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32)
ⓒ 애모르
아카데미 내부의 생도 훈련용으로 만들어진 마수의 숲.
그곳의 넓은 평지에 하준과 이주아 그리고 리엘라가 서 있었다.
리엘라는 주변을 한번 훑어본 뒤, 만족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손을 뻗었다.
“괜찮군. 허나, 혹시 모르니··········.”
순간 리엘라의 손에서 연녹색의 일렁이는 마력이 흘러나와 정육면체의 얇은 막을 만들기 시작했다.
막은 서서히 크기를 넓히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하준과 이주아 그리고 막을 만든 리엘라까지 감쌀 정도로 거대하게 변했다.
막을 만든 리엘라는 이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하준에게 말했다.
“일대가 부서질 수도 있으니 보호막을 만들어 놨단다. 아마 웬만한 일로는 이 보호막이 부서질 일은 없을 테지.”
“철저하시네요.”
“지금부터 소환할 놈의 성격을 생각하면 당연한 거지.”
곧이어 이주아에게 시선을 돌리는 리엘라.
리엘라가 말했다.
“아이야. 힘을 보여 보거라.”
“힘이요?”
“그래, 정확히는 그놈이 네게 준 힘을 말이야.”
이주아는 잠시 망설이다가도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이주아의 몸에서 영험한 흰색의 기운이 퍼지듯 나와 그녀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펜리르의 기운.
마력이기는 하나 신성함이 느껴지는 기운.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리엘라는 이주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네가 쓰는 힘은 그놈의 절반도 안 되는 힘이라는 건 너도 잘 알고 있겠지?”
“아, 네.”
“그래. 몸으로 치면 녀석의 꼬리 정도의 힘일 게 분명하지. 그렇다면 놈의 실체를 이곳에 현현 시킨다면 어떻게 될 거 같으냐?”
“어, 음··········.”
“내 단언하마, 분명 그놈은 너를 잡아먹으려 할 거다.”
꿀꺽- 긴장에 침을 삼키는 이주아.
그런 이주아를 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은 리엘라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걱정하지 말거라. 그렇게 될 일은 없을 테니.”
“아··········, 네!”
“자, 그럼 시작하지. 일단 놈의 전부를 소환할 수는 없을 테니, 처음에는 놈의 머리를 이곳에 소환해 보거라. 이제부터 방법을 알려줄 테니.”
이주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차분히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녀의 몸에서 펜리르의 기운이 더욱 강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오는군.”
리엘라의 나지막한 말 한마디와 함께 퍼지던 기운이 서로 뭉치며 하나의 거대한 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원은 분명 어딘가로 연결된 통로였다.
그 통로 사이로 거대한 기운이 파장처럼 휘몰아쳤고 곧이어 보인 것은 하나의 거대한 눈이었다.
형형색색 무지갯빛을 내는 신비로운 눈이었다.
그저 눈으로만 보인 신수의 형체는 신비로웠으나 느껴지는 기세는 맹렬하며 사나웠다.
곧이어 눈이 보인 통로가 서서히 크기를 넓히기 시작했다.
통로 너머로 보인 것은 흰색의 늑대였다.
5미터 정도는 족히 넘을 거대한 머리의 늑대.
그저 머리만이 통로를 넘어 현세로 넘어올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늑대였다.
“아직 어린 새끼로구나.”
더욱 놀라운 점은 저 정도 크기가 아직 덜 자란 새끼라는 점이었다.
-크르르··········.
놈은 통로로 머리를 들이밀며 하준과 리엘라를 향해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경고하는 듯한 울음 소리 자체에 짙은 마력이 거친 폭풍처럼 쏟아져 나와 하준과 리엘라를 덮치기 시작했다.
후우웅――――――!!!
보통 사람이라면 공포에 오금이 지리거나 혹은 감당을 못해 기절해버리는 위력의 압력.
매서운 기세가 계속해서 쏟아지자 리엘라는 힐끔- 옆에 서 있던 하준이 걱정되어 고개를 돌렸다.
허나, 예상외의 광경에 조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허··········.’
보통 영웅들도 버티기 힘든 이 압력을 하준은 무심한 눈으로 펜리르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니, 솔직히 버티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하준의 모습은 마치 놈의 마력 자체가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막상 시선을 느낀 하준은 고개를 돌려 태연히 리엘라에게 물을 뿐이었다.
“안 시작해요?”
“흠··········.”
리엘라는 그런 하준은 집요하게 응시하다 이내 시선을 돌렸다.
눈앞에 보이는 신수 펜리르.
일단 이 아이에게 이놈의 관리법을 가르쳐 줘야 했으니.
“처음에는 놈에게 자신이 아래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쉽게 말해 기 싸움이지.”
“기 싸움이요?”
“그래. 이건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단다. 놈의 머리 앞에 서봐라.”
이주아는 슬금슬금 다가와 펜리르의 머리 앞에 섰다.
곧이어 이주아를 본 펜리르의 표정이 매섭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크아아앙!!
“꺄아악!”
아가리를 벌리며 이주아를 뜯어 물으려는 펜리르.
그 순간 이주아는 겁을 먹고 뒤로 엎어질 수밖에 없었다.
순간의 위압에 몸을 벌벌 떠는 이주아.
그런 이주아를 바라보던 리엘라는 다정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얕잡아 보였구나. 이제 저 소년이 한 말이 이해가 되겠니?”
“아, 네··········.”
“그래, 저 소년이 말한 대로 놈들은 너와 계약을 했으나, 주인으로 인정하지는 않았단다.”
“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놈과 동등한 위치. 혹은 그 이상에 서 있다는 걸 보여주면 된단다. 예를 들면 이렇게.”
리엘라는 차분한 발걸음으로 펜리르에게 다가갔다.
순간 펜리르의 표정이 아까 이주아를 마주했을 때보다 더 없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이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위압을 뿜어내는 펜리르.
거대한 하울링을 내뱉으며 마력의 파장이 리엘라를 짓누르려 뿜어져 나왔다.
-아우우우우우――――――!
등골에 소름이 오소소 돋을 정도의 위협적인 하울링.
그럼에도 리엘라의 표정은 온화했다.
차분하며 흐트러짐 없이 평온한 발걸음으로 펜리르에게 다가갈 뿐이었다.
곧이어 펜리르의 앞에 도달한 리엘라.
그녀는 놈의 이마에 살며시 손을 얹으며 입을 열었다.
“얌전히 있어라.”
그 말을 시작으로 순간 펜리르의 눈동자가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놈의 눈동자에서 감정의 변화가 느껴졌다.
오만함과 분노가 서렸던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본능을 느끼고 있었다.
눈앞의 여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다가와 손을 뻗어 이마를 문지를 뿐.
하지만 그 행동 하나에 그녀의 위압을 느낀 펜리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호오! 역시 이놈은··········응?”
그 순간 통로의 미세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통로가 서서히 넓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리엘라는 고개를 돌려 이주아를 바라봤다.
다만,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도 왠지 모르게 그녀의 표정은 흐뭇해 보였다.
“허허허! 펜리르, 이놈도 웃기는 놈이군. 주인의 마력을 제멋대로 사용하다니··········, 한데 너는 괜찮은가 보구나.”
“아 ,네. 힘이 좀 빠지기는 하지만··········.”
“허··········, 보면 볼수록 보물이 확실하군. 이놈의 현현을 그 어린 몸으로 감당하다니··········, 보면 볼수록 탐나는구나.”
다시 시선을 돌려 펜리르를 마주 보는 리엘라.
곧이어 그녀의 입꼬리가 서늘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럼 이놈을 어떻게 해야 할··········?!”
그 순간.
슈우우욱-
통로를 통해 새하얀 안개가 뿜어져 나와 주변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 일련의 상황을 예상치 못한 리엘라는 당황했고 안개는 순식간에 주변을 뒤덮여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다.
-아우우우우우!!
그때였다.
놈의 하울링이 소년이 서 있던 위치에서 들려온 것은.
* * *
통로를 빠져나온 펜리르는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가려진 안개로 그들의 시야를 가리기는 했으나 펜리르의 시야에는 주변 공간이 훤히 보일 뿐이었다.
-크르르··········.
곧이어 보인 것은 한 소년이었다.
자신의 마력을 마주하고도 꿈쩍도 안 한 소년.
감히 자신의 허락 없이 이곳에 부른 만용은 이제 곧 후회로 점칠 될 것이다.
-크아앙!!
펜리르는 소년을 향해 달려들며 거대한 아가리를 쩍- 벌렸다.
그 순간.
“이 개X끼가.”
깡!! 쿠쿵!
순간 둔중한 무언가에 얻어맞은 펜리르는 그대로 머리가 땅에 처박혔다.
그러나 충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깡!!!
머리로 전해지는 충격과 동시에 몸통으로 방금 맞은 충격과는 비교도 안 되는 충격이 전해졌다.
그대로 몸이 날아가 보호 장막의 구석으로 날아간 펜리르였다.
순간 펜리르의 두 눈이 떨리기 시작했다.
뭐지? 느껴지는 마력으로는 이 인간은 여기 있는 인간 중 가장 약한 힘을 가졌을 텐데.
그러나 생각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그 이후로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깡! 쿠쿵! 깡! 쾅!
-깽! 끼이잉!!
계속해서 고통스러운 충격이 몸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펜리르는 보았다.
그 충격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소년은 그저 망치를 들고 가만히 서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그 이질적인 상황에 펜리르는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끼는 고통과 더불어 미지의 공포가 샘솟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고통스러운 충격이 이어지는 와중에 담담히 자신을 내려다보는 소년이 적나라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환수나 신수는 물리적으로 소멸되지 않는다고 했나?”
씨익- 소년의 입꼬리가 서늘하게 올라갔다.
“주인이 교육을 덜 시켰으니 내가 대신시켜줘야겠네. 그치?”
그 말을 들은 순간, 펜리르의 두 눈동자가 지진이 난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 * *
리엘라는 빠르게 시선을 돌려 펜리르의 소리가 들렸던 방향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보인 광경은 가관이었다.
쿠쿵! 쾅! 팡!! 콰쾅!!!
웬 무언가에 부딪히는 굉음이 들려오며 장막을 포함한 지축 전체가 크게 진동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우우욱! 크르! 컹! 끼이이잉!!
쿵! 쾅쾅! 쿵!!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굉음.
아리송한 표정을 지은 리엘라는 천천히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
곧이어 서서히 개이기 시작한 안개.
안개가 개이며 보인 광경은 참으로 기가 막히며 경악스러운 장면이었다.
“허··········, 대체 뭐냐?”
쾅! 쾅! 쿠쿵! 캉!
-끼이이잉··········.
그 신수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고 알려진 존재인 펜리르가 구석에 고꾸라져 있었다.
그것도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장막의 구석에서 보이지 않는 속도의 무언가에 두들겨 맞고 있던 것이다.
쿠쿵! 쾅! 쿵! 쿵! 콰쾅!
-깨갱!!
그리고 그런 펜리르의 앞에 황금색 망치를 든 소년이 서 있었다.
김하준.
그 소년은 그저 무심한 눈으로 가만히 서서 펜리르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리고 한순간, 소년은 사라졌다.
동시에 다시 나타났을 때에는 보이지 않는 충격이 계속해서 펜리르의 온몸을 강타할 뿐이었다. 그저 그 광경이 반복되고 있었다.
멍하니 바라보던 리엘라는 더 없는 충격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어떻게··········.’
분명 무언가 있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다.
허나, 그것이 무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확실한 신체 접촉으로 확인해본 결과 소년은 강대한 힘을 그리고 마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더구나 지금 같은 기예를 펼치고 있음에도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다.
강대한 마력, 기운, 그런 것이 일절 느껴지지 않는 그저 무에 가까운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저런 기예를 펼치고 있었다.
말 그대로 현재 하준이 보여주는 광경은 리엘라에게는 ‘미지’에 가까웠다.
“아까 그게 저 말이었나?”
-저도 저 나름의 지혜가 있지 않을까요?
지혜롭기는 개뿔 말 그대로 신수를 패서 조련하는 것은 정석에 가까웠다.