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bsolute on the Tennis Court RAW novel - Chapter 33
테니스 코트 위의 절대자 033화
수준 차
#. 2015년 9월 29일
#-1. 미국, 텍사스주 멜리사
#-2. TAG 테니스 트레이닝 그라운드
텍사스주(州) 콜린 카운티의 멜리사는 인구 8,000명 정도의 작은 도시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정겹고 또 소박하며 미국 남부 특유의 매력 역시 가지고 있었는데, 손님 자격으로 찾아온 이를 반갑게 맞이하는 것 역시 그중에 하나였다.
댈러스에서 태어나 평생을 텍사스에서 머문 TAG 어슬레틱 그룹의 제이 디루이(Jai DiLouie).
전(前) ATP 프로이기도 했던 그는 오늘, 자신의 일터를 찾은 사람들을 환영해 주었다.
타앙-!
타앙-!
“멋진 서브로군요.”
“네, 그렇죠.”
선글라스를 뒤집어쓴 사내 무리가 한 소년의 서브를 보며 흐뭇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 감탄하는 쪽이었던 제이 디루이는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어딘가로 사라졌다. 이제 자리엔, 스스로를 Team New Universe라 부르기 시작한 이들만이 남게 됐다.
타앙-!
“우주!”
“?”
“톱스핀을 좀 보여줘!”
“…….”
고개를 끄덕인 신우주가 구질을 바꾼 서브를 가져간다.
확실히, 생각만큼 바운드가 튀지 않는다.
하드코트 중에서도 미국의 것은 탄력성이 적기로 유명했는데, U.S 오픈 개최지 ‘아서 애시 스타디움(Arthur Ash Stadium)’의 코트를 모두 따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은 플랫(Flat)과 슬라이스(Slice)서브가 강점을 발휘한단 뜻이자, 체력 소모가 많을 거란 의미기도 했다.
“본선부터는 다전제야.”
“걱정하지 마세요. 거기 맞춰서 몸이 올라올 거예요.”
“그래야 할 거야, 필리프. 그게 자네의 일이니까.”
“…….”
신우주의 첫 주니어 투어 참가를 앞두고, 팀의 총괄 디렉터가 된 네마냐 플라브시치는 잔뜩 날카로워져 있다.
첫 투어만큼은 함께하게 해달라며 가족에게 허락을 구한 그는, 미국 출발 이틀 전 급하게 합류가 결정됐다. 비행기에서는 괜찮더니, 댈러스 공항 이후론 쭉 날카롭다.
한참 신우주를 바라보던 플라브시치가 그늘에 앉아 랩톱을 만지는 이들의 곁으로 다가선다.
바스코와 란코 토미치(Vasko/Ranko Tomic).
세르비아 태생의 쌍둥이 형제다.
본래는 TTA 소속의 두샨 라요비치(Dusan Lajovic)와 함께 일했으나, 최근 랭크가 떨어진 선수가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스태프 교체를 고려하고 있었다.
때마침 전력/상대 분석관이 필요했던 플라브시치는 바로 두 사람에게 연락해 신우주를 맡아달라 부탁했다.
ATP 프로에서 주니어 선수를 맡는 건 어떻게 보면 강등이었지만, 이미 신우주를 알고 있었던 쌍둥이 형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떤가?”
“없어요.”
“전혀?”
“네. 그나마 학교가 표기되어 있어서 좀 찾아봤는데, 영상이나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아, 딱 하나. 누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게 있는데, 아시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군.”
“넵. 바로 그거죠.”
예선 시작 일주일 여를 앞두고, 투어 주최 측이 대진 추첨 결과와 같은 것들을 보내왔다.
그에 따르면 신우주의 첫 번째 상대는 미국 국적의 마이클 제퍼슨(Michael Jefferson)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거주 중으로, 주니어 대회 출전 경험은 마찬가지로 처음이다.
본래라면 별 신경을 쓰지 않았을 테지만, 6-7(약 201㎝)로 적힌 신장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큰 키와 긴 팔을 가진 선수는 대체로 슬러거(Slugger)가 되기 쉽다. 그리고 강력한 서브를 자랑하는 슬러거들은, 다른 부분이 부족해도 얼마든지 변수를 만들 수 있다.
오래전부터 머릿속에서 신우주의 데뷔를 꿈꿔온 플라브시치기에, 모든 부분이 완벽하길 바라는 그는 주변에 조금 스트레스를 안겨다 주는 중이다.
물론, 본인은 그걸 알지 못한다.
“네마냐 코치님이 조금 이상해요.”
“하하. 긴장해서 그런 걸 거야.”
“긴장요? 왜요?”
“왜긴, 네 데뷔 때문이지.”
훈련이 잠시 멈춘 사이, 신우주와 안드레이가 플라브시치를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정말 괜찮은데.”
“하하.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그거 아니?”
“네? 어떤 거요”
“네마냐 말이야. 그의 딸이 처음 학교에 입학할 때도 저랬어. 잔뜩 예민해져서는 당장 누가 딸에게 달려들 것처럼 주변을 경계했지.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네마냐가 마피안 줄 알았어.”
“진짜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는 듯, 신우주는 놀라면서도 흥미로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저를 그만큼 아낀다는 거잖아요. 그쵸?”
“그렇지. 네마냐만이 아니야.”
“네. 그래서 늘 감사해요.”
“후후.”
만약 네마냐의 호들갑이 선수나 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그 즉시 중재에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던 건, 저런 행동이 팀을 조금 더 일하게끔 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신우주가 그에 전혀 영향을 받고 있지 않았다.
첫 번째 투어 출전인데도, 소년은 지금까지 줄곧 그래왔듯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고 있다.
벌써 몇 개의 대회를 뛴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럼 이제, 30분만 더하자꾸나.”
“네.”
마지막 오전 훈련이 다시 시작되고, 라켓을 쥔 신우주가 다시 코트로 들어선다.
“베이스라인으로 볼을 보낼 거야!”
“네!”
“좋아, 그럼! Го(Go)!!”
탕.
* * *
#. 2015년 10월 2일
#-1. 미국, 텍사스주 위치타 폴스
#-2. 윅스 파크 테니스 센터
【“게임, 우주!”】
.
.
▷ GAME SET
7 : 신우주
0 : 마이크 제퍼슨
코트에 등장한 낯선 동양인이 승리를 거머쥐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5분 41초밖에 되지 않았다.
120초씩 휴식이 총 세 번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실제 경기는 10분도 되지 않아서 끝났단 뜻이었다. 테니스 역대 가장 짧은 경기(18분)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치다.
처음부터 끝까지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무표정을 일관했던 소년이 가방을 챙겨 코트를 떠난다.
‘서둘러야겠어.’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여성 역시, 허둥지둥 가방을 챙기며 관중석에서 일어섰다.
코치와 가족을 제외한 유일한 관중이었던 그녀는 얼른 경기장 밖으로 나가 주차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 전에 본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혼자는 아니었다.
“저기! 저기요!”
Grade 4 대회였기에, 보안은 테러를 막는 수준 정도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주차장에서 선수와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얇은 철조망 너머로 목소리는 쉽게 전달이 됐다. 시선이 향하는 것을 느끼며, 여성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당신들! 바르셀로나에 있었죠! 안 그래요?!”
“…….”
“스페인어 할 줄 모르는 거예요? 그럼 영어는요? 바르셀로나에 있었던 거 맞죠? 그 아이가 베르나베 자파타 미랄예스를 꺾었잖아요! 한국인! 14살! 모든 프로파일과 맞아떨어져요!”
앞쪽에 있던 남성이 소년을 SUV에 태우는 것을 지켜보며, 여성은 허탈한 기분을 느꼈다.
이제야 겨우 만나게 됐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보내줘야 했기 때문이다.
차에 올라탄 소년은 창문을 살짝 내리고 주차장을 떠나는 동안 자신을 바라보았다. 계속해서 여러 질문을 던져보는 보라 나바라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무것도 없다.
“후우-”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차량이 있던 곳을 바라보며, 보라 나바라가 한숨과 함께 머리를 쓸어 올렸다.
‘분명, 저 아이가 맞아.’
여전히 보라 나바라는 조금 전에 보았던 소년이 자신이 쫓던 인물인지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상대로부터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고, 예감이 틀렸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데도 보라가 확신하고 싶은 건, 조금 전에 보았던 테니스 때문이었다.
골든(Golden).
신우주란 소년은 자신보다 두 살 많은 소년을 상대로 단 하나의 포인트도 내어주지 않았다.
주니어 레벨에서야 실력 차가 난다면 생각보다 쉽게 나오는 것이었지만, 상대였던 마이클 제퍼슨의 기량이 낮지 않았다는 부분이 중요했다.
테니스/풋볼/육상을 병행 중인 6-7의 소년은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난 서브를 가지고 있었다.
실내 경기장 한쪽 전광판에서 꾸준히 서브 구속이 찍혔는데, 가장 느린 게 190㎞/h대 초반이었고 빠른 것은 210㎞/h에 육박하는 속도가 찍혔다.
사실상 ATP 프로 레벨의 서브 구속이었는데, 불과 14살밖에 되지 않은 소년은 이를 너무 쉽게 받아넘겼다.
심지어 몇 개는 리턴과 함께 포인트로 이어졌고, 본인의 서비스 게임에서 오히려 6연속 서비스 에이스라는 기록을 만들며 상대가 네트 너머로 볼을 보내는 것조차 어렵게 했다.
딸랑딸랑-
“…….”
손님이 들어왔는데도 아무런 인사조차 하지 않는 식당. 하지만 그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보라는 빈자리에 대충 앉아 자신이 보았던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웨이트리스 한 명이 다가왔다.
“주문하시겠어요?”
여행이 익숙한 듯, 보라는 낯선 식당에서도 주문을 척척 해내었다.
얼마 뒤, 보라는 주문한 음식에 포크를 가져가며 랩톱을 펼쳐두고 자신이 보았던 것들을 적어 내려갔다. 기사를 쓰는 것은 아니고, 말 그대로 정리해 두는 것이었다.
그러나.
탁.
“…….”
왼손잡이.
현재 신우주와 관련된 키워드엔, 달랑 이것 하나만 추가되어 있을 뿐이다. 몇 번이나 다른 것을 적으려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몇 자 적지 못하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아냐. 이러면 괜히 선입견만 생겨.’
보라 나바라는 오늘 신우주가 자신이 가진 전력을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당장 무언가를 적는 대신, 내일 있을 신우주의 경기를 다시 지켜보기로 하며 랩톱을 덮었다. 어차피 소년의 경기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많다.
어디까지나 본선에 진출했을 때의 이야기지만, 보라는 그렇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다.
‘그 아이는 분명 더 많은 걸 지녔어.’
많은 테니스 팬/관계자들과 마찬가지로, 보라 나바라 역시 현대 테니스를 이끄는 이들을 존경하면서도 한편으론 조금 지겹게 느끼고 있었다.
테니스계는 새로운 스타가 필요하다.
만약 스타성을 타고난다면, 그는 3대장들이 키워온 거대한 파이를 모두 독식해 먹어 치울 것이다. 어쩌면 테니스 사상 가장 인기 있는 선수가 될지도 모른다.
“안녕히 가세요-!”
딸랑딸랑-
들어올 때와는 달리 나갈 때는 인사를 받은 보라.
그녀는 다시 차량에 올라 숙소로 향했다.
댈러스 외곽 작은 도시는 ITF 주니어 투어 대회 중에도 여전히 그 조용함을 뽐내는 중이다.
* * *
#. 2015년 10월 3일
#-1. 미국, 텍사스주 위치타 폴스
#-2. 윅스 파크 테니스 센터
드루(Drew)라는 별명의 앤드류 베어드(Andrew Baird)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온 2000년생 선수다.
9살이던 2009년에 B12 투어를 시작한 이후, 미국의 전형적인 학교 중심의 테니스를 하며 성장했다. 벌써 10년째 라켓을 손에 쥔 이 선수가, 신우주의 예선전 결승 상대다.
“하던 대로 하면 될 거야. 침착하게.”
“네.”
학교 테니스 코치의 조언을 받은 앤드류 베어드가 코트에 들어서고, 일찌감치 네트 앞으로 와 있던 신우주가 동전 던지기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다.
본래라면 지금과 같은 코칭은 금지되어 있지만, 못 본 체하며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상대는 동양인.
같은 미국인에게 특혜를 준 것이다.
당연히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그러나, 신우주와 그의 팀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쪽이 먼저 서브로군.”
“네.”
“좋아, 그럼. 두 사람 모두 자리로 가게.”
“…….”
선수들이 자리를 찾아가는 사이, 파란색 심판대에 오른 주심이 양쪽을 각각 돌아본 후 마이크 앞으로 몸을 살짝 숙였다.
【“게임, 레디.”】
하루 전에 예선전이 시작되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아무런 이야기도 없었다. 누가 누구를 꺾었는지조차, ITF 홈페이지에 들어가야 겨우 확인 가능한 정도다.
오히려 아카데미 내에서 이뤄지는 연습경기가 더 시끌벅적할 수준이었지만, 주니어 무대에 익숙한 이들은 이것이 현실이라는 걸 알고 있다.
어린 시절 아무리 주목받은 유망주라고 해도, ATP 프로에 데뷔하지 않으면 누구도 몰라주는 게 바로 테니스란 종목이다.
주니어 랭킹 1위였다는 경력은 그저 프로 데뷔 후 짤막한 한 줄 정도로 쓰이는 정도이며, 그런 선수가 프로가 된다고 해도 관중을 불러 모으는 일은 기대하기 힘들다.
명색이 그랜드슬램인데도, 무명의 두 선수가 붙게 되면 관중석의 절반이 비어버린다.
‘……또 왔군.’
텅 빈 관중석을 무심하게 돌아보던 안드레이. 그는 어제 자신들에게 말을 걸어온 여성이 오늘도 자리 하나를 차지했음을 지금 막 확인했다.
저 여성이 기자라는 걸 추측하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귀찮은 날파리가 꼬여 버린 것일 수도 있었지만, 기자 하나 정도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안드레이는 큰 신경을 쓰진 않았다.
그저 신우주에게 나쁜 영향이 가지 않도록, 최대한 기자와 멀리 떨어트려 놓을 생각이었다.
【“베어드, 서브. 서비스, 레디.”】
“…….”
주심이 경기 시작을 알리고, 먼저 서비스권을 가져간 앤드류 베어드가 볼을 높게 토스한다.
예상대로 플랫(Flat)서브가 구석을 노리고 찔러 왔는데, 신우주는 그것을 백핸드로 가볍게 받았다. 힘이 실린 타구가 코트 너머에 떨어졌고, 베어드는 그걸 하프발리로 처리했다.
순식간에, 코트의 공수(攻守)가 변한다.
탕-!
【“베이스라인, 인(IN). 러브, 피프틴.”】
“그렇지!”
“좋은 샷이었어!”
하프발리 후 두 번 더 랠리가 이어진 직후, 강력한 포핸드를 보낼 수 있게 된 신우주가 득점을 만들었다.
애드(Ad)코트에서 이어진 서브 상황에서도, 신우주는 리턴을 길게 보내어 또 한 번 베이스라인 앞에 볼을 떨어트렸다. 이번에도 앤드류 베어드는 하프발리로 볼을 처리했다.
탕.
하프발리로는 힘을 실은 타구를 보낼 수 없다.
그래서 이론적인 가장 효과적인 샷은 베이스라인 바로 앞에 볼을 떨어트리는 것이지만, 아웃(Out) 처리될 위험 역시 커지기에 굳이 무리해서 그렇게 하진 않는다.
하지만 소위 스트로크에 도가 텄다고 평가받는 이들.
페더러나 조코비치는 이것을 무기로 사용했다.
상대의 위치를 미리 파악해 베이스라인에 붙어 플레이한다는 걸 확인하면, 어김없이 하프발리로 받아칠 수밖에 없는 샷을 보내곤 했다.
지금 신우주의 샷이 의도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오랜 기간 소년을 지켜본 이들은 어느 정도는 확신하고 있다.
퉁.
【“아웃. 러브, 써티.”】
신우주의 스트로를 받아넘기기에 급급했던 앤드류 베어드가 실책을 범한다.
그의 샷은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날아 떨어졌고, 다시 힘을 내보려는 그가 듀스코트에서 세 번째 서브를 가져가지만 이번 랠리에서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이런! 또?’
다시 한번 신우주의 샷은 하프발리로 처리해야 하는 위치에 떨어졌고, 마찬가지로 주도권을 빼앗긴 베어드는 끌려만 다니다가 강력한 포핸드를 허락하고 말았다.
퉁.
【“러브, 포티. 브레이크 포인트.”】
앤드류 베어드 쪽 사람들에겐 지금의 상황은 너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비록 B레벨 투어(비공식)에서 우승한 경험은 없지만, 그래도 베어드는 테니스란 종목을 잘 이해하고 랠리를 이어나가는 방법을 아는 소년이었다.
그런데 가진 무기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밀리기만 하고 있다.
이전엔, 본 적 없는 모습이다.
“조금 떨어져, 드류!”
관중석에 있던 코치가 목소리를 높여 팁을 전달하고,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한 베어드는 상대가 길게 보내는 샷을 선호한다고 판단해 베이스라인 조금 멀리서 플레이하기로 했다.
샷 하나하나에 좀 더 많은 힘이 필요해지긴 하지만, 그래도 하프발리를 보내는 것보다는 나았다.
“흐읍- 으아!”
탕!
벌써 큰 기합을 질러가며 베어드가 네 번째 서브를 보내고, 이번에도 상대의 포핸드가 길게 오는 것을 확인한 그는 평소보다 두 발 정도 뒤에서 플레이를 이어갔다.
탕.
탕.
확실히 랠리가 더 잘된다는 느낌이 왔다.
상대는 긴 볼을 선호하는 유형이다.
설사 이번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Break)당한다고 해도, 상대의 특성을 알았으니 앞으로 잘 대처하며 잃은 점수를 만회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응?’
양손 백핸드 동작을 가져가던 신우주가 갑자기 오른손을 놓으며 왼손으로만 라켓을 휘둘렀다.
백핸드 슬라이스.
예상보다 한참 느리게 움직인 테니스공은 네트를 넘자마자 코트를 향해 떨어졌고, 이후 코트를 튕기며 자신의 왼쪽 시야 바깥으로 흘러나갔다.
통, 통통.
통.
‘말도 안 돼.’
【“게임, 우주. 코트 체인지.”】
자신을 의도적으로 베이스라인에서 떨어트린 후, 기습적인 슬라이스로 득점을 따냈다.
높은 수준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훌륭한 거리 재기에, 발을 움직일 수 없었던 앤드류 베어드는 어깨를 늘어뜨리며 고개를 아래로 떨어트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상대할 수준이 아냐.’
7포인트를 먼저 득점하는 사람이 승리하는 경기.
이제 겨우 첫 번째 포인트의 주인이 갈렸지만, 앤드류 베어드는 패배를 가까운 곳에서 느끼고 있다.
.
.
▷ GAME SET
0 : 앤드류 베어드
7 : 신우주(본선 진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