪽을 통과한 볼이 앨리라인 위에 떨어지며, 그대로 뒤로 통과해 나갔다.
“오오-!!”
“휙-!”
짝짝짝.
.
(앤드류 코터)
“이게 믿겨지십니까?! 이번엔 백핸드입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소년이로군요! 이게 어떻게 15살의 기술이란 말입니까?”
(루이스 플레밍)
“오- 너무 즐겁습니다. 이런 테니스는 종일이라도 볼 수 있겠어요. 팬들도 아마 같은 마음일 겁니다.”
(앤드류 코터)
“우주가 환상적인 샷을 앞세워 브레이크를 가져갑니다. 카일 에드먼드도 그렇고, 상당히 수준 높은 샷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매치입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군요.”
.
상대가 내 포핸드 스트레이트 샷에 흔들렸기에, 똑같은 방식으로 백핸드 때 득점한다면 더욱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샷을 가져가며 빌드업 했는데, 이번엔 운이 내게 많이 따랐다.
휴식 시간.
목을 조금 축여본다.
.
(루이스 플레밍)
“테니스 역사상 가장 뛰어난 15살입니다. 그 부분에는 조금의 의심도 품고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