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31)
ⓒ 애모르
“네·········? 네에?!”
처음에 이주아는 뭘 들었는지 귀가 잘못된 것인지 되물었다가 얼빠진 표정으로 식겁하기 시작했다.
“제제제제, 제자요?! 제가요?!”
“그래, 뭘 그리 놀라는지 모르겠구나. 너는 신수와 계약했으니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제가요?”
“··········두 번 물을 필요는 없단다. 네가 제대로 들은 게 맞으니.”
그 말에도 믿기지 않는 현실에 멍한 얼굴로 생각에 잠긴 이주아였다.
“어, 그··········.”
“편하게 말하렴.”
“그게 상담 좀 해도 될까요?”
“응? 상담이라니? 누구에게 말이냐?”
“사실 저에게 소환사를 추천해준 친구가 있거든요.”
“호오~”
이 아이의 재능을 알아본 생도가 있다니.
리엘라의 두 눈동자에 이채가 스며들며 흥미가 돋아났다.
“그 아이가 혹시 누구지?”
“아·········, 그게 하··준이·······요.”
순간 말을 하다가 잘못 말한 듯 주눅이 들기 시작한 이주아였다.
아니, 확실히 잘못 말했다.
오늘 오후 수업에서 하준이 리엘라에게 무슨 짓을 벌였는지 눈으로 똑똑히 보지 않았는가.
“어··········, 그게··········.”
이주아는 슬쩍 고개를 들어 리엘라의 반응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엘라는 이주아의 예상대로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크게 떠진 눈과 멍하게 벌어진 입술.
경악과 복잡함이 뒤섞인 그런 표정을 짓고 있던 리엘라였다.
“김하준? 혹시 그 아이가 말이냐?”
“네, 네··········.”
“허어··········, 거참, 그렇군.”
어이가 없다고 해야 할지··········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일단 최중원에게도 그 아이에 대해 듣기는 했지만, 솔직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아이는 대체··········.’
최중원에게 인정받았으며 이 이주아라는 아이에게 신수의 재능을 알아본 소년.
이쯤 되니 슬슬 그 아이가 정말 17살밖에 안된 소년인지 의심스러웠다.
“그래, 일단 알겠다. 천천히 고민하고 알려 주거라.”
“아, 네.”
이주아는 곧바로 꾸벅- 고개를 숙인 뒤, 응접실을 나왔다.
그렇게 혼자 남겨진 리엘라는 하준에 대해 생각했다.
“그렇군, 그런가··········.”
리엘라는 인정했다.
자신이 그 김하준이라는 소년에게 끌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리 특출나며 재능 있는 아이가 있을지언정 흥미롭다고 생각할 뿐이지 그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자신의 관심을 끈 것은 오로지 젊을 적 자신과 비슷한 재능을 보인 이주아에게 끌려서 이곳에 찾아온 것이니 말이다.
다만, 최중원이 인정하였으며 이주아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 놈이다.
“이거 참··········, 돌아가는 것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겠군··········.”
리엘라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기 시작했다.
* * *
다음날 토요일.
하준은 이주아와 함께 아카데미 외부의 근처 고깃집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일단 이 고깃집 자체는 하준이 추천한 곳이었다.
사실 한 번도 안 와봤지만, 아카데미 근처의 한우 투뿔을 파는 음식점 중에서 이 집이 가장 가깝길래 이곳을 찾아왔다.
거의 3년 만에 먹어보는 한우였다.
“그래서 쩝- 무슨 일이야?”
“··········.”
하준은 고기를 굽는 동시에 곧바로 입안으로 집어넣어 우걱- 우걱- 씹어 먹었다.
당연히 밥을 사준다는데 고기는 내가 구워야 하지 않겠는가?
막상 이주아는 고기에 관심이 없었다.
침울한 얼굴로 깊은 상념에 빠진 듯 고개를 푹 숙이며 알 수 없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그런 이주아를 보며 하준은 열심히 고기를 굽고 먹었다.
일단 배를 채워야 제대로 된 이야기가 되지 않겠는가.
내가.
“편하게 얘기해.”
“저기··········, 그게 있잖아.”
“응.”
“어제 리엘라님이랑 대화했거든.”
“왜 제자로 데려가겠대?”
“어, 어떻게 알았어?”
“··········역시 그랬나.”
솔직히 그녀가 이곳에 찾아올 이유가 이주아 때문이라고 물씬 들었으니 어느 정도 예상은 할 수 있었다.
그게 아니면 신수사인 그녀가 이곳에 찾아온 이유는 없을 테니.
‘이건 누구 탓도 아니고 빼박 내 탓이네.’
다른 건 몰라도 이번 일은 시스템에게 짜증을 내기에는 내 탓이 너무 컸다.
다른 페널티들은 솔직히 시스템의 억지에 가까웠다면 이번 일은 순전히 내 잘못에 가까웠으니.
뭐, 근데 그건 둘째치고.
“근데 이런 건 일단 가문에 먼저 상담해야 하지 않냐?”
“응··········, 그래도 네 의견을 듣고 싶어서··········.”
뭐지? 저 도움을 달라는 표정은?
솔직히 뭐가 문제인가 싶었다.
일단 리엘라가 등장함으로 인해 페널티가 부여됐지만, 결과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성장에 큰 도움을 줄 테니까.
“제자로 들어가.”
“제, 제자로? 내, 내가 그래도 될까?”
하준은 이주아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사이다 한 잔을 들이켰다.
이주아의 반응을 보니 얘는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 짓을 했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하준은 적나라하게 이유를 설명했다.
“혹시 신수 계약자의 평균 수명이 짧다는 소문은 들어봤냐?”
“어, 응··········. 그게 신수와 계약한 대가라고 들었는데··········.”
“그건 다 개소리고 그냥 계약자가 신수의 힘을 감당 못해서 그렇지. 그냥 조련을 못한 거야.”
“어? 그건 처음 들어봐.”
“원래 신수라는 놈들이 지 주인 위에 서려는 경향이 좀 세거든. 막상 계약자가 없으면 힘도 못 쓰는 주제에.”’
하준의 말에 응. 응. 고개를 끄덕이는 이주아.
그녀는 하준의 말의 귀를 기울이고 집중했다.
“신수를 그냥 다른 환수들이랑 같은 놈들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일단 환수하고 신수는 같은 이치로 태어난 놈들이기는 한데 전혀 다른 놈들이거든, 계약했다고 무조건 복종을 바라면 안 돼. 알겠냐?”
“응, 알겠어.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
하준은 잠시 리엘라가 환수를 어떻게 다루는지 생각했다.
당시 게임 속에서는 그녀가 어떻게 말했더라?
그 당시 질문한 주인공은 안나였다.
환수를 소환하고 싶다는 질문에 리엘라에게 조언을 구했고 어쩌다 보니 신수 얘기까지 나왔을 때 리엘라가 한 말이 떠올랐다.
-신수? 뭐, 네가 계약할 일은 없겠지만 조금 특별한 놈들이기는 하지. 허나··········-
그 다음에 이어지는 말은 게임을 플레이한 하준도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뭐, 신수사가 했던 말이니 틀림없는 말이겠지.
하준은 이주아에게 방법을 설명했다.
“일단 방법은 그분한테 천천히 배우고··········, 너는 자신감 좀 키워.”
“어? 자신감?”
“그래, 신수와 계약한 놈이 뭐 그리 자신감이 없어. 그러다 잡아먹힌다.”
잡아먹힌다고?
살짝 현실성 없는 발언에 이주아의 눈동자가 오묘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계약자를 잡아먹을까?
하준은 그대로 고기 하나를 입안으로 집어넣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걔들을 파트너라고 생각하면 안 돼.”
“그게 무슨 말이야?”
“도움을 주는 존재, 동료나 친구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그 말에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이주아.
하준이 이어서 말했다.
“펜리르, 종류가 개라서 그런가, 성격이 개같은 놈으로 유명한 신수야. 그런 놈을 다루려면 어떻게 해야겠냐?”
“어··········, 공감?”
“쯧- 쯧-”
그 말에 하준은 꼰대처럼 혀를 찼다.
솔직히 조금 걱정이 들었다.
이런 순진한 아이한테 괜히 소환해 보라고 권유를 했나 싶었다.
“갑을 관계를 확실히 정해야지.”
“갑을 관계?”
“허··········,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그때 어느 소녀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린 하준과 이주아였다.
목소리의 주인을 본 순간 이주아는 깜짝 놀라기 시작했고 하준은 미간을 비틀며 그녀를 바라봤다.
“같이 합석해도 되겠니? 밥은 내가 사줄 테니.”
“아, 네. 그럼요. 여기 앉으세요.”
“후훗, 고맙구나.”
“··········.”
막상 이주아는 기쁘게 자리를 내줬지만 하준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
이 사람이 왜 여기 있지?
혹시 여태까지 우리를 미행한 건가?
그렇게 멍한 얼굴로 리엘라를 바라보니 리엘라는 자상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이 아이의 말이 맞다. 신수를 친구라고 생각하면 안 되지. 그놈들에게 얕잡아 보이면 말 그대로 잡아먹힐 테니까. 솔직히 나는 이놈들이 신수라는 이름보다는 ‘악마’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악마.
그렇다. 그 당시에 게임 속에서 리엘라가 신수를 가리키며 하는 말이었다.
형체를 통틀어 풍기는 위압은 영롱하며 신성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계약한 계약자에게 대하는 태도는 악마나 다름이 없었다.
이놈들이 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마력.
소환사의 마력을 토대로 현실에 강림하며 힘을 빌려주니 어디까지나 그들이 원하는 것은 마력뿐이었다.
말 그대로 그들은 계약한 소환사를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기강을 잡지 않는다면 말이다.
“전부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신수가 이렇게 생각하더구나.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며 자신들이 힘을 빌려주는 것을 영광으로 알라고 말이야. 그리고 네가 계약한 신수 펜리르는 내가 봐온 신수 중에서 가장 강력하며 고약한 놈이란다.”
그 리엘라 조차 계약을 하지 못한 아니, 어쩌면 포기한 존재가 바로 펜리르였다.
가장 강력한 힘을 가졌으나 그 포악한 성격 탓에 계약자가 없었던 존재.
그 탓에 전설로만 전해지던 신수가 돌연 한 소녀와 계약을 맺었다.
힐끔- 리엘라의 시선이 하준을 향했다.
“이 아이의 재능을 간파한 건 대단하기는 하나 너무 섣불렀구나.”
“예?”
“내가 없었으면 어찌하려 했을지·········.”
“··········그냥 정석대로 하지 않았을까요?”
“정석대로? 네가 말이냐?”
“예.”
의심스럽게 좁혀진 눈으로 하준을 바라보는 리엘라.
하준은 그런 리엘라를 무심한 표정으로 마주 봤다.
그러다가 갑작스럽게 하준에게 다가오는 리엘라였다.
그녀는 하준에게 다가가 온몸을 주물럭거리며 만지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하준의 미간이 서서히 좁혀졌다.
“리엘라님, 그건 성희롱인데요?”
막상 하준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주무르는 리엘라.
이내 고개를 끄덕인 리엘라는 하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역시··········, 내가 잘못 본 게 아니군.”
“뭐가요?”
“너는 각성자가 아니군. 아니, 각성하였다 해도 신체 능력은 반 아이들 중에서 가장 약하다. 한데··········.”
리엘라의 눈이 얇게 좁혀진다.
리엘라는 하준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정석대로 한다는 거지?”
하준은 대답 없이 고기를 집어 먹었다.
불판에 구워지는 고기를 하나, 둘 집어 먹고 사이다 한 잔을 들이키며 말했다.
“저도 저 나름의 지혜가 있지 않을까요?”
“호오, 그럼 보여줄 수 있겠나? 부디 그 방법이란 것이 궁금하군.”
그 말에 하준은 대놓고 귀찮다는 인상을 팍 쓰기 시작했다. 이내 한숨을 내쉰 하준은 불판 위에 구워지는 고기 전부를 입안으로 집어넣은 뒤, 입을 열었다.
“리엘라님이 계시니 굳이 제 방법을 쓸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요?”
“흠··········.”
그 말에 리엘라는 담담한 얼굴로 하준을 계속 바라봤다.
물론 하준은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기를 계속 집어 먹을 뿐이지만.
“그럼 너 또한 따라와 보거라. 일단 네가 이 아이에게 재능을 말해줬으니 책임은 져야 하지 않겠나?”
“따라가서 구경만 하면 되나요?”
“그래. 그걸로 충분하다.”
왠지 모르게 불길한 느낌이 든 하준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럼 밥 다 먹고 가죠.”
“그래, 그래 여기 많이 먹으렴.”
“사장님 여기 꽃등심 3인분 더 주세요.”
“··········.”
* * *
한편.
영웅 협회의 협회장 집무실.
“그래, 그래. 알겠다. 민지는 옆에 있고?”
-예, 아버지. 그래도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그래. 나는 걱정하지 말고 조심히 놀다 오거라. 분명 내일 돌아온다고 했으니 그때 보자꾸나. 나는 바빠서 이만 끊어야겠구나.”
-예. 고생하세요, 아버지.
삑-
협회장 집무실.
책상 앞에 앉아 전화를 받으며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 중년 남성이 있었다.
그가 바로 한국 협회의 협회장 김정용이었다.
그는 연신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한 뒤, 이내 전화를 끊으며 늘어진 한숨을 내쉬었다.
“참··········, 나도 따라가고 싶은데 일이 많아서야··········.”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신가 봐요?”
협회장의 비서 최마리가 물었다.
그 말에 협회장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좋은 일이 있었는데 없어졌지. 요즘 사건 사고가 많이 터졌으니 말이네.”
오랜만에 아들, 손녀와 함께 야외 나들이나 나가려고 했건만, 갖가지 사건 사고가 터져 일정이 중지되었다.
가장 큰 사건 중 하나가 바로 네페르템 호텔 사건이었다.
국가 규모의 힘을 가진 대빌런 카르톤.
그놈이 한국에 입국해 있는 이상 적어도 평화를 바라기에는 힘든 상황이었다.
“카르톤 그놈의 위치도 추적이 불가능하고··········, 또 뭐? 동대문역 근처라고 했나? 그곳에 마력 농도가 심상치 않다고 들었네만··········.”
“정확히는 한 장소로 마력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그게 분명 어제 저녁 8시부터라고 했나? 요원은?”
“이미 현장에 배치해뒀습니다.”
“누군가 마법을 발현하여 테러를 일으킬 가능성은 있나?”
“현장을 조사해본 결과 그럴 만한 인물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큰 이상은 없었다.
그저 현장의 마력 농도만이 다른 구역보다 이상하리만치 높았을 뿐.
물론 지역 마력 농도가 짙어지는 현상은 흔히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었다.
다만, 협회장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꺼림칙할 정도로 좋지 않았다.
근처 현장에 자신의 아들과 손녀가 나들이를 나와서 그런가?
“흠··········.”
그는 일어서 뒷짐을 진 채 시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큰 창문 앞에 섰다.
근심이 서린 표정으로 바쁘게 활보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뭔가 좋지 않은 감이 드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